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태운다'
스치듯 찰라에 가슴을 파고든 소리가 내내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었다 여기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다시 듣게 되었다. 한번 꽂힌 소리가 그렇게 내 안에 머물렀다. 피리소리가 그 소리다.


그 소리를 배우고자 기회를 엿보았지만 좀처럼 얻지 못했다. 소리에 대한 목마름에 지쳐갈때쯤 우연찮게 지금의 선생님을 만나 비로소 악기를 접할 수 있었다.


피리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서'(리드)다. 높고 낮고, 길고 짧고, 강하고 부드럽고, 무겁고 가볍고, 빠르고 느리고 등ᆢ피리소리의 출발이며 마무리가 여기에 있다. 피리의 음색이 유장하고도 뼈가 있는 듯 묵직하고 단단한 음색의 출발이 바로 이것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서'는 피리의 꽃이다. 이 서는 대나무의 단단함을 이용하여 둥글게 깎은 것을 납작하게 눌러 ‘겹서’로 사용한다. 서양관악기의 리드에 해당한다.


하루 중 극히 짧은 시간을 함께하기에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소리를 만나기 힘들 줄은 알고 시작한 공부다. 하지만, 더디고 마음에 들지않는 소리 진도에 괜히 '서'만 탓하며 애를 태운다.


오늘도 나의 '서'를 바라보는 눈길은 짝사랑으로 붉어지는 그 애달픈 마음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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