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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숨었고 밤은 젖었다.

"봄비는 가을을 위해 있다지만
가을비는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일까
싸늘한 감촉이 
인생의 끝에서 서성이는 자들에게 
가라는 신호인듯 한데

온몸을 적실 만큼
가을비를 맞으면 
그 때는 무슨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내일을 가야 하는가"

*용혜원의 시 '가을비 맞으며'의 일부다. 시인은 '가을비는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일까'라고 묻는다. 굳이 대답이 필요없는 물음이다. 여름비는 몸으로 흠뻑 맞아야 제대로 맞은 느낌인데 가을비는 귀만으로도 물씬 젖어든다. 다 기울어가는 마음 탓이리라. 가을비에 젖은 마음은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다. 그저 견딜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닫을 수 없는 귀로 젖은 밤은 쉬이 잠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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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린다. 게으른 이의 텃밭농사라 하늘도 안타까운 마음인지 때마침 비를 내려준다. 땅을 뚫고 올라온 새싹들이 하늘향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비가 곱게도 내린다. 막 터지기 시작한 꽃무릇 붉고 여린 꽃잎에도 방울지겠다. 이제 이 비 그치면 불쑥 가을 한가운데 서 있을 낯선 스스로를 만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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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구름 속에 숨었고 사람들의 기대는 그 구름 속을 서성인다. 달을 보지 못하는 팔월 보름은 그렇게 흘러 기억되지 못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우연이다. 어떤 상황이었을까. 알지 못하는 사이 저장된 모습이다. 휴대폰 카메라가 만들어낸 의도되지 않은 색의 모습으로 담겼다.

달을 기대했던 팔월보름, 그 달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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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을 걷는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이슬이 발목을 잡아 더딘 발보다는 눈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두리번거리며 발밑을 살피고 마음을 사로잡는 꽃에 주목한다.

벗풀, 물달개비, 사마귀풀, 수염가래꽃, 쥐꼬리망초, 한련초, 누운주름잎, 닭의장풀, 새팥, 새콩, 고마리

잠깐 사이 눈맞춤한 식물들이다. 수염가래꽃은 첫 눈맞춤이다. 이 다양한 식물이 꽃 피워 빛나고 있는데 외면할 것인가.

몸도 마음도 바쁜데 짬을 내어 여유를 부려본다. 연휴의 첫날을 이렇게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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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깊고 포근하다.
지난밤 흔들리는 땅에 발딛고 사는 이들의 불안과 공포를 다독여 주는 것이라고 애써 위안 삼는다. 국민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에 위안 삼는 것이 햇살에 곧 사라져버릴 안개라면 국가는 왜 필요할까?

이 땅에 발딛고 사는 이들의 시름은 나날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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