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홍이의 봄소풍인지랑 아침에 김밥이랑 이것저것 챙긴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홍이의 바지 주머니에 천원을 넣어 주면서 "홍이야, 돈 있다고 친구들에게 말하지 말고, 급할때 써, 알았지?"하고 당부를 하고 학교를 바래다 주었다.

그리고, 2시쯤 학교에 도착한 홍이랑 수를 데리고 가까운 슈퍼에 장보러 갔는데 천원짜리가 모자라 "지홍아, 오늘 아침에 엄마가 챙겨준 천원 안 썼으면 엄마 좀 줘, 계산하게" 했더니 이녀석 계속 말을 한다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한다. 그래서 얼른 만원짜리를 내고 거스름돈을 받은 후 슈퍼밖에서 다시한번 홍이에게 물었다. "지홍아, 아침에 엄마가 혹시 급할때 쓰라고 바지주머니에 넣어준 천원 어쨌어? 잃어버렸어? 아님 누구한테 빼겼니?" 했더니 계속 말을 안한다. "말해, 엄마 화 올라와!" 했더니 그때야 띄엄띄엄 얘기를 한다.

"우리반에 김ㅇㅇ라는 여자애가 있는데 그 친구가 가져갔어" 한다. "그냥? 너 뺏긴거야?" 했더니 "아니, 그냥 준거야".  "왜 그냥 줘. 무슨 말이야, 엄마 못 알아먹크라" 했더니 "빌려준거야" 한다. 그래서, "갚는데?" 했더니 "내일 갚으면 좋을텐데" 한다. 정말 두서가 없다. "너, 친구들한테 돈 있다고 말했어?", "아니, 다른 친구한테만 얘기했어" 한다. "엄마가 돈 있다고 얘기하지 말랬지" 했더니 "다른 친구들도 돈 있다고 얘기했어!" 한다. "아무튼, 엄마가 다른 친구들한테 얘기하지 말고 꼭 필요할 때 쓰라고 한 거잖아!" 했더니 그 이상 말을 안한다.

이 사실은 옆지기한테 얘기했더니 "돈을 챙겨준 네가 잘못이지. 왜 돈을 주냐!" 하면서 나한테 뭐라한다. 아무튼 이래저래 속상하다. 띄엄띄엄 얘기를 해 엄마가 아직도 가닥을 못잡게 하는 홍이한테도 속상하고.....

참, 한가지더 홍이가 월,수,금 방과후 수업으로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는데 수업시간에 컴퓨터 선생님이 잘한 친구에게 착한어린이표랑 비슷한 "비트"라는 스티커를 주는데 이 "비트"를 모아두는 종이도 두 장 있었는데 그것도 그 친구한테 줬단다. 말로는 줬다고 하는데 왜 나한테는 빼았겼다는 느낌이 드는 건지......

에구구,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답이 안 생긴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씩씩하니 2007-04-1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뺐겼으면 안되는데...울 유경이가 반에서 제일 터프한 여자아이라 하니.전 혹여 뺏을까 걱정이..음...

2007-04-13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4-1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ㅋㅋㅋ. 저희 홍이는 너무 물러 걱정인데. 아무튼 아이들이 너무 강해도 걱정, 너무 물러도 걱정, 이래저래 걱정만 많아지는 듯 합니다. ^ ^;;

홍수맘 2007-04-13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감사드려요. 그런얘길 들으면 다행이구나 라는 안도와 함께 행복한 마음이 생긴답니다. ^ ^

마태우스 2007-04-1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앗긴 거 아닐까요.... 아무리 어려도 돈 빌린 건 갚아야죠.... 받았는지 꼭 챙기시길..

홍수맘 2007-04-1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네, 오늘 홍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확인한번 더 해 볼려구요.

BRINY 2007-04-13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어려워요. 물러도 걱정, 강해도 걱정.
남의 거 빼앗으면서도 빼앗는다는 감각도 없는 아이들, 빼앗겼으면서도 제대로 말 못하는 아이들.

2007-04-13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4-1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님>네, 모든게 걱정인 듯 해요.
속삭님>ㅋㅋㅋ 그런 옛 추억이 있었군요. 글쎄, 지혜로운 해결을 제가 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걱정입니다.

소나무집 2007-04-1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깊게 생각 안 하는 거 같아요.
"나 돈 있는데."
"그래? 나 줄래?"
"응, 너 가져."
아마 지홍이도 이랬을 것 같지 않아요?

물만두 2007-04-1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더 잘 알아보심이...

하늘바람 2007-04-1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뺏겼으면 안되는데
혹 그 친구가 좋아서아닐가요?

울보 2007-04-1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다독여주시고 홍이가 엄마에게 말을 할 수있으면 좋으련만,
참 아이들 키우기 어렵지요
홍수맘님 너무 걱정마세요, 별일아닐거예요,,

치유 2007-04-1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오며 자기것 챙겨가지고 올지도 모르니 한번 기다려 보심이..
울보님 댓글처럼 이러나 저러나 홍이가 엄마에게 모든걸 이야기 하게 해주는 게 젤 좋은데 말이죠..그래야 엄마도 해결을 하지요..

홍수맘 2007-04-1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하늘바람님>홍이 말투로 봐서는 그냥 준 것 같진 않아요 ㅜ.ㅜ
물만두님>네.홍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다시한번 차근차근 물어볼려고 하는데 이녀석이 이일땜에 또 스트레스 엄청 받아할까봐 걱정입니다.
울보님>학교를 보내고 나니 더 염려스러운 일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해요.
배꽃님>맞아요. 에구구, 암튼 속상하네요.

미설 2007-04-1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고민될 것 같아요. 일단 오늘 기다려 보시고 영 이상타싶으면 선생님께 상의하는건 아주 부담스럽겠지요-_-;;;;;; 그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노아 2007-04-1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참 신경쓰이는 일이지요. 빼앗긴 것이라면 홍이가 앞으로 학교 생활 할 때에도 그 아이와 계속 마주칠 테니 걱정도 되구요. 그렇다고 섣불리 선생님께 말씀드리기도 좀 그렇고 참 힘드네요. 에고... 전 아직 미혼이지만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요;;;;

홍수맘 2007-04-1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아직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도 좀 그런게 같아서요 ^ ^;;;
마노아님>ㅎㅎㅎ. 저도 홍이가 큰 아이라 이래저래 신경도 쓰이면서 많이 서툴어요 ^^.
 

  어제 저녁에 뚱딴지 같이 홍이 녀석이 이 책을 읽어 달랜다. "홍아, 너 이책 글이 많아서 싫다면서" 했더니 "엄마, 갑자기 보고 싶어젼. 한번만 응?" 하는데 안 읽어 줄 수도 없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읽기 시작했다. 이 녀석 처음엔 열심히 듣더니만 나중엔 은근슬쩍 블럭을 갖고 장난을 친다. "지홍아, 책 안 볼꺼?" 했더니 "잘 들으멘!" 한다. '에잇, 모르겠다. 내가 좋으니 쭉쭉 읽어나가야지' 생각하고 계속 읽어내려갔다.

중반을 넣어서고 있는데 이번엔 지수가 한소리 한다. "왜, 오빠 책만 읽어줘?  내 책은 안 읽어주고"한다. 어쩌랴. 알았다고 달래고 홍이한테 지수꺼 먼저 읽어주자고 했더니 흔쾌히 승낙을 한다. 그래서 지수가 가지고 온 책들 몇권을 읽어주고 잘 준비를 하는데 홍이가 은근슬쩍 내 옆으로 와 앉더니 "엄마~. 저~ 나도 조커 써 봐도 되?" 한다.--- 이 책을 사면 부록으로 10장 정도의 조커카드도 같이 준다.--- 순간, 나도 재미있을 것 같아 "좋아, 근데 딱 한장만이다" 했더니 이녀석 금새 조커카드 한장을 쑥 내민다.  <용돈이 필요할 때 쓰는 조커>

엥? "지홍아, 너 용돈 필요해?" 했더니 "저기, 낼 저금하는 날이디 나 500원밖에 못 모안. 그래서 엄마가 500원만 더 주면 안되?" 한다. 한편으론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러다가 계속 엄마에게 저금돈 달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해서 단서를 붙였다. "지홍아. 이 조커들 한달에 한번씩만 사용하는 건 어때? 오늘 <용돈조커> 사용했으니까 이번달에는 다신 사용안하기." 했더니 "좋아" 한다. "그러면 엄마가 달력에 적어논다."라고 말하고 홍이랑 큰 달력에 표시를 했다. " 4월 11일, 지홍이 용돈조커 사용"

갑자기, 이 책을 읽어 달라고 할 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

 결국,  홍이의 고단수에 내가 넘어갔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향기로운 2007-04-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홍수맘님.. 저도 그 조커때문에.. 무지 당했어요..ㅠㅠ;; 아, 엄마들도 사용할 수 있는 조커가 있음 좋겠어요^^ 이참에 만들어 볼까요??^^

홍수맘 2007-04-1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님>벌써 당하셨군요. 정말, 우리한번 만들어 볼까봐요. ㅎㅎㅎ

향기로운 2007-04-1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진짜..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써 먹어요^^ 음.. 우리들의 조커카드는..
1. 엄마 아빠 어깨 주물러드리기 2. 자기방 청소하기 3. 책 읽고 줄거리 이야기 해주기 4. 엄마 설거지 도우기... ^^;; 아, 막상 아이들 부리는 조커 만들려하니.. 잘 안되네요^^;;

물만두 2007-04-1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방법이 있군요. 배웠습니다^^

세실 2007-04-12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 읽고 아이들과 조커 만들기도 했답니다. 재미있더라구요~~~
홍이 고단수 맞네요~~

홍수맘 2007-04-1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이책 읽다보면 우리 어른들이 한번쯤 생각할 만한 얘기들이 많이 들어있어요. 한번쯤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향기님>이건 정말 아이들 부려먹는 조커 같아요. ㅋㅋㅋ. 다른 건 몰라도 3번 책 일고 줄거리 이야기 해주기는 저도 정말 써보고 싶어 지는데요?
물만두님> 한번 자신에게 필요한 조커들을 생각해 보세요. 음~ 나를 위한 맛있는 음식 사 먹기도 좋지 않을까요? ^ ^.

홍수맘 2007-04-1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네. 제가 홍이에게 당했습니다. ㅋㅋㅋ

치유 2007-04-1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지홍이 만세~~~~~~~~~~!!

홍수맘 2007-04-12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님은 언제나 홍이 편인 듯...ㅎㅎㅎ

치유 2007-04-12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100

아자~!!


무스탕 2007-04-1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수 위 맞네요 ^^

홍수맘 2007-04-1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멋진 숫자 캡쳐 감사드려요.
무스탕님>그쵸?

하늘바람 2007-04-13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조커카드같은거지요
 

수요일(4월4일) 저녁 7시에 제주와 대구의 축구경기가 서귀포 월트컵경기장에서 있었다. 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축구경기 일정을 쫙~ 꿰고 있는 홍이가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계속 성화였다. 특별한 스케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저녁에는 쌀쌀한 날씨라 계속 안된다고 했더니 이 녀석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잖아" 하면서 한마디 톡 쏜다. 에구구, 어쩌랴. 잠들어 버린 지수를 담요에 싸서 업고는 월트컵경기장으로 갈 수 밖에.....



  월드컵 경기장 입구에서 한 컷!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홍이의 모습이다. 차에서 내린후로 줄곧 경기장까지 내달리는 홍이를 붙잡고, 협박해서 찍었다.

 

 

 

 



  축구경기를 보면서 빼 놓을 수 없는게 요놈의 먹거리다.

오늘도 금방 잠에서 깬 수는 핫도그, 홍이는 팝콘!

 

 

 

 

 


  후반전, 0-2로 지고 있는 제주팀이 마지막 박차를 가해 점점 흥미를 더해하고 있는 중에....

 

 

 

 

 

 

 

 

 

 



  역시, 수는 축구관람보다는 혼자 즐기는 걸 택했다.

그래도 경기가 끝날때까지 버텨준 게 고맙다.

 

 

 

 

 

 

 

작년까지만 해도 축구경기 관람료가 조금 비싸 한번씩 가려도 해도 좀 부담이 됬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개막전에서도 온 식구가 4,000원을 내고 갔었고, 4월 4일날도 혹시나 했었는데 다행이 4,000원을 내고 경기를 볼 수 있어서 가벼운 맘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결과는 1-2로 졌지만 , 그래도 이 한골이 막판 5분전에 터져 준 골이라 그 흥분이 가시지 않아 즐겁게 돌아올 수 있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07-04-0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구경기 실제 보는 것도 즐거울듯^*^
지난 월드컵때 체육관에 모여 대형스크린으로 볼때의 감동보다도 백배는 즐겁겠죠?

홍수맘 2007-04-06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실님>네. 확실히 다르더라구. 저도 축구는 월드컵이 경기 지켜보는게 전부였는데 홍이랑 옆지기 따라다니면서 요즘은 저도 즐기게 됬답니다. ㅎㅎㅎ

물만두 2007-04-0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함께 운동경기 보는 것도 즐거운 나들이죠^^ 지홍이, 지수 표졍이 좋네요^^

향기로운 2007-04-0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이뻐요^^ 축구경기장도 다녀오시고.. 부럽습니다^^

홍수맘 2007-04-0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님>네, 잠깐 동안이나마 즐길 수 있어 좋아요.
향기로운님>님도 한번 가보세요. 느낌이 달라요.

마태우스 2007-04-0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님처럼 축구장을 찾는 분 덕분에 울나라 축구가 이만큼이라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무스탕 2007-04-06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구장에 가서 축구보고 싶어요.. 한번도 못 가봤어요.. 부럽..

홍수맘 2007-04-07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감사합니다. 괜히 제가 큰일을 한 것처럼 ㅋㅋㅋ
아참, 마태님 MT 다녀오셨군요. 벤트 당첨자 보러 가야지. 후다닥~
무스탕님>가끔 주말에 한 번씩 갔다오는 것도 좋아요. 소리치다보며 스트레스가 확~ ^ ^.
 

 

 

 

 

어제, 알림장 외에 홍이가 학교에서 들고 온 게 바로 사랑의 빵 저금통이다. 그러면서 "엄마, 여기 돈 모아서 아프리카에 있는 밥 못 먹는 아이들한테 보낼꺼" 한다. 그래서 "그러게, 우리 지홍이 돈 열심히 모아야 겠네" 하고는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는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두 녀석이 너무 조용한 듯 해 '에구, 지금 잠들면 안되는데' 하면서 방에 가봤더니 수는 색칠공부를 하고 있고, 홍이는 방 한쪽 구석에 보리아기그림책을 쌓아놓고는 한권 후~딱 보고는 동전통에서 100원을 꺼내 사랑의 빵 저금통에 집어넣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순간, 어찌나 화가 나던지 "임지홍, 엄마 화 올라와." 했더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빤히 쳐다본다. "임지홍, 넌 책 왜 보는데, 돈 모을려고?" 했더닌 이녀석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도 끄덕거린다.  "단지, 돈 모을려고 책 봐?" 했더니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럼, 책 보지마!"하고는 그냥 부엌으로 나와 버렸다. 마침, 그때야 들어온 옆지기는 냉랭한 분위기에 지수한테 이것저것 묻고는 홍이랑 대화를 시작한다. 언뜻언뜻 지홍이의 말소리가 아빠가 "그래서, 지홍이는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물으니 "엄마가 사과해야되!" 한다.

맞다. 어쩜 내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유치원 방학내내 조카녀석들이랑 어울리면서 책도 잘 안 보고, 매일 싸움놀이만 하길래 학교가기전에 요녀석 책 읽는 습관을 들여볼려고 그림책은 글자를 모르면 그림만 보면 되니까 혼자서 책 읽을때마다 100원씩 저금통에 저금을 하도록 유도했었다. 그래서 홍이가 사고 싶은 장난감이 생기면 "지홍이가 돈 모아서 사면 되겠네"라고 말하면서 은근히 책을 읽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2~3개월이 지나니까 이런 병폐가 생긴 것이다. 에구구. 정말 ..........

저녁을 먹고나서, "지홍아, 엄마랑 눈 마주치자" 하도 반응을 안해 억지로 눈을 맞추고 나서 "엄마, 미안해. 하지만 책은 돈 모으라고 보는 거 아니. 뭔가 궁금한 것이 있을때, 아님 그냥 책 읽는 것이 좋아서, 재미있어서 그래서 보는 거. 알안? 그리고, 이 저금통에 돈 모으는 것도 이렇게 한꺼번에 후다닥 모으라고 선생님이 주신 거 아니. 조금씩 천천히 모아도 되는 거" 했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 나서, 이녀석 "엄마, 엄마가 마법천자문 읽어주면 안되? 한다." 그래서 "왜?" 했더니 "재미있으니까!" . 내가 졌다. 그래서 오늘은 "만화책은 안되~" 라는 말 대신 신나게 읽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2007-04-0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홍이가 이겼네요??홍이만세~~~~~~~~~~~!!

홍수맘 2007-04-0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어제는 홍이의 완승입니다. ㅎㅎㅎ

소나무집 2007-04-0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빵 저금통, 우리 아이도 가져왔던데
그런 거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불우 이웃 돕기 성금 내라고 하던지...

 

어제는 학교 뒷문을(우리집에선 뒷문쪽이 가까와 입학식 하는 날부터 뒷문만 드나들고 있다.) 나오자마자 "엄마, 알림장에 숙제 인" 한다. 그래서 얼렁 펴 봤더니 어제까지는 선생님의 프린터물이 붙여있던 알림장에 오늘은 5개 항목이나 되는 것을 꾹꾹 연필로 눌러쓴 알림장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우와~. 임지홍 너가 썬? 대단하다이" 했더니 이녀석 대뜸 "아니, 친구가 썬" 한다. 에잉? "왜, 선생님이 칠판에 쓰면 그냥 따라쓰면 되잖아, 지홍이 너 따라 쓰는 건 할수 있네~" 했더니 "아니~. 이거이 컴퓨터로 나와. 컴퓨터로 나오면이 그거 쓰는 건. 나도 2번까지 써신디~ 다 끝나버련." 한다. "그래서 너 친구가 써줬나" 했더니 "응" 한다.

에구구,  지난 겨울이 시장에 있는 간판들 띄엄띄엄 읽기 시작하고, 자기 이름 또박또박 잘 쓰길래 학교 갈 준비는 다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먼저, 아직도 학교는 칠판수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해 버린 내가 문제다. 내가 이것저것 너무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 사태는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바. "지홍아, 엄마 하나만 부탁할께. 저기~. 이거, 알림장 내용 쓰다가 다 못 쓰면 친구한테 써 달라고 하지말고, 나중에 쉬는시간 되면 친구한테 '누구누구야, 알림장 좀 빌려주라. 나 아까 다 못써부난."하고 말행 친구꺼 보고 지홍이가 따라쓰기. 어떵? 할 수 이시크냐?" 했더니 "응, 알안" 한다. 그래도 쉽게 "응"이라고 대답해 주니 고맙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4-0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못써부난, 이시크냐, 알안
이런 말은 다 사투린가요?? 신기해서요 ...^^ 재밌네요 귀엽구요 ㅎㅎ

치유 2007-04-0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은 맑습니다.^^&
홍이의 모습에 귀여운 정말 일학년 같은 병아리를 느낌니다..
초등학교 일학년다운데요..너무 이뻐요..그래도 홍이가 다 못섰다고 써준그 친구가 넘 이쁘구요...홍이는 시작을 아주 잘하고 있어 제가 아주 기분좋으네요..^^&
요즘 컴으로 수업하는것은 아시지요??그곳은 아닌가??ㅜ,ㅜ

세실 2007-04-0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사투리 재미있네요...
뭐 그러면서 배우는거죠~ 넘 걱정하지 마세요.

무스탕 2007-04-0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크게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이제 1학년인데요, 뭘...
슬슬 책 읽고 쓰고 하면서 익숙해 지는거지요. 칭찬과 격려를 많이해주시면 더 잘할거에요 ^^

물만두 2007-04-0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짝꿍 잘뒀네요. 차차 배워가면 되죠^^

홍수맘 2007-04-0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2님>네. 저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입니다. 우리는 그렇다 쳐도 홍/수 입에서 나오는 사투리를 들을때마다 우리도 어떨땐 ㅋㅋ 하고 웃는답니다.
배꽃님> 왔어요 ~ ^ ^.
세실님,무스탕님,물만두님> 네. 그냥 맘 편히 가질려구요 ^ ^.

마노아 2007-04-0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경이 예뻐요. 엄마와 아들의 모습. 덕분에 웃고 가요^^

홍수맘 2007-04-0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예삐 봐주셔서 감사해요 ^ ^.

소나무집 2007-04-05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말도 마세요.
우리 아이 학교는 입학 다음 날부터 바로 알림장 쓰고
숙제도 하루도 안 빼놓고 내주던데요.
우리 아들도 쓰기가 안 되는 바람에 무지 애먹고 있습니다.
그나마 알림장에 써오는 건 전부 소리 나는 대로여서 해독이 필요할 지경이죠!
한 달을 그렇게 하고 나니까 이젠 알림장 쓰기 싫다고 안 써오는 날은 없어요.
가끔 빼먹는 건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