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자리에 든 한줌 볕
시간과 공간에 머물렀던 지난 주말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울긋불긋 다양한 모습으로 여는 창마다 요란하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불타듯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가는 동안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의 흔적 일 것이다. 어쩌면 지나가버린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막바지 겨울로 가는 단풍보다 더 분주한 발걸음으로 더 부산스럽다. 그 시간의 여운이 몹시도 깊어 보인다.


나도, 볕이 잘드는 인적 드문 숲으로 가 이미 떨어진 낙엽으로 포근한 자리에 앉아 미쳐 땅과 만나지 못한 낙엽을 한동안 바라다 보고 싶다. 그것이 여의치않다면 시골 마을 한 모퉁이에 자리잡고 넉넉한 품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벗이 되었을 나무 그늘에 들어 한나절 그 나무의 벗이 되고 싶기도 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온통 머리털이 세어서도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여전히 부끄러운 억새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들길을 서너시간 쯤 걷다 지칠만할 때 돌아오면 좋겠다. 그것도 과분하다면 오후 볕을 깊숙히 끌여들여 오랫동안 품고자 서쪽을 온통 창으로 만든 모월당慕月堂 긴 책장에 기대어 산을 넘는 햇볕의 끝자락을 잡고서 잠시 조는 것으로 대신해도 좋겠다.


느긋한 기다림이라 애써 다독이던 마음에 꽃이 진자리를 밝히듯 한줌 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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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련초'
꽃을 보기 어려운 때라서 이 시기에 까지 피어있는 꽃은 무엇이든 반갑다. 요사이 한가한 틈에 뚝방이나 논둑을 건다가 만나는 꽃들 중 하나다.


흰색의 꽃이 늦가을 바람따라 나풀거린다. 혀꽃은 흰색이고 대롱꽃은 황색이다. 언듯 개망초의 꽃을 닮은듯 하나 그것보다는 가지련하지 못하다. 오히려 자유분방한 모습이어서 더 정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옛날에는 일상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는데 줄기에 상처를 내면 먹처럼 흘러나오는 까만 즙을 약재 또는 염색의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수염이나 머리를 검게 염색할 때 썼다고 해서 먹을 뜻하는 ‘묵’ 자를 붙여 묵한련墨旱蓮이라고도 부른다.


염색과 약재 등으로 유용하게 쓰였던 한련초는 '승리', '애국심', '당신의 마음은 잠겨 있다'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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交情片語中


한마디 말 속에 사귐의 정이 드러난다.


무심히 건너오는 한마디에 진정이 묻어 있다.
웃음 속에 감춘 칼날, 차지만 따뜻한 말.


*명나라 때 사람 장호張灝의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내용을 담은 정민의 '돌 위에 새긴 생각'에 나오는 전각과 그에 관한 풀이다.


*말이 말을 낳고 그 말에 치이는 말이 넘치는 세상이다. 말은 혼자 속내를 쏟아내는 도구가 아니라 뜻과 정을 담아 소통하는 매개이지만 그 뜻과 정을 잃어버린 말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무심한듯 건네는 한마디의 말 속에 담긴 정을 품지 못하는 가슴에 말을 더한듯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는 말은 보지 못하고 가는 말만 난무하다. 오는 말을 품지 못하면 가는 말 역시 배척될 수밖에.


말의 강을 건너기가 버겁다. 때론, 침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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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크래커 2017-11-21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는 말 품지 못하면 가는 말 배척 당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교정편어중 좋은 말씀이구요. 마음에 담아갑니다.

무진無盡 2017-11-21 19:21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박덩굴'
꼬옥 다문 열매가 주황색의 보석처럼 알알이 맺혔다. 길가 수풀이 다 지고난 후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가을볕을 받아 한껏 빛나는 것이 지나온 수고로움을 보상을 받는 것처럼 환하고 따스하다. 혼자서는 서지 못하고 이웃에 기대어 사는 모습이 사람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늦은 봄에 피며 황록색으로 피는 꽃보다 열매에 주목한다. 콩만한 크기의 노란 열매가 가을이 깊어가면서 껍질이 셋으로 활짝 갈라지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주황색의 씨앗이 화사하게 얼굴을 내민다.


숲속의 평범한 나무로 평상시에는 사람들에게 별로 주목 받지 못하지만, 열매가 익는 늦가을이 되면 갑자기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봄에 나오는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먹기도 하며 열매를 짜서 기름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진실', '명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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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거친 바람으로 사방이 시끄럽다. 볕좋은 양달에 매달린 감에 볕의 기운이 가득 채워지는 듯 단맛이 보인다. 바람의 차가움과 볕의 따뜻함이 반복적으로 만나 질적 변화를 꿈꾼다.


심술궂은 바람을 피해 볕드는 양지에 북으로 등을 대고 따뜻한 볕바라기를 한다. 넘치는 가을볕의 온기가 품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노곤해지는 늦가을 오후다.


일상에서는 언제나 비켜가고 싶었던 쓴맛이 시간이 지나고 훗날 그로 인해 얻게된 가슴 뿌듯한 순간을 맞이 한다. 문득 오래전 힘들었던 그 쓴맛이 이제는 누리고 싶은 삶의 단맛으로 변했음을 아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단지, 떫은 감을 깎아 처마 밑에 매달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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