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시간이다. 산을 내려온 안개가 마을을 품는다.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고부터 친숙해진 안개가 이제는 포근함으로 나를 감싼다.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류시화의 시 '안개 속에 숨다'의 일부다. 나무나 벽으로 단절된 숨어듬이 아니라 시간이 허락하는 짧은 동안만의 안위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안개속에서는/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단절이 아닌 소통을 전재로한 숨어듬으로 이해되기에 허락된 시간을 충분히 누릴 마음의 여유가 함께 한다.

아침, 안개 속으로 숨어들어 나를 격리시키기 보다는 그 안개 속에서 주인공인 대상들과 나란히 서고자 한다. 안개가 유지해주는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과 마음 그 사이의 벽을 넘고자 하기 때문이다.

숨어 들어서 벽을 허무는 안개의 시간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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