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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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퀘어

전학이 싫다. 온 가족이 다 같이, 손때 묻은 가구들이며 모든 가재도구를 싣고 고스란히 옮겨 오는데도 싫었다.
낯선 교실에, 공책겉면에 쓰인 반과 번호를 두 줄로 그어야 하는 것도 싫었다. 저번 학교와 다른 진도와 보조교재들, 그리고 이미 무리 지어버린 아이들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 하며, 누구와 손 잡아야 하는지 눈치봐야 하는 시간들이 배앓이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다 나와 비슷한 외톨이와 눈이 맞게 되면, 그 아이 손을 꼭 잡고 위태로운 전학생활을 시작한다. 조금씩 익숙해지면 기존의 무리들 틈에서 받아주겠다는 너그러운 제안이 들어오고, 냉큼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내가 좀 더 성숙했고 단단했다면, 처음 손을 내밀어 준 외톨이 친구와 계속 우정을 나눌 수 있었을까. 이 친구와 함께 둘이서만? 그러기엔 난 너무 어렸고 두렵기도 했다. 깊어지는 관계가 불편했고 부담스러웠다. 좀 더 평범하고 보편적인 아이들 무리에 서 있고 싶었다. 마음이 맞았지만, 함께 있으면 좋았지만, 불안한 내 마음은 그 우정을 지키기엔 너무나 작았다.

책 속 주인공의 마음을 한 줄 한 줄 따라가면서, 어쩌면 내 마음을 따라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물론 주인공은 뿌리째 뽑혀, 흙까지 탈탈 털렸고 가진 것도 없이 낯선 땅에 섰다.(주인공은 이집트에서 쫓겨난 유대인가족의 일원이다) 그런 그에게 익숙했던 언어들과 공기, 바람과 햇빛은 이제 없다. 유년의 소금기도 친구들도. (그러니 전학따위완 비교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하버드에서 문학을 전공하는 그는 종합시험을 앞두고, 텅빈 캠퍼스에서 공부중이지만 불안하고 외롭다. 그러다 그는 자신이 숨겨놓았던 또 다른 자아같은, 자신의 하이드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칼라지다(칼라지는 튀니지에서 온 아랍인이다).
입도 걸걸하고 궤변을 늘어놓지만, 그와 칼라지의 밑바닥은 닮았다. 불안함과 우울, 그리고 흔들림이다. 그래서 사랑도 삶도 불안하다. 튼튼하지 못한 뿌리로 살기엔, 사랑도 진지함도 버겁다. 칼라지에게도 이 곳은 낯선 곳, 고향을 떠난 그 나이 그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그의 뻔뻔함 뒤엔 상처 입은 사춘기 소년의 모습이 숨어 있다. 간절히 원하기에 경멸하는 미국의 대용량같은 삶, 더 미화되는 고향의 모습들 속엔 돌아갈 곳 없는 두려움이 담겨 있다. 칼라지에겐 그토록 원하는 영주권이 주어질까. 주인공은 그런 칼라지의 모습을 알지만, 그 또한 흔들리고 불안하다. 자신이라는 하나의 몸뚱이도 버겁다. 누군가를 책임지기도, 사랑하기도 힘들다.

찬란했고 아름다웠다던 젊은 시절, 그러나 돌아가긴 싫다. 그 시절 누군가에게 우린 참 잔인했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는 내게 참 잔인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했고 잔인했고 어리석었고 서툴렀다. 그러나 되돌릴 수 없다. 그저 그 시절의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추억을 떠올릴 뿐이다.
( 스콧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읽는 내내 참 좋았다 )

나는 자의식보다 부끄러움을 더 많이,
더 깊이 느꼈다. 수치심은 언제나 내 목숨과 내 영혼을 쉽게빼앗고, 내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 나를 헌 양말 뒤집듯 뒤집어서 내가 결국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보여줄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더 보여줄 것이 없고 나 자신을 더 참아줄 수도 없으며, 다른 모든 사람을 경멸함으로써 못난 내 모습을 만회하려 하는 지경까지 나를 끌고갈 수 있었다. 그는 나를 안다는걸 자랑스러워했지만 나는 그 작은 카페를 나오면 그와 함께있는 모습이 남들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택시운전사였고 나는 아이비리그 학생이었다. 그는 아랍인이었고 나는유대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린 즉시 역할을 바꿔서 살아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활화산처럼 분노를 표출하고 인류 전체에 대해 과장된비난이나 쏟아냈을 뿐 그는 조금도 성장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자신이 성장했다고 생각하거나 성장한 척했다. 우리가 그에게 가할 수 있는 최악의 폭력은 그에게서 열일곱 살 소년을발견하는 것이었다. 그의 삶이 멈춰버린 시기가 바로 그때였다. 그 이후로는 실수와 헛소리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을 뿐이었다.

이 낯선 보스턴을 배경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자니, 오후에 법정에서 잔인성을 발휘할 예정이라 점심 때 웨이터에게후한 팁을 주는 변호사의 모습이 보였다. 아내를 속이고 불륜을 저지른 후가 아니라, 결혼 생활을 파괴시킬 사람을 찾아내기 직전에 아내에게 비싼 보석류를 선물하는 남편의 모습도보였다. 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더는 소명을 믿지 않기 때문에 모두를 용서하는 성직자의 얼굴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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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2-18 20: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하버드 스퀘어, scott님께서 미리 소개해주셔서 알았는데, 벌써 읽으셨군요.
배경이 1977년이라고 들었는데, 우리 나라가 아니니까 잘 모르는 건 비슷할 것 같은데, 내용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소개를 조금 읽어보고 생각해야겠어요.
잘읽었습니다. mini74님, 즐거운 주말,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mini74 2022-02-18 20:46   좋아요 4 | URL
즐겁게 읽었어요 서니데이님 ~ 금요일밤 여유롭게 지내고 계신지요 ~ 서니데이님도 편한 밤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2-18 21: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간절히 원하기에 경멸하는 미국의 대용량같은 삶 , 돌아갈수 없은 두려움과 외로움!
우리나라에 와있는 이주외국인들도 그런 느낌을 받을까요?
계속 여기 체류하기위해 학업을 지속하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ㅠ

mini74 2022-02-18 21:09   좋아요 3 | URL
정치적으로 추방되거나, 희망없는 고향에서 떠나온 이들은 책 속 칼라지처럼 느끼지 않을까요. ㅎㅎ

scott 2022-02-18 2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님이 발췌한 부분들 여러번 읽었습니다!


찬란했고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
며칠 전 미니님이 올려 주신(몇년 전 영상)
영상속에 똘망이의 빛나는 미모를 봤습니다!ㅎㅎ



mini74 2022-02-18 21:28   좋아요 3 | URL
책 참 좋았어요. 밑줄 가득입니다 ㅎㅎ 지금 똘망이는 코 골며 자고 있어요. 이제 조금씩 나이든 티가 납니다 ㅠㅠ

미미 2022-02-18 2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미니님 벌써!! ㅠㅠ
정말 빠르시군요~♡요즘 너무 이책저책 욕심만 앞서고 속도가 안나네요.뒤쳐지는 기분입니다😅

mini74 2022-02-18 23:09   좋아요 3 | URL
읽던 책 놔두고 하버드스퀘어부터 먼저 읽었어요~ 읽다 만 책들이 쌓여있어요 ㅠㅠㅠ ㅎㅎ 저 지금 파워 오브 도그 읽고있어요 미미님 ~ 문장들도 분위기도 넘 좋아요 ㅎㅎ

scott 2022-02-18 23:19   좋아요 3 | URL
미미님

|원데이! ̄ ̄ ̄ ̄ ̄ ̄ ̄ ̄ ̄ ̄ ̄ ̄ ̄ ̄ ̄ ̄ ̄|
리뷰
|기다립니다._________________|
   ᕱ ᕱ ||
  ( ・ω・ ||
  / つΦ

미미 2022-02-18 23:23   좋아요 4 | URL
미니님/파워오브도그 도서관서 빌렸는데 다음에 사놓으려고요. 앞쪽읽다 울었어요ㅜㅜ
스콧님/ 속독이 다시 안됩니다ㅎㅎ 욕심 만땅차서 그런가봐요.(๑꒪▿꒪)*헤헤

기억의집 2022-02-18 23: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앞문장 무한공감입니다. 저는 전학은 아닌데 대학 초반때 딱 미니님 같은 경험을.. 외로운 나를 받아준 친구가 고맙긴 하지만… 나랑 저 잘 맞는 친구들 무리와 어울리면서 배신하는 것 같은 죄책감!!! 결국 학년이 올라 갈 수록 어색해지고… 지금은 거의 안 만나 저의 학번 친구들이 누가 누군지 기억도 안 나지만.. 처음 들어 가 만나 친구만은 기억에 남네요.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ㅁ구준히 만나는 친구들에게 듣긴 했는데 아마 그 미안함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거겠죠!!

mini74 2022-02-18 23:37   좋아요 4 | URL
공감입니다 ~ 저도 그 미안함이 남아 있어요 어릴때라 이젠 소식을 알 수 없지만 잘 살길 바랍니다 ㅠㅠ 어리고 미숙해서 그 시절 생각하면 상처 받기도 했지만 미안한 일들도 많아요 ㅠㅠ

페넬로페 2022-02-18 23: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벌써 읽으셨네요
기대되는 책이예요~~

mini74 2022-02-19 09:55   좋아요 4 | URL
두근거리며 읽었고 감동하며 덮었습니다 ㅎㅎㅎ

독서괭 2022-02-19 02: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학 좀 다녀본지라 무척 공감이 됩니다. 전학이 아니더라도 학년 올라갈 때마다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반에서 새로운 ‘절친‘을 찾을 수 있을까?하는..
스콧님 페이퍼에서 본 이 책을 미니님도 읽으셨군요! 굉장히 분위기 쓸쓸할 것 같습니다..

mini74 2022-02-19 09:58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도 전학 다녀보셨군요. 태어난 곳에서 쫓겨나 다시 갈 수 없다는 건 참 ㅠㅠ 쓸쓸하고 또 주인공 투어 ㅎㅎ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2-02-19 06: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학도 안해봤고, 시골학교라 한 반으로 6 년을 다녀 반애들이랑 두루 친했었기에 내성적인 저에겐 내가 내성적인 성격인 줄 모르고 지내다 중학교 들어가 반이 바뀐다는 낯선 경험을 사춘기 들어갈 때 겪었던지라 정말 난감하고,우왕좌왕 하면서 신학기가 힘들었던 경험이 떠오르네요?
중고등도 시골학교라 서로 잘 아는 사이고 허니 저흰 눈치 작전이 그리 심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딸 아이들 학년 바뀔때마다 친구 사귀기에 고민하며 눈치 작전 얘기 들으면 헐~~하곤 하죠ㅋㅋㅋ
아..저도 대학 들어가 그 눈치 작전 해보려 했었는데 여학생들도 몇 안되기도 했었고, 그때 그 나의 베프한테 찍혀서...ㅜㅜ
나랑 성격이 넘 안맞는 거 같아 살짝 발 빼려고 딴친구 무리에 슬쩍 발 담그려고 하면 이 친구 눈치 채고 날 잡으러 와서....ㅜㅜ
그래서 졸업할 때까지 그 친구에게 잡혀 질질 끌려다녔었네요ㅋㅋㅋ 졸업하고도 계속 연락하는 베프가 되긴 했지만, 그땐 정말 부담스러웠거든요. 애가 너무 산만하고, 와일드해서ㅜㅜ 암튼 초딩 때나 중고딩 때 만났었다면 저도 바로 그 친구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을텐데... 20 살 넘어 만나면 그 관계가 또 맘 먹은 것처럼 안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조금은 미숙하고 어려서 상처를 줬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성격이 안맞다는 것을 서로가 깨닫지 못한 어린 시절이었고, 또 그것대로 흘러가는 것도 순리였을지도 모를 일 아니었나?싶어요.
제 대학 와일드한 베프 생각을 종종 하는데 딱 20 살에 만났기에 베프가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더 어릴 때 만났더라면 정말 쳐다도 안봤을??ㅋㅋㅋ

mini74 2022-02-19 10:05   좋아요 4 | URL
제가 원하던 학교모습인데요 ㅎㅎ 저흰 15반?까지 있는데다 저학년땐 오전반 오후반도 있었어요. 나중에 오전반 오후반은 없어졌지만요. 정신없고 애들은 많고 ㅠ 초등때 전학을 4번 정도 다녔는데 제가 한 소심해서 한동안 우울하곤 했어요. 나무님께 와일드한 친구라니 ㅎㅎ 저도 대학때 저랑 정반대의 친구를 만나긴 했었어요. 원래 대학은 소주 마시러 오는데라며 ㅎㅎ 지금은 조신하게 살고 있어요 그 친구 ~

coolcat329 2022-02-19 07: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이 당연히! 스콧님 글인줄 알고 읽다가 중간에 ‘스콧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라는 부분에서 헉! 놀랐습니다.
하바드 스퀘어 표지만 보고 바로 스콧님이 떠올랐나봐요.
미니님 읽으셨군요~ ‘좀 더 평범하고 보편적인 아이들 무리에 서 있고 싶었다‘ 이 문장에서 순간 멈췄네요. ㅠㅠ
안드레 애치먼 문장이 감각적인거같아요.

mini74 2022-02-19 10:07   좋아요 3 | URL
그죠. 저도 이 책 표지보면 매번 스콧님 떠오릅니다. ㅎㅎ문장도 좋고 ㅠㅠ 주인공 성격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어요 ~

새파랑 2022-02-19 08: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신작을 벌써 읽으셨군요. 역시 속독왕 미니님~!! 저는 가능하다면 돌아가보고 싶습니다 ㅋ 리뷰보니 저도 곧 읽어야 할거 같아요. 내일은 서점 투어나 해야겠습니다 ^^

mini74 2022-02-19 10:08   좋아요 4 | URL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새파랑님~~ 서점 투어 조심히 즐겁게 다녀오세요 ~ 부럽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02-19 14: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심으로 읽고 있습니다.

선 덧글 후 감상으로 갑니다.

아까워서 바로 읽지 못하고
뭐랄까 야금야금 띠어 먹고
있는 중입니다.

mini74 2022-02-19 14:25   좋아요 3 | URL
읽으면서도 아까운 맘~ 알 것 같습니다 ~ 다 읽고나니 좀 허전해요 매냐님. ㅠㅠ

희선 2022-02-22 0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학한 적 있는데, 그냥 지냈군요 저는 그것보다 새학년이 되는 게 더 힘들었어요 반이 늘 바뀌니... 친한 친구도 없었지만, 친구를 사귀면 학년이 바뀌면 다 멀어져서... 이런 것도 고향을 떠나고 다른 나라에 간 것에 경주면 별거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때는 그게 힘들기도 하죠


희선

mini74 2022-02-22 17:26   좋아요 0 | URL
새학기 전학. 전 막 악몽도 꾼 거 같아요 ㅎㅎ *^^*
 
이순신의 바다 - 그 바다는 무엇을 삼켰나
황현필 지음 / 역바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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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희망이 있어야 의병도 일어선다


최악의 임금을 뽑는 조사에서 항상 우위를 다투는 왕은? 선조와 인조가 아닐까 한다. 둘 다 끔찍한 전쟁 속으로 백성들을 몰아넣었다. 그 중에 최고봉은 선조가 아닐까.
전쟁 중에 백성들을 버리고, “죽더라도 천자의 나라에 가서 죽겠노라”며 명으로의 망명을 시도하고, 이순신이란 명장을 질투로 죽이려 했으며, 의병장 김덕령에게 말도 안되는 죄명으로 죽게 한 이다.
임진왜란의 중심에는 이순신이 있었다. 식량을 해상로로 보급받으며 치고 올라가려한 일본의 계략을 막은 것도 이순신이었으며, 전쟁의 마지막에도 그가 있었다.
역사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거나 덕후인 이에겐 조금 싱거울 수 있는 책이다.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들일 수도 있고, 자주 봐왔던 무기들과 사진들, 지도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중간 중간 덜 알려진 전투들에 대한 설명들과 마지막에 이순신의 자살설이나 은둔설등에 대해 반박한 부분들이 좋았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부산포해전>이다. 부산포는 왜구의 본진으로 약 500여척의 배가 지키고 있던 곳, 이 곳에 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양자인 도요토미 히테카츠는 이순신이 공격하자, 그에 대한 두려움과 충격 등으로 화병에 걸려 사망한다. 1592년 음력 9월 1일 대승을 거두었고, 이 날을 기리며 양력으로 환산해 10월 5일이 부산 시민의 날이 되었다고 한다.
(김시민 등도 일본에선 두려움의 대상, 그래서 김시민은 모쿠소~ 두꺼비를 타고 일본 정벌하러 오는 모습~ 란 존재로 남아있다고 한다.)


이순신의 승승장구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곳곳에서 의병들이 일어났고, 순왜인들(일본에 협력)도 돌아왔다. 이런 이순신의 공에 두려움과 질투를 느낀 이가 바로 원균이다. 그는 이순신의 전략에 참여했지만, 뒤에 숨어있다가 왜구의 목을 잘라 수급을 챙기는데만 급급했다. 그리고 이심전심이라고 해야 하나, 원균과 한마음같은 선조 또한 이순신이 반갑지 않았다. 결국 사돈지간인 윤두수와 원균의 짝짝꿍으로 “장문포왜성을 선제공격하자”란 장계가 올라오고, 선조는 승인을 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병사들 또한 군량미와 식량 조달을 위해 추수를 하러 떠났고, 왜성(계속되는 내전으로 일본은 왜성을 쌓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 왜성만 쌓는 전문기술자집단도 있었다. )은 너무나 견고해서 수륙에서 함께 합동작전을 펼쳐도 어려울 판이었다. 그럼에도 이순신은 경험이 부족한 이들을 데리고 참여하였고, 후에 류성룡 등의 반대읍소로 장계는 거두어진다.
그 후 요시라 라는 이중간첩에 의해 “대마도를 건너오는 가토 기요마사를 요격하라”는 명령이 내려지지만, 가토가 언제 오는지 그리고 대마도와 부산 사이엔 섬이나 함대 정박지도 없어 거의 불가능한 임무였다. 결국 이 임무에 따르지 않는다 하여 이순신은 잡혀 올라오고, 원균이 삼도수군통제사가 된다. 이순신은 온갖 고문을 당하게 되고, 선조는 그를 죽일 작정이었고 류성룡도 이순신 살리기에 포기상태였다. 그때 정탁이 이순신을 살려야 임금인 선조가 더 돋보일것이란 글을 올려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 정탁은 선조의 심리를 이용한 것 ) 원균은 이순신이 작전을 회의하던 곳에 기생을 들이고, 온갖 악행을 저질러 탄핵이 빗발치지만 선조는 그를 감싸고, 결국 칠전량 전투에서 대패로 원균은 목숨을 잃는다. 이 칠전량 전투로 다시 사기가 오른, 그리고 바닷길을 차지하게 된 일본은, 휴전을 접고 정유재란을 일으킨다. 그리고 일본은 남해와 전라도 등 일대의 백성들을 처참하게 살육했다. 이 시기에 죽은 백성들, 그들의 베어나간 코와 귀는 무덤을 이루었다.(수급을 위해 목은 무거우니 처음엔 귀를 베게 했다. 조선인 남자들은 귀를 뚫어 장식을 했기에 왜구와 구별이 가능, 그러나 두 쪽을 베어 둘을 죽였다고 속이는 일이 있자, 코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도 일본에는 귀무덤 등이 있고, 불교계 등에서 모셔오기도 했다.) 조선인구의 절반이 전쟁으로 기아로 죽어나갔다.
백의종군한 이순신은, 명량해전에서 1:133척으로 맞붙는다.(대부분의 배들은 칠전량에서 침몰하고 불타 배설이 도망가면서 챙긴 12척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 12척도 뒤에 숨어 있었기에 첫 시작은 이순신장군의 배 1척과 왜구 133척의 싸움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스스로를 미끼로 쓴 것 ) 11척은 뒤에서 도망갈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이순신이 빠른 물살 속에서 잘 견디자 두 척이 다가왔고, 그 후 다른 배들도 합세헤서 12:133척으로 대승을 거둔다. (경상우수사 배설은 탈영하여, 전쟁이 끝난 후 고향에서 잡혀 사형당한다.)
명량해전의 참혹한 패배 후, 일본은 이순신의 본가와 아산의 마을을 불태웠고 이 때 이순신의 아들 이면 또한 적장 셋을 죽이며 싸웠지만 죽임을 당한다.

명나라 수군 진린이 뇌물을 좋아하고 욕심이 있음을 알고, 오히려 극진하게 대우하고 수급을 나눠주는 등으로 신의를 얻는다. 그 후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마지막까지 왜구를 처단하다 전사한다.

노량해전에서 고니시는 도망갔고, 시마즈는 겨우 탈출한다. 결국 두 가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인 어린 히데요리를 지키기 못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을 차지하게 된다. 시마즈 가문은 살아남아 훗날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며 정한론을 펼쳐, 강화도 조약을 맺는데 큰 역할을 했고, 지금도 일본의 극우세력으로 남아 있다.
진린가문은 명 멸망시 조선으로 이주, 광동 진씨로 집성촌을 이루며 살았다고 한다.


엄격했다. 부하들과 힘을 모아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조총을 연구해서 우리만의 조총도 만들었다. 노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장계를 올릴 때 그들의 공도 꼭 기록하려 애썼다.
혹독한 훈련 아래, 무겁고 힘든 노를 저으며, 전쟁의 공포에 맞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운 수많은 이름없는 민초들, 그들을 이끈 것은 본인에게도 똑같이 엄격했고 죽음 앞에 먼저 나선 이순신의 공정과 정의로움이었다.


( 화폐 속 인물들을 보면서 웃었던 적이 있다. 덕수 이씨 이순신, 덕수 이씨 이이, 그의 어머니 평산 신씨, 진성 이씨 이황, 전주 이씨 세종대왕, 왜 이렇게 이씨가 많은가, 이씨 종친회에서 뭐라도 한건가 왜 벼와 학만 빼고 다 이씨인가 였다. 그 당시에는 오만원권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성리학을 숭상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500원이 지폐였을때 이순신장군과 거북선이 그러져 있었는데, 어느 순간 500원은 동전이 되면서 학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것도 궁금하다. 왜 이순신은 학에게 밀린걸까 )

원균이라는 사람은 원래 거칠고 사나운 하나의 무지한 위인으로 당초이순신과 공로 다툼을 하면서 백방으로 상대를 모함하여 결국 이순신을 몰아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았다. 겉으로는 일격에 적을 섬멸할듯 큰소리를 쳤으나 지혜가 고갈되어 군사가 패하자 배를 버리고 뭍으로 올라와 사졸들이 모두 어육이 되게 만들었으니 그때 그 죄를 누가책임져야 할 것인가. 한산(칠천량)에서 한 번 패하자 뒤이어 호남이 함몰되었고 호남이 함몰되고서는 나랏일이 다시 어찌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시사를 목도하건대 가슴이 찢어지고 뼈가 녹으려 한다.
《선조실록 1598년 4월 2일, 사관의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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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7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7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7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7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7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2-17 18: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학익진 때문에 500원 짜리 동전에 학이 나온거 아닐까요? 😅 이순신제독의 일화는 언제나 감탄입니다~!!

mini74 2022-02-17 18:48   좋아요 6 | URL
앗 그럴수도 있겠어요 새파랑님 ㅎㅎ *^^*500원 지폐였을땐 참 큰 돈차럼 느껴졌었는데 말이죠 ㅠ

미미 2022-02-17 18:3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아 미니님~♡ 마무리로 웃음을 주시다니ㅋㅋㅋㅋ이건 무슨 전술인가요ㅋ진지하게 읽다가 기습당한 기분인데요? 🙄 (학아 왜그랫니..)
저도 전주 이씨라고 갑자기 고백을 해봅니다ㅋㅋ 귀무덤,코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살벌하게 잔인한 민족ㅠㅠ뭐 전쟁이란 그런것이겠죠?!🤧

mini74 2022-02-17 18:50   좋아요 6 | URL
조선왕족 집안이신건가요 ㅎㅎ 전 조선남자를 귀걸이 한 걸로 판별했다는게 참 신기했어요.~ 그죠. 학이 왜 그랬을까요 ㅎㅎ

singri 2022-02-17 18: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 삽화가 아주 세밀하네요.

mini74 2022-02-17 18:52   좋아요 6 | URL
지도랑 진격방향 등이 잘 그려져 있어서 보기좋았습니다 *^^*

페넬로페 2022-02-17 20:0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순신장군이 그냥 우리나라를 살렸다고 해도 말이 될 것 같아요~~
인플레이션으로 10만원짜리 지폐가 나온다면 혹시 이순신 장군이 거기로? ㅎㅎ

mini74 2022-02-17 20:04   좋아요 8 | URL
앗 그렇게 깊은 뜻이 ㅎㅎㅎ 군사관련 전법 등으로 외국에서 더 알아준다고 하더라고요. 예전 외국인이 이순신만화를 펴내서 놀란 기억이 납니다 ㅎㅎ *^^*

scott 2022-02-17 22:32   좋아요 5 | URL
찬성 🖐^^
합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2-02-17 20:21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화폐에 이씨가 왜 이리 많으냐구요?
생각해보지 못했었는데 정말 그러네요?
저도 이씨지만, 화폐에 올라가지 못한 경주 이씨라 그저 남의 집 얘기로만 들립니다ㅋㅋㅋ
외가가 전주 이씨이긴 한데...울엄마 어릴 때 뻑하면 어디 왕족의 핏줄에 덤비느냐고!!!ㅜㅜ
박정희 대통령이었나? 옛날에 민심 얻는다고 짜한 종친회 높여 줬었다는 얘기를 어르신들께 들은 것도 같고?????
그나저나 1:133 척!!!!!! 정말 우린 조상들 중 가장 감사해야할 사람이 이순신 장군 같단 생각이 드네요^^

mini74 2022-02-17 20:35   좋아요 6 | URL
경주 이씨 ~ 백사 이항복 오성과 한음 집안 아닙니까 ㅎㅎ 전 예전에 일제강점기 어디 누구네서 족보를 사셨냐고 작은할아버지께 깐죽거리다가 세뱃돈 천원! 받는 대참사를 겪고 인생을 배웠지요 ㅎㅎ

대장정 2022-02-17 20:43   좋아요 5 | URL
ㅎㅎ 한음 이덕형은 광주이씨🗯🤚~~☆☆

mini74 2022-02-17 20:44   좋아요 5 | URL
앗 오성만요 ㅎㅎ 대장정님은 광주 이씨 ?! 두 분의 조상님이 그 유명한 개그콤비이신건가요 ㅎㅎ

대장정 2022-02-17 22:14   좋아요 6 | URL
ㅎㅎ 아뇨. 우리나라 최고 간신이라 일컫는 任士洪. 任士洪 집안은 대를이어 부마가 된 당대(성종, 연산군) 최고의 권세가. 任士洪 자신 또한 2번의 과거 급제, 문과 3등 급제할 정도로 수재이며 시, 서예로 이름을 날리고, 중국어에 능통. 후대 사림파들에 의해 너무 가혹하게 평가 받은 인물입니다. ~~☆☆. 문과급제자수 23위, 인구수 대비 7위(한영우 교수님의 출세의 사다리 과거 중)

scott 2022-02-17 22:32   좋아요 5 | URL
대장정님 현!빈 이신데 ㅋㅋㅋ

대장정 2022-02-17 22:35   좋아요 5 | URL
ㅠㅠ 이런. 스콧님! 잊어버리시지. 제가 정신이 나갔군요ㅠㅠ

서니데이 2022-02-17 21: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엔 김씨, 이씨, 박씨가 많지만, 본관이 다르면 동성동본이 아니고 다른 집안이긴 해요. 거기까지 생각하면 성씨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있을거예요.
오래전이지만, 이순신 장군 충렬사 가본 적이 있어요. 잘 기억나진 않아요.
mini74님, 오늘 날씨 많이 춥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mini74 2022-02-17 22:33   좋아요 5 | URL
특이한 성도 많더라고요 ㅎㅎ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밤 편하게 보내세요 ~~

독서괭 2022-02-17 21: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이순신 장군은 그 수모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애쓴 거 생각하면 진짜 위인이란 생각이 드네요. 대단합니다.
학에 밀렸다니..!! 벼와 학 빼고 다 이씨라니 생각 못 해봤네요^^;;

mini74 2022-02-17 22:34   좋아요 6 | URL
난중일기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저도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 독서괭님 편한 밤 보내세요 ~

scott 2022-02-17 22: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니님의 이순신 장군 리뷰 읽다가
김-이-박에서 ㅎㅎㅎㅎㅎ
임란에서 나라를 구한 위인들도 김-이-박이 많네유 ^ㅅ^

대장정 2022-02-17 22:40   좋아요 5 | URL
박씨는 어느분이 계실까요? 지식이 짧아 박씨 떠오르는 분이 ㅠㅠ

그레이스 2022-02-17 22: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500원 지폐 기억이 안나는데 그 안에 도안까지 기억하시는군요. 우와

mini74 2022-02-17 22:56   좋아요 4 | URL
혹시나 해서 사진첩에 얼마전까지 한 장 곱게 간직하고 있었거든요 ㅎㅎ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안나요 ㅋㅋ 물론 돈은 될 거 같지 않습니다 그레이스님 ~ ㅠㅠ

희선 2022-02-18 02: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돈에 들어간 사람이 거의 이씨였다니 몰랐습니다 오백원 지폐에는 거북선이 있었군요 학에 밀렸다는 말을 보고 조금 웃었네요 새파랑 님 생각대로 학익진일까요 저때 많은 사람이 일본으로 끌려가기도 했지요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하잖아요 귀와 코를 베어가다니... 일본 사람 잔인하네요


희선

mini74 2022-02-18 10:01   좋아요 6 | URL
정말 전쟁은 잔인하죠 ㅠㅠ 그때 끌려간 도공 이삼평이 일본에선 도자기의 신? 비슷하다고 들었어요 *^^*

대장정 2022-02-18 11:26   좋아요 4 | URL
이삼평은 공주사람으로 추모비가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에 있어요. 지금은 6차로 도로확장공사로 최초위치에서 좀 옮겨졌지요~~☆☆

페크pek0501 2022-02-19 1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순신의 새로운 면모를 느꼈던 책 같아요.
공을 세우는 사람이 있으면 꼭 시기심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요. 나라가 흥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중요한 지점에서도 자기 안의 질투와 시기심에 갇히고 마는 사람.

mini74 2022-02-19 12:54   좋아요 4 | URL
전시에 수 많은 백성들이 죽어가는데도 자기안의 시가와 질투를 더 중시여기는 모습에 분노가 막 치밀었어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2-02-19 14: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서관에 가면서 빌려다
볼라구 그랬는데, 인기인지
죄다 대출 중 예약선반이네요.

요즘 너튜브도 열심히 보고 있
답니다.

mini74 2022-02-19 14:24   좋아요 2 | URL
이 분 인기가 많더라고요.~ 전 읽고 아이에게 넘겼습니다 *^^*
 
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 - 그럼에도 사소하지 않은 나의 일상에 대하여
사치 코울 지음, 작은미미.박원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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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밤 엄마는 살포시 내 손을 잡으며 지금이라도 싫으면 말하라고, 모든 걸 해결해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결혼식 전 날 들뜬 새신부에게 그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 날 밤 엄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네 인생의 마지막 sos란 느낌으로 ㅎㅎ 작가의 엄마는 우리 엄마와도 닮았다. 주로 주걱이나 집개 혹은 냄비뚜껑으로 위협하시던 모습도 닮았다 ㅎㅎ
사치 코올은 브라만계급 힌두교 인도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다. 태어난 곳은 캐나다지만 짤랑거리는 인도식 팔찌와 친척들 그리고 유색인으로서의 다름을 겪으며 자랐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녀의 집은 작은 인도다. 그녀의 몸 또한 인도식이다. 백인 주류 흉내를 내보려 하지만 그건 그녀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외면하고 자신이 받은 따스함을 부정할만큼 백인주류집단도 그리 멋지진 않다.
여성이다. 인도계다. 보편적 예쁨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낯설고 소수다. 그러니 입 닥치고 조용히 고개 숙이며 살라고? 그녀는 그럴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녀 몸에서 끊임없이 자라는 인도식 뻣뻣한 털들이, 아빠가 물려준 독특한 유머 감각이, 두고 볼 수없는 불합리함이 그녀를 싸우게 한다.
책제목처럼 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위해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글을 쓸 것이다.

뉴욕의 내 아파트에서는 다른 소리가 난다. 고양이가 밥그릇 긁는 소리, 앞문 잠기는 소리, 이불 정리하는 소리. 이런 소리들은 느낌이 다르다. 내게 위안을 주지 않는다. 내 것이고, 내책임하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모님 집에서 들리는 소리는부모님의 것이다. 그 집에 있으면 모든 것이 괜찮고, 영원할 것이며, 안전할 거라고 약속하는 듯한 바로 그 소리 말이다.

삽질 쇼핑 투어 동안 들어간 가게에서마다 우리가 거친 필수 코스가 있다. 머리도 안 들어가는 옷, 머리는 들어가지만 어깨가 안 들어가는 옷, 그리고 머리와 어깨는 간신히 들어가지만 가슴에 걸려서 날 마치 유방이 네 개 달린 여자로 보이게 하는 옷. 피팅룸에서 이 세번째 옷을 입고 나올 때마다 엄마가 드러내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여서, 그 실망감을 병에 진공 포장한 다음 이민자 출신 엄마를 그리워하거나, 자기를 슬픈 표정으로 쳐다봐줄 흰머리 아줌마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면 돈 좀 벌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엄마가 말하길, 아빠는 이 요상한 모자를 한번 써보시겠어요 하는 식으로 캐나다 이민을 엄마에게 정중히 청했다고 한다. 엄마는 이 염병할 미친놈이 지금 나보고 여기저기 얼음이랑인종차별이 똘똘 뭉친 나라로 가자고 하네 대신 이 모자 한번써볼까?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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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2-16 21: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책이 있다뇨! 장바구니로 쏙 담아갑니다! 내용도 읽고 싶지만 제목도 너무 좋네요 >.<

mini74 2022-02-16 21:31   좋아요 5 | URL
넘 유쾌하게 읽었어요. 이 분 제모 이야기 백미입니다 ㅎㅎㅎ

singri 2022-02-16 21: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호호 제목이 일 했네요;;;재밌겠어요.

mini74 2022-02-16 21:36   좋아요 5 | URL
작가님이 무지 솔직하고 ㅎㅎ 웃으며 읽었습니다 ~

미미 2022-02-16 21: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저희 엄마는 주로 빗자루로 공격하시곤 했는데 제가 위기 상황에 ‘빗자루로 맞으면 3년 재수없다‘고하자 접으셨어요ㅎㅎ
저도 제목에 한 표를 보탬니다!!ㅎㅎ🤭

mini74 2022-02-16 21:58   좋아요 5 | URL
ㅎㅎ어머님들의 무기에 대한 창의력 ? 이란 대단하지 않나요. ㅎㅎ 아님 손에 잡히는대로? ㅎㅎ 미미님 순발력 👍 ㅋㅋ

페넬로페 2022-02-16 22: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의 엄마는 나이가 많으신데도 한번도 자식에게 체벌을 가하지 않으셨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주인공의 단호한 전진이네요^^
속이 뻥 뚫릴것 같아요^^

mini74 2022-02-16 22:15   좋아요 7 | URL
ㅎㅎ 전 제일 웃겼던게 때밀다가 때 많다고 엄마가 등짝을 ㅎㅎ 근데 다섯 놈 등 밀려면 화딱지 날만도 하실거 같아요 ㅠㅠ 때많다고 맞은게 제일 서러웠어요 ~ 읽다보면 작가분 이야기에 공감하며 막 응원하게 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2-16 22:23   좋아요 6 | URL
ㅋㅋㅋ
미니님 어릴 때 엄청 신나게 노셨나 봐요?? 애들 땀 많이 흘린 날 때 많이 나오잖아요??^^

scott 2022-02-16 22:26   좋아요 6 | URL
제 생각에 페넬로페님과 형제분들이 순등이여서 사랑의 매가 필요 없었던 것 같습니다 ^^

mini74 2022-02-16 22:30   좋아요 6 | URL
나무님 저 숨만 쉬는데 지금도 때 많아요. 밀어주는 이들마다 보람있다고 좋아해요 ㅎㅎㅎㅎ

페넬로페 2022-02-16 23:31   좋아요 5 | URL
다른 형제들은 순한데 저는 한고집이 있는 사람이라 엄마가 그냥 포기하신 듯 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2-16 22: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목이!!!!ㅋㅋㅋ
결혼식 전날 살포시...지금이라도 싫으면??
왜 해필 결혼식 전날에??ㅋㅋㅋ
그래도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지는 대화네요^^

mini74 2022-02-16 22:29   좋아요 6 | URL
나중에 언니한테 듣기로 ㅎㅎ 몰래 사주를 보셨는데 돈이 안 보인다고 ㅋㅋ 그랬다네요 ~

책읽는나무 2022-02-16 22:54   좋아요 5 | URL
돈만 생기면 책을 다 사버리신 건 아니죠???ㅋㅋㅋ

scott 2022-02-16 22: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주걱!집게!냄비! 뚜껑이라뇨 ㅎㅎㅎ
등짝 스매슁!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사랑의 매는 전부 부엌 기구에서!


mini74 2022-02-16 22:31   좋아요 4 | URL
칼 아닌게 어딘가요 ㅎㅎ스콧님 ~ 대신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전에~ 뭐 이런 협박은 안 하셨어요. ㅎㅎ 단지 힘이 지배할뿐 ㅎㅎ

거리의화가 2022-02-16 22: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정말 멋지신데요? 사실 결혼이라는 게 저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지금에와서 생각하면^^;) 가끔 솔로로 살았으면 어떨까 생각해보긴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어땠을까요? 저희 어머니는 제가 사귄 기간이 길었어서 얼른 결혼해야 한다고 종용하신 편이었답니다.

mini74 2022-02-16 22:50   좋아요 5 | URL
화가님 연애기간이 기셨군요. ~ 저도 가끔 그 날밤 엄마 말에 넘어갔다면 어땠을까 하다가도 저 아프다고 소고기 사와서 구워주는거 보면 또 괜찮다 싶고 그래요 ㅎㅎ 제가 먹는거에 약해요 화가님 ~~

새파랑 2022-02-16 23: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캐나다는 미국이든 브라질이든 소수로 사는건 언제 어디든 힘든거 같아요 ㅜㅜ 그래도 굴하지 않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mini74 2022-02-16 23:34   좋아요 4 | URL
익명성이 가능한 인터넷에선 혐오가 더 심하더라고요 ㅠㅠ 그렇지만 작가가 우울하지 않게 풀어내서 좋았어요 ~

독서괭 2022-02-16 23: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미니님 어머니 결혼식 전날 그런 말씀을 해주시다니.. 멋져요!! 저희 엄만 절대 안 할 말인데요 ㅋㅋ 저는 나중에 딸이 결혼한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염병할 미친놈 ㅋㅋㅋ 작가님 입담이 상당해 보입니다^^

mini74 2022-02-16 23:36   좋아요 5 | URL
작가님 넘 웃겨요. 옷 사이즈, 제모 가족이야기 모두 즐겁고 찡~ 하기도 하고 ㅎㅎ 작가분이 유쾌합니다 ~

희선 2022-02-17 0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다 죽겠지만 살았을 때 즐거워야죠 죽는다고 다른 거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을 듯합니다 인도 사람으로 인도에 사는 게 나을지 캐나다에 사는 게 나을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하네요 인도에 사는 것도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인도에 한번 가면 또 가고 싶다고 하지만...


희선

mini74 2022-02-17 06:55   좋아요 3 | URL
작가의 아버지도 인도란 나라 그리우면서도 싫어서 떠나온 곳, 애증의 관계인듯 합니다. 살 곳은 못 되는 듯해요 ㅎㅎ

기억의집 2022-02-17 09: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 인용구 그리고 미니님의 결혼식날 어머님의 말씀으로 이 책 검색해보니.. 매력적이네요. 번역가도 작은 미미라고 해서 ????? 궁금했는데 미미시스터즈의 미미군요. 줌파 라하리의 소설 생각나기도 합니다~

mini74 2022-02-17 09:20   좋아요 3 | URL
저도 번역하신분 보고 혼자 웃었어요 ㅎㅎ 인도를 좋아하는 분들이 번역을 하셨더라고요. 라하리 소설 느낌 납니다 *^^*

그레이스 2022-02-17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항상 느끼는거지만 미니님 어머니 멋있으세요!^^

mini74 2022-02-17 23:02   좋아요 2 | URL
울 어머님께 전해드리면 무진장 신나하실거예요 고맙습니다 그레이스님 *^^*
 

다양한 초상화들이 소개된 책이다그림도 크고 글자도 크고 시원시원하다.

 중에서 라파엘전파의 여인들 목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파엘전파는 라파엘 이전으로 돌아가자며 아카데미 학파에 반기를  19세기 젊은 화가들의 그룹이다.

 대표격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그룹은 요란한 연애사로도 유명하다.

 중에서 신비한 아름다움을 가졌던 엘리자베스 시달은 처음엔 밀레이의 모델이었다모자점에서 재봉사로 일했던 시달을 모델로 밀레이는 <오필리아> 그렸다그런 시달에게 눈에 반한 이가 바로 로세티이다그는 시달을 그렸고시달에게 시를 바쳤으며 결국 결혼에 성공한다그렇지만 로세티는  흥미를 잃었고시달에겐 정신적 사랑을육체적 사랑은  당시 매춘부였던 패니 콘포스와 혹은 윌리엄 홀먼 헌트의 모델이었던 애니 밀러와나눴다유산에 거기다 로세티의 바람기로 우울증에 시달은 아편에 손을 댔고결국 32살에 요절했다(아편팅크를 마시고 자살했다).   죄책감으로 시달의 묘지에 자신의 시집을 넣었고훗날  시집을 파냈다는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니까시달을 베아트리체로 그린그림은 실상 시달에게 바치는  묘비와 다름없다고 한다

그런 시달 또한 재능있는 화가였다그녀의 그림은 따스한 색감으로 가득하다.


 로세티가 그린 그림 중에 알렉사 와일딩을 모델로 그린 <레이디 릴리트> 그림이 있다.


릴리트는 아담의 전처다처음 남자와 여자를 같이 만들 아담옆에 있던 인물이다그녀는 독립적이었고아담이 남성상위체위를 요구하자 그를 걷어차 버리고 나가버린다그래서 아담의 갈비뼈로 순종적인 여인을 만드니 바로 이브다.

아담에게 순종하는 대신신과 아담을 버린 여자그녀는 아담보다 뱀을 총애했다. <미드라시>에선 뱀과 간통하여 수많은 악마의 아이들을 낳았다그래서 바빌로니아에서는 다산의여신으로 추앙받기도 했다그렇지만  릴리트는 밤의 여인으로 폄하되었고부엉이가 트레이드 마크인 복수와 재앙의 여신이 된다아이가 죽어도 역병이 돌아도 릴리트의 탓이 것이다.

탐욕과 재앙의 근원인 릴리트가 유혹적이 모습으로 머리를 빗고 있다그녀 주변의 꽃들도 심상치 않다디기탈리스는 변덕을 흰넝쿨장미는 관능적 사랑을양귀비는 잠과 망각을 의미한다.

 시대 남자들은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여성상을 원했다그러나  여성이 주체가 되어선안되는 것이다유혹하되 욕망은 가지지 않은 여자가 그들의 이상향이었다.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이 금지된 것은 욕망하는 여자였기 때문이라고.

 


로세티는 윌리엄 모리스의 아내인 제인 모리스와도 불륜관계였다제인 모리스는 마부와세탁부의 딸로상류층인 윌리엄 모리스와는 세계가 달랐다그러나 둘은 결혼을 했고제인 모리스는 빠르게 상류층의 문화를 습득했다 이야기에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바로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이란 이야기가 있다.

 


결국  시대 남자들에게 여성은 유혹하는 존재이나 욕망은 없는그리고 자신들이 빗어낸조각일 뿐이었다모델로서 뮤즈로서 남성의 창의성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스스로 창의적예술가가  수는 없는 존재. ( 그토록 아름다운 여인들을 그리던 르누아르는 여성 예술가들을 다리가 다섯개 달린 괴물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시달의 그림을 보면 애잔한 마음이 든다 시대의 남성들처럼 제대로 교육을받고 그림을 배웠다면 어땠을까그저 어깨너머로 혹은 연인의 도움으로 조금씩 배우며 그저 취미로나 치부되면서도 그녀는 붓   행복했을  같다그림   사람의 모습이다정하다그녀가 꿈꾸던 모습이 아닐까서로를 배려하고 따뜻하며 부드러운 사랑.

그런 그녀의 그림에 비평가 러스킨이 관심을 표한다로세티의 모델이 아니라 화가 시달이  있었을텐데사랑과 삶의 배신이 그녀를 자살로 몰아간 것이다. 시달이 이브가 아닌 릴리트였다면 어땠을까 


그 사람의 얼굴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동양화와 달리 반짝이는 서양의 눈동자들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을 닮았다. 세상을 비추면서 자신을 보여주는 눈동자들을 들여다보면, 숨길 수 없는 마음들이 보인다. 서 있는 자세, 뒷모습들 모두 그 사람을 보여준다. 가난한 어깨, 낡아가는 머리결, 감추려 해도 드러나는 몸의 선은 그 사람의 삶을 닮기도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초상화를 보는 것은, 어쩌면 그의 삶을 엿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 엘리자베스 시달의 그림을 보면서, 그녀가 꿈꾸었을 다정함과 화가에 대한 소망을 가만히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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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2-11 18:3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시집을 줬다 뺐다니 너무하네요 그것도 고인에게서!! (줬다 뺏는거에 민감한 사람ㅋ🖐)
그리고 관능적이고 유혹적이면서도 수동적이길 바랬다는 여성상에 그저 웃음이 납니다.ㅋㅋㅋㅋ
시달이 릴리트같은 성격이었다면 로세티때문에 죽지도 않았을테고 로세티가 바람나기전에 바람났을것 같아요ㅋㅋㅋㅋㅋ미니님 덕에 미술에 점점 친숙해지고 있어요^^♡

mini74 2022-02-11 18:41   좋아요 6 | URL
ㅎㅎ줬다 뺏는거에 저도 엄청 민감합니다. 저희집 똘망이도 ㅎㅎㅎ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이 다르게 보이더군요. 저도 뭐 어쩌라는건가 싶었답니다 ㅎㅎ ~ 미미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2-02-11 19: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릴리트라는 아담의 전처 얘기가 흥미로워요. 그 시대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여성에 대한 태도가 암담했네요, 특히 모델들요 ㅠㅠ

mini74 2022-02-11 20:24   좋아요 5 | URL
뭔가 시대를 앞서가고 깨여 있어야 할 예술인들조차 여성에 대해서는 편협해 보여서 ㅠ 좀 그렇지요 ㅠㅠ 릴리트 멋지지 않나요 ㅎㅎ

새파랑 2022-02-11 20:3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로세티가 그린 릴리트 그림 멋지네요. 그런데 개차반이었군요 ㅎㅎ 시달의 그림도 대단하네요. 모델도 하고 그림도 잘그리고 재능이 이었는데 아쉽군요. 그리고 역시 그림천재 미니님 ^^

mini74 2022-02-11 20:42   좋아요 4 | URL
릴리트 ㅎㅎ멋지죠 새파랑님 *^^* 시달이 참 안타까운거 같아요. 천재 함부로 쓰시면 아니되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새파랑님 *^^*

희선 2022-02-12 0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달은 모델 하면서 그림을 그렸군요 그걸 더 살리지... 시대가 안 좋아서 그러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네요 카미유 클로델도 생각납니다

미니 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mini74 2022-02-12 09:47   좋아요 4 | URL
그죠. 시달이 로세티에 휘둘리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ㅠㅠ 희선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바람돌이 2022-02-12 03: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로세티 낭만적인 이름과 다르게 진짜 개차반, 하기야 저 시대나 지금이나 저런 남자들이 어디 한둘이었겠어요. 전 로세티의 그림은 별로 안좋더라구요. 뭐랄까?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열망이 너무 과하달까? 그의 그림에는 진짜 여자는 이래야 된다는 어떤 강박같은게 보이지 않나요? ㅎㅎ

mini74 2022-02-12 09:49   좋아요 4 | URL
저도 좀 ㅠㅠ 본인 욕망이 드러나서이지 않을까요 ㅎㅎ 베아트리체같으면서 릴리트같은 , 그래서 결혼하고도 육채적은 누구랑 정신적사랑운 누구랑 같은 삐삐 소리를 했겠지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2-12 07: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릴리트가 어쩌면 최초의 페미니즘 여성의 시초??ㅋㅋㅋ
여자의 욕망이 과했다고 폄하되다니!!
역병의 원인과 모든 재앙의 여신이라니..ㅜㅜ
모든 시선은 남성 중심인데 이브도 그런 결과일 수 있겠군요.🤔🤔
그런데 전 올려주시는 그림들 감상하면 매번 딴 생각을??? 아...릴리트의 탐스런 머릿결!!!!!!
머리숱이 굉장히 많~~~ 여신의 최대 덕목은 바로 머리숱이 많아야 하는 것이었어!! 깨달았어요ㅋㅋㅋ

mini74 2022-02-12 09:51   좋아요 4 | URL
ㅎㅎ 색이 보면 꼭 붉은빛이 돌죠. 빨강머리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참 길었던거 같아요. 저도 저 머리결 탐나요 나무님. 옛날 여자들은 수백번의 빗질로 관리했다고 하는데 전 수백번 빗질하면 집안 가득 머리카락으로 넘치지 않을까요 ㅎㅎㅎㅎ

잠자냥 2022-02-12 0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 님 진짜 그림에 관한 페이퍼 쭉~~ 열정이 대단하세요!

mini74 2022-02-12 09:52   좋아요 2 | URL
요 근래 계속 그 쪽으로 꼬리를 물고 읽게 되네요 ㅎㅎ 소설 쌓아놓은거도 읽어야 되는데 말입니다 ~~

scott 2022-02-12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니님이 들려주시는 다정한 초상화 이야기 책 장바구니로 😃짠돌이 앱퀴즈 어서 날려다오😄

그레이스 2022-02-13 2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시대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 기준이 있었나봐요
다른 모델인데도 이 얼굴과 비슷한 초상화를 많이 보게되요^^
모리스의 레드 하우스와 제인의 불륜으로 받은 상처는 너무 안타까웠어요.ㅠ

mini74 2022-02-14 11:11   좋아요 2 | URL
가끔 동물의 왕국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ㅎㅎ 비슷한 이미지의 모델을 선호한 듯 분위기가 닮은 거 같아요. *^^*

서니데이 2022-02-14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그림의 모델이 밀레이의 오필리아와 같은 사람이었어요? 작가가 달라서 그런지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오필리아는 누워있는 인물이 사진처럼 생생한 느낌이고, 이 그림 속에서는 머리카락 등 외곽선부분이 밝게 보여서 역광의 느낌이 느껴지네요.
작가의 작품설명을 읽다보면 개인사를 읽게 되는데, 행복하지 않은 인생의 결말이 아쉽습니다.
잘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하루 되세요.^^

mini74 2022-02-15 15:49   좋아요 2 | URL
개인사를 알고 그림을 보면 조금 더 그림에 까까워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서니데이님 항상 고맙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2-15 1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진진.... 잘 읽고 갑니다. ^^

mini74 2022-02-15 15:49   좋아요 3 | URL
페크님 고맙습니다 ~

서니데이 2022-02-16 0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조금 늦었지만, 오늘(15일)이 정월대보름이라서
보름달 사진 찍어왔으니, 구경오세요.
올해도 건강하고 좋은 한 해 되세요.^^

mini74 2022-02-16 20:4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고맙습니다 ~ 서니데이님도 건강하고 좋은 한 해 되시길 *^^*

기억의집 2022-02-16 07: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몸은 어떠세요? 몸살끼 있다는댓글 읽었어요 미니님 요즘 잘 안 들어오시길래 책하고 유튜브 준비하고 계시는 줄 알었네요. 윌리엄 모리스의 아내와도 불륜이었다는 게 눈에 확 띄네요.저 때는 사교계가 왕성해서인지.. 진짜 불륜이 일상화 된 것 같고… 기독교 나라에서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는 문구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 당하는… 간혹 알라딘에서 모리스굿즈 나올 때마다 굿즈의 모리스 패턴이 너무 별로여서 아쉬웠는데… 모리스 벽지 가격 알아봤다가 고가의 고가여서 놀랬어요!!!

mini74 2022-02-16 20:4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이제 좀 괜찮아요 ㅎㅎ 모리스 벽지며 그 시대의 패턴들은 정말 고가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03-08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mini74 2022-03-08 19:2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그레이스 2022-03-08 1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mini74 2022-03-08 19:25   좋아요 2 | URL
부끄러워요 ㅎㅎ

새파랑 2022-03-08 19: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막상 미니님 당선 축하를 못드렸군요 ㅋ 소설 그림 역사 유투버 천재 미니님 축하드려요 ^^

mini74 2022-03-08 19:25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이 천재. ㅠㅠ ㅋㅋ 고맙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3-08 1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미술사 하면 또 미니님!!!!
탐스런 머릿결이 인상적였던 그림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아~~울 미니님도 만세!!!^^

mini74 2022-03-08 19:25   좋아요 3 | URL
나무님도 만세 ~ ㅎㅎ 한번 더 고맙습니다 ~

미미 2022-03-08 1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아트리체 2관왕 축하드려요 미니님!!😍 미니님의 이 아름다운 리뷰 찜!

mini74 2022-03-08 20:17   좋아요 1 | URL
아이고 부끄러워요 ㅎㅎ 미미님 넘 고맙습니다 *^^*💕❤️

가필드 2022-03-08 2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미니님도 당선되셨네요 축하인사가 늦질 않게 도착하길 바래요 💐🌺🌸🌼😊

mini74 2022-03-08 20:17   좋아요 3 | URL
이모티콘 넘 곱습니다. 고맙습니다 가필드님 💕

bookholic 2022-03-08 2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mini74 님의 이관왕, 축하드립니다~~~^^
두 배 즐거운 대선일 되세요!~~

mini74 2022-03-09 09:24   좋아요 0 | URL
북홀릭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고맙습니다 ~

독서괭 2022-03-09 0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2관왕 축하드려요~^^ 저에게는 이제 미술,하면 미니님!

mini74 2022-03-09 09:24   좋아요 1 | URL
앗 그런 부끄런 ㅠㅠㅎㅎ 고맙습니다 *^^*

희선 2022-03-09 0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 님 또 축하합니다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mini74 2022-03-09 09:25   좋아요 1 | URL
저도 또 감사합니다 ㅎㅎ 희선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thkang1001 2022-03-09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mini74 2022-03-09 16: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못생긴 여자의 역사
클로딘느 사게르 지음, 김미진 옮김 / 호밀밭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못생겼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 이 문장을 만나는 순간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뱅글뱅글 도는 도수 높은 안경과 커트머리,구부정한 어깨와 언니들이 물려준 크고 낡은 옷을입은 바싹 마른 명태? 같은 모습의 나였다. 여고라도 예쁜 아이들은 남달랐고 눈에 띄었다. 아예 대놓고 예쁜 애들은 예뻐서 봐준다며 체벌도 차별하던 영어 샛길같은 넘도 있던 시절이었다. 그 때 단짝이랑 같이 남고 여고 연합 동아리를 들었는데 일년에 한 두 번 만나 행사같은 걸 했었다. 작고 귀엽고 보조개도 있던 단짝 옆에서, 나는 정말 존재하는 않는 이였다. 투명인간? 뭐 친구에게 쪽지 좀 전해달라는 요청은 많이 받았다. 아빠는 예쁜건 중요하지 않다고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을 쌓으라고 하셨지만, 결국 내 콤플렉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안경을 벗고 콘텍트 렌즈를 끼고 주변에서 못생기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나서야 좀 나아졌다. 타인의 시선은 거울이었고, 수치심이었고, 부끄러움이었다. 아무리 내면을 돌아보라고 해도 그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왜 쉽지 않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바비 인형의 완벽한 몸매, 동화책 속의 아름답고 착한 공주들, 온갖 매체의 주인공들은 아름답고 이상적인 몸매를 가졌다. 그 오랜 세월을 그렇게 보고 자라고 듣고 자랐다. 추한 쪽은 악이었고, 노파였고, 마녀였다. 추함은 동화책 속에선 풀 수 있는 저주였고, 현실에선 풀 수 없는 저주였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시대를 나눠서 추함을 이야기한다.
1부는 이브의 원죄로서의 추함이다. 아담을 유혹하고 죄를 만들어낸 이브였기에, 여성은 그 자체로 추함이었다. 아름다운 여자도 결국은 오물주머니에 불과하다. 못생긴 여자는 화장을 통해 기만과 사기를 일삼는다. 추한 여자는 전염병같은 존재이다. 생식능력도 없고, 혼종교배같은 모습에 방탕하며 상스런 몸가짐을 가진다. 대표 추녀는 노파와 마녀다. 늙은 몸은 결핍과 상실을 보여준다. 늙어서 젊어 보이려 애쓰는 것은 특히나 조롱의 대상이 된다. 늙음 또한 이브의 원죄이기에, 남성의 늙음보다 여성의 늙음은 더 추하고 쓸모없다. 철학자나 의사와 작가들은 여성은 추하고 악한 존재라며, 마녀란 이름으로 자행된 여성 살해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면엔, 여성안의 남성성에 대한 혐오가 담겨있다고 한다. 순종하지 않고, 남성이 만들어 놓은 질서를 깨는 이들은 추녀이며 마녀인 것이다.
또한 여성들만의 여성들 사이에서만 전해 오던 민간요법이나 약초 등에 대한 의술과 지식을 의사와 성직자들은, 무식한 여성들이 알 수가 없다며 결국 악마에게 배운 것이라며 처벌했다.
 

“사람들의 병을 고쳤건, 독약으로 죽게 했건 백성을 보살피고 치료한 것은 그들이었다. 원하는 아이라면 세상에 태어나도록 돕고, 원하지 않는 아이라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도록 돕는다. 교회는 그 같은 선택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그 힘을 이유로 그들을 화형시킨다.”98페이지
 

2부는 자연의 결함으로 추녀가 생겨났다고 한다. 여성의 질병과 장애는 바르지 못한 식습관과 태도 때문이며, 기형아는 엄마가 공상을 많이 해서라고 한다. 기득권들은 혈통의 퇴행을 막기 위해 건강한 여자가 필요했다. 국가는 출산정책에 개입했고, 아름다움과 모성, 건강, 등을 미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니 그런 국가정책 등에 부합되지 않는 노처녀와 과부나 수녀 등은 추녀가 되었다. 모든 병의 근원은 자위로, 특히 여성의 자위는 우울증과 피부 발진, 노화를 앞당겨 추녀를 만들었다고 믿었다. 과도한 자위에는 클리토리스를 절제하기도 했다. 특히 남성에 반기를 드는 여성문인등을 일컫는 ‘파란 스타킹’은 조롱의 대상이었다. 칸트는 지적이고 숭고한 일은 오로지 남성만이 할 수 있으며, 여성의 지적 능력은 그저 잘난체하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했고, 루소는 여성이란 오로지 남성만을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시대의 추녀는 남성이 정한 역할에서 벗어나려 한 반란녀, 페미니스트 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추함을 여성의 노력이 부족하고 태만해서라고 주장했다. 결국 추녀라 조롱하며, 그 조롱의 원인이 여성 자신들에게 있음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여성에게 추함은 부끄러움이며 수치심이며, 조롱과 멸시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예쁜 여자는 멍청하고, 똑똑한 여자는 못생겼다. 결국 여성은 늘 불완전하다는 말이다. 예쁜 여성이 중요한 직책에 있을 때 실력이 아니라 윗사람에게 꼬리를 친 결과라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여성에게 있어 괜찮은 외모는 역설적으로 핸디캡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성공을 열정의 결과로 보기보다는 유혹의 능력으로 보는 것은 아름다움과 지능이 양립될 수 없다는 아주 오래된 여성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151페이지
 

3부에서는 아름다움의 의무에 대해 다룬다. 현재 못생김은 게으름과 무능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아름다움은 의무가 된 것이다.
미의 기준도 바뀌었다. 과거의 하얗고 창백한 일하지 않는 여성의 얼굴이 아니라, 이제는 구리빛의 활동적이며 스포츠를 즐기는 생동감있는 피부를 보여줘야 한다. 그럼에도 실제로 구리빛인 유색인종의 피부는 아름답지 않다. 미의 제국주의로, 흑인여성들은 위험한 약물들로 피부를 탈색하고 곱슬머리를 피고자 노력한다. 흑인들은 스스로의 피부색이 불결하고 냄새나는 것이란 제국주의의 사고방식에 세뇌돼자신들의 정체성을 거부한다. 비만은 비난의 시선까지 받는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타인들의 시선에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의 가능성을 부정하여 ,추한 것 이외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추하다, 뚱뚱하다 그러니 나는 미움받아 당연한 존재라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고통받는다.
늙어감 또한 마찬가지다. 노년 특히 노인여성의 성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여자이며 열정을 가졌음에도, 인자하고 온화한 노년여성의 모습을 지켜야 한다. 노년남성의 활력찬 모습은 칭송받는다. 그들의 연애와 사랑은 그럴 수 있지만, 노년여성의 사랑과 성은 외면한다.
현재의 비만과 추함은 가난과도 연관이 있다. 가난한 이들에겐 피부를 관리할 여유도, 질 좋은 음식으로 식단관리를 할 힘도 없는 것. 그들은 자꾸만 더 상처받고 밀려간다. 또한 추함과 혐오는 발을 뻗어 인종적 민종적 편견과 분쟁을 만든다.

 

추함의 기준은 기득권들의 도구였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제도를 벗어나는 이들은 추녀가 되었고, 폭력의 대상이 되었다.
자연스레 늙어가는 과정조차, 여성들에겐 죄악이다.
타인의 거울앞에 서기보단, 자신의 거울 앞에 서길 바라지만 그건 쉽지 않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여성의 외모 등에 대한 편견은 참 느리게 변한다.
 

“고대 시대부터 중세 시대에 이르기까지 존재 자체의 추함, 신체의 추함,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권위에 불복하는 삶의 방식의 추함으로 여성의 추함은 완성된다.” 101페이지

 ( 표지그림은 16세기 벨기에 화가 크벤틴 마시스가 그린 ‘못생긴 공작부인’이다. 그녀는 늙고 추함에도 누군가를 유혹하고 있다. 열정에 들떠 장미를 들고 유혹하는 노파는 허영과 추함을 의미한다. 늙은 여인의 열정은 조롱거리며 멸시의 대상이었다)

추함의 낙인은 여성에 이어 이민족, 유대교와 같은 종교 공동체에까지 확대되게 됩니다. 추함의 기준은 점점 더 정교해집니다. 피부색을 예로 들어보면,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유색 인종 여성의 자리는 너무나 미미합니다. 유색 인종 여성은 하얀 피부를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중적인 폄하의대상이 됩니다.

오랫동안, 아름다운 외모에, 순종적이고, 정숙하며, 착한 아내이자 너그러운 어머니인 이성애자가 이른바 "정상적인" 여성이었다. 그와 다른 여성들은 온전한 여성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예를 들어, 마녀, 노처녀, 동성애자, 지적인 여성,
여성 혁명가 등은 시대를 초월해 모두 가정과 사회의 질서에도전했기 때문에 추한 여성으로 인식되었다. 달리 말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회는 여성에게 남성의 기대에 늘 부응하는육체이기를 요구한다. 그러한 질료가 되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순수한 정신의 고양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거식증은 여성의숙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중세 시대 말, "유방은 악과 덕이 충돌하는 장소로 [...]색욕을 상징하는 뱀, 두꺼비, 용이 [...] 젖을 빨면 젖이 마르고 변질된다." 자그마한 유방은 아름답지만 , 빈약하거나,
너무 크거나 , "너무 솟아오른 가슴은 추하다. 14세기, 보9392999495카치오는 다음과 같이 쓴다. "늘어지게 내버려 두면 구멍 뚫린 유리병처럼 가슴은 비고 말라 비틀어져 배꼽까지 내려갈것이다. 어쩌면 프란체스코회 수도사처럼 유방을 마치 후드96처럼 어깨 뒤로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 궁정문학 속의 귀부인들과 각종 종교화 속에 재현된 성모 마리아의 가슴은 작았다. 그와 다르게 생긴 가슴은 악의 상징으로 간주되었다.

마들렌느 라자르Madeleine Lazard‘에 따르면 마녀란사회적인 공포가 집약된 존재였다. 남성에 비해 더 오래 사는여성의 늙어가는 몸, 서서히 죽어가는 그 몸을 지켜보는 것은사회의 전체 구성원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자위를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여러 처방의 부적절성이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였다. 관련하여 몇몇 의사들이 징계와 처벌을 받기도 했다. 예로, 1867년
"클리토리스 절제술로 이름이 높았던 영국 외과 의사 베이커61브라운은 런던산부인과협회로부터 제명"을 당한다. 그 후비인간적인 시술은 중단되었지만 "18세기, 학문과 규범은 하나가 되어 일종의 권력을 만들어냈고 그 권력은 역설적으로그 지식을 가진 사람을 지배했다. 지식은 권력의 결과였을 뿐62만 아니라 권력이 작동되는 조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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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2022-02-09 19:52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3부. 현재 못생김은 게으름과 무능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ㅠㅠ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네요

mini74 2022-02-09 19:56   좋아요 9 | URL
김도 잘생김 을 더 좋아하는 이 더러운 세상 ㅎㅎㅎ 죄송해요 왜 이런 개그가 하고 싶을까요 ㅠㅠ 이 책 읽고 좀 분노했습니다. ㅠㅠ

미미 2022-02-09 20:2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영어 샛길ㅋㅋㅋㅋㅋ미니님 저 샛길 너무 무서운 곳 같아요!!! 근거없는 낭설들은 왜 전파력이 쎌까요? 잘생긴 남자에겐 해당안되는 예쁜여자 머리나쁨설! 칸트나 루소가 요즘같은 인터넷,미디어 시대에 저런 말을 했다면 과연 무사했을지 의문입니다. 최소한 계란테러당했을듯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02-09 20:32   좋아요 7 | URL
샛길들이 참 많죠 ㅎㅎ 계란보다 전 왠지 추종자들 거느리고 유투브 하며 슈퍼챗을 끌어모으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2-02-09 20:33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안경 벗으면 미녀로 변신하는 미니님이군요 ㅋ 저도 샛길에서 피식 했습니다. 외모보다는 내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목과 표지와 다르게 심오한 책이군요~!!

mini74 2022-02-09 20:36   좋아요 7 | URL
예쁘다고는 안했습니다 새파랑님 ㅎㅎㅎㅎ 그러고보니 저 변신물 좋아했습니다. 밍키부터 세일러문까지 ㅋㅋ 쉽게 읽히고 재미있어요 새파랑님. 소설들 인용 많이 되는데 특히 졸라님 책 많이 나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2-09 20: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외모에 대한 편견이 참 느리게 변한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예쁘면 멍청하고 못생기면 똑똑하고. 말도 안되는 편견들이죠ㅡㅡ 저는 렌즈 끼는 건 죽어도 싫어서 안경을 고수하고 있어요;ㅎㅎ

mini74 2022-02-09 20:55   좋아요 4 | URL
전 안경끼는 게 싫은데 노안이 외서 ㅠㅠ 슬퍼요. ㅎㅎ 검은 피부에 대한 편견으로 흑인들이 자신을 부정하는 것도 참 속상했어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2-02-09 20: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칸트, 루소 아저씨들도 시절 잘 만났을 거에요.지금 같은 세상이었음 뼈도 못추렸~ㅜㅜ
외모로 판단되는 세상은 참 나빠요ㅜㅜ

미니님 안경 벗고 미모 찾으신 거에요?
저는 안경 벗음 더 못생겨지는 것같아 안경 아직도 끼고 다녀요ㅋㅋㅋ
외모 판단 나쁘담서 저도 미모 판단하고 살고 있는!!!ㅋㅋㅋ

mini74 2022-02-09 21:10   좋아요 4 | URL
저 안 예쁩니다 ㅎㅎㅎ 안경 도수가 정말 높아서 쓰면 눈이 점처럼 보입니다 작은 점 ㅎㅎㅎ 벗음 조금 큰 점 ㅋㅋㅋ 전 나무님 글 넘 풋풋하고 재미나요 ~ 우리끼리 살짝 비밀리에 각자 예쁜걸로 하죠 ㅋㅋ

기억의집 2022-02-09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저런데,,지금은 더 한 것 같아요. 남자는 옛날에도 젊은 여자랑 결혼 잘 만 했잖어요. 늙은 여자는 싫다는 거겠죠.
미셀 오바마가 오바가 대통령 관두고 젤 먼저 머리 펴는 거 안 하고 그냥 흑인곱슬 머리 유지하는 체로 살고 있다는데,,, 흑인들도 곱슬머리 펴는 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다 하더라구요.

못생긴 공작 부인은… 진짜 어느 순간 추녀의 대명사가 되었네요!!!!

mini74 2022-02-09 21:16   좋아요 3 | URL
흑인들의 외모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큰거 같아요. 흑인바비인형도 나왔다던데 그닥 인기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ㅠ

페넬로페 2022-02-09 21: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결국 미니님, 지금은 미인이시네요~^
ㅋㅋ 농담이고요
그냥 이런 내용은 리뷰의 글 만으로도 열이 나요~~
사실 요즘은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은근히가 아닌 대놓고 미의 기준을 정해져 버리는거죠^^

mini74 2022-02-09 21:24   좋아요 6 | URL
체중, 얼굴크기 등 대중매체의 연예인이 기준이 되는거 같아요. 여자아아들 생리불순 빈혈 등이 많은데 대부분의 사유가 다이어트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ㅠㅠ 그런 이야기 들음 속상합니다 ㅠㅠ

수이 2022-02-09 21: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시대가 진보하고 있는지 그게 사실인지 미디어만 봐서는 알 수 없을 거 같아요, 여전히 미남과 미녀만을 미디어에서는 내보여주고 있고 심지어 이젠 기술의 진보로 인해서 마흔이 넘고 쉰이 넘어도 피부는 젊었을 때보다 더 팽팽해지고 끝없는 몸매 관리로 인해서 나이도 알 수 없게 만들죠. 왜 같이 나이를 먹는데도 그들은 뱀파이어 소리를 듣는지 그 이유를 잘 알면서도 그 눈속임수에 그 젊음에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게 됩니다. 정말 시대가 진보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읽어봐야겠어요, 미니님 덕분에 2월 여성주의 읽기 더 가열차게 나아가게 됐어요.

mini74 2022-02-09 22:01   좋아요 6 | URL
외모와 젊음, 예전보다 더 격차가 생기는 거 같아요 자본에 의해.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외모기준이 권력의 도구가 됨을 보여줍니다. 소설이나 시대의 사건 등을 예로 풍부하게 들어서 쉽게 읽었습니다. 비타님의 가열처고 혁명적인 책읽기 응원합니다 ~ㅎㅎ

얄라알라 2022-02-09 22: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다락방님께서 함께 읽을 책 추가추천 페이퍼 올려주신지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다 읽으시고 리뷰까지 요로코롬 멋지게!!

저는 저자가 인류학+사회학적으로 몸의 문제를 연구한다면서, 적어도 이 저작에서는 문헌조사 위주로 자료를 모은 점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어요.

오늘 <임신 중지>를 재독했는데, 그 책에서도 ˝예쁘고 젊은˝ ˝늙고 못생긴˝ 의 의미를 각 한 단어로 나타내는 언어도 있다면서, 문화적으로 구축된 강력한 연관관계를 지적하더라고요.


mini74 2022-02-10 11:15   좋아요 6 | URL
언어, 문학 쪽 예시들이 많아서 쉽게 읽혔어요. 알라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임신 중지 재독 하신다니 관심이 가요 *^^*

서니데이 2022-02-09 23: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전부터 그냥 못생겼지만, 그래도 불만은 없는데, 거울로 보는 자기 얼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어서 다행인 걸지도 모르겠어요. 외모의 미추로 권리가 제한되지 않는 사회에 살아서 다행이긴 합니다.
mini74님,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2-02-10 11:16   좋아요 4 | URL
우리나라가 여성들이 외모로 받는 스트레스가 아주 큰 나라라고 하더라고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희선 2022-02-10 01: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소설이나 영화에는 잘생긴 사람이 더 많이 나오죠 못생긴 사람은 나쁘게 그릴 때가 많고...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마녀라 했군요 나이 들어도 남성은 괜찮게 생각하고 여성은 안 좋게 여기다니, 이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렇게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겉모습보다는 마음이 중요할 텐데...


희선

mini74 2022-02-10 11:17   좋아요 4 | URL
아이들도 어느 나이가 되면 미추에 민감해진다고 하더라고요. 책이나 매체의 영향이 큰 거 같아요 ~

독서괭 2022-02-10 08: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기형아는 엄마가 공상을 많이 해서라고 생각했다는 데서 😱 아이고야..
애 키우다보니 더욱 미추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나도 모르게 심어주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됩니다. 애들이 본능인 건지 학습인 건지 -둘다일 것 같지만- 예쁜 거에 민감하고 좋아하긴 하더라구요. 책이나 영화 주인공들도 거의 예쁘거나 귀여우니까요.. ㅜㅜ
이 책 담아갑니다~~

mini74 2022-02-10 11:18   좋아요 6 | URL
저 이 책 읽으며 빨간 머리 앤 생각나서 ㅎㅎ 여기서 적갈색에 주근깨는 악마와 사통한 증거로 나오거든요. 거기다 앤은 자타공인 공상의 여왕 ! 화 나는 부분도 많았지만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

가필드 2022-02-10 18: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정성스런 리뷰 감사합니다 ☺️ 리뷰만 읽어도 많이 배우게 되는거 같아요 그런데 화가 많이 나는군요 😡

mini74 2022-02-10 19:44   좋아요 4 | URL
저도 속에서 홧병이 ㅎㅎ 가필드님 댓글도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2-02-10 2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컬링 경기를 생중계로 보고 있는데, mini74님도 보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2-02-10 22:32   좋아요 4 | URL
네~ 서니데이님도 ?! ㅎㅎ 편한 밤 보내세요 서니데이님 ~ 항상 고맙습니다

scott 2022-02-10 2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시선은 거울이었고, 수치심이었고, 부끄러움,,,,,

이런 시선을 갖은 사람들 모두 못난이들, !!
아름다운 외모에, 순종적이고, 정숙한 모습으로 역사에서 학대 당하고 배척 당하고 무시당해야 했던 여성의 숙명은 여전히 sns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 ㅠ.ㅠ

언니들이 물려준 크고 낡은 옷 ㅜ.ㅜ

하지만 막내는 가족 중 누구 보다도 사랑을 듬뿍!(부모님이 형제들 몰래 감춰둔것들 주셨을것 같음요)

미니님 美모는 네버 엔딩!^^

mini74 2022-02-11 07:04   좋아요 4 | URL
ㅎㅎㅎ네버엔딩! 좋은 댓글 감사해요 스콧님 *^^*

그레이스 2022-02-11 06: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를 떠올립니다.
미용성형을 위해 여행오는 나라가 되어버린 이 곳, 외모지상주의! 자본이 부채질하는 또 하나의 우상이란 생각입니다.

mini74 2022-02-11 07:05   좋아요 6 | URL
또 하나의 우상. 우와 그레이스님 맞는 말 같아요. ~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