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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의 명의들 - 중국 역사 최고의 명의 5인의 세상을 살린 놀라운 의술 이야기
쑨리췬 외 지음, 류방승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조화를 이루는 삶
살고 죽는 문제가 인위적으로 결정되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명확한 사실일 것이다. 다만, 살아가는 동안 병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며 삶의 축복이지 않을까 싶다.
역사 이래 대중으로부터 칭송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빈부나 신분의 차이, 남녀 성별의 차이를 무시하고 근저에 흐르는 중요한 사실이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고 행동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병들어 아픈 사람을 대할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는 의사들에게 있어 이러한 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마력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초기 종교 지도자들이 의술을 배워 사람을 치료하며 인심을 얻었다고도 한다.
[천고의 명의들]에서 이야기하는 의사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중국 역사에서 최고의 명의로 불리는 사람들의 일대기와 대중들로부터 추앙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 이야기 해주는 책이다. 중국의학을 전공한 강사들에 의해 중국의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 [백가강단]에 소개되었던 이야기를 묶어 발간한 책이다.
동양의학의 시조 편작, 외과의 비조 화타, 개체의학의 대가 장중경, 약왕 손사막, 본초강목 을 완성한 약물학자 이시진 등 한의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들어봤음직한 사람들이다. 생애 전반에 걸쳐 이들이 의술을 배우고 유명해지는 계기를 비롯하여 대중들에게 의술을 베푸는 과정에서 생겨난 유명한 일화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죽은 사람을 살리고 불치병을 낫게 하는 귀신같은 의술의 세계라지만 정확한 기록이 어려웠던 시대이다 보니 대중들 사이에 구전되어 오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이야기가 많음도 사실이지만 그 기저에는 그들이 펼친 의술과 인술이 밑바탕에 깔려 있음을 알게 해 준다.
또한 편작의 죽음에서 보이듯 성인으로 대중들로부터 추앙받았던 사람들 중엔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인재를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에 안타까움이 많은 대목이다.
희(喜), 노(怒), 우(憂), 사(思), 비(悲), 공(恐), 경(驚)의 일곱 가지 감정인 칠정(七情)을 비롯하여 음양의 조화, 7일 절률의 법칙,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오행 등 중의학은 의술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주를 비롯한 자연의 원리, 자연과 사람의 관계 등 동양 철학의 근간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게 한다. 그 근본에는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이고 사람 인체 역시 음과 양의 조화로운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서양의학과 근본적인 차이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 세계 속에 동양학이 점차 관심의 전면에 등장하고 그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중의학 내지는 한의학 역시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긴 역사가 증명하듯 인간과 인체에 대해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의학으로써 굳건히 자리 잡을 것이라 믿는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는 말의 의미가 내포하는 것은 뭘까? 서양의학이 동양의학 또는 한의학에 비해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라면 이 말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한 말이다. 다윈도 인정할 만큼 본초강목은 과학적인 분류체계와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과학서로서도 놀라운 증명이 이를 말해 준다.
이 책 [천고의 명의들]을 통해 동양철학의 진수에 한발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다. 의학이 사람의 병을 고치는 기술적인 측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비롯하여 생로병사 전반에 걸쳐 사람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시각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아픈 사람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는 의미에서 한번쯤 [의술은 인술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