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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이 사는 맛 - 시대의 어른 채현국, 삶이 깊어지는 이야기
채현국.정운현 지음 / 비아북 / 2015년 2월
평점 :
어른이 그리운 시절.
세상일에 대해서 쓴소리를 하는 어른을 만나고 싶은 시대. 그러나 나이 든 사람은 많지만, 어른은 없는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곳에서 원로들의 모임이라든지, 원로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말은 많이 있지만, 과연 진정한 원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냥 나이가 든 사회 각층에서 한 자리 했던 사람들이란 의미로 원로란 말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원로는 그런 의미가 아닌데. 우리가 어른이라고 했을 때 그냥 나이 먹은 사람을 말하지 않듯이.
삶의 경륜이 온몸에 묻어 있어, 그것이 삶의 지혜로 나타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원로이고, 어른인데... 아무나 어른이 될 수 없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그런 어른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냥 나이 드신 분들만이 있을 뿐.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가고 있다는데, 생물학적 나이만 먹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진정한 어른으로 존재할 사람들이 별로 없다면 그 사회의 앞날은 그다지 밝지 않다.
그래서 더욱 어른이 그리워지는 지금이다. 이 때 참으로 어른다운 어른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분인데, 그럼에도 이분을 어른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가 생물학적인 나이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지혜를 갖추고 그것을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만이 듣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책으로 펴냈다. 귀한 책이다.
어른의 이야기를 책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살아가는 어른도 있다는 사실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책의 제목이 된 '쓴맛이 사는 맛'이라는 말, 우리는 단맛을 추구하지만 어디 인생에 단맛만이 있겠는가. 쓴맛과 단맛이 모두 어우러져야 그것이 인생이지. 그런 점에서 쓴맛이 사는 맛이라고 한 말은, 쓴맛을 우리가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그가 살아온 삶이 모두 쓴맛만이, 또는 단맛만이 아니었을 터. 그는 자신의 삶, 그때그때에 충실했고, 그렇게 살아왔고, 그래서 자신의 삶을 굳이 내세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좋아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지금도 그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이다.
삶에서 단맛을 추구하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쓴맛을 추구하라는 말은 듣기 힘들다. 그리고 남을 의식한 삶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고, 그냥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살라는 말을 듣기도 힘든 세상인데...
모처럼 귀가 즐거워지는 말을 들은 기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글자를 눈으로 보고 머리 속에 새기면서도 이상하게 말을 듣는듯한 느낌, 채현국의 말을, 어른의 말을 곁에서 들으면서 귀가 열리는 느낌을 받은 책이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 아직은 이런 어른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생물학적으로만 나이 든 사람들, 제발 어른인 척하지 말고, 진짜 어른으로 우리 곁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나이 80이 넘었음에도 우리 곁에서 어른으로 할 말을 해주고 있는 이런 채현국 같은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귀가 맑아졌다. 기분이 좋다. 이런 어른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