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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수학 범죄 수학 시리즈 1
리스 하스아우트 지음, 오혜정 옮김, 남호영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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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진정 아름다운가?
계산에 밝은 편이 아닌 사람으로 수학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접할 때마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흘려들었다. 수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기까지 하기에 ‘수학은 아름답다’라는 말을 들으면 외계인 보듯 낯설기만 하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이제는 내 아이가 수학에 몸서리 칠 그 때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수학과 관련된 서적을 접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숫자의 연산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 내겐 흥미로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를 필두로 ‘이것이다’라는 수학 소설에 이어 ‘범죄 수학’에까지 연달아 접하며 수학이 재미와 가치에 더불어 놀라운 현실성을 확인한 것이다. 

‘범죄 수학’은 수학을 좋아하고 대단한 재능이 있는 미국의 고등학생이 발간한 책이다. 주요한 내용으로는 평범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을 수학의 원리에 의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물론 미국 드라마의 ‘넘버스’를 몇 번 봐서 이와 비슷한 과정이겠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이 책은 고등학생의 작품이기에 그보다는 훨씬 친숙한 문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고등학교 수학을 이해한다면 쉽게 따라갈 수 있다고 전재하고 있지만 그럴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범죄 수학’은 14가지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각각의 사건이 발생하는 배경과 이 과정을 세심하게 듣고 사고하여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주인공 ‘라비’는 단연 돋보인다. 삼각법, 확률, 순열조합, 연역적 추론 등 수학의 원리를 자유자재로 적용하고 주변 환경과의 관계까지 살피는 치밀함이 보인다. 하지만 범죄의 현장에서 범인에 대해 사건의 배경에 대한 추리 과정이 다소 생략되어 있고 벌어진 결과에 의해 연역적으로 추론하는 수학 공식을 통해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개인적 한계로 인해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일반인을 위해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무엇이든 기초가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공계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가 많아지는 정책이 수립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로 기초학문에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수학이 학문으로써 학교나 연구소에서만 행해지는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감은 어디서부터 생긴 것일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통해 거슬러 올라가면 학교 수업에 이르지 않을까 한다. 수학을 가르치는 학교의 수업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입시위주 수업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실생활과 학문의 전반적 과정에 미치는 영향과 그 가치를 알 수 있게 하는 수업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후 수학에 대한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의 좋은 기회가 아닌가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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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풍자극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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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의 호텔로 가는 사람들
사람들이 직업이든 살아가는 환경이든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그리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생길 때에서야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생활의 근거지를 옮기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살아오는 동안 이미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이기에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근본 속성에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삶의 근거지를 옮기는 것은 극단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브루클린 풍자극’은 평범한 일상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거주지를 옮기면서부터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자기보고서와 같다. 네이선 글래스라는 오십대 후반의 남자가 폐암의 발병과 아내와의 이혼 그리고 평생직장이던 보험회사 영업사원이라는 일자리를 잃고 나서 ‘나는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생의 마지막을 보낼 곳으로 선택한 곳이 자신이 태어난 브루클린이다. 생을 마감하기 위해 선택한 곳에서의 삶은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게 될까?

사랑하는 딸은 무엇이든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간섭처럼 들리는 오스터 마지막 언쟁으로 실망감을 느낀 네이선은 브루클린의 조용한 아파트에의 또 다른 일상을 시작한다. 거리의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식당 종업원에게 이성적인 관심을 갖기도 하고 헌책방에서 책을 보기도 하며 소일하게 된다. 그러다가 자주 가던 헌책방에서 조카 톰을 만나고 어릴 적 추억을 함께 나눈다. 톰으로부터 헌책방 사장 해리를 만나면서 이어지는 인연들과의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의 연속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 네이선 글래스를 발견하게 된다.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로 생각한 브루클린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을 네이선은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책’을 쓰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그동안 살아오며 자신이 겪었던 일상적인 추억에서 극적인 장면이나 아주 사소한 일까지 모두 기억나는 대로 써나가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브루클린에서의 일상도 그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책’ 내용에 들어갈 텍스트의 일종이기도 하다. 

브루클린에서의 일상을 꾸려가던 네이선과 톰 그리고 해리는 자신들의 현실을 벗어난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현실을 벗어난 곳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곳으로 가기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실존의 모텔이라고 할 수 있는 그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현실의 무게를 벗어날 수 있는 곳에 대한 동경이 아닌가 싶다.

우여곡절의 삶을 살아왔던 해리의 뜻하지 않은 죽음, 동성애의 대한 사회적 편견, 겉모습 만으로만 알게 되는 사람들, 마약과 섹스, 종교 갈등, 결혼과 이혼 등 우리의 삶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인공인 네이선이 주목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자기 성찰의 과정이 바로 브루클린에서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루클린 풍자극’을 통해 저자는 인생의 절망의 순간에서 찾아오는 뜻하지 않은 일들로 인해 끝으로 생각했던 삶이 다시 시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뉴욕의 브루클린은 네이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어느 곳이나 실존의 호텔이며 이상형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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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들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여행이라고 하면 왠지 거창한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하고
요즘 같이 여행서적의 출간이 많은 틈에 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들이 하는 동안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순간에 대한
미련 때문에 사진을 남긴다.

특정 종교, 특히 불교와 인연은 조금 오래되었다.
어찌 어찌하다 보니 사찰 나들이가 많았고
다녀본 사찰 중에는 제법 오랜시간을 사람들과 함게 해오며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둔 곳들이 있다.

사찰에는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고
그 중 불상이나 탑, 건물, 석등은 물론 부도탑에 돌담, 기왓장을 비롯하여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 온다.

그렇게 눈에들어온 것들 중에
오늘은 사찰건물을 장식하는 문살을 모아 봤다. 


부안 내소사 대웅전 문살 모양이다.
단청을 하지 않아 현란함은 없지만
만든 사람의 정성과 예술적 감각
무엇보다 세월의 흔적이 구사란히 보여
다른 어느 사찰의 문살에서도 느낄 없는
독특함이 있어 좋다.
 


영광 불갑사 대웅전 문살이다.
다소 조형미는 떨어지나
고유한 단청의 색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담양 용흥사 대웅전 문살이다.
최근에 단청을 한 것으로 다양한 모양에 현란한 색깔까지
한껏 멋을 부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곡성 옥과에 있는 성륜사 문살이다.
색과 모양의 반복적인 배치가 눈에 들어온다.
단순 반복은 아니지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규칙적인 배열이 주는 정갈한 느낌이다.
 

 

해남 미황사에 있는 대웅전 기둥의 나무결이다.

인위적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오직 시간의 흔적만이 남아
묘한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어
방문할 적 마다 꼭 살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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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다양할 것이다.
어떤 이유로 이것들이 내 마음에 들어왔는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마
보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것들이고
무엇보다 다시 보고싶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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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건축>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안그라픽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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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건축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다양한 붐(boom)이 일어난다. 어떤 사회 현상이 갑작스레 유행하거나 번성하는 일을 붐이라 하기에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것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면 어떨까? 물론 긍정적인 경우엔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때는 다음 세대들이 그 결과를 감당하게 될 것이다. 

오랜 전 모텔이 전국적으로 건축되던 시기가 있었다. 사회의 부정적 경향성과 맞물려 그야말로 붐이 일어났다. 그것도 국적을 알 수 없는 독특한 외형으로 인해 도시의 어디서든 볼 수 있었고 도시미관을 헤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가는 특정한 종교의 건축물 역시 도시와 주변의 환경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음으로 불쾌감마저 불러일으키기 일쑤였다. 바로 이렇게 한번 지으면 오래가는 건축물의 경우나 천편일률적인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도 구내구성이 한계에 달했을 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으로도 암울해지는 면이 있다.

이제는 많은 부분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새로운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그 대표적인 모습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건축물이 아닌가 싶다. 이 책 쿠마 켄코의 ‘자연스러운 건축’은 비록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다른 일본의 현대 건축문화의 일면을 소개하고 있지만 충분히 우리의 경우에도 공감할 내용들이고 최근 건축의 경향성을 볼 수 있어 반갑기만 하다.

저자 쿠마 켄코는 건축을 전공하고 다양한 건설현장에서 실무를 익히는 과정에서 노출 콘크리트에 의한 건축에 대안 모색을 하기에 이르러 자신의 건축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자연은 유토피아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각각의 장소에 부여된 과혹하고 구체적인 별칭이다. 특정한 장소와 장소, 그 장소 사이의 교류를 통해 건축은 앞으로 전진해 간다.’

한국어판 출간의 변에서 밝힌 저자 쿠마 켄고가 관심 갖는 분야는 바로 ‘자연스러운 건축’이라는 것이다. 공간에 머물러 있는 건축물이 시간과 결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만나는 지점에 물, 돌, 대나무, 흙, 종이 등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통해 장소에 맞는 건축을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콘크리트는 세계를 뒤덮어 버리고 있는 현대 건축이 갖는 자연과의 단절성이나 보이지 않음에 대한 편리성을 넘어 자연과의 관계성을 고려하여 자연스러운 건축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철저히 물, 돌, 대나무, 흙, 종이 등을 가지고 건축한 자신이 겪은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건축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담고 있다. 자연소재가 갖는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고 해법을 함께 모색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과정이었다고 단언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가슴을 펴고 100퍼센트 당당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다. 현실적인 인식밖에, 그 겸허함밖에, 건축의 희망은 희망이 없다.’

이 말은 자연의 소재로 자연과 친밀한 건축을 짓는 다는 것이 현실의 다양한 문제와 만났을 때 저자가 고민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축에 성공하고 그 결과 또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긴 하나 충분히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낼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시도해야 된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시간에 대한 느낌은 시대와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다.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현대건축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서가 다르고 자연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도 저자의 이야기의 가치는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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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도 병인 양하여 - 옛가락 이젯가락
손종섭 지음 / 김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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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이 주는 뜻과 풍류
문학작품을 대하는 사람 중에는 우리 선조들의 작품에 대한 편견이 있다. 고전이라고 하면 의례껏 서양고전을 먼저 떠올리고 또 서양고전이 전부인 양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이러한 모습 속에는 은연 중 스며들어 있는 문화 사대주의의가 꿈틀대는 듯싶어 안타까움이 있다. 

우리 고전을 접할 때마다 선조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듯 다정다감함이 있어 애써 찾아보곤 한다. 지은이가 누구인지 모르는 실명씨의 작품이나 서슬 퍼런 사대부의 속내를 알게 하는 작품,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운 감정을 나타내고 있는 기생들의 작품 그 어느 것 하나 살갑지 않은 것이 없다. 살아온 삶과 감정이 비슷하고 그 속에서 공감하는 바가 많아 더 정겨운 우리 고전에 대한 애착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다정도 병인 양하여’는 바로 그런 우리 선조들의 문학작품 중에서 시조를 선별하고 저자 손종섭의 눈으로 본 감상과 자신의 작품을 한데 엮어 펴낸 책이다. 저자는 시조라는 작품에는 우리 민족 정서가 담겨 있고 가장 오랫동안 민족의 애환을 담아낸 것이며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문학 형식이라고 평하고 있다. 또한 시조에는 계층 간 소통의 도구였고 군왕을 비롯하여 사대부, 학자, 양반, 규수, 기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대중문학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본다.

이 책에는 조선조를 중심으로 한 시조 300여 수가 담겨 있으며 주요 지은이로는 이조년, 정철, 윤선도, 홍랑, 매창, 황진이 등이 있다. 이들은 관료, 문인, 천인, 기녀 등의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자신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동안의 삶을 기반으로 한 애환과 깊은 가슴속에 담아둔 지향하는 뜻을 담고 있기에 수백 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도 공감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송시열의 청산도 절로절로, 이정보의 묻노라 부나비야를 비롯하여 작가불명의 말은 가자 울고, 보고만 있을 것을, 임도 잠도 안 오는 밤에, 홍랑의 멧버들 골라 꺾어, 이조년의 다정도 병인 양하여, 이매창의 이화우 흩날릴제, 황진이의 상사몽, 청산리 벽계수야 등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뿐 아니라 새롭게 만나는 작품들 하나하나 반갑기만 하다. 이러한 문학작품을 통해 살펴본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 다르지 않다. 삶의 현장에 고스란히 드러나는가 하면 남녀 간의 애뜻한 사랑과 이별, 그리움도 있고 선비들의 우국충정과 임금을 향한 마음 그리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호연지기 또한 담겨있다. 

저자는 대상이 되는 시조를 놓고 자신만의 감상법이 있는 듯하다. 먼저 시조가 담고 있는 본래의 감정을 살려서 읽고 또한 스스로 이야기를 꾸며 다시 읽고 마지막으로 현대의 감정을 담은 지조 창작으로 맺고 있다. 이는 한 작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동일한 작가든 비슷한 감정을 담은 시조를 찾아내 함께 읽기도 한다. 시대와 작가가 다름에도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비교감상도 흥미롭다.

작품 속에 나타난 우리 선조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비해 훨씬 감성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온 듯 보인다. 아마도 시간이라는 상대적인 흐름에 연유한 것이 아닌가 한다. 모든 것이 분, 초를 다투는 현대인의 삶에서 배꽃이 흩날리는 모습이나, 기운달이 서쪽 창에 비추는 정경이나 추운 겨울밤을 한자리 베어내어 봄 이불 속에 감춰 두고 임 만난 날을 손꼽아 기다릴 마음의 여유는 자리를 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자연을 벗하고 사람과 사람사이 더 애뜻한 감정이 살아 숨 쉬고 있었을 것이다.

시조든 다소 긴 사설조이든 아니면 산문이라도 그 글에서 맛이 다름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시간의 흐름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현대인들이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하고자 함도 그 근본에는 바로 시간에 대한 다름 느낌을 얻고자 함이리라. 그 감정을 잘 나타내고 있는 우리 고전 작품과 함께 한다면 우리 선조들만의 맛과 멋을 오늘날에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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