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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5월
평점 :
사람들은 다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살아가다 보면 낯설음에 대한 묘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이 느낌에 대한 매력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살아온 일상에서 벗어나 떠나는 사람 각자 가슴에 담긴 사연으로 여행길에 나서는 사람들 모두 어쩜 내면의 자신과 독대를 하는 기회를 갖고자 하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그 여행길이 혼자라면 더 자신을 돌아 볼 기회가 많을 것이다.
특히 삶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겐 혼자 사색하는 시간과 공간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삶의 전환기가 다를 것이다. 이제 사회로의 발길을 내 딛는 희망으로 가득 찬 청년, 살아온 날에 대해 정리가 필요한 사람,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등등 모두가 자신의 처한 조건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마음의 안정을 바라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은 17년째 직업 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자신이 살아온 날에 대한 회고와 남동생을 잃은 슬픔에 견디기 힘들어하는 자신과의 내면적 대화를 시도하는 혼자 걷는 여행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카미노라 불리는 프랑스의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여 노란화살표를 따라 산티아고까지 순례자들이 걷던 800킬로미터의 길을 34일간 걸으면서 만난 자신과의 이야기면서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예순을 앞두고도 산 것 같지가 않다면서 모든 걸 청산하고 카미노에 온 신디, 스스로를 좋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나지막하게 읊조리던 서른 살의 시영, 혼자가 되는 것을 여전히 두려워하는 마흔다섯 살의 마틴,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싶다던 서른세 살의 애런, 자기 안에서 믿음을 발견하고 싶어 했던 예순다섯 살의 조지] 본문 256p
혼자 걷는 여행길은 언제나 혼자가 아니다.
카미노를 걸어가며 저자는 늘 자신과 대면한다. 그리고 그 대면에 솔직하다. 낯선 길을 걸어가며 느끼는 감정이든 동생에 대한 마음이든 솔직함을 드러내며 자신과의 독대에 용감하다. 그렇기에 혼자 걷는 길에 만나는 또 다른 자신들과의 교류 역시 진솔함이 묻어난다.
그렇기에 저자는 20~30킬로미터 씩 걷는 길의 힘든 여정에서 느끼는 워커스 하이, 만나는 모든 사람, 아름다운 풍경, 낯선 언어로 통하는 충분한 느낌의 보너스도 알게 된다. 그러기에 혼자인 여행길에 늘 누군가와 함께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역시 혼자이면서 함께하는 여행길 그것과 똑 같다.
낯선 사람들의 친절로 살아간다는 여행길에서 즉각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여행길에 만난 어떤 사람이 이야기 했듯이 여행이 끝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느 날 문득 알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혼자 걷는 길고 긴 여행길에서 자신의 내면을 대면하고 깨달은 무엇인가는 살아갈 날에 대한 든든한 밑 걸음이길 바래본다.
34일 800킬로미터라는 길을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길이다. 다만,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는 길이기에 쉬운 길일수도 있다. 나의 남은 인생의 길에도 길을 안내하는 노란 화살표가 있기를 소망해 본다.
산티에고로 가는 여정은 오늘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여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