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다. 게으른 이의 텃밭농사라 하늘도 안타까운 마음인지 때마침 비를 내려준다. 땅을 뚫고 올라온 새싹들이 하늘향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비가 곱게도 내린다. 막 터지기 시작한 꽃무릇 붉고 여린 꽃잎에도 방울지겠다. 이제 이 비 그치면 불쑥 가을 한가운데 서 있을 낯선 스스로를 만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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