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을 함께하는 동료 중에 특이한 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머리를 싹~ 밀어버리고 다니는 사람이라
처음엔 스님인줄 알았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그사람의 호가 배코라고 한다.

배코치다[머리를 삭발하다]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은 단어라 못 알아듣는 사람도 제법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은 황순칠,
전업 작가로 이 지역에선 제법 유명한 사람이다.
배꽃을 주로 화폭에 담고 있다.

매주 열심히 대금수업에 나오다
가끔 결석도 하지만 모두가 바빠서 그럴거라 생각하고 만다.
그 배코라는 분이 음악회를 주최했다.
이름하여 [BeCo 송년 음악회]

올해로 아홉번째라고 하니 횟수로만 봐도 대단하다.
이번엔 대금의 명인이신 원장현 명인을 초청하여
음악회를 한다고 초대를 받았다.

그 사람과 함께 배우는 대금이 대금산조 원장현류다. 



 크지 않은 화실에 그랜드피아노가 놓여있고
60여 명 정도 모였다.
화가와 지역문화계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전에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제법있어
그리 낯설지는 않다.
화가 황순칠의 초대로 오신분들이다.

함께 대금공부하는 동료들도 몇몇 참석하고
국악전수관 대금 선생님도 참석하였다.
대금 명인 원장현 선생님 제자라
원장현 명인을 대하는 모습에서
무척이나 어려워 하신다는 느낌이 든다.
장구장단을 하시는 분이 바로 나의 대금 선생님이신
장용수 빛고을국악전수관 학예연구사다.

대금공부를 하는 사람으로 
그 곡을 직접 작곡하고 연주하신
본인에게 직접 듣는다는 흔치 않은 기회다.

역시...명인의 연주라는 감동의 시간이였다.

 

배코 황순칠 작가의 작품으로 만든
넥타이와 스카프로 경춤 추첨시간이 있었는데
모두가 만족하는 선물이 되었다.

 문화라고 하면 나와는 거리가 먼
특정한 사람들 만이 누리는 특별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누구나 생활 속에서 자신의 조건에 맞게
마음의 여유를 찾아 할 수 있는 것이
문화가 아닌가 싶다.

한해를 보내는 막바지 대금의 깊은 울림과 함께
훈훈한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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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인근 농촌 마을 나주시 노안면에
101년 된 성당이 있다.
그 성당을 중심으로 구성된 마을 이슬촌에 
해피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렸다.

12월 19일부터 31일까지
산타퍼레이드를 비롯하여 퓨전국악, 인디밴드, 희망콘서트 등
사람과 사람이 모여 만드는 어울림의 공간이다.

이슬촌은 폐교를 활용하고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농사짓는 사람들과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도농의 어우러짐이 돋보이는 마을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온 마을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산타의 마음을 나누려는 훈훈한 정이 묻어나는 시골마을이다.





101년된 성당의 모습이다.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불빛이 온 마을을 덮고 있는 밤
성당은 마을 사람들의 중심에 있다.
굳이 종교를 말하지 않더라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넘쳐흘러
사람과 사람의 따스함이 스며있는 곳
101년을 이어온 성당이 자리잡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아닐런지...

올해로 3회를 맞이한다는 이슬촌 해피크리스마스 축제는
농사를 마치고 난 마을 사람들의 축제인 모양이다.
애써 지은 농산물로 장터도 열리고
농사짓던 트랙터가 산타가 크는 썰매로 변하고
지긋한 나이의 할아버지들이 산타복장으로
축제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도 
사람의 훈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나 보다.
성당 한구석에 자리한 글귀에서 
현실에 바둥거리는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나, 너 그리고 우리는?
칼바람도 이겨내며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모여 있을까?
별빛처럼 빛나는 희망을 찾기 위함일까?

도시와 농촌, 이웃과 이웃,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크리스마스 우체국에서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따스한 마음을 
엽서 한장으로 전하고 있다.



이곳 저곳 훈훈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피어나듯
모닥불이 피어난다.

밤하늘 가득 음악이 울리고
너, 나 할것 없이
칼바람으로 움츠러든 가슴들이 어께를 펴고
떡국 한그릇에 언 마음을 녹인다.

이슬촌에 크리스마스의 까만밤은
따스한 사람의 온기로 채워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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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눈이 내렸다.
올 겨울 처음 내리는 눈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다.
눈을 맞이하는 마음에 설레임이 있는 것이
아직 세상을 향해 마음구석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열려있는 듯 하여
실없이 웃어본다.

주차장 한쪽을 점령한 사람들의 흔적에서
이것 저것 지우고...여백을 골라 담았다.
사람이 살아온 흔적이 발자국 처럼 남기에
누군가는 뒷사람을 위해 내 발자국을 잘 찍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게 큰 뜻을 남기기엔 모자란 부분이 많은 나로서는
뒷 사람을 염려해서 내 발자국을 어떻게 남뎌야 한다라는 생각 보다는
길을 가다 잠시 마음 내 뒤 돌아 봤을 때
스스로의 발자국으로 인해 어지럽지 않기를 바란다.

우선 내 마음에 어지러움이 없어야 
뒤를 밟아오는 사람에게도 뭔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게 봄이 오는 것을 알려주는 나무다.
이른 봄 화사한 색깔과 달콤한 향기로
꽃차 한잔을 선사하며 
봄맞이 마음준비를 하게 한다.
아파트 뒷 화단의 
매화나무다.

가지에 눈을 이불삼아 봄을 준비하는 모양이
제법 그럴싸하다.
추운 겨울 무사히 넘겨 
내년 봄에도 
그 호사스런 마음의 여유를 전해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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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것이라는 주장을 하기에 서툰 사람이다.
지금 내 손안에 있어
잠시 나와 함께 있는 것이라는 마음이기에
무엇하나 그다지 아까울 것도 없다.

나름 책을 읽어오며
이런 저런 인연으로 나에게 온 책이 제법 되지만
그것 역시 누군가 필요하다면 아낌없이 주곤했다.
그래도 쌓이는 책이
거실 양쪽을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중으로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모 사이트에서 독서의 달인이라는 행사를 진행하기에 참여했다.
1년에 100권 읽기 도전이라고 한다.
어제까지 189권이였으니 올해 200권을 채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중 일정 조건을 충족한 사람들에게 책도장이라는 선물을 준단다.
그 책도장이 도착했다.

도장이라는 것이 원래
무엇이 내것이라는 확인를 하는 도구이기에
읽고 있는 책에 도장을 찍는다는 것이
내 안에 가득한 욕심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얼마나 필요할까 싶었다.
재미 삼아 찍어본 책도장에 내 이름 석자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큰 욕심은 아닐수도 있겠다 싶은
간사한 사람마음이 금방 드러난다.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모든 책에
이 도장을 찍을 수는 없을 것이지만
새롭게 만나는 책에는 찍어보고 싶다.
나와 인연이 다 되어 혹 다른 사람에게라도 간다면
그 사람과 나를 이어주는 흔적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마치 책장을 넘기다 먼저 읽었던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사람의 온기를 느끼듯...그렇게 만나지는 인연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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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울리는 깊고 넓은 대금 소리가 좋았다.
언젠가는 나도 꼭 배워 멋진 소리를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배울곳도 없고 혼자 다니기도 낯설어 망설이기만 하다가
대금이라는 악기를 손에 잡은지 이제 만 2년이 되어간다.

짧지않은 그 시간 함께 어려운 대금공부를 해온 사람들이 있다.
도무지 소리가 나지 않아 대금공부에 지쳐갈때
묵묵히 지켜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그분들이 아니였다면
일찍이 내 손에서 대금은 멀어졌을거라 생각한다.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이렇게 산조대금의 한장단을 배웠다.
한장단 공부가 끝나고 다음장단 넘어가면
그사이 배웠던 장단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기 일쑤고
여전히 잘 내지 못하는 대금소리지만
산조대금의 한장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맛이라도 본 것 같아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겨본다.

옛 어른들이 공부할때 책한권 다 끝나면 책거리라는 것을 했다.
하여, 나도
대금 한바탕을 끝낸 내 기분도 살리고
함께 공부하는 분들과 나누려는 마음까지 담아
한해를 마무리 하는 송년회 자리에
내가 봤던 책들 중에서 20여 권을 골라 나눠드렸다.
나 나름대로의 책거리인 셈이다.

1년에 책 한권 손에 잡지 않았다는 분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간에 책 선물 받아 새로운 기분이라는 분
술이 한 두잔씩 돌아가는 동안 일찍 마음에 드는 책 선택해서
누가 가져갈가 하는 마음에 이름까지 쓰신분 등등
모든 분들이 일일이 손 잡으시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온다.

작은 선물이지만
기뻐하는 그분들의 마음이 오히려 고맙다.
내년에는 더 많이 준비해 두었다가 나눠야겠다.
같은 것에 같은 마음을 느끼는 사람들의 만남은
언제나 가슴 따스함을 전하나 보다.

각각 다 다른 진도의 대금공부에 서로를 격려해 주고
청이라도 뚫리면 붙여주고
새로이 대금을 마련한 사람에겐 축하해 주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날마다 달라지는 대금소리의 깊이만큼
사람 사이의 정도 깊어져 가나보다.

사람 사귐이 이처럼만 같다면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이 겨울도 따스하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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