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곳에 섰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피리를 연습하던 곳이다. 무더위 물러가니 벚나무 잎사귀도 함께 물러간 자리엔 여전히 강한 햇볕이 들지만 이젠 그 온기가 좋은 시간으로 변했다.

냇가 뚝방 위 벚나무 세그루는 사계절 피리 연습을 지켜봐주는 내 벗이다. 이른 봄 화사한 벚꽃으로 장단 맞추기도 하고, 때론 이름 모를 새를 불러 청중으로 삼기도 한다. 한여름엔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던 잎이 취임새를 넣어주고, 잎 떨구기 시작한 지금은 날씬한 가지가 지휘봉인양 장단을 맞춰준다.

벚나무 가지 흔들림으로 피리산조의 농현을 배운다. 나뭇잎 다 떨구는 때까지 바람따라 벚나무 가지 흔들리듯 입술과 팔에 기댄 피리가 내 몸에 운율을 세길 것이다.

가을은 피리의 농현따라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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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09-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들피린가요? 제겐 추상명사같던 😄

무진無盡 2016-09-15 15:00   좋아요 1 | URL
국악기 피리의 소리내는 부분인 `서`라고 합니다. 서양 관악기의 `리드`랑 같은 역할을 하지요.
 

'고마리'
여리고 곱다. 하늘의 별처럼 빛나면서도 봐달라고 억지 부리지 않는다. 차마 부끄러워 다 붉지도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만 듯 속내를 감추지만 이내 불거져 나오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흔하다. 그래서 더 주목받지 못하나 한번 눈맞춤한 이는 가슴에 담아두고 결코 잊지 못한다. 하여 무엇이든 제 때를 기다릴줄 알게 한다.


'고마리'는 습지나 도랑의 가장자리, 하천변, 경작지 수로 등지에서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잎과 잎자루에는 거꾸로 향한 가는 가시들이 달리며 잎자루가 나오는 줄기에는 얇은 막으로 된 잎집이 있다.


꽃은 8~9월에 피는데, 하얀색, 분홍색 또는 약간 진한 분홍색을 띠기도 한다. 가지 끝에 달리는 꽃은 꽃잎은 없으나 꽃받침잎이 5장 있다.


무리지어 자라고 강한 생명력때문에 잡초 취급 받는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난다고 고만나라고 해서 고마리라고 불렀다고도 하고, 물을 정화시켜주고, 식용, 약용으로 널리쓰이는 고마운 풀이라고 해서 고마리라고 했다고도 한다.


꽃만큼 이쁜 '꿀의 원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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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랑 2016-09-13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 정화는 물론 식용까지 가능한 식물이라니 정말 고마워서 `고마리` 할법하네요.
흔했던 `잡초`가 오히려 귀한 식물인줄 이제서야 알고 갑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무진님.

무진無盡 2016-09-13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흔한 거의 모든 풀은 식용 도는 약용으로 쓰입니다 ^^
 

문득, 보고 싶었다.
출근길, 물안개 피어나는 그 모습이 눈에 밟혀 조금 일찍 길을 나서 마주한 그곳이다. 덜 여문 기온 차이가 생생한 물안개를 만들어 내진 못하지만 넉넉한 하루를 맞이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산 그림자 비친 얼굴 위로 덜 여문 물안개 피어 오르고 그 틈을 비집고 산 안개가 살그머니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백로를 지났다고 아침 이슬은 발길을 붙잡고 며칠 못본 햇살이 가슴에 온기로 번져오는 시간이다.

이 모든 순간에 멈출 수 있어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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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白露'
이날 이후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점으로 삼는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제주도 속담에 "백로전미발白露前未發"이라고 해서 이때까지 피지 못한 벼는 더 이상 크지 못하여 결실을 맺지 못한다고 전한다. 경상남도 인근의 섬 지역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천석十里千石'을 늘린다"고 하여 이 날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여겼다. 오늘 날이 흐린걸 시비삼지 않아도 좋을 이유다.


속담에 "봄에는 여자가 그리움이 많고, 가을에는 선비가 슬픔이 많다"라고 한다. 백로를 지나면 본격적인 가을이다. 혹, 머리 반백에 슬픈 모습을 한 남자를 보거든 다 가을 탓인가 여겨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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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내 어린시절 기억 속 나팔꽃은 단연코 이 진한 색의 녀석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골목길 돌담장 위에 피어 개구쟁이들의 외침을 대신이라도 하듯이ᆢ.


붉은색의 둥근잎나팔꽃이나 청색의 조그마한 미국나팔꽃이 대세를 이루는 요즘 드물게 옛기억을 떠올리게하는 아주 진한 색의 나팔꽃을 본다.


'나팔꽃'은 길가나 빈터에 서식하며 주로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7~8월에 피며 푸른색을 띤 자주색, 흰색, 붉은색 등 여러 가지 색으로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대에 1~3송이씩 달린다. 꽃 모양이 나팔모양을 닮았다.


넙죽이 벌어진 통꽃의 꽃잎 꽃통 속에서 나팔소리가 터져 나와 울려 퍼질 듯한 모습이어서 나팔꽃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이른 아침에 피어 한낮이면 지는 나팔꽃은 '결속', '허무한 사랑', '기쁜소식' 등의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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