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자리에 든 한줌 볕
시간과 공간에 머물렀던 지난 주말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울긋불긋 다양한 모습으로 여는 창마다 요란하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불타듯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가는 동안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의 흔적 일 것이다. 어쩌면 지나가버린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막바지 겨울로 가는 단풍보다 더 분주한 발걸음으로 더 부산스럽다. 그 시간의 여운이 몹시도 깊어 보인다.


나도, 볕이 잘드는 인적 드문 숲으로 가 이미 떨어진 낙엽으로 포근한 자리에 앉아 미쳐 땅과 만나지 못한 낙엽을 한동안 바라다 보고 싶다. 그것이 여의치않다면 시골 마을 한 모퉁이에 자리잡고 넉넉한 품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벗이 되었을 나무 그늘에 들어 한나절 그 나무의 벗이 되고 싶기도 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온통 머리털이 세어서도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여전히 부끄러운 억새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들길을 서너시간 쯤 걷다 지칠만할 때 돌아오면 좋겠다. 그것도 과분하다면 오후 볕을 깊숙히 끌여들여 오랫동안 품고자 서쪽을 온통 창으로 만든 모월당慕月堂 긴 책장에 기대어 산을 넘는 햇볕의 끝자락을 잡고서 잠시 조는 것으로 대신해도 좋겠다.


느긋한 기다림이라 애써 다독이던 마음에 꽃이 진자리를 밝히듯 한줌 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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