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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움 - 제국-권력의 오만과 몰락
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외 지음, 박종대 옮김 / 말글빛냄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승자의 기록을 넘어선 제국의 멸망사
역사를 보는 시각에서 이데올로기를 배재할 수 있을까? 이데올로기가 무엇을 대변하는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로보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자명할 것이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다.’ 라고 하는 말이 가지는 무거운 의미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역시 이 시대를 좌지우지하는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알게 모르게 자신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기에 자신이 결정하는 많은 일에 있어 그 영향력 아래에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가 역사를 보는 중요한 지점이 된다.
한국의 역사학계도 이러한 범주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로 보인다. 노론사관을 이어받은 식민사관과 자주적 입장에서 역사를 보려고 하는 시각 사이에 충돌이 학계일부의 범주를 넘어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주목받고 있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혼란을 겪게 되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역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제국들의 흥망과 성쇠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제국이 일어나고 수많은 다른 민족과 나라와의 직접적인 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전성기를 누리고 알 수 없는 다양한 이유로 하루아침에 역사에서 사라지곤 했다. 누군가는 끊임없는 권력욕에 의해, 누군가는 향락의 끝자락으로 누군가는 외침에 의해 몰락했다는 등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 모든 시각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제국들의 몰락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으며 승리했던 나라들의 시각을 반영한 기록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어떤 것은 과소평가되거나 또는 침소봉대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다 사라져버린 역사이기에 그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도출하기에는 만만치 않다는 점도 포함되어 더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만들고 있다.
이 책 ‘임페리움 : 제국-권력의 오만과 몰락’은 역사상 가장 위대했다고 이야기되는 세계제국들의 멸망에 주목하고 있다. 임페리움(imperium)은 포괄적, 무제약적 지배권을 의미한다. 영토적으로는 지배권이 미치는 영역일 것이며 영역 내에서는 권력의 지배 대상이 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저자는 제국의 멸망에 대해 살피면서 남겨진 기록이 가지는 한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단편적일 수밖에 없는 사실들을 엮어 가설을 만들고 이것이 그 시대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사숙고 한다. 그래서 때론 지금까지 정설처럼 여겨지는 해석과는 다른 이야기를 내 놓을 경우도 있다. 무엇이 올바른 역사적 해석일지 일단은 판단을 유보하고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저자는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4개의 세계제국들의 멸망의 과정을 따라간다. ‘나일 제국 - 파라오의 권력과 무기력’, ‘페르시아에 몰아친 폭풍 - 세계제국의 치명적인 실수’, ‘한니발 - 카르타고의 승리와 비극’, ‘로마를 둘러싼 논쟁 - 서서히 몰락한 세계제국’ 등이다. 이집트, 페르시아, 카르타고, 로마는 고대 지중해를 중심으로 펼쳐진 서양의 고대사를 일컬을 때 반드시 거론되는 나라들이다.
나일강을 중심으로 고대 문명을 일으켰던 이집트는 클레오파트라 여왕에 이르러 급속한 몰락의 과정을 겪는다. 라일강으로 인해 풍부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집트 문명은 로마와의 관계에서 운명을 맞이한다. 페르시아 역시 로마와의 전쟁에서 패하며 로마를 충격 속으로 내몰았던 과거의 영화로 인해 철저하게 파괴된다. 승자인 로마의 기록에 의해 페르시아 문명이 이룩한 역사는 사라진 것이다. 이집트나 페르시아의 더한 몰락의 경우가 카르타르다. 한니발 장군으로 대표되는 이 제국은 한때 로마 제국을 위기로 내 몰기도 했다. 하지만, 지중해를 중심으로 부를 쌓았던 카르타르는 역사에서 철저하게 사라졌다. 사라진 제국에는 로마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제국 로마의 명말 이유로 퇴폐적인 문화를 예로 들기도 하지만 어떤 제국도 한가지의 이유로 몰락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역사학은 단순히 객관적인 사실과 기록을 나열해서는 안 되고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지나긴 시간 속에 녹아 있는 고통과 간난, 그리고 기쁨까지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 있는 역사가 되고, 역사로부터 배울 게 있다.’
여기에서 한 번 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어떤 이데올로기의 시각으로 역사를 봐야 하는지 선택의 문제가 남았을 것이다. 이 선택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요구되는 시대정신과 부합되는 경우에 그 의미가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