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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을 때에는 홀로 있는대로, 사람과 함께 있으면 함께 있는대로, 나는 그 안에 있을지언정 늘 나와 다른 것들은 섞이기 어려웠습니다. 매몰될 수 없다는 자의식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자의식을 있는 그대로 표출할 수야 없었지요. 아하,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냥 속으로 느끼고 지나칠 뿐이었습니다. 


그랬던 내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작은 일에 흥분하고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어린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 때는 나이 30이 되고 40이 지나 50이 되면 내 얼굴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리라는 신념이라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내 그릇이 작아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면서 내가 퇴행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실로 오랜만에 펼친 책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법정의 말씀을 인용하며 나를 달랩니다.

  

˝우리의 육신은 잠시 걸치고 있는 옷일 뿐입니다. 육신에는 세월이 있을지언정 영혼에는 나이가 없기 때문에 영혼의 나이를 생각하며 산다면 지금 ‘ABC‘부터, ‘하늘 천 따 지‘부터 시작해도 되는 겁니다. 내가 이 나이에 뭘 하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성장을 포기하는 일이지요. 동서고금의 위인들 생애를 보면 늘 새로워지려고 노력하고 죽는 날까지 탐구를 멈추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리는 일찌감치 틀에 갇힌 채 ‘내 나이가 벌써 불혹이구나‘, ‘고희인데‘하는 생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포기합니다.˝


그렇습니다. 일신우일신, 어제의 나는 내가 아니요, 내일의 나는 분명 오늘의 내가 아닐 것입니다. 비록 나의 성장곡선이 미시적 관점에서는 단기간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거시적 관점에서는 분명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을 믿으며,  겁없이 또 오늘 하루를 살아내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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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12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은 나이가 변할수록 세상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여 성숙한 삶을 사는 반면에 또 다른 사람은 나이 먹어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집이 강해요.

치즈크래커 2017-11-12 20:39   좋아요 0 | URL
전자가 됐음 좋겠습니다. 날씨가 쌀쌀합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미리 알약 두알을 먹었더니 몽롱합니다. 해변의 카프카를 읽던 중이었습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이 책의 제목을 차라리 〈세상과 소통하는 법〉이라고 이름 지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104쪽부터 112쪽까지의 ‘둔감’ 편(천천히 반응해야 속도를 따라잡는다)은 품격 있는 언어 사용법이라기보다는 대화 시 청자의 반응은 어떠해야 한다는 일반상식에 가까웠고, 181쪽부터 189쪽까지의 ‘전환’ 편(지는 법을 알아야 이기는 법을 안다) 역시 처세에 관한 이야기지 말의 품격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회의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4강 ‘앞날’편, ‘연결’편, ‘광장’편 또한 그랬습니다. 
  

사실 나는 지난주 토요일 노원문고에 들렀다가 책명이 마음에 들어(적어도 책명 하나는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출간 5개월만에  1판 33쇄까지 나왔으니까요.) 훑어보던 중 137쪽에 나오는 “內不足者 其辭煩 心無主者 其辭荒”(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이라는 문장에 필이 꽂히는 바람에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이 덜컥하니 구입했었으나, 그동안 이보다 더 관심도가 컸던 다른 책 두 권(<살아야 하는 이유>,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을 읽느라 어젯밤에야 겨우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 ‘말의 품격’이라는 제명에 특별히 눈길이 갔던 것은 최근 들어 내가 감정언어를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는 이내 후회하고 반성하는 일이 부쩍 잦아진데다, 나아가 내가 사용하는 언어 자체에 과연 문제는 없는 것인지 돌아보기 위함이었으나, 이 책에서는 원하는 답의 절반 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나머지는 제 몫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높임말입니다. 왜 다른 나라 말에 없는 높임말이 우리 말에는 있는 것인지, 언제부터 나타난 것인지, 높임말을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해야 효과적인지, 화자와 청자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다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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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째 계속해온 일, 언제부턴지 이 일이 하기 싫어졌습니다. 매너리즘과 좌절, 꼬이는 인간관계,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 등 복합적 원인들이 얽히고 설켜서 진퇴양난에 빠져 있던 지난주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필기구를 사러 상계동 노원문고에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지요.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신간 코너에 전시된 이 책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이 가더군요. 주욱 훑어보다가 내 머릿속에 번쩍하며 내리꽂히는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전도서>제3장) - p.93

사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 문장을 수 백 수 천 번도 더 뇌었을지 모릅니다. 일이 안풀릴 때, 시험을 잡쳤을 때, 내일 해야 할 일 때문에 불안하여 잠을 못 이룰 때, 주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나를 위로할 때 많이 떠올린 말입니다. ˝그래, 네가 그 동안 방치했기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거야. 모든 일에 때가 있는데, 이제와서 어쩌겠니? 포기하자.˝는 식으로 말이죠. 
※ 나는 ‘나‘와 대화할 때 항상 ‘나‘를 ‘너‘라고 부릅니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해석하더군요.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그때‘를 기다릴 것.  - p.96

일요일 오전 불암산을 올랐습니다. 세상이 새롭게 보이더군요. 사고의 지평이 새롭게 열렸습니다. 

이 책은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나를 잃지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되, 한가지 일에 올인하지 마라. 쓸모없음도 효용이 있으니, 무엇이든 항상 고민하라. 독서(역사, 고전 등 인문학)를 통해 유연한 사고를 길러라. 

요즘은 자아상실의 시대가 아니라 자아집착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나를 버리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나를 버리는 것이 나를 지키는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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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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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한 사람이며, 한번 뿐인 삶이기에 살아야 합니다. 

이 책에 끊임없이 관통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입니다.  

˝왜 태어난 것인가? 왜 살아야만 하는가? 왜 세계에는 행복한 자가 있고 불행한 자가 있는가? 인생에 의미는 있는가? 왜 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아들의 물음에는, 이 세계를 찢을 만큼의 절박감이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들 어른은 그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들도 어딘가에서 ˝행복을 발견한 최후의 사람들˝(니체)의 심경으로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p.6

하지만 아들은 번민하고 고민을 계속한 끝에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마치 신의 무한한 계획을 안 <욥기>의 욥처럼 온화하고 부드럽고 무구한 표정을 되찾았다. 그것은 세계, 타자, 그리고 자신과 ‘화해‘하는 모습이었다. 왜 아들이 그런 경지에 이른 것인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철학이나 우주론, 생명론을 다룬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고 사색을 거듭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했던 음악의 조용한 세계에 몸을 담금으로써 그렇게 된 것일까? 나로서는 잘모르겠다. 
하지만 아들이 거듭나고 ‘회심‘을 이루었다고 생각한 바로 그 때, 아들은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것, 언제까지고 건강하기를, 안녕˝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p7. 

나는 이 대목에서 홀로 엉엉 울었습니다. 울고나니, 마음이 정화되더군요. 

지금 여기, 이 순간 최선을 다 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이따금씩 현재가 차곡차곡 쌓인 과거를 즐거워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염려하거나 불안해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여러가지 고민거리가 있습니다. 돈, 사랑, 가족, 자아돌출, 세계에 대한 절망,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저자는 이 다섯 가지를 설명하고 헤쳐 나갈 방도를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나는 내 삶을 고민해왔습니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그 답은 어쩌면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내가 갈구하지 않았기에 그 의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제 새삼스럽게 그 의미를 발견한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감으로 온 몸이 흠뻑 젖어듦을 느낍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 
그것은 내가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한 사람이며, 내게 단 한번 주어진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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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0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을 하는 행위는 나 자신이 누군지 스스로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

치즈크래커 2017-11-07 09:44   좋아요 0 | URL
고민없는 삶이야말로 지금 현실로 다가온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가장 대책없는 위험한 삶이지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깊고 푸른 밤 - 1982년 제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인호 외 / 문학사상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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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성 프란치스코의 땅에서 타락한 천사의 도시를 향해 깊고 푸른 밤을 건너려 했을까? 그들에겐 더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독, 방황, 격리, 좌절, 단절, 고립, 고독, 혼돈, 상실, 절망의 끝에서 결국 그들이 택한 것은 처음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 새로운 시작... 깊고 푸른 밤이 내겐 어둡고 칙칙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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