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울리는 깊고 넓은 대금 소리가 좋았다.
언젠가는 나도 꼭 배워 멋진 소리를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배울곳도 없고 혼자 다니기도 낯설어 망설이기만 하다가
대금이라는 악기를 손에 잡은지 이제 만 2년이 되어간다.

짧지않은 그 시간 함께 어려운 대금공부를 해온 사람들이 있다.
도무지 소리가 나지 않아 대금공부에 지쳐갈때
묵묵히 지켜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그분들이 아니였다면
일찍이 내 손에서 대금은 멀어졌을거라 생각한다.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이렇게 산조대금의 한장단을 배웠다.
한장단 공부가 끝나고 다음장단 넘어가면
그사이 배웠던 장단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기 일쑤고
여전히 잘 내지 못하는 대금소리지만
산조대금의 한장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맛이라도 본 것 같아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겨본다.

옛 어른들이 공부할때 책한권 다 끝나면 책거리라는 것을 했다.
하여, 나도
대금 한바탕을 끝낸 내 기분도 살리고
함께 공부하는 분들과 나누려는 마음까지 담아
한해를 마무리 하는 송년회 자리에
내가 봤던 책들 중에서 20여 권을 골라 나눠드렸다.
나 나름대로의 책거리인 셈이다.

1년에 책 한권 손에 잡지 않았다는 분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간에 책 선물 받아 새로운 기분이라는 분
술이 한 두잔씩 돌아가는 동안 일찍 마음에 드는 책 선택해서
누가 가져갈가 하는 마음에 이름까지 쓰신분 등등
모든 분들이 일일이 손 잡으시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온다.

작은 선물이지만
기뻐하는 그분들의 마음이 오히려 고맙다.
내년에는 더 많이 준비해 두었다가 나눠야겠다.
같은 것에 같은 마음을 느끼는 사람들의 만남은
언제나 가슴 따스함을 전하나 보다.

각각 다 다른 진도의 대금공부에 서로를 격려해 주고
청이라도 뚫리면 붙여주고
새로이 대금을 마련한 사람에겐 축하해 주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날마다 달라지는 대금소리의 깊이만큼
사람 사이의 정도 깊어져 가나보다.

사람 사귐이 이처럼만 같다면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이 겨울도 따스하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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