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홍이의 봄소풍인지랑 아침에 김밥이랑 이것저것 챙긴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홍이의 바지 주머니에 천원을 넣어 주면서 "홍이야, 돈 있다고 친구들에게 말하지 말고, 급할때 써, 알았지?"하고 당부를 하고 학교를 바래다 주었다.

그리고, 2시쯤 학교에 도착한 홍이랑 수를 데리고 가까운 슈퍼에 장보러 갔는데 천원짜리가 모자라 "지홍아, 오늘 아침에 엄마가 챙겨준 천원 안 썼으면 엄마 좀 줘, 계산하게" 했더니 이녀석 계속 말을 한다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한다. 그래서 얼른 만원짜리를 내고 거스름돈을 받은 후 슈퍼밖에서 다시한번 홍이에게 물었다. "지홍아, 아침에 엄마가 혹시 급할때 쓰라고 바지주머니에 넣어준 천원 어쨌어? 잃어버렸어? 아님 누구한테 빼겼니?" 했더니 계속 말을 안한다. "말해, 엄마 화 올라와!" 했더니 그때야 띄엄띄엄 얘기를 한다.

"우리반에 김ㅇㅇ라는 여자애가 있는데 그 친구가 가져갔어" 한다. "그냥? 너 뺏긴거야?" 했더니 "아니, 그냥 준거야".  "왜 그냥 줘. 무슨 말이야, 엄마 못 알아먹크라" 했더니 "빌려준거야" 한다. 그래서, "갚는데?" 했더니 "내일 갚으면 좋을텐데" 한다. 정말 두서가 없다. "너, 친구들한테 돈 있다고 말했어?", "아니, 다른 친구한테만 얘기했어" 한다. "엄마가 돈 있다고 얘기하지 말랬지" 했더니 "다른 친구들도 돈 있다고 얘기했어!" 한다. "아무튼, 엄마가 다른 친구들한테 얘기하지 말고 꼭 필요할 때 쓰라고 한 거잖아!" 했더니 그 이상 말을 안한다.

이 사실은 옆지기한테 얘기했더니 "돈을 챙겨준 네가 잘못이지. 왜 돈을 주냐!" 하면서 나한테 뭐라한다. 아무튼 이래저래 속상하다. 띄엄띄엄 얘기를 해 엄마가 아직도 가닥을 못잡게 하는 홍이한테도 속상하고.....

참, 한가지더 홍이가 월,수,금 방과후 수업으로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는데 수업시간에 컴퓨터 선생님이 잘한 친구에게 착한어린이표랑 비슷한 "비트"라는 스티커를 주는데 이 "비트"를 모아두는 종이도 두 장 있었는데 그것도 그 친구한테 줬단다. 말로는 줬다고 하는데 왜 나한테는 빼았겼다는 느낌이 드는 건지......

에구구,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답이 안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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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4-1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뺐겼으면 안되는데...울 유경이가 반에서 제일 터프한 여자아이라 하니.전 혹여 뺏을까 걱정이..음...

2007-04-13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4-1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ㅋㅋㅋ. 저희 홍이는 너무 물러 걱정인데. 아무튼 아이들이 너무 강해도 걱정, 너무 물러도 걱정, 이래저래 걱정만 많아지는 듯 합니다. ^ ^;;

홍수맘 2007-04-13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감사드려요. 그런얘길 들으면 다행이구나 라는 안도와 함께 행복한 마음이 생긴답니다. ^ ^

마태우스 2007-04-1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앗긴 거 아닐까요.... 아무리 어려도 돈 빌린 건 갚아야죠.... 받았는지 꼭 챙기시길..

홍수맘 2007-04-1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네, 오늘 홍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확인한번 더 해 볼려구요.

BRINY 2007-04-13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어려워요. 물러도 걱정, 강해도 걱정.
남의 거 빼앗으면서도 빼앗는다는 감각도 없는 아이들, 빼앗겼으면서도 제대로 말 못하는 아이들.

2007-04-13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4-1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님>네, 모든게 걱정인 듯 해요.
속삭님>ㅋㅋㅋ 그런 옛 추억이 있었군요. 글쎄, 지혜로운 해결을 제가 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걱정입니다.

소나무집 2007-04-1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깊게 생각 안 하는 거 같아요.
"나 돈 있는데."
"그래? 나 줄래?"
"응, 너 가져."
아마 지홍이도 이랬을 것 같지 않아요?

물만두 2007-04-1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더 잘 알아보심이...

하늘바람 2007-04-1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뺏겼으면 안되는데
혹 그 친구가 좋아서아닐가요?

울보 2007-04-1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다독여주시고 홍이가 엄마에게 말을 할 수있으면 좋으련만,
참 아이들 키우기 어렵지요
홍수맘님 너무 걱정마세요, 별일아닐거예요,,

치유 2007-04-1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오며 자기것 챙겨가지고 올지도 모르니 한번 기다려 보심이..
울보님 댓글처럼 이러나 저러나 홍이가 엄마에게 모든걸 이야기 하게 해주는 게 젤 좋은데 말이죠..그래야 엄마도 해결을 하지요..

홍수맘 2007-04-1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하늘바람님>홍이 말투로 봐서는 그냥 준 것 같진 않아요 ㅜ.ㅜ
물만두님>네.홍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다시한번 차근차근 물어볼려고 하는데 이녀석이 이일땜에 또 스트레스 엄청 받아할까봐 걱정입니다.
울보님>학교를 보내고 나니 더 염려스러운 일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해요.
배꽃님>맞아요. 에구구, 암튼 속상하네요.

미설 2007-04-1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고민될 것 같아요. 일단 오늘 기다려 보시고 영 이상타싶으면 선생님께 상의하는건 아주 부담스럽겠지요-_-;;;;;; 그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노아 2007-04-1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참 신경쓰이는 일이지요. 빼앗긴 것이라면 홍이가 앞으로 학교 생활 할 때에도 그 아이와 계속 마주칠 테니 걱정도 되구요. 그렇다고 섣불리 선생님께 말씀드리기도 좀 그렇고 참 힘드네요. 에고... 전 아직 미혼이지만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요;;;;

홍수맘 2007-04-1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아직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도 좀 그런게 같아서요 ^ ^;;;
마노아님>ㅎㅎㅎ. 저도 홍이가 큰 아이라 이래저래 신경도 쓰이면서 많이 서툴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