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뚱딴지 같이 홍이 녀석이 이 책을 읽어 달랜다. "홍아, 너 이책 글이 많아서 싫다면서" 했더니 "엄마, 갑자기 보고 싶어젼. 한번만 응?" 하는데 안 읽어 줄 수도 없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읽기 시작했다. 이 녀석 처음엔 열심히 듣더니만 나중엔 은근슬쩍 블럭을 갖고 장난을 친다. "지홍아, 책 안 볼꺼?" 했더니 "잘 들으멘!" 한다. '에잇, 모르겠다. 내가 좋으니 쭉쭉 읽어나가야지' 생각하고 계속 읽어내려갔다.
중반을 넣어서고 있는데 이번엔 지수가 한소리 한다. "왜, 오빠 책만 읽어줘? 내 책은 안 읽어주고"한다. 어쩌랴. 알았다고 달래고 홍이한테 지수꺼 먼저 읽어주자고 했더니 흔쾌히 승낙을 한다. 그래서 지수가 가지고 온 책들 몇권을 읽어주고 잘 준비를 하는데 홍이가 은근슬쩍 내 옆으로 와 앉더니 "엄마~. 저~ 나도 조커 써 봐도 되?" 한다.--- 이 책을 사면 부록으로 10장 정도의 조커카드도 같이 준다.--- 순간, 나도 재미있을 것 같아 "좋아, 근데 딱 한장만이다" 했더니 이녀석 금새 조커카드 한장을 쑥 내민다. <용돈이 필요할 때 쓰는 조커>
엥? "지홍아, 너 용돈 필요해?" 했더니 "저기, 낼 저금하는 날이디 나 500원밖에 못 모안. 그래서 엄마가 500원만 더 주면 안되?" 한다. 한편으론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러다가 계속 엄마에게 저금돈 달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해서 단서를 붙였다. "지홍아. 이 조커들 한달에 한번씩만 사용하는 건 어때? 오늘 <용돈조커> 사용했으니까 이번달에는 다신 사용안하기." 했더니 "좋아" 한다. "그러면 엄마가 달력에 적어논다."라고 말하고 홍이랑 큰 달력에 표시를 했다. " 4월 11일, 지홍이 용돈조커 사용"
갑자기, 이 책을 읽어 달라고 할 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
결국, 홍이의 고단수에 내가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