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도 사람이다 세트 - 전2권 - 위대한 수학자들의 삶의 이야기
루타 라이머.윌버트 라이머 지음, 김소정 옮김 / 꼬마이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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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기 1,2권 합쳐 30명의 인물이 있다. 수학계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긴 위대한 수학자로 평가받는 사람들이다.

 

탈레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히파티아, 오마르 하이얌, 레오나르도 피보나치, 제롤라모 카르다노, 존 네이피어, 갈릴레오 갈릴레이, 르네 데카르트, 피에르 드 페르마, 블레즈 파스칼, 아이작 뉴턴, 레온하르트 오일러 (이상 15명, 1권)

 

마리아 아녜시, 벤저민 배네커,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 소피 제르맹,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 메리 페어팍스 서머빌, 찰스 배비지, 닐스 헨리크 아벨, 에바리스트 갈루아, 에이다 바이런 러블레이스, 소피아 코발레프스카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말리 에미 뇌터, 게오르그 폴리아, 스리니바사 라마누잔 (이상 15명, 2권)

 

이 중에 몇 사람이나 알고 있는가? 수학자라기보다는 철학자로 알고 있는 데카르트, 팡세의 저자로만 기억하는 파스칼을 포함해서 그 사람의 일부분만 알고 있거나 또 아예 모르고 있는 인물이 더 많지 않은가.

 

수학이 우리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학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수학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만 공부해야하는 지긋지긋한 과목, 대학 입학 이후에는 더이상 내 삶과는 상관없는 학문으로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병폐. 문제.

 

그러나 전국민이 학창시절에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꼽는 "국,영,수"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만 하는 과목들. 그냥 수단일 뿐이다. 이 과목들은. 결코 공부의 목적이 될 수 없다. 물론 이들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물에 콩 나듯이 나오기는 하지만, 참 적은 수만 나온다.

 

그러니 그렇게 어렵사리 공부를 해놓고도 도대체 왜 공부했는지, 또 대학입시만 끝나면 모두 잊고 말게 된다. 국가적인 낭비고, 젊은이들의 에너지 낭비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만 해도 짧은 인생인데, 인생의 황금기를 준비하는 시기, 또는 황금기에 전혀 좋아하지도 않고 오히려 고문이라고 여기는 수학에 많은 학생들이 시간과 열정을 보내며 삶이 피폐해지고 거기에 비례해서 수학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현실.

 

이런 현실은 문제가 있다.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수학교과서가 외국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어렵다는 말도 나와 많이 고쳤음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여전히 어렵고 하기 싫은 교과목이다.

 

좀 다르게 접근할 수 없나? 그런 고민에서 아마도 이 책이 나왔을 것이다. 수학이 그렇게 사람들을 괴롭히는 과목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 수학도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

 

(이 책에 나오는 폴리아는 어려운 수학을 쉽게 학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수학교수법을 만들어 가르쳤다고도 한다.)

 

학생 때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 과목이 좋기도 한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그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좋아서 잘 듣다 보니까 자연스레 좋아진 경우가 더 많지 않았는가.

 

수학도 마찬가지다. 수학을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은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좋거나 또는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다. 이 책에서 말한 제작 의도처럼 말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누구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활용하면 학습 효과를 크게 올릴 수 있습니다. 수학 법칙이 한 가지씩 만들어질 때마다 그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씩 탄생하는데, 그중에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수학에 얽힌 이야기는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이야기도 인류 역사의 중요한 자산이며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줄 중요한 다리임은 분명합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읽어 봄으로써 아이들이 수학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권, 6쪽

 

'수학자들도 우리처럼 불완전하고 오해도 받고 외로움도 느끼며 실망도 하고 몸이 불편하기도 한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위대한 수학 원리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 이 책에 나오는 수학자들이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반드시 해낼수 있다는 점입니다.'  1권, 10쪽

 

여기서부터 수학을 시작하면 된다. 좋아해야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생겨야 도전해 볼 욕구가 생기지 않겠는가. 수학을 좋아한 사람들 이야기, 그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수학도 해볼 만한 학문이구나 하는 생각, 수학도 우리 생활에 참 많은 영향을 주는 과목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때부터 수학이라는 과목은 기피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수학 문제 몇 문제를 먼저 풀기보다는 왜 수학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지, 수학을 좋아한 사람들은 어째서 좋아했는지, 그들이 수학원리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등등을 먼저 들려주고, 문제는 찬찬히 자신의 힘으로 풀게 하면 좋지 않을까.

 

이 책에 나와 있는 30명의 수학자들은 수학을 참 좋아했던 사람들이지만 모두가 영광스러운 삶을 산 것은 아니니, 이런 삶을 통해 학생들 자신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도 있을 수 있기에...

 

수학공식, 수학 문제부터 시작하지 말고 이렇게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 특히 수학자들의 이야기부터 수학이라는 과목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적어도 수포자의(수학포기자) 수는 줄이지 못할지라도 수학증오자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1,2학년 정도가 읽으면 좋을 책인데... 이 책을 읽으며 참 모르는 수학자가 이리도 많다니, 살짝 부끄러워진 책읽기였다. 아동용이라는데, 어쩔 수 없지. 그만큼 수학은 내 삶과 동떨어져 있던 학문이었으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전혀 삶과의 관련성을 의식하지 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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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형을 말한다 - 몽양학술심포지엄 논문자료집
이정식.최상용.조영건 외 지음 / 아름다운책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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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한국현대사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인물이 바로 여운형이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서 그다지 많이 알고 있지는 못하다. 그만큼 그는 잊혀진 정치가로 지내온 기간이 더 많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에 헌신했음에도 2000년이 넘어서야 겨우 독립운동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국가 훈장을 받은 사람이니, 이승만과 김구는 알아도 여운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그런 여운형을 2007년에 그의 서거 60주년을 맞이해서 몽양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고 한다. 몽양을 그냥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의 정신을 지금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몽양을 다시금 우리나라 정치에 불러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 참 낙관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몽양이 해방이 되고나서 남북이 분단될 위기에 처해있을 때 좌우합작 노선을 우직하게 밀고나갔다는 사실, 그로인해 우익에게서도 또 좌익에게서도 홀대를 받아왔다는 사실... 열 번이 넘는 테러를 당했음에도 자신의 민주주의 원칙, 민족주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결국 그런 원칙으로 인해 현실 정치 세계에서 그 자신이 희생당하고 말았다는 사실... 2000년 초반에 남과 북이 화해 분위기로 흐를 때 이제는 분단시대가 아닌 통일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준비해야 한다고 할 때, 그때 몽양은 다시 우리 곁에 왔다.

 

많은 정치인들이, 학자들이 몽양을 불러내었다. 게다가 몽양의 딸이 북쪽에서 나름 활동하고 있었기에 그를 디딤돌로 삼아 남북교류를 이끌고, 더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도 하고, 이제는 남북이 휴전이 아닌 정전, 평화협정으로 가야한다고 할 때 몽양이 오래 전에 주장했던 좌우합작, 남북통일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여 몽양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런 학술대회도 개최하고 했는데... 그런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몽양의 서거 뒤와 비슷하게 남북은 다시 긴장, 대립 국면으로 치닫고 말았다.

 

몽양이 그토록 우려했던 일들이 다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 그나마 실낱같이 이어가던 경제협력마저도 개성공단 폐쇄로 이제는 남과 북이 갈등의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무슨 치킨게임도 아니고...

 

긴장이 고조되어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돌고 있는 이 때, 다시 몽양을 생각해야 한다. 그가 왜 그 시대에 좌우합작을 추진했는지, 그렇게 반대가 많았고, 현실적으로도 고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좌우합작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에게는 그것이 우리 민족이 살 길이었고,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는 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라. 남과 북이 이렇게 군사적 긴장 상태에 있을 때는 민주주의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몽양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도록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으리라고 생각한다.

 

비록 테러로 인해 그는 목숨을 잃었지만, 그것이 현실정치에서는 그 당시에도 용납이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시 그가 서거한 지 70년이 지난 오늘에서도 또다시 용납되지 않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몽양 서거 후 70년 동안 우리는 너무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았던가. 그러면 이제는 남과 북이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몽양은 인민이, 즉 국민이 주인되는 세상을 꿈꾸기 위해 좌우합작을 주장했는데, 우리 역시 남북의 긴장 상태에서는 민주주의가 위축되니, 국민이 주인이라는 의식이 잠시 뒤켠으로 밀려가는데...

 

자신들의 정권유지나 권력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무엇보다 남과 북은 지금의 긴장 상태를 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여운형의 정신을 잇는 길이기도 하다.

 

이때 학술심포지엄에 나온 이 글들 참 낙관적이었는데, 이 낙관이 비관으로 바뀌는데 몇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시 이 비관을 낙관으로 바꿔야 한다.

 

그 점에서 여운형의 사상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고, 해방 정국 3년 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들, 정치적 사건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지금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분량의 절반 이상을 여운형의 글로 채우고 있다. 그의 사상을 직접 읽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직도 우리나라, 여운형의 소망이 진행되고 있음을, 그것이 그냥 소망이 아닌 현실이 되게 하는 것이 우리들에게 주어졌음을 이 책은 생각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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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 도시의 시인들 - 삶의 진부함에 맞서는 15개의 다른 시선, 다른 태도
김도언 지음, 이흥렬 사진 / 로고폴리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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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15명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어떤 시인들이 나오는지 먼저 보자.

 

김정환, 황인숙, 이문재, 김요일, 성윤석, 이수명, 허  연, 류  근, 권혁웅, 김이듬, 문태준, 안현미, 김경주, 서효인, 황인찬

 

대놓고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시인들을 만났다고. 그리고 소설가이자 시인이고 출판업에 종사하는 저자가 자기가 그 시인의 작품을 어떻게 만났는지, 또 얼마나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고백하고 있다.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이에 대해서 많이 알고 갈수록 얻어낼 것이 많을수도 있지만, 자기의 인식틀에 갇혀 새로운 무엇을 얻어내지도 못하는 일도 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점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궁금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시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시인들이 참 다른 사람들인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우리와 같은 세속 도시에 살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이 책에 나온 시인들, 이미 읽어서 알고 있는 시인도 있지만 처음 이름을 들어본 시인도 있는데, 그들의 시집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딱히 어떤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말을 하기는 힘들지만 첫 시작을 한 김정환 시인에게서는 집안의 자유로움을, 즉 자식이 무엇을 하든 부모의 생각과는 다르더라도 허용해주는 그런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함을 기억했고,

 

황인숙 시인에게서는 언어적 감각이 매우 뛰어난 시인이라고, 달랑 두 권의 시집밖에는 읽지 못했지만 그렇게 느끼고 있었는데, 그가 길고양이들을 위해 먹이를 날마다 가져다 주고 있다는 삶에서도 생명에 대한 결이 참으로 부드러운,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이라는 구절이 기억이 나고, 

 

이문재 시인은 최근에 내가 좋아해 그의 시를 많이 읽는 시인이었는데, 시대가 점점 더 엉망으로 흐트러져 가는 것에 대한 분노가 인터뷰 내내 묻어나와서 그에 동감하고 있기도 했고,

 

김요일, 성윤석, 이수명, 허연, 류근, 김이듬, 김경주, 황인찬 시인의 작품은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들 역시 나름대로 자신의 시세계를 개척하고 유지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한 번은 이들의 시도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권혁웅 시인의 작품에서 '독수리 오형제'를 계속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었는데, 그가 젊은 시인들에게 '미래파'라는 이름을 붙여 기존 평단의 문학권력들로부터 새로운 감수성을 인정하자는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것은 그가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마음을 열고 시를, 세상을 본다는 얘기라고 생각해 그의 시를 더 좋아하게 됐고, 

 

문태준, 안현미, 서효인 시인의 작품들은 최근에 한 번 정도 읽어봤는데, 괜찮은 시도 있었고, 이해하기 힘든 시도 있었는데. 특히 문태준 시인의 작품은 우리의 토속적 정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서 그것을 확인하는 기쁨 뭐 이런 것들...

 

단지 시인이 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면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재미없는 책일 수밖에 없겠지만, 이 책에서는 작가의 이력도 나와 있고, 또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고 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세상, 일명 세속 도시...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은 시인은 무슨 사회와는 초현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무슨 탈속적 존재로 생각하는데, 그것이 전혀 아님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시인도 사람이라는 것, 우리와 같이 세속 도시에 살고 있다는 점,, 그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어려움들을 함께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 다만 그들은 그것을 자신의 시로 표현해내고 있다는 것, 그것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많은 시인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후속 편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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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생 - 경성 모던보이 박태원의 사생활
박일영 지음, 홍정선 감수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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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학교 수업시간에 박태원에 대해서 배운다. 월북인지 납북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 이 책을 읽어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전쟁 중에 문인평양시찰단으로 차출이 되어 북쪽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고 하니 어떤 쪽으로 분류를 해야 할지...- 그에 대해서 학교에서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1988년 전까지는.

 

그런데 이제 그는 우리나라 리얼리즘을 확대한 작가로, 고현학의 작가로, 모더니즘 소설의 선두주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이상과의 친분, 구인회 활동 등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그의 작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여러 작가들이 받아들여 같은 제목으로 출간하기도 했고, "천변풍경"은 당시 청계천 변의 생활을 카메라 기법으로 잘 드러낸 소설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북한으로 간 뒤에 쓴 작품도 우리나라에 출간이 되어 역사소설인 "갑오농민전쟁"도 발간이 되어 있고, 그가 "삼국지"를 번역하여 우리나라 삼국지 번역의 전범을 이루었다는 사실도 알려지고 있다.

 

많이 알려진 작가. 그런데도 이 책이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작가의 큰아들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이다.

 

책이나 문헌을 통해 알 수 없는 것들을 함께 산 아들의 눈을 통해 작가 박태원과 인간 박태원을 알 수 있게 만든 책이다.

 

(큰 아들 박일영 씨는 자신의 아버지 박태원이 구보라는 호를 쓴 것에 비해 자신은 조금 모자란다고 자칭 '팔보'라고 한다)

 

박태원으로 북으로 가기 전까지 12년을 함께 산 아들, 12살이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오롯이 남아 있을테니, 자신의 기억으로 어린 시절을 복원하여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드러내고 있으며, 그 이후의 일은 자신이 만난 아버지 친구들과 또 다른 기록들을 통해 아버지 박태원을 그려내고 있다.

 

일반적인 평전이라기 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아버지의 일생이라고 보면 되는데, 한때 출판사에 근무한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록들 중에 의심쩍은 것이나 미심쩍인 점을 철저히 탐구하여 바로잡고 있다.

 

더하여 남들이 아직 정화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 나름으로 추론을 하여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데, 이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뒷받침되지 않으연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특히 그는 북한에 가서 자신의 큰누나와 북에서 아버지의 부인이 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북한에서 박태원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생한 증언 - 그러나 당사자의 말이라고 늘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점에 대해서 저자도 이해하고 말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을 들어 우리에게 전달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학자들이 펴낸 박태원에 대한 책에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박태원의 내밀한 사생활을 더해 작가 박태원과 인간 박태원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본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쓴 책이라 책 곳곳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아직도 더 밝혀져야 할 사실들이 많다는 것도. 그냥 친근하게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식의 서술이 도처에 나오는데, 이것이 읽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즉, 그는 더 알고 있는 내용이 있지만 그것은 아버지를 생각해서 차마 더 말하지 못하겠으니 이만 멈추겠다는 말도 스스럼 없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장 모던한 작가로 평가받던 박태원, 그러나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상한 아빠였음을, 그런 자상한 아빠의 모습이 북한에 가서도 유지되었음을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작가 박태원보다는 인간 박태원에 중점을 두고 읽은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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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군 2016-08-07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던보이 박태원이라니...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 - 불멸의 아티스트 17명의 초상
박명욱 지음 / 그린비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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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멋있는 제목이다.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라니. 이 제목 앞에서 "시대와의 불화"라는 제목은 밋밋해지고 만다.

 

이 제목은 작곡가 '에릭 사티'의 말에서 왔다. 그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요약했다고 한다.

 

"나는 너무 낡은 세상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왔다." (84쪽)

 

그렇다. 예술가들에게 그들이 사는 세상은 너무 낡은 세상이다. 만약 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만족했다면 그런 예술이 나올 수가 없다.

 

무언가 다른 것을 느끼고 찾는 것, 시대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짊어지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몸부림, 그것이 바로 예술가들의 자세 아니던가.

 

이 책에는 그런 예술가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짤막하게 그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는 얘기다. 너무 낡은 시대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지도 않고, 그들이 왜 너무 젊었는지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장황하게 설명하면 이미 너무 낡은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17명의 예술가들의 초상을, 마치 그림에 비유한다면 캐리커쳐를 그리듯이 간략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런 간략한 설명을 통해서 그들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다. 엿보다가 더 마음에 들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그 예술가에 대해서 찾아 읽으면 된다.

 

이 책은 그렇게 17명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그들에 대해 깊게 알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서문에 쓰여 있는 글(뒷표지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을 그대로 옮긴다. 그 글을 읽으면 17명의 예술가들이 누구인지, 왜 저자가 그 예술가들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다.

 

파졸리니에게서는 집단적인 악과 난투하는 개인의 도덕과 아름다움을,

가우디에게서는 광대한 시와 상상력의 대지를,

플라스에게서는 피를 걸고 하는 세계에 대한 도발과 공격을,

사티에게서는 귀순과 타협을 모르는 미학과 실존의 불행을 견인하는 좌세(坐勢)를,

스티글리츠에게서는 자신의 삶과 당대의 문화를 기획하는 힘을,

다자이에게서는 세계의 배후를 바라보는 자의 처절한 순결주의를,

콜비츠에게서는 투쟁과 사랑을 하나로 녹이는 모성적 용광로를,

상드라르에게서는 세상의 그 무엇으로도 가두어 둘 수 없는 정신의 자유를,

브랑쿠시에게서는 운명을 역전시키는 등푸른 용기를,

로르카에게서는 시와 풍토와 혁명의 동거를,

아버스에게서는 인간 현실과 대면하는 면도날 같은 긴장을,

위트릴로에게서는 술집과 정신병원 사이에서의 아름다운 추수를,

클림트에게서는 지옥의 사랑을 혹은 사랑의 지옥을,

니진스키에게서는 한 경이로운 춤꾼의 고독과 파열을, 

셀린에게서는 세계를 거시하는 자의 날카로운 풍자를,

카파에게서는 자기 앞의 생을 향해 돌진하는 박력을,

보슈에게서는 인간의 어둠에 대한 깊고 무서운 통찰을,

 

나는 그것을 읽어내고 싶었고, 또 그것을 전하고 싶었다. (9-11쪽)

 

이런 예술가들에 대해 저자는 물론 자신의 의도를 실현하기가 '모두 여의치 않았다(11쪽)'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런 예술가들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다는 것. 이미 알고 있는 예술가도 있지만, 모르고 있는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엿보고, 그것을 본격적으로 맛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는 것.

 

그런 생각이 들게 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젊게 예술가들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더 말해 무엇하리, 그냥 읽어보고, 더 마음에 드는 예술가는 더 찾아보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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