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삼'
노고단을 오르는데 못보던 녀석이 길 아래 숲에서 고개를 쑤욱 내밀고 손짓 한다. 어찌 그냥 지나치랴. 망설임도 없이 비탈을 내려가 눈맞춤 한다. 이렇게 만난 후 때만 되면 여기저기서 자주 만나게 된다.

흰색의 꽃이 뭉쳐서 피었다. 연한 녹색에서 점차 흰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느다란 꽃대는 굳센 느낌이 들 정도니 꽃을 받치기에 충분해 보인다. 녹색의 숲과 흰색의 꽃이 잘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삐쭉 올라온 꽃대가 마치 노루꼬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루삼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한 것은 아닌가 싶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녹두승마라고 부르며 약재로 사용된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숲 건너편에 서 주변을 경계를 하고 있는 노루를 보는 느낌이다. 꽃말은 ‘신중’, ‘허세 부리지 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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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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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

*박준 시인의 시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다. 연달이 읽어 본다. 주춤거리던 행간에서 온기가 전해진다. 슬픔의 단짝은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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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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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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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꽃을 보기 위해 산과 들로 간다. 그 시작을 떠올려 보면 나만의 그럴싸한 이유를 댈 수 있는 것은 없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식물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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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세상살이에 지쳐 있을 때 찾아가면 언제나 환한 미소로 반겨주지만 찾아온 이유를 묻지 않아서 좋았다. 이것은 순전히 내가 식물에 기대는 것이라서 식물들은 어떤지는 모른다.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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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멀어진 내가

세상으로 난 길 쪽으로

한 뼘씩 기울어 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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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조의 '소중한 일'이라는 시에서 만난 이 싯구가 한동안 머리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자꾸만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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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안내한 길을 걷다보니 '세상과 멀어진 내가 세상으로 난 길 쪽으로 한 뼘씩 기울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중심에 산과 들에서 만난 꽃이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꽃으로 난 길을 걷다가 만난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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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만 너무 느리지 않게 세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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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눈을 들어 몇 걸음 앞 허공에서 눈길이 닿았다. 내 속내가 이렇다는 듯 순한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느린 움직임도 멈추고 내쉬는 숨마져도 조심스럽게 가만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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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때와 장소 그리고 그 앞에 멈춘 내가 하나되어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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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지극한 아름다움에 가슴 깊이 묻어두어야만 했던 먹먹함이 몽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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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더부살이

때가 아니었다고 여긴다. 꽃소식을 접하고도 만날 생각을 못하거나 안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서식지를 알 수 없거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그것이지만 무엇보다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더 큰 이유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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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도 마찬가지였다. 일찍부터 소식을 접하였지만 마음을 내지 못하였다. 그러다 문득 올해는 멀지 않은 길을 나섰다. 이제서야 만날 때가 되어서일 것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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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인근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백양더부살이다. "백양더부살이는 쑥 뿌리에 기생하며 볕이 잘 들고 건조한 곳에서만 사는 까다로운 생태를 지녀 전라남도 및 제주도 몇몇 곳에만 분포하는 한국 고유종이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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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풀 사이에서 키을 키운 꽃이 우뚝 솟아 있다. 대부분은 무리를 지어 있지만 간혹 한 두 개체만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제법 튼실한 꽃대에 많은 꽃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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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던 것일까. 화려한 색으로 스스로를 꾸몄다. 한계가 있기에 더 강럴한 의지의 표출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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