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꽃을 보기 위해 산과 들로 간다. 그 시작을 떠올려 보면 나만의 그럴싸한 이유를 댈 수 있는 것은 없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식물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이다.

이런저런 세상살이에 지쳐 있을 때 찾아가면 언제나 환한 미소로 반겨주지만 찾아온 이유를 묻지 않아서 좋았다. 이것은 순전히 내가 식물에 기대는 것이라서 식물들은 어떤지는 모른다.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다.

"세상과 멀어진 내가

세상으로 난 길 쪽으로

한 뼘씩 기울어 가는 일"

*김부조의 '소중한 일'이라는 시에서 만난 이 싯구가 한동안 머리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자꾸만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한다.

꽃이 안내한 길을 걷다보니 '세상과 멀어진 내가 세상으로 난 길 쪽으로 한 뼘씩 기울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중심에 산과 들에서 만난 꽃이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꽃으로 난 길을 걷다가 만난 '사람'이 있었다.

서툴지만 너무 느리지 않게 세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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