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스탈린 - 강철 인간의 태동, 운명의 서막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김병화 옮김 / 시공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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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강철 사내. 그렇게 번역이 되는 이름을 가진 사나이. 본명은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주가시빌리.

 

러시아 이름은 참 길다. 길어서 사실 외우기도 힘들고 발음하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그의 본명 따위는 무시하고, 그냥 스탈린이라고 하자. 이 책에서는 '소소'라는 이름과 '코바'라는 이름이 많이 나오지만, 이는 모두 가명이니, 그가 스탈린이라만 알고 넘어가면 된다.

 

평전이라는 이름이 그렇듯이 이 책 역시 단순히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들을 통해서 하나의 관점을 형성해서 그것을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스탈린은 지금은 과거 속으로 사라진 사회주의국가(혹은 공산주의 국가, 마르크스주의 국가라고도 한다)의 최고 수장이었으며,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잔혹한 독재자, 전체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정권을 차지한 다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그에 대한 그의 책임은 얼마인지는 역사가들이 많이 밝혀내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스탈린이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기까지 어떻게 지냈는지를 여러 자료들을 찾아서 밝혀내고 있다.

 

이 책은 지금은 조지아라고 불리은 그루지아 출신의 그다지 교육을 많이 받지도 않은, 신학교 자퇴생(?)이자, 알콜 중독자의 아들(공식적으로는, 이 책에서도 그의 아버지가 제화공이자 알콜중독자가 되는 베소의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이들이 아버지일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또 스탈린 자신도 그의 생부가 누구인지 모호하게 말하고 있다고 하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러시아(한때 소련이라고 했던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권력을 잡은 뒤에 그의 잔혹성이 발현된 것이 아니라, 그의 잔혹성 때문에 그가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그의 폭력성, 냉정함, 잔혹함, 남에게 무신경함 등을 어릴 적부터 추적하여 보여주고 있다. 마치 스탈린은 그의 출생에서부터 환경을 통해서 어린 시절부터 비밀스럽고 잔혹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이를 러시아 혁명 과정을 통해서 더 강화하고 조직적으로 만들어나갔다는 전제를 깔고, 그 전제에 맞는 자료들을 모아놓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책이 스탈린에 대해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한 일들을 어떤 관점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또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젊은시절에는 시를 쓰기도 했고, 독서를 매우 좋아했으며, 노래에 소질이 있어서 그의 노래소리는 듣기에 좋았다는 얘기, 그의 아버지는 그가 공부하는 것을 극도로 반대했으며, 반대로 그의 어머니는 그가 사제가 되기를 바라 그를 신학교에 입학시켰다는 사실.

 

극성맞다면 극성맞은 어머니 덕에 공부를 하고,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켜 나가는 모습을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사실은 사실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은 다른 사실들과의 관계, 사실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 그 사실이 놓여 있는, 또 그 사실을 해석하는 사회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니, 이 책에 나온 일들은 스탈린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기의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 그가 하는 치밀함, 냉혹함 등이 너무도 잘 나타나 있고, 그의 가정적인 불행에 대해서도 잘 나와 있다. 여러 요소들이 합쳐서 그에게는 사랑이라는 요소보다는 성취라는 요소가 그의 삶을 좌우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로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 성취를 위해서는 주변의 희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사람, 그런 스탈린이 혁명이 끝난 다음에 정권을 잡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혁명 과정에서는 이상주의자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지만, 혁명이 성공한 다음에는 그 일을 조직하고, 이끌어가는 냉철한 사람이, 자신의 말을 따르는 사람을 거느린 사람이 정권을 잡을 수 있끼 때문이다.

 

그러니 이상 사회주의와 현실 사회주의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 다름이 지도자를 독재자로, 전체주의자로 변모시킬 수도 있음을, 또는 반대로 전체주의적 성향을 지닌 사람이 혁명이 성공한 다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나온 것처럼,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 때문에 강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이 스탈린의 생애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은 스탈린의 개인적인 삶을 중심으로 평전이 구성되어 있어, 그가 어떻게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는지, 그의 마르크스주의 사상의 핵심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략되어 있는 것이 아쉽다.

 

평전이니만큼, 그의 행동과 그의 사상이 어떤 일치, 또는 불일치를 이루었는지, 적어도 그가 신봉했다는 마르크스주의 (레닌주의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레닌주의를 스탈린주의가 왜곡했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오히려 스탈린주의는 레닌주의를 발전시킨 것이라고 하는데..640쪽...) , 레닌주의 또는 스탈린주의가 어떻게 다른지를 다루어주었으면, 스탈린의 행동과 사상에 대한 좀더 깊이 있는 평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혁명이란 개인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정임을, 즉 누구나 개인이 춤출 수 있는 사회가 아니면 그것은 혁명 사회가 아님을 이 스탈린 평전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됐고.

 

방대한 분량과 자세한 자료 수집, 그리고 그 자료들을 잘 엮어낸 저자의 노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덧글

 

이 책은 출판사가 보내주었다. 한 때 세계를 지배했던 사상을 현실에 구현했다는 소련, 그리고 그 사회의 수장이었던 스탈린의 젊은 시절을 알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출판사에 감사를 표한다.

 

하나, 오타라고 생각되는 부분...

 

553쪽에서 '그가 간 뒤 대략 1918년 4월경 리디야는 아들을 낳아 알렉산드르라고 이름 지었다.'고 되어 있는데... 스탈린이 유형지를 떠난 것이 1916년 10월 경이고 그 이후 만나지 않았으니 이건 불가능하다. 1917년 4월경이라고 하면 모를까...

 

이 1918년이 오타라는 것은 659쪽 에필로그에서 '스탈린과 리디야 페레프리기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 알렉산드르는 살아남았다. 그는 아마 1917년 초반에 태어났을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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