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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밤나무'
더딘 발걸음 끝에는 무엇인가를 주목하게 된다. 꼭 특정한 무엇을 보자고 한 것이 아니기에 만나는 것 무엇이든 늘 새로움이 있다. 점심 후 산책길에서 만났다. 한발짝 벗어난 길에서 이렇듯 새로움을 만난다.


노랑 꽃술을 별모양의 꽃받침이 받치고 있다. 두툼하게 품을 연 꽃술이 만들어 내는 그곳에 포근하여 아늑함이 깃들어 있다. 없는 누이의 가슴에라도 달아주고 싶은 부로찌 닮았다.


열매의 모양이 장구통 같아서 장구밥나무로 불린다고 한다. '장구밥나무' 혹은 '잘먹기나무'로도 불린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장구밤나무'로 등록되어 있다.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다. 적자생존의 엄중한 법칙에서 꼭 필요한 것 이상의 무엇을 탐내지 않은 자연이지만 때론 과장된 포장을 자주 본다. 그것에 비해 이 장구밥나무는 깔끔 그 자체로 충분한 매력이 있다. '부부애'라는 꽃말은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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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7-0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다... 이 말이 참 와 닿습니다...^^
 

'산꿩의다리'
키큰 풀이나 나무들 잎으로 가려진 여름 숲의 반그늘이나 햇볕이 잘 드는 풀숲에서 키를 훌쩍 키워 스스로를 돋보이게 한다. 이른바 꿩들의 잔치가 벌어지는 여름숲의 특별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가느다란 꽃잎이 작은 꽃받침 위로 우산처럼 펼쳐지며 핀다. 하얀색이 기본이라지만 환경에 따라 붉은빛을 띄기도 한다. 꿩의다리는 줄기가 마치 꿩의 다리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은꿩의다리, 큰잎산꿩의다리, 금꿩의다리, 은꿩의다리, 참꿩의다리, 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등 많은 종류가 있다. 꽃의 색이나 꽃술의 모양, 잎의 모양으로 구분한다지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식물을 대하다 보면 작은 차이를 크게보고 서로 다른 이름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좁혀보고 깊게 봐야 알 수 있는 세계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꽃을 보며 사람사는 모습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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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마타리'
초록이 무성하여 온 땅을 뒤덮은 때 꽃대 하나 쑤욱 올려서 샛노란 꽃을 피웠다. 바위틈에 자리잡은 옹색한 보금자리는 염두에 두지않고서도 제법 큰 잎을 내고 꽃까지 피우니 그 환하게 밝은 마음에 저절로 눈맞춤 한다.


이름에 '금'자를 달았으니 꽃은 노란색을 핀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이나 들에서 잘 자라는 마타리에 비해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금마타리의 꽃이 더 선명하게 노란색이어서 금자를 달았는지도 모르겠다.


마타리는 줄기가 말의 다리같이 생겼다고 해서 말다리로 부르다 이것이 마타리로 바뀐 것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늘씬한 꽃대를 가졌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비교적 많은 개체수가 있다고 한다. 지리산 노고단 정상 바위틈에서 첫 대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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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환상적인 색감을 전해주는 보라색이다. 비에 젖어서도 충분히 제 빛을 발하니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우박을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 막대기 같던 것이 자라서 꽃피우고 열매까지 맺는다.


연보라색 꽃이 달리며 꽃받침은 자줏빛이다. 이 색감이 좋아서 일부러 찾아보게 된다. 그냥 보라색으로만 표현하기엔 무엇인가를 놓친 허전함이 있다. 보고 또 보는 이유다.


무슨 맛이었을까. 생 가지의 매끈하고 검푸른 몸통을 통채로 한입 베어물면 입안에 전해지는 풋풋한 냄새와 한참이나 지난 뒤에도 남아 입안을 헐게 했던 알싸함이 기억 저편에 남았다.


길을 가다 주인 몰래 따먹기도 했지만 입안에 남아 있는 보라색은 감출 수 없다. 하여, '진실'이라는 꽃말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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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무얼 그리 밋보여 이름까지 이리 붙여졌는지 꽃의 입장에서 보면 서운할 만도 하겠다. 망초는 일제 강점기에 들어와서 퍼진 꽃, 나라가 망할 때 피어난 꽃으로 그래서 '망국초'라고 불렀는데 '개망초' 는 그 망초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개망초가 피었다 공중에 뜬 꽃별, 무슨 섬광이 이토록 작고 맑고 슬픈가 … "


문태준의 '번져라 번져라 病이여'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문학 속에서도 개망초에 씌워진 슬픈 이미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따라다닐 것만 같다.


흔하기에 자세히 보지도 않는걸까? 꽃으로만 본다면 곱게 나이들어가는 중년의 귀부인처럼 우아한 자태다. 그렇게 보면 '화해'라는꽃말도 적절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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