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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안그라픽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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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건축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다양한 붐(boom)이 일어난다. 어떤 사회 현상이 갑작스레 유행하거나 번성하는 일을 붐이라 하기에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것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면 어떨까? 물론 긍정적인 경우엔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때는 다음 세대들이 그 결과를 감당하게 될 것이다. 

오랜 전 모텔이 전국적으로 건축되던 시기가 있었다. 사회의 부정적 경향성과 맞물려 그야말로 붐이 일어났다. 그것도 국적을 알 수 없는 독특한 외형으로 인해 도시의 어디서든 볼 수 있었고 도시미관을 헤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가는 특정한 종교의 건축물 역시 도시와 주변의 환경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음으로 불쾌감마저 불러일으키기 일쑤였다. 바로 이렇게 한번 지으면 오래가는 건축물의 경우나 천편일률적인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도 구내구성이 한계에 달했을 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으로도 암울해지는 면이 있다.

이제는 많은 부분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새로운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그 대표적인 모습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건축물이 아닌가 싶다. 이 책 쿠마 켄코의 ‘자연스러운 건축’은 비록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다른 일본의 현대 건축문화의 일면을 소개하고 있지만 충분히 우리의 경우에도 공감할 내용들이고 최근 건축의 경향성을 볼 수 있어 반갑기만 하다.

저자 쿠마 켄코는 건축을 전공하고 다양한 건설현장에서 실무를 익히는 과정에서 노출 콘크리트에 의한 건축에 대안 모색을 하기에 이르러 자신의 건축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자연은 유토피아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각각의 장소에 부여된 과혹하고 구체적인 별칭이다. 특정한 장소와 장소, 그 장소 사이의 교류를 통해 건축은 앞으로 전진해 간다.’

한국어판 출간의 변에서 밝힌 저자 쿠마 켄고가 관심 갖는 분야는 바로 ‘자연스러운 건축’이라는 것이다. 공간에 머물러 있는 건축물이 시간과 결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만나는 지점에 물, 돌, 대나무, 흙, 종이 등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통해 장소에 맞는 건축을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콘크리트는 세계를 뒤덮어 버리고 있는 현대 건축이 갖는 자연과의 단절성이나 보이지 않음에 대한 편리성을 넘어 자연과의 관계성을 고려하여 자연스러운 건축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철저히 물, 돌, 대나무, 흙, 종이 등을 가지고 건축한 자신이 겪은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건축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담고 있다. 자연소재가 갖는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고 해법을 함께 모색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과정이었다고 단언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가슴을 펴고 100퍼센트 당당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다. 현실적인 인식밖에, 그 겸허함밖에, 건축의 희망은 희망이 없다.’

이 말은 자연의 소재로 자연과 친밀한 건축을 짓는 다는 것이 현실의 다양한 문제와 만났을 때 저자가 고민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축에 성공하고 그 결과 또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긴 하나 충분히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낼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시도해야 된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시간에 대한 느낌은 시대와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다.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현대건축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서가 다르고 자연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도 저자의 이야기의 가치는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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