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홍의 사람공부 - 사람을 아는 것의 힘 정진홍의 사람공부 1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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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 되기 위한 길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이런저런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그 사회적 존재에 의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 그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남과는 다른 무엇을 발휘하여 그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자신의 장점을 찾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남과 어울려 관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사람 사는 기본방식이다.  

하지만,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모든 어려움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이 받는 상처 중 가장 큰 상처는 사람에게서 받는 것이라고도 한다. 일을 하는 도중 어려움은 버텨내면 되기도 하지만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어쩔 도리가 없이 감내해야할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어려움이다. 그렇다면 피할 수도 없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을 벗어날 해결책은 무엇일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결국, 사람들 사이로 더 깊숙이 더 친밀하게 들어가 그 안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 나와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사람을 나와 같이 동등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내 문제의 답을 찾는다면 결국 스스로가 다른 사람과 나와 구별될 수 있는 자신만의 장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내 삶을 꾸려간다는 것은 나 스스로 ‘나’되기 위함이다. ‘정진홍의 사람공부’ 역시 나로 나 자신에 대해 올바로 알기 위해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사람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저자가 자신을 알기위해 10여 년 동안 500여명을 알아가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엮은 책이다.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 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로 우뚝 선 사람, 성공한 사람이라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정상에 선 사람들을 직접 만나거나 책을 통해 만나면서 ‘사람공부’를 했다. 그들이 살아온 삶의 가치, 기준, 방식 등을 찾아보고 그 안에서 그들이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탐구한다. 이러한 사람공부는 그 사람들에게서 무엇인가 배울 점이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주목하는 사람들은 세계 각지, 살아온 시대, 성별, 연령, 직업에 상관없다. 모두가 자신을 찾아가는데 스승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시작되는 사람 탐구는 남미 혁명가 체 게바라, 우리나라 노래꾼 장사익, 재미 교포 이승복, 나탈리 포트먼, 한용운, 토니 휠러와 모린 휠러, 공옥진, 존 레논, 플라시도 도밍고, 송해, 인순이, 스즈키 이치로, 코코 샤넬 등으로 수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모든 사람들의 삶에서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려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또한, 사람 깊이 읽기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이 나와는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집중적인 탐구를 하고 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자신이며 그 해결책도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타산지석이라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공부해서 스스로 자신을 가꾸고 삶을 개척할 힘을 스스로에게서 찾자는 말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 다른 사람만의 독특한 삶이 있듯 나 역시 나만의 삶을 꾸려나갈 힘, 그것을 찾아 사람공부에 매진한다면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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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이주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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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
바야흐로 융합과 통섭이 강조되는 시대다. 수천 년 전, 인간 삶의 근본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상가와 철학자를 비롯하여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꿈꾸었던 사람들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학문을 하며 통합적 시각을 기반으로 삼아 연구하고 토론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학문을 전개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역사의 시간을 더해가며 학문에는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세분화 되어왔고 그 결과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그로인해 사람들의 삶은 물질적으로 보다 풍요롭게 되었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런 학문의 성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이 예전보다 풍요로워졌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간소외현상으로부터 권력에 의한 인간성 말살, 부의 불균형 분배, 전쟁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노출되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있어 장애요소로 등장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학문간 벽을 허무는 융합과 통섭이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벽을 쌓고 경계를 강화하며 이를 넘어서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 팽배하다. 학문의 도가 사라졌다거나 인문학이 위기라는 말은 이러한 현상을 나타내는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특히, 지난 과거의 오류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경우 사회 전반에 걸쳐 권력의 중심이 그대로 이어져 온 결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맥은 유지되고 오히려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민족의 미래를 염려하는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과거의 오류가 가장 심하게 남아 있는 분야로 교육계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제 식민지시대 침략자의 의도가 관철된 정책이 해방 후 미군정으로 이어지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기에 국사과목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처럼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정책들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 건제하는 것이리라.  

아집은 지킬 것이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무기다. 지킬 것이 무엇이든 자신의 것으로 믿고 있던 것에 새로운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도 이해받지 못할 일이다. 더구나 학문하는 학자들 사이에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의견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이 학문하는 자세가 아닐까? 하지만 학문하는 사람들이 아집을 내 세우는 것은 학문을 포기하고 자신이 가진 조그마한 기득권을 지키고자하는 것 이상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우리 역사를 어떻게 보는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역사에 대한 해석으로 학자들 간에 전면전을 치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중심은 바로 사관이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중심에서 중심으로 이어져오며 그 기득권을 유지 강화해 왔던 사람들에게 그들의 기득권에 흠집을 낼만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이들에 대해 기득권자들이 행하는 태도가 비판이라는 가면을 쓰고 폭력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바로 ‘사도세자 죽음’의 진실을 바라보는 이덕일의 관점에 정병설을 중심으로 유봉학, 안대회, 오항녕 등의 비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습이다. 어떤 주장의 옳고 그름에 앞서 학문하는 학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보기 드문 모습이라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세간의 관심을 집중하게 만드는 역사의 이야기고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나름대로 생각을 가진 대중들이 먾은 현실이다 보니 흥미를 증폭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도 아니기에 양편에서 주장하는 이야기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는 무엇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전문자료나 사료에 접근이 용이하지 않고 더군다나 사료를 본다고 하더라도 그 맥락을 잡아가는데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반 독자들로써는 양자사이에 벌어지는 논고의 근거나 주장하는 바를 통해 살피는 것이 우선되는 것이리라. 상대편의 주장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어떤 시각으로 설득해 가는가를 보면 신뢰가 가는 편이 가려지게 마련이다. 

이주환 저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은 그간 벌어진 이덕일의 주장에 대해 정병설을 중심으로 유봉학, 안대회, 오항녕 등이 제기한 비판에 대한 비판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한중록’과 ‘사도세자의 고백’을 비롯하여 이덕일과 안대회, 오항녕의 저서를 두루 살펴본 사람으로써도 구체적 사항에 들어가서는 어느 편에 서야할지, 어떤 사람의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봐야할지 난감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들 저자들이 자신의 저서에서 말하는 역사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에 대한 이야기와 서로 대치되는 주장을 비교하면서 살핀다면 무엇이 올바른 시각인지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은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주자학, 노론이나 한중록, 사조세자, 정조의 죽음 등은 어쩌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정립하는데 필요한 한 요소로 작용하는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그보다 근본적인 것, 바로 이 양자가 대척점에 서 서로에 대한 칼날을 드러내게 만드는 근본에 대한 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노론에서 일제침략시대의 권력자 그리고 미군정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오늘에 이르며 권력의 중심에 선 사람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엔 분명 한계와 특정한 목적이 있다. 이 특정한 목적은 자신들이 선점한 기득권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라는 말에 무게중심이 간다. 역사를 보는 것은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재를 올바로 살기위해 반드시 해야 할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 책무를 방기하고 자신의 이해요구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학자들은 그들이 역사를 보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듯 역사는 그들을 기록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행해질 역사의 평가를 어떻게 감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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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마감] 9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를 발송했습니다.

삶을 풍요롭게 누리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소망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런 저런 인연에 매어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어려운 조건이지요. 

그럴때일수록 자신의 삶에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내요. 

그 방법 중 하나가 책과 만나는 것이고 그 책 중에서도 

자신이 누리고자 하는 부분의 책을 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 가는 길이될 것입니다. 

알라딘에서 그런 기회를 주는 시간평가단이 있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내요 

9기 신간평가단 활동에서 만난 책들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책으로는 

1.옛 그림 보면 옛 생각난다   

2.무명 화가들의 반란, 민화  

3.사진 철학의 풍경들 

입니다. 그외 책들도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책들이라 

문화예술적 소양을 길러가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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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속의 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 기억 속의 색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권장도서
미셸 파스투로 지음, 최정수 옮김 / 안그라픽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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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유독 색에 민감해지는 시기가 있다. 우리의 정치적 특수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선거철만 되면 당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것이 라기도 하는 것처럼 특정한 색의 옷을 입고 선거전에 돌입한다. 마치 그 색이 가지는 이미지가 곧 그 당의 모든 것을 대변하듯이 말이다. 이렇게 색깔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색이 대변하는 무엇이라도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을 떨치고 색깔 하나로 자기당의 결집을 도모하며 다른 당과의 구별을 하고 싶은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색은 이처럼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색에 대한 선호도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입는 옷에서 사용하는 물건 하나하나 모두 선택의 기준에 색깔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관계되는 색에 대해 많은 부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적색, 청색, 노랑의 3원색을 바탕으로 다른 수많은 색들이 이차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구체적인 색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은 아니다. 녹색이 어떤 색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지 막상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말이다. 

역사학자인 미셸 파스투로가 색에 주목하며 역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우리 기억 속의 색’이다. 저자가 성장한 유럽 그것도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학교생활 속 경험, 역사학을 전공하며 색에 주목했던 기억들 그리고 유럽 및 프랑스의 문화적 특성에 기인한 독특한 점들을 이야기로 구성하여 우리들의 생활 속에 색이 어떻게 연관되어지고 각자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예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색의 기능을 구분하고 분류하고 결합하고 대립시키고 계층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색은 자연환경, 기후, 역사, 지식, 전통에 따라 각기 다르게 색을 이해하고 정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동양에서 사용하는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등의 오방색이 중심색이지만 서양에서는 노란색, 흰색, 빨간색, 검은색, 파란색, 초록색의 여섯 가지 색이 중심임을 봐도 알 수 있다. 4계절이 뚜렷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에서 하늘색을 표현하는 낱말의 숫자에서의 차이 등을 통해 우리는 이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또한 특정한 색에 대한 선호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저자 미셸 파스투로가 자신의 삶에 걸쳐 기록한 색의 기역을 중심으로 사회에서 현재진행형인 유행과 패션, 일상생활, 예술과 문학, 신화와 상징, 취향, 언어와 어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관찰의 장에서 색의 역사를 훑고 환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색의 특성을 알려주기 위해 시각적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고도 색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보여준다. 컬러도판 하나 없는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색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색의 오묘한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상상 속에 색을 구체화 하기위해 색이 가지는 특성인 추상적인 개념, 지적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또한 색은 단어이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고, 자주 현실과 격차를 보이는 변화무쌍한 명찰임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선호색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특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때론 자신이 경험하고 자라온 환경인 사회문화적 특정에 의해 결정되어지기도 한다.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렇게 색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삶을 살아가면서도 인식하지 못하는 삶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색을 생활 속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여유롭고 풍요로운 생활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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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 방랑시인, 정해 홍신한문신서 29
권오석 / 홍신문화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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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이어가는 김삿갓 일생
가문은 여전히 살아있다. 남녀평등권이 당연시되고 모계혈통이 당당히 법적으로 인정받는 시대인 현대사회에서도 성씨를 중심으로 하는 가문이라는 형태의 문화는 여전히 살아있다. 시대는 변한다고 하지만 성씨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는 역사의 전통을 이어오는 오래된 관습에 의해 현대인에게도 그 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역사에서 가문이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지을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는 조선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왕권을 중심으로 한 신분사회에서 철저한 가부장제에 의해 한 사회를 유지하고 이어온 사회가 조선이기에 가문에 대한 뿌리는 그만큼 깊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여 정치적 사건에 관련된 조상의 일이 한 가문의 멸문을 가져올 만큼 사회적으로 용인된 사회이기도 하다. 조선의 역사 500여년 동안 이러한 일은 빈번하게 일었으며 조선 후기에 들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본 사람 중 하나가 김병연(1807 ~ 1863)이 아닐까 한다. 

1980년대 초반 광주에서 무등산을 넘어 동복에 있는 적벽에 간 기억이 있다. 광주시민의 상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그 지역에 댐을 건설하여 적벽이 그 위세를 감추기 시작할 때 즈음이지만 적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정자가 있고 그곳에서 바라본 적벽과 그 주변 경치가 아름다웠다는 느낌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훗날 다시 그곳을 방문하였을 때는 조그마한 시비가 세워져 있고 그 시비의 주인공이 바로 김병연 김삿갓이었다.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 역사적 인물이 바로 그 인근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묘한 감흥이 일었다. 지금 그곳은 후대인이 심었을 벚나무가 주인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김삿갓으로 더 잘 알려진 김병연은 조선 후기 사람으로 절대 권력을 누렸던 안동 김씨다. 홍경래의 난(1811년 순조 11)이 일어날 때 할아버지 김익순이 선천부사로 홍경래에게 번번한 싸움한 번 하지 못하고 항복하였다. 이 사건에 연좌되어 집안이 망하게 된 것이다. 집안의 하인 김성수의 도움으로 황해도 곡산으로 피신하여 숨어 지내다 사면을 받고 과거에 응시했으나 김익순의 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답을 적어 급제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벼슬을 버리고 20세 무렵부터 방랑생활을 하였다.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생각하고 항상 큰 삿갓을 쓰고 다녀 김삿갓이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한다. 조선 8도를 떠돌아다니면서 만나고 겪은 일에 자신의 시적 감흥과 신세한탄이 담긴 시를 남겼다. 주로 권력자와 세상의 부조리를 담은 풍자시가 주류를 이룬다. 이후 전국을 방랑하던 중 전라도 동복에서 객사하였다고 전한다. 

권오석 저 ‘방랑시인 김삿갓’은 김삿갓의 시를 바탕으로 그의 일생을 따라 조선 8도로 이어진다.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된 주인공은 그에 대한 충격으로 집을 떠나 방랑생활을 한다. 이미 가정을 꾸린 후고 슬하에 자식도 둔 상황이었다. 가정을 돌볼 정신적 여유가 없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운명과 마주친 것이다. 영월을 떠나 동으로 다시 북으로 그렇게 이어지는 방랑은 삶을 꾸러가는 생활인의 모습이 아니라 술에 만취하거나 여성을 탐하는 등 때론 삶을 포기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그가 남긴 시의 대부분은 사회 기득권층에 대한 풍자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불만이나 그런 상황에 몰려 방랑하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볼 때마다 가슴을 짓눌렀을 무게가 어떨지 상상만으로도 짐작이 가는 듯하다. 저자는 이런 김삿갓의 일생을 이야기로 꾸몄다. 작가적 상상을 살려 시와 시를 연결하고 그 사이에 주인공의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다. 또한 김삿갓 시의 주류를 이루는 한시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야기 중간 중간 한시 해설을 곁들어 놓았다. 이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호흡에 방해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어려운 한시의 체계와 김삿갓의 시적 재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남겨진 기록이 많지 않지만 주인공의 시를 통해 살려낸 김삿갓의 삶을 통해 조성 후기의 사회상과 사람들의 일상모습을 알 수 있다. 김삿갓이 살았던 조선 후기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와 그 구체적 모습이야 많은 차이가 있지만 사람 살아가는 속내는 비슷한 것이 아닐까? 삿갓으로 하늘을 가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방랑하며 결국 객사한 한 시인의 가슴에 담긴 것이 시로 남아 후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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