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학교 뒷문을(우리집에선 뒷문쪽이 가까와 입학식 하는 날부터 뒷문만 드나들고 있다.) 나오자마자 "엄마, 알림장에 숙제 인" 한다. 그래서 얼렁 펴 봤더니 어제까지는 선생님의 프린터물이 붙여있던 알림장에 오늘은 5개 항목이나 되는 것을 꾹꾹 연필로 눌러쓴 알림장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우와~. 임지홍 너가 썬? 대단하다이" 했더니 이녀석 대뜸 "아니, 친구가 썬" 한다. 에잉? "왜, 선생님이 칠판에 쓰면 그냥 따라쓰면 되잖아, 지홍이 너 따라 쓰는 건 할수 있네~" 했더니 "아니~. 이거이 컴퓨터로 나와. 컴퓨터로 나오면이 그거 쓰는 건. 나도 2번까지 써신디~ 다 끝나버련." 한다. "그래서 너 친구가 써줬나" 했더니 "응" 한다.
에구구, 지난 겨울이 시장에 있는 간판들 띄엄띄엄 읽기 시작하고, 자기 이름 또박또박 잘 쓰길래 학교 갈 준비는 다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먼저, 아직도 학교는 칠판수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해 버린 내가 문제다. 내가 이것저것 너무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 사태는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바. "지홍아, 엄마 하나만 부탁할께. 저기~. 이거, 알림장 내용 쓰다가 다 못 쓰면 친구한테 써 달라고 하지말고, 나중에 쉬는시간 되면 친구한테 '누구누구야, 알림장 좀 빌려주라. 나 아까 다 못써부난."하고 말행 친구꺼 보고 지홍이가 따라쓰기. 어떵? 할 수 이시크냐?" 했더니 "응, 알안" 한다. 그래도 쉽게 "응"이라고 대답해 주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