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알림장 외에 홍이가 학교에서 들고 온 게 바로 사랑의 빵 저금통이다. 그러면서 "엄마, 여기 돈 모아서 아프리카에 있는 밥 못 먹는 아이들한테 보낼꺼" 한다. 그래서 "그러게, 우리 지홍이 돈 열심히 모아야 겠네" 하고는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는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두 녀석이 너무 조용한 듯 해 '에구, 지금 잠들면 안되는데' 하면서 방에 가봤더니 수는 색칠공부를 하고 있고, 홍이는 방 한쪽 구석에 보리아기그림책을 쌓아놓고는 한권 후~딱 보고는 동전통에서 100원을 꺼내 사랑의 빵 저금통에 집어넣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순간, 어찌나 화가 나던지 "임지홍, 엄마 화 올라와." 했더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빤히 쳐다본다. "임지홍, 넌 책 왜 보는데, 돈 모을려고?" 했더닌 이녀석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도 끄덕거린다.  "단지, 돈 모을려고 책 봐?" 했더니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럼, 책 보지마!"하고는 그냥 부엌으로 나와 버렸다. 마침, 그때야 들어온 옆지기는 냉랭한 분위기에 지수한테 이것저것 묻고는 홍이랑 대화를 시작한다. 언뜻언뜻 지홍이의 말소리가 아빠가 "그래서, 지홍이는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물으니 "엄마가 사과해야되!" 한다.

맞다. 어쩜 내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유치원 방학내내 조카녀석들이랑 어울리면서 책도 잘 안 보고, 매일 싸움놀이만 하길래 학교가기전에 요녀석 책 읽는 습관을 들여볼려고 그림책은 글자를 모르면 그림만 보면 되니까 혼자서 책 읽을때마다 100원씩 저금통에 저금을 하도록 유도했었다. 그래서 홍이가 사고 싶은 장난감이 생기면 "지홍이가 돈 모아서 사면 되겠네"라고 말하면서 은근히 책을 읽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2~3개월이 지나니까 이런 병폐가 생긴 것이다. 에구구. 정말 ..........

저녁을 먹고나서, "지홍아, 엄마랑 눈 마주치자" 하도 반응을 안해 억지로 눈을 맞추고 나서 "엄마, 미안해. 하지만 책은 돈 모으라고 보는 거 아니. 뭔가 궁금한 것이 있을때, 아님 그냥 책 읽는 것이 좋아서, 재미있어서 그래서 보는 거. 알안? 그리고, 이 저금통에 돈 모으는 것도 이렇게 한꺼번에 후다닥 모으라고 선생님이 주신 거 아니. 조금씩 천천히 모아도 되는 거" 했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 나서, 이녀석 "엄마, 엄마가 마법천자문 읽어주면 안되? 한다." 그래서 "왜?" 했더니 "재미있으니까!" . 내가 졌다. 그래서 오늘은 "만화책은 안되~" 라는 말 대신 신나게 읽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2007-04-0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홍이가 이겼네요??홍이만세~~~~~~~~~~~!!

홍수맘 2007-04-0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어제는 홍이의 완승입니다. ㅎㅎㅎ

소나무집 2007-04-0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빵 저금통, 우리 아이도 가져왔던데
그런 거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불우 이웃 돕기 성금 내라고 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