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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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시각으로 본 과학책 읽기
즐겁게 읽는 책이지만 모든 책이 그렇지는 않다. 때론 책장을 넘길수록 복잡하고 머리 무겁게 하는 책은 멀리 던져놓고 싶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편식한다는 것은 무엇이든 좋은 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 것 역시 그렇다. 이런 의무감에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책을 접하고 나서 드는 생각이 바로 모든 책으로 즐거운 독서는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역사, 문화재, 예술, 인문분야 등의 책을 읽어오며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즐거움에 익숙해져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도전해 보지 못한 분야의 책을 접하며 혼돈상태에 빠진듯하다. 내게 그런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이다. 자칭 인문주의자라 칭하고 싶은 저자 최성일이 자신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인 과학책을 읽어오며 그 책 속에 담긴 이야기와 자신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적절하게 조합하고 있는 책이다.

과학은 역시 어렵다. 자주 접하지 못한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서른아홉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관련된 서적을 읽어가고 있다. 단순히 읽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해석 책을 읽어가며 느낀 생각을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읽어간다. 

어쩜 이렇게 과학지식이 풍부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저자의 박학한 과학지식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저자가 흥미 있게 읽었던 책, 다시 봐도 명품인 과학책, 책은 이렇게 발간되어야 한다. 등 자신이 읽은 책마다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피력하고 있다. 당돌하게도 느껴지는 저자의 과학책 읽기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굳이 과학책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어가며 이렇게 솔직하고 당당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운 점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관심 가지고 읽어 왔던 책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저자의 이야기를 직시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독서는 계기가 중요하다. 책에, 독서에 처음 빠져드는 것부터 그렇다.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 읽을 책을 고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 무작정한 마구잡이식 책읽기는 흔치 않은 일이다. 하다못해 베스트셀러라는 손쉬운 계기라도 붙잡아야 한다. ‘(읽은) 책이 (읽을) 책을 낳는다’는 독서 속설에 기대는 게 매우 바람직하긴 하다.‘

독서에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스스로 마음에서 일어난 계기가 중요하겠지만 외부적 작용이라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책이 책을 낳는 독서의 방법은 매우 유용함을 몸소 느끼기도 했다. 과학책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어떤 분야에서건 독서를 하는 올바른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인문학의 기본적 속성은 비판적으로 대상을 본다는 점일 것이다. 비판정신이 사라진 인문학은 그 생명력이 길지 못하다. 이런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과학책 읽기를 시도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과학적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책읽기만 봐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래야 책을 읽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과학은 관찰을 통해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심판한다. 관찰로써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과학 발견의 원리는 과학의 범위를 ‘관찰이 가능한 문제들’로 제한한다. 따라서 과학에서 가능한 질문 틀은 ‘만약 우리가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같은 것이지 당위와 가치 판단과 관련된 물음은 다루지 않는다.‘

과학의 연구 결과가 미치는 영향력 아래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그 기반이 되는 과학에 대한 생각은 그리 자주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과학하면 어렵다는 선입감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제목만으로도 머리를 흔들게 만드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과학책들은 위의 저자의 말처럼 아주 기본적인 관심에서부터 출합할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관찰은 ‘인간(인식주관)이 사물이나 현상(인식대상)을 능동적이고 목적의식적으로 유의 깊게 바라보는 행위’를 말하고 있다. 학문으로써의 과학의 출발점일 것이다. 이는 과학에 국한된 자세가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접하는 모든 것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벅찬 내용이지만 과학의 출발부터 현주소까지를 담고 있는 책들을 보면서 과학책 읽기에 도전할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솔직한 심정은 그것보다는 책읽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의 서평을 통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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