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눈잔치는 끝났다.
딱 한시간 점심시간에 마른 눈이 펑펑 쏟아졌다. 드디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냇가 뚝방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내달려 눈잔치를 즐길 수 있었다.


잔잔한 바람타고 냇물 위도, 푸른 대나무 잎에도, 씨를 품은 무궁화 열매와 막 꽃잎을 연 노오란 개나리, 잎이진 자잘한 나뭇가지에 쌓이는 눈이 곱기만 하다.


딱, 그것으로 끝이다. 햇볕이 채 내리기도 전에 녹아버리는 눈은 언제왔냐는 듯 사라졌다. 그러니 이것도 어디냐. 감지덕지 그 짧은 시간 온전히 즐겼으니 그것으로 아쉬움 달랜다.


이래저래 참으로 귀한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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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보름, 음력 12월은 계동季冬, 납월臘月, 모동暮冬, 절계節季, 막달, 썩은달, 섣달이라고도 부른다. 그 섣달의 한가운데 보름달이 떳다.


옛사람들은 유독 달에 주목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손철주는 '흥'이라는 책에서 옛그림에 등장하는 달그림을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먼저, 그것은ㅑ 선禪적인 깨달음을 상징한 것으로 본다. 직지인심直指人心 달을 가르키는데 달은 안보고 달을 가르키는 손을 바라본다. 여기에 선적 깨달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달을 보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풍류의 짝으로 달이다. 차고 이지러지는 이치가 고아한 풍취를 드러내는 풍류에 알맞는 상관물이 된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달 그림은 풍류이자 깨달음의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옛사람이 달에 부여한 의미와는 상관없이 달을 향한 원초적 그리움과 같은 그냥 달에 이끌리는 무엇이 있다.


성근 숲에 밝은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담은 김홍도의 '소림명월도疏林明月圖'를 가슴에 품고 달빛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모월당慕月堂 뜰을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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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라도 한바탕 쏟아내야 숨을 쉴 수 있을듯 무거운 하늘이더니 이내 땅에 쌓인 간절함이 하늘에 닿아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빗방울 떨어진다.

"보고 싶겠죠 천일이 훨씬
지난 후에라도 역시 그럴테죠
잊진마요 우리 사랑
아름다운 이름들을"
(이승환의 천일동안 중에서)

그날 이후 세상은 바다 아닌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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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끝에 붙잡힌 시간들'
늦봄의 날씨 마냥 포근한 날씨에 산중에 들었다. 민낯의 겨울산에 눈은 눈대신 낙엽만 쌓여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여전히 분주한 이 시기의 생명들을 만난다.


봄을 준비하는 길마가지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철쭉, 생강나무에 가을을 붙잡고 있는 때죽나무, 생강나무 열매에 단풍잎에 여전히 푸른 이끼까지 공존하는 시간이다.


생을 보듬고자 산의 품으로 들어왔던 빨치산 산사람들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 순창 회문산이다.


겨울은 이미 시작한듯 보이는 봄 앞에서 절망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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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사람사는 세상 "봉하마을"입니다'


2017년 새해 첫날,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생가와 묘역, 부엉이바위, 추모의 집 곳곳에 다소 상기된 얼굴로 더딘 걸음의 사람들이 문득문득 멈춰서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그가 그곳에 있는 것을 확인하는듯 하늘은 바라보곤 한다.


그리움에는 너무 늦은 때는 없다. 간절함이 닿으면 지금 이 순간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들이 새해를 맞는 첫날 마을을 애워싸듯 끊임없이 모여든다. '사람 사는 세상', 다시 살아 새 희망을 꿈꿔갈 위로와 용기를 얻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다.


그리움의 추모 발길이 용기와 희망의 발걸음으로 바뀌어 돌아가는 이들의 뒷모습에 따스함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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