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시간이다. 산을 내려온 안개가 마을을 품는다.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고부터 친숙해진 안개가 이제는 포근함으로 나를 감싼다.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류시화의 시 '안개 속에 숨다'의 일부다. 나무나 벽으로 단절된 숨어듬이 아니라 시간이 허락하는 짧은 동안만의 안위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안개속에서는/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단절이 아닌 소통을 전재로한 숨어듬으로 이해되기에 허락된 시간을 충분히 누릴 마음의 여유가 함께 한다.

아침, 안개 속으로 숨어들어 나를 격리시키기 보다는 그 안개 속에서 주인공인 대상들과 나란히 서고자 한다. 안개가 유지해주는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과 마음 그 사이의 벽을 넘고자 하기 때문이다.

숨어 들어서 벽을 허무는 안개의 시간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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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발'
여름으로 질주하는 숲 가장자리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다. 고개숙인 단정함에서 오히려 이목을 끄는 매력이 있다. 홀로라도 혹은 무리지어 핀 모습이 한없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긴 줄기 끝에 방울방울 달려있는 꽃도 운치를 더한다.


불쑥 솟아오른 꽃대에 손톱만큼 크기의 꽃을 방울방울 달았다. 고개 숙인 꽃에선 꽃술이 살며시 비집고 나온다. 하얀 꽃을 받치고 있는 꽃받침이 꽃처럼 아름답다.


노루발풀은 노루의 발굽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노루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들은 노루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 분포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겨울에도 초록색 잎이 달려 있고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소녀의 기도'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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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 - 욕망으로 피어난 도시
성제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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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출발은 내재된 욕망으로부터

대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형체를 가진 유형의 대상이나 형체가 없는 무형의 대상이나 마찬가지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배경을 살펴 대상의 본질로 접근해 가는 것이 이런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시각을 달리해서 대상을 살펴본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낯설게 보기가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여기에 있다.

 

특히,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지혜를 얻고자 역사를 살피는 시각의 변화로 인해 도출되는 결론은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특정된 대상을 무엇을 중심으로 살피느냐에 따라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정과 그 과정으로부터 도출된 결론은 시각을 달리한 이전의 그것과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성제환의 ‘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는 의미를 갖는다고 보여 진다.

 

‘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는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하는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졌던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기존의 익숙한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 출발점으로 “10세기 후반 인구가 채 1만여 명이 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촌락에 지나지 않았던 피렌체가 어떻게 새로운 르네상스 문명의 발원지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는 점이다.

 

저자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의 중심에는 인간의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의 핵심인 “돈(경제)과 권력(정치)”을 키워드로 헤서 르네상스와 그 중심 도시 피렌체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 교리를 바탕으로 운영된 사회에서 경제활동의 내용과 그 주체들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된 사회를 운영하는 핵심들의 사고방식과 사회운영의 페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교황과 주교의 대립 그리고 그 사이에서 경제적 이익을 챙기며 사회 지배세력으로 성장했던 신흥상인 세력 상호간의 욕망이 가져오는 사회와 정치지형의 변화가 어떻게 문예부흥의 구체적인 문제와 결합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런 맥락으로 이 책 ‘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는 르네상스 문명의 중심지였고 그 문명의 광채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피렌체의 대표적인 르네상스 건축물과 예술품을 7일간의 일정으로 연대순으로 찾아가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중세 말기부터 르네상스의 황혼기까지 그 역사의 주역이라 할 성직자, 토착귀족, 신흥상인, 시민, 인문학자, 공화주의자 등 이들의 이상과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피어난 피렌체 르네상스의 본질로 접근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뛰어난 예술품의 향연장인 피렌체의 역사적 배경을 낯선 시각으로 살펴 그 이면의 새로운 모습을 통해 보다 본질적인 피렌체의 모습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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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을까. 벽오동을 심어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을 날아가는 봉황새를 기다린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잦드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였다 안오시뇨


*김도향의 '벽오동 심은 뜻은'이라는 노래의 첫머리다. 노랫말에도 노래를 부르는 음색에도 애절함이 가득하다.


자유로운 몸짓으로 하늘을 날았다. 날개없는 탓만으로는 다독일 수 없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아득히 높고 먼 하늘을 날아야 비로소 스스로를 가둔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꿈마져 커진 것이다. 꿈이 꿈을 만들어가고 그 꿈 너머의 희망을 부른다.


하늘이 그 간절함에 감응한 것이리라. 이제 오색 비단을 두른 봉황을 타고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을 날아 가자. 날자 한번만이라도 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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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나무
숲길을 걷다가 문득 시선이 멈춘다. 지는 해를 의지해 자신의 존재를 한껏 뽑내고 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햇살을 사이에 두고 눈맞춤한다.


작은 종 모양의 연한 붉은 색의 꽃이 가지끝에 모여 피었다. 꽃술을 감싼 모양이 앙증맞아 한참을 들여다보게 한다. 한옥의 처마끝이 하늘을 향해 살며시 들어올려지듯 다섯 갈래의 꽃의 끝마무리도 아름답다.


까맣게 익는 열매가 블루베리를 닮았다. 향이나 맛에서 블루베리를 능가하는 풍미를 보여 활용도가 높은 나무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국외반출승인대상의 나무로 보호 받는 나무다.


작은 꽃과 열매, 붉게 물드는 단풍까지 우리 눈에 쉽게 띄진 않지만 특유의 소박한 매력을 지닌 나무이다. '추상'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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