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인간의 사고를 시작하다 - Man vs. Machine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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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왓슨’과 무엇이 달라야 하는 것일까?
세상은 상상하고 꿈꾸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간다고 생각했다. 스티븐스필버그의 상상력이 돋보인 ‘우주전쟁’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인간이 상상하고 꿈꾸는 세상에 그 한계는 있기나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예전엔 꿈속에서나마 상상하는 정도에 그쳤던 일들을 지금 우리는 현실에서 누리고 있는 것이 많다. 하늘을 날고 보이지 않은 사람과 실시간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며 심지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현실에서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누리며 마치 현실처럼 느끼며 생활하기도 한다. 내 기억 속 짧은 시간이 흘렀지만 어린 시절 상상속의 세계는 이제 많은 부분에서 현실의 세계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보면서 변해가는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한 생각 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람을 대신할 인공지능 컴퓨터가 당당하게 자리 잡아 있다고 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실로 무지막지한 공간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컴퓨터다. 이제 일상생활과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그 컴퓨터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이 책 ‘왓슨, 인간의 사고를 시작하다’에 등장하는 주인공 ‘왓슨’을 보면서 상반되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IBM에 의해 만들어진 ‘왓슨’은 ‘deep blue’라는 컴퓨터 후속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체스게임에서 인간을 이긴 컴퓨터 이름이 ‘deep blue’였다. 체스라는 게임의 특성상 인간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승리를 확보된 출발이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물론 ‘deep blue’라는 컴퓨터를 개발하던 당시에는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었을 것이지만 말이다. 그러한 성과를 이어 IBM의 야심작이 ’왓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컴퓨터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왓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텔레비전 퀴즈 쇼 ‘제퍼디’에서 인간과 대결하여 승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인간이 꿈꿔왔던 ‘인간을 대신할 기계’에 대한 꿈에 있어서 획기적인 성과라 평가받았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구성된 이후 이미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그것을 비교분석하고 목적한 바에 가장 근접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인간보다 더 빠른 정보에 대한 처리 능력을 가진 컴퓨터로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컴퓨터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한다. 

2011년 2월 16일에 벌어졌던 ‘왓슨’과 인간의 대결은 인간이 이룩한 역사, 문화, 예술, 대중문화, 과학, 스포츠, 비즈니스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학문적 업적에 총체적으로 접근한 항목이었다. 여기에 인간관계에서 소통의 기반이 되는 감정이나 개념화되어 개별적인 의미를 가지는 질문까지 포함되어 있다. 즉 실 생활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이 가지는 감정이나 언어의 인지과정에 대해서 도전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흥미롭고 그 배경을 바탕으로 해서 인간에게 승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똑똑한 컴퓨터에게 한 가지 효용이 있다면 노래하기, 수영하기, 사랑에 빠지기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수한 일을 마음껏 즐기도록 우리를 해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간을 이긴 기계의 출연을 바라보며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에 대한 기대의 출발점은 무엇일까? 이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위의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삶을 보다 더 의미 있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날로 지능화되어가는 기계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한다. 인간을 대신할 기계로부터 인간이 소외되는 상황은 결코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역사의 교훈에서 보듯 이는 결코 낙관만 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만들어 온 온갖 문명의 이기에서 인간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떠나지 않은 질문 하나는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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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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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시각으로 본 과학책 읽기
즐겁게 읽는 책이지만 모든 책이 그렇지는 않다. 때론 책장을 넘길수록 복잡하고 머리 무겁게 하는 책은 멀리 던져놓고 싶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편식한다는 것은 무엇이든 좋은 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 것 역시 그렇다. 이런 의무감에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책을 접하고 나서 드는 생각이 바로 모든 책으로 즐거운 독서는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역사, 문화재, 예술, 인문분야 등의 책을 읽어오며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즐거움에 익숙해져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도전해 보지 못한 분야의 책을 접하며 혼돈상태에 빠진듯하다. 내게 그런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이다. 자칭 인문주의자라 칭하고 싶은 저자 최성일이 자신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인 과학책을 읽어오며 그 책 속에 담긴 이야기와 자신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적절하게 조합하고 있는 책이다.

과학은 역시 어렵다. 자주 접하지 못한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서른아홉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관련된 서적을 읽어가고 있다. 단순히 읽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해석 책을 읽어가며 느낀 생각을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읽어간다. 

어쩜 이렇게 과학지식이 풍부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저자의 박학한 과학지식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저자가 흥미 있게 읽었던 책, 다시 봐도 명품인 과학책, 책은 이렇게 발간되어야 한다. 등 자신이 읽은 책마다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피력하고 있다. 당돌하게도 느껴지는 저자의 과학책 읽기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굳이 과학책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어가며 이렇게 솔직하고 당당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운 점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관심 가지고 읽어 왔던 책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저자의 이야기를 직시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독서는 계기가 중요하다. 책에, 독서에 처음 빠져드는 것부터 그렇다.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 읽을 책을 고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 무작정한 마구잡이식 책읽기는 흔치 않은 일이다. 하다못해 베스트셀러라는 손쉬운 계기라도 붙잡아야 한다. ‘(읽은) 책이 (읽을) 책을 낳는다’는 독서 속설에 기대는 게 매우 바람직하긴 하다.‘

독서에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스스로 마음에서 일어난 계기가 중요하겠지만 외부적 작용이라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책이 책을 낳는 독서의 방법은 매우 유용함을 몸소 느끼기도 했다. 과학책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어떤 분야에서건 독서를 하는 올바른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인문학의 기본적 속성은 비판적으로 대상을 본다는 점일 것이다. 비판정신이 사라진 인문학은 그 생명력이 길지 못하다. 이런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과학책 읽기를 시도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과학적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책읽기만 봐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래야 책을 읽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과학은 관찰을 통해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심판한다. 관찰로써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과학 발견의 원리는 과학의 범위를 ‘관찰이 가능한 문제들’로 제한한다. 따라서 과학에서 가능한 질문 틀은 ‘만약 우리가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같은 것이지 당위와 가치 판단과 관련된 물음은 다루지 않는다.‘

과학의 연구 결과가 미치는 영향력 아래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그 기반이 되는 과학에 대한 생각은 그리 자주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과학하면 어렵다는 선입감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제목만으로도 머리를 흔들게 만드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과학책들은 위의 저자의 말처럼 아주 기본적인 관심에서부터 출합할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관찰은 ‘인간(인식주관)이 사물이나 현상(인식대상)을 능동적이고 목적의식적으로 유의 깊게 바라보는 행위’를 말하고 있다. 학문으로써의 과학의 출발점일 것이다. 이는 과학에 국한된 자세가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접하는 모든 것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벅찬 내용이지만 과학의 출발부터 현주소까지를 담고 있는 책들을 보면서 과학책 읽기에 도전할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솔직한 심정은 그것보다는 책읽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의 서평을 통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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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2
손광섭 지음 / 진양문화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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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
섬을 찾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일까?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섬이 아닐지라도 육지에서 바로 건너다보이는 섬일지라도 그 섬에 들어가기 위해선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점이 가장 신경 쓰이고 어려운 점이 아닌가 한다. 마지막 배가 떠날 시간 맞춰 간다고 애써서 갔지만 막상 배는 떠나고 없었다.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고기 잡는 어선에 올라 섬으로 들어가던 생각을 하면 고생스러웠던 생각이 먼저 난다. 이제 그 곳은 언제 어느 때고 찾아갈 수 있는 다리가 놓였다. 섬이 이제 섬이 아닌 곳이 된 것이다.

어느 시절이고 다리는 이렇게 세상과 세상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평가이고 본질은 그 다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간의 소통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기능은 다리뿐 아니다. 산을 넘어 다른 마을을 찾아가던 고갯길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현대화된 다리나 확장된 포장길에 그 역할을 내어주고 사라졌거나 기능을 잃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마저 잊혀 지고 있다.

이 책 ‘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2’는 바로 그런 다리를 찾아다니며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책이다. 몇 년 전 같은 이름으로 출간된 책에 이어 그 나머지 이야기를 담아 발간한 것이다. 저자 손광섭은 1943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대학교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건설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며, 청주건설박물관장을 지냈다. 저자는 사라져가는 다리에 관심을 가지고 전국을 돌며 직접 발품 팔아가며 눈으로 직접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예나 지금이나 다리는 소통의 중요한 매개로 작용하였다. 멀고 험한 길을 돌아서 가야하지만 다리로 인해 편리하게 가고자 하는 곳을 갈 수 있었기에 세상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리는 당시의 과학기술의 모든 것의 총화로 만들어진 화려하고 멋진 다리도 있지만, 아주 소박하게 그저 돌 하나하나를 이어놓은 다리도 있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점을 주목하여 당대의 미학과 과학이 어우러진 돌다리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리로 왕의 묘인 릉 앞에 있는 ’금천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있는 것이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은 세월과 같아서 흘러가면 되돌아올 줄 모르고, 다리 위를 걷는 나그네는 흐르는 물길에서 인생을 찾는다. 다리와의 이별이 또 다른 다리와의 만남으로 이어지듯 다리는 영겁의 세월을 지나 다시 천년 후, 또 다른 나를 건너게 하리라’

경기도를 시작으로 제주도까지 우리나라 각 지방에 분포되어 있는 다리의 사진을 보다보면 눈에 익숙한 다리도 있어 반가움이 더한다. 내가 사는 지방이지만 알지 못했던 것을 책을 통해 볼 수 있을 때의 반가움 그것이다. 저자가 다리를 통해 보고자 한 것은 눈에 보이는 조형미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과 시간을 함께해 온 것들은 무엇 하나 그냥 만들어진 것이 없기에 그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살피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관심은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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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5월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이해는 곧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이며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해간다고 생각됩니다. 그림 속에 담긴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뜻을 알아 오늘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싶내요 

 

 

 

명작 스캔들
장 프랑수아 셰뇨 지음, 김희경 옮김 / 이숲 / 2011년 5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한 점의 그림으로 기억되는 화가들의 이야기는 흥미를 넘어선 무엇이 있다. 그림를 통해 사람들이 알지 못하거나 보고 싶은 것을 이야기해 주는 책이라면 화가와 그림 그리고 당시 시대상황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양 미술에 관해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책으로 기대된다.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임동우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5월  

현대 한국의 가슴앓이는 분단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막연히 동족에 대한 그림움이든 굴복 시켜야할 대상으로 보든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북한의 중심도시인 평양에 대한 이해를 도시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책으로 보인다. 

  

우리 악기, 우리 음악
국립국악원 편집부 지음 / 국립국악원 / 2011년 5월  

세계화의 시대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은 격을 달리해서 높아지고 있다. 이미 한류라는 문화 상품을 통해 많은 나라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해 얼마나 알까? 문화의 범주에서 특히 중요한 우리 악기와 우리 음악에 대한 이해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우리들에게 우리 음악에 관련된 이해를 더해줄 책으로 기대된다. 이 책 꼭 선정해 주세요^^

  

 

사랑에 빠진 영화 영화에 빠진 사랑
강유정 지음 / 민음사 / 2011년 5월  

모든 사람의 영원한 로망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담은 영화의 만남은 필연적인 운명일지도 모른다. 고전 영화부터 현대 영화까지 누구든 가슴속 숨겨둔 사랑의 대상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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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는 맨홀 2011-06-0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그림 보면 생각난다 책과 우리악기,우리음악책 관심이 갑니다.
 
상실의 풍경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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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작가 청년 조정래의 만나다
한 사람의 작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작가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직시하며 온몸으로 끌어안고 그 시린 마음을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작가는 한 사람의 자연인을 넘어선 무엇인가가 분명하게 있다. 시대의 획을 긋고 나라와 민족의 앞날에 대한 희망까지를 선사하는 작품 속에 저자의 마음이 올 곧게 담겨 있을 것이다. 

우리시대 이러한 작가로 누구나 선 듯 거명할 수 있는 작가로 이미 타계한 이청준, 박완서, 박경리 등을 비롯하여 조정래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 민족이 처한 현실에 대한 애닮은 속내를 풀어가는 작품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다. 최근 ‘허수아비 춤’으로 자본주의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나름의 이야기를 펴냈다. ‘우리 시대 진정한 문학의 의미를 찾자면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고 그 시대에 산소역할을 해야 한다. 어느 시대나 안고 있는 부조리를 정화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작가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가 평생 써온 글을 통해 이미 실현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작가 조정래의 초기 작품들이 실려 있는 단편 작품집이 발간되었다. 1970년대 초반에 발표된 작품들로 구성된 이 책 ‘상실의 풍경’의 그것이다. 누명, 선생님 기행,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빙판, 어떤 전설, 이런 식(式)이더이다, 청산댁, 거부 반응, 상실의 풍경, 타이거 메이저 등 열편의 단편들이다. 이들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제목을 달고 있지만 한국전쟁을 전후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된 배경이 되고 있다.

‘누명’(1970년)이나 ‘빙판’(1971년) 등은 군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카투사, 미군의 실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며, ‘선생님 기행’(1970년)과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1971년), ‘어떤 전설’(1971년)은 남북분단, 이념문제, 연좌제 등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에 대한 비판적 인식, 사회의 일상 속에 정착된 부조리와 폭력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 권력과 금력 앞에 무너져가는 당시 소시민들의 삶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든 작품들에서 시대와 사회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여내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발표된 작품을 통해 동시대인들이 대부분 공감하는 ‘나라와 민족의 운명’에 관한 그의 이야기의 출발점은 무엇일까? 지금의 작가 조정래를 있게 한 사상적 배경이 무엇일까? 등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단편집은 바로 작가 조정래의 그러한 작품 배경과 흐름의 출발점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순반란사건, 한국전쟁과 분단을 직, 간접적으로 겪으며 이러한 사건이 우리 민족에게 미친 영향과 이를 극복할 과제를 자신의 작품 속에 실현해가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을 다시 읽으며 비감해진다. 이 작품을 쓸 때, 20년 후에는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이 이루어지게 되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두 곱, 40년이 다 되었는데도 통일은 아무 기별이 없다. 이것이 우리 모두 앞에 놓인 피해 갈 수 없는 비극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한 작가의 평생 소망이 ‘민족의 통일’이며 그가 발표한 작들 속에 그러한 소망을 실현할 기원을 담아내고 있다면 그가 살아온 삶은 어쩌면 민족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들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망을 함께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지대한 영향력을 지닌 작가와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누리는 커다란 행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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