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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여자의 역사
클로딘느 사게르 지음, 김미진 옮김 / 호밀밭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못생겼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 이 문장을 만나는 순간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뱅글뱅글 도는 도수 높은 안경과 커트머리,구부정한 어깨와 언니들이 물려준 크고 낡은 옷을입은 바싹 마른 명태? 같은 모습의 나였다. 여고라도 예쁜 아이들은 남달랐고 눈에 띄었다. 아예 대놓고 예쁜 애들은 예뻐서 봐준다며 체벌도 차별하던 영어 샛길같은 넘도 있던 시절이었다. 그 때 단짝이랑 같이 남고 여고 연합 동아리를 들었는데 일년에 한 두 번 만나 행사같은 걸 했었다. 작고 귀엽고 보조개도 있던 단짝 옆에서, 나는 정말 존재하는 않는 이였다. 투명인간? 뭐 친구에게 쪽지 좀 전해달라는 요청은 많이 받았다. 아빠는 예쁜건 중요하지 않다고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을 쌓으라고 하셨지만, 결국 내 콤플렉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안경을 벗고 콘텍트 렌즈를 끼고 주변에서 못생기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나서야 좀 나아졌다. 타인의 시선은 거울이었고, 수치심이었고, 부끄러움이었다. 아무리 내면을 돌아보라고 해도 그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왜 쉽지 않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바비 인형의 완벽한 몸매, 동화책 속의 아름답고 착한 공주들, 온갖 매체의 주인공들은 아름답고 이상적인 몸매를 가졌다. 그 오랜 세월을 그렇게 보고 자라고 듣고 자랐다. 추한 쪽은 악이었고, 노파였고, 마녀였다. 추함은 동화책 속에선 풀 수 있는 저주였고, 현실에선 풀 수 없는 저주였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시대를 나눠서 추함을 이야기한다.
1부는 이브의 원죄로서의 추함이다. 아담을 유혹하고 죄를 만들어낸 이브였기에, 여성은 그 자체로 추함이었다. 아름다운 여자도 결국은 오물주머니에 불과하다. 못생긴 여자는 화장을 통해 기만과 사기를 일삼는다. 추한 여자는 전염병같은 존재이다. 생식능력도 없고, 혼종교배같은 모습에 방탕하며 상스런 몸가짐을 가진다. 대표 추녀는 노파와 마녀다. 늙은 몸은 결핍과 상실을 보여준다. 늙어서 젊어 보이려 애쓰는 것은 특히나 조롱의 대상이 된다. 늙음 또한 이브의 원죄이기에, 남성의 늙음보다 여성의 늙음은 더 추하고 쓸모없다. 철학자나 의사와 작가들은 여성은 추하고 악한 존재라며, 마녀란 이름으로 자행된 여성 살해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면엔, 여성안의 남성성에 대한 혐오가 담겨있다고 한다. 순종하지 않고, 남성이 만들어 놓은 질서를 깨는 이들은 추녀이며 마녀인 것이다.
또한 여성들만의 여성들 사이에서만 전해 오던 민간요법이나 약초 등에 대한 의술과 지식을 의사와 성직자들은, 무식한 여성들이 알 수가 없다며 결국 악마에게 배운 것이라며 처벌했다.
“사람들의 병을 고쳤건, 독약으로 죽게 했건 백성을 보살피고 치료한 것은 그들이었다. 원하는 아이라면 세상에 태어나도록 돕고, 원하지 않는 아이라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도록 돕는다. 교회는 그 같은 선택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그 힘을 이유로 그들을 화형시킨다.”98페이지
2부는 자연의 결함으로 추녀가 생겨났다고 한다. 여성의 질병과 장애는 바르지 못한 식습관과 태도 때문이며, 기형아는 엄마가 공상을 많이 해서라고 한다. 기득권들은 혈통의 퇴행을 막기 위해 건강한 여자가 필요했다. 국가는 출산정책에 개입했고, 아름다움과 모성, 건강, 등을 미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니 그런 국가정책 등에 부합되지 않는 노처녀와 과부나 수녀 등은 추녀가 되었다. 모든 병의 근원은 자위로, 특히 여성의 자위는 우울증과 피부 발진, 노화를 앞당겨 추녀를 만들었다고 믿었다. 과도한 자위에는 클리토리스를 절제하기도 했다. 특히 남성에 반기를 드는 여성문인등을 일컫는 ‘파란 스타킹’은 조롱의 대상이었다. 칸트는 지적이고 숭고한 일은 오로지 남성만이 할 수 있으며, 여성의 지적 능력은 그저 잘난체하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했고, 루소는 여성이란 오로지 남성만을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시대의 추녀는 남성이 정한 역할에서 벗어나려 한 반란녀, 페미니스트 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추함을 여성의 노력이 부족하고 태만해서라고 주장했다. 결국 추녀라 조롱하며, 그 조롱의 원인이 여성 자신들에게 있음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여성에게 추함은 부끄러움이며 수치심이며, 조롱과 멸시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예쁜 여자는 멍청하고, 똑똑한 여자는 못생겼다. 결국 여성은 늘 불완전하다는 말이다. 예쁜 여성이 중요한 직책에 있을 때 실력이 아니라 윗사람에게 꼬리를 친 결과라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여성에게 있어 괜찮은 외모는 역설적으로 핸디캡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성공을 열정의 결과로 보기보다는 유혹의 능력으로 보는 것은 아름다움과 지능이 양립될 수 없다는 아주 오래된 여성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151페이지
3부에서는 아름다움의 의무에 대해 다룬다. 현재 못생김은 게으름과 무능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아름다움은 의무가 된 것이다.
미의 기준도 바뀌었다. 과거의 하얗고 창백한 일하지 않는 여성의 얼굴이 아니라, 이제는 구리빛의 활동적이며 스포츠를 즐기는 생동감있는 피부를 보여줘야 한다. 그럼에도 실제로 구리빛인 유색인종의 피부는 아름답지 않다. 미의 제국주의로, 흑인여성들은 위험한 약물들로 피부를 탈색하고 곱슬머리를 피고자 노력한다. 흑인들은 스스로의 피부색이 불결하고 냄새나는 것이란 제국주의의 사고방식에 세뇌돼자신들의 정체성을 거부한다. 비만은 비난의 시선까지 받는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타인들의 시선에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의 가능성을 부정하여 ,추한 것 이외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추하다, 뚱뚱하다 그러니 나는 미움받아 당연한 존재라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고통받는다.
늙어감 또한 마찬가지다. 노년 특히 노인여성의 성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여자이며 열정을 가졌음에도, 인자하고 온화한 노년여성의 모습을 지켜야 한다. 노년남성의 활력찬 모습은 칭송받는다. 그들의 연애와 사랑은 그럴 수 있지만, 노년여성의 사랑과 성은 외면한다.
현재의 비만과 추함은 가난과도 연관이 있다. 가난한 이들에겐 피부를 관리할 여유도, 질 좋은 음식으로 식단관리를 할 힘도 없는 것. 그들은 자꾸만 더 상처받고 밀려간다. 또한 추함과 혐오는 발을 뻗어 인종적 민종적 편견과 분쟁을 만든다.
추함의 기준은 기득권들의 도구였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제도를 벗어나는 이들은 추녀가 되었고, 폭력의 대상이 되었다.
자연스레 늙어가는 과정조차, 여성들에겐 죄악이다.
타인의 거울앞에 서기보단, 자신의 거울 앞에 서길 바라지만 그건 쉽지 않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여성의 외모 등에 대한 편견은 참 느리게 변한다.
“고대 시대부터 중세 시대에 이르기까지 존재 자체의 추함, 신체의 추함,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권위에 불복하는 삶의 방식의 추함으로 여성의 추함은 완성된다.” 101페이지
( 표지그림은 16세기 벨기에 화가 크벤틴 마시스가 그린 ‘못생긴 공작부인’이다. 그녀는 늙고 추함에도 누군가를 유혹하고 있다. 열정에 들떠 장미를 들고 유혹하는 노파는 허영과 추함을 의미한다. 늙은 여인의 열정은 조롱거리며 멸시의 대상이었다)
추함의 낙인은 여성에 이어 이민족, 유대교와 같은 종교 공동체에까지 확대되게 됩니다. 추함의 기준은 점점 더 정교해집니다. 피부색을 예로 들어보면,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유색 인종 여성의 자리는 너무나 미미합니다. 유색 인종 여성은 하얀 피부를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중적인 폄하의대상이 됩니다.
오랫동안, 아름다운 외모에, 순종적이고, 정숙하며, 착한 아내이자 너그러운 어머니인 이성애자가 이른바 "정상적인" 여성이었다. 그와 다른 여성들은 온전한 여성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예를 들어, 마녀, 노처녀, 동성애자, 지적인 여성, 여성 혁명가 등은 시대를 초월해 모두 가정과 사회의 질서에도전했기 때문에 추한 여성으로 인식되었다. 달리 말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회는 여성에게 남성의 기대에 늘 부응하는육체이기를 요구한다. 그러한 질료가 되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순수한 정신의 고양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거식증은 여성의숙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중세 시대 말, "유방은 악과 덕이 충돌하는 장소로 [...]색욕을 상징하는 뱀, 두꺼비, 용이 [...] 젖을 빨면 젖이 마르고 변질된다." 자그마한 유방은 아름답지만 , 빈약하거나, 너무 크거나 , "너무 솟아오른 가슴은 추하다. 14세기, 보9392999495카치오는 다음과 같이 쓴다. "늘어지게 내버려 두면 구멍 뚫린 유리병처럼 가슴은 비고 말라 비틀어져 배꼽까지 내려갈것이다. 어쩌면 프란체스코회 수도사처럼 유방을 마치 후드96처럼 어깨 뒤로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 궁정문학 속의 귀부인들과 각종 종교화 속에 재현된 성모 마리아의 가슴은 작았다. 그와 다르게 생긴 가슴은 악의 상징으로 간주되었다.
마들렌느 라자르Madeleine Lazard‘에 따르면 마녀란사회적인 공포가 집약된 존재였다. 남성에 비해 더 오래 사는여성의 늙어가는 몸, 서서히 죽어가는 그 몸을 지켜보는 것은사회의 전체 구성원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자위를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여러 처방의 부적절성이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였다. 관련하여 몇몇 의사들이 징계와 처벌을 받기도 했다. 예로, 1867년 "클리토리스 절제술로 이름이 높았던 영국 외과 의사 베이커61브라운은 런던산부인과협회로부터 제명"을 당한다. 그 후비인간적인 시술은 중단되었지만 "18세기, 학문과 규범은 하나가 되어 일종의 권력을 만들어냈고 그 권력은 역설적으로그 지식을 가진 사람을 지배했다. 지식은 권력의 결과였을 뿐62만 아니라 권력이 작동되는 조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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