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태운다'
스치듯 찰라에 가슴을 파고든 소리가 내내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었다 여기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다시 듣게 되었다. 한번 꽂힌 소리가 그렇게 내 안에 머물렀다. 피리소리가 그 소리다.


그 소리를 배우고자 기회를 엿보았지만 좀처럼 얻지 못했다. 소리에 대한 목마름에 지쳐갈때쯤 우연찮게 지금의 선생님을 만나 비로소 악기를 접할 수 있었다.


피리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서'(리드)다. 높고 낮고, 길고 짧고, 강하고 부드럽고, 무겁고 가볍고, 빠르고 느리고 등ᆢ피리소리의 출발이며 마무리가 여기에 있다. 피리의 음색이 유장하고도 뼈가 있는 듯 묵직하고 단단한 음색의 출발이 바로 이것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서'는 피리의 꽃이다. 이 서는 대나무의 단단함을 이용하여 둥글게 깎은 것을 납작하게 눌러 ‘겹서’로 사용한다. 서양관악기의 리드에 해당한다.


하루 중 극히 짧은 시간을 함께하기에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소리를 만나기 힘들 줄은 알고 시작한 공부다. 하지만, 더디고 마음에 들지않는 소리 진도에 괜히 '서'만 탓하며 애를 태운다.


오늘도 나의 '서'를 바라보는 눈길은 짝사랑으로 붉어지는 그 애달픈 마음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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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
솜털이 보송보송 이미 꽃을 담고 있다. 서둘지않아도 된다. 분홍빛 꽃잎이 햇살처럼 피어나 뜰을 밝혀줄 그날이 곧 오리라. 꽃잎과 열매가 색감이 닮았다. 순천 월등마을 복숭아꽃 피는 날을 기다린다. 도원의 그 꿈을 미리 꾼다.


중국 원산으로 실크로드를 통하여 서양으로 전해졌으며, 17세기에는 아메리카 대륙까지 퍼져 나갔다. 도자(桃子)라고도 한다. 맛은 달고 시며 성질은 따뜻하다. 전세계에 약 3,000종의 품종이 있다고 한다.


초봄에 잎보다 먼저 피는 꽃은 연분홍빛이고 묵은 가지에서 핀다. 열매는 7-8월에 익는다.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과일로 여겨서 집안에는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고, 또한 복숭아를 제사상에 올리면 조상신이 도망간다고 하여 올리지 않는다. 그래도 난 복숭아가 좋아 뜰에 심었다.


'사랑의 노예', '희망', '용서' 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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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뿐하다'
마음의 상태를 반영한다. 무게를 더하는 조건과 상황에서 벗어나 그로부터 영향받지 않음을 말한다. 가볍고 편안하여 부담이 없다. 상황을 전환시킬 준비를 마쳤거나 수고로움을 내려놓아도 좋을 때를 이른 말이다.

모든 준비를 마친 박주가리 갓털의 마음이 가뿐하다. 미세하게 살랑이는 바람에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꿈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자연의 보살핌을 바탕으로 정성껏 살아온 결과다.

정성으로 살아온 하루하루가 겹으로 쌓여 깊이와 넓이를 더했다. 이 깊이와 넓이는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자유로움과 따스함을 스며들게 했다. 마음을 짓누르는 무게를 떨쳐버림으로써 가능해진 일이다. 무게를 벗어버린 자유스러움과 따스함은 마음의 가뿐함에서 발휘된다.

안고 있는 마음의 무게는 마음의 거리를 정비례적으로 반영한다. 박주가리 갓털의 지혜로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 가벼워진다. 그리하여 한층 가뿐해진 마음으로 그대를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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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열매보다 꽃에 주목한다. 기다림의 절정이다. 탐매의 마음이 추위도 거뜬하게 견디게 한다. 매서운 한파가 있어 향기가 더욱 깊다. 매화는 향기를 팔지 않는다. 이제 그 향기를 찾아 나선다.


매화는 꽃을 강조한 이름이다. 열매를 강조하면 매실나무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는 다른 나무보다 꽃이 일찍 핀다. 그래서 매실나무를 꽃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화괴(花魁)’라 한다.


매화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일찍 피기에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라 한다. 아울러 색에 따라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라 부른다.


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향기를 뿜어낸다. '고결한 마음', '맑은 마음'이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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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이'
마음에서 감지하는 그리움의 거리다. 한 순간 닥쳐오는 일일수도 있고, 쌓인 과정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닿고자하는 열망의 간절함과 크기에 비래한다.


"보기에 아슬아슬할 만큼 높거나 까마득할 정도로 멀거나, 기억이 분명하게 나지 않고 가물가물하거나,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분명하지 아니하고 희미하거나"


모두가 물리적 거리를 바탕으로 한듯 보이지만 실은 심리적 상실감에서 얻게되는 가슴시린 감정의 표현이며 의지의 발로이다.


그렇기에 간절함의 열망이 닿고자 하는 마음의 거리는 언제나 아스라하다. 그 아스라함이 있기에 소망하는 바가 크며 오늘을 정성으로 사는 이유다. 그대에게 닿고자하는 내 마음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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