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민들은 촛불시위를 통해 평화적이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전세계에 선보였다. 또한 대한민국은 이미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되었으며 해당 7개 나라중 유일하게(또한 자랑스럽게도) 다른나라를 식민지로 둔 역사가 없는 국가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런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발전의 혜택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8년째 OECD국가중 자살률1위, 특히 노인 자살률1위(2019)이며, 10대,20대,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40,50대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다. '헬조선'은 이런 실태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81%의 학생들이 고등학교시절을 '전쟁터'으로 묘사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다른 보기:함께하는 '광장',거래하는 '시장') SKY와 명문대를 중심으로 한 입시과열경쟁은 학생들의 꽃 같은 시절을 악몽으로 만들고 사회진입 전부터 그들을 '능력주의'로 내몰고 있다. 자본주의가 확대될수록 불평등이 확대될것이라 주장한 '토마 피케티'가 불평등에 관한 여러가지 지표를 만들었는데 그 중 '베타지수'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불평등했던 '프랑스 혁명시기'를 기준으로 한다. ㅡ소설 '레미제라블'의 시대(1789~1848).  당시의 불평등을 상징하는 베타 지수가 7.2라고 하면(높을 수록 불평등사회) 지금 한국의 베타 지수는 무려 9라고 한다. 한국인들은 자본주의 역사상 '프랑스혁명' 때보다 높은 불평등사회에 놓여있는 것이다. 김누리 교수는 이런 불평등 사회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능력주의'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불평등 지수는 세계최고수준이다. 옥스팜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상위 10%와 하위 50%의 부의 차이가 무려 52배 차이가 난다. 또한 상위 10%가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5%나 된다. 하위 50%는 전체 부에서 겨우 5.6%를 가져간다. '입소스'에 따르면 한국은 각종 갈등지표도 심각하다. 남녀갈등,세대갈등, 빈부갈등, 이념갈등, 정당갈등, 종교갈등, 학력갈등이 각각 세계1위로 심각한 갈등사회인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갈등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능력주의'에는 한목소리를 낸다. '능력주의'는 이런 불평등,갈등상황을 구조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만든다. 


http://www.yonhapmidas.com/article/220203173644_841200 한국, 부유해졌지만 불평등심해





재난은 한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의 시기다. P.210



코로나 19는 한국의 노동생태계의 문제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아프면 쉴 권리'가 노동자에게 없음을 보여줬고,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 및 자회사 노동자,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가 다층적불평등에 놓여있음이 밝혀졌다. 없던 불평등이 생겨난 것이 아닌 가려져 있던 불평등의 민낯이 재난상황에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다. 재난상황에 노동자는 연차강요, 무급휴가, 휴직강요, 무급휴직, 권고사직, 정리해고로 일과 휴식을 모두 잃어간다. 




또한 4차산업시대로 접어들며 노동시간 유연화, 탄력근로라는 겉보기엔 '실용적'인듯한 어휘가 노동자의 '시간 권리'를 빼앗고 있다. '규제'란 만들긴 어렵고 풀리면 다시 만든는건 더욱 요원해지는 경우가 많다. 안전에 관한 '규제'는 더욱 그러하다. 누군가 많이 죽고 혹은 많이 다쳐야 뒤늦게 공론화되고 '규제'로 이어지는 경우를 본다. 

4차산업화와 재난상황이 맞물려 새로운 고용형태와 노동자 관리시스템이 추가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는 조치(주 52시간 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과로위험을 배가시킬 것이 분명함에도, '특별한 사정'에 대한 이유가 더 크게 작동하는 형국임을 말해준다. p.181


한국의 공무원 수는 OECD국가와 비교해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인력의 과소 상태에서 반복된 재난상황(짧아지는 감염병발생 주기,해마다 발생하는 산불화재, 동물감염병으로 인한 살처분등등)은 과로사와 절대적 휴식부족, 심리적 트라우마를 반복 생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사회적 불평등과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비극적인 과노동, 과로사회의 현실. 이 많은 고질적인 문제들은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결과다. 소위 '능력주의'에 대한 맹신 때문에 소수 엘리트들, 기득권에 대한 관용적 태도가 사회에 만연해있다.   


재난 시 공무원 과로사가 발생할 때면 헌신과 희생으로 미화하거나 영웅으로 호명한다. 재난 상황에서 봉사자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동원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명감, 헌신, 희생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가운데, 봉사자 이데올로기는 과로죽음을 유발하는 '과로'의 문제를 은폐하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봉사자 이데올로기는 공무원 과로사를 양산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p.192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우리 사회에 여성 50% 남성 50%이므로 의회에도 마찬가지 비율이 적용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남성이 81%고 여성이 19%에 그치고 있다. 여성의 비율이 아주 서서히 높아지고 있지만 오랜 세월동안 엘리트출신 남성이,특히 50~60대가 국회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꼭 그렇게 억지스럽게 남녀비율을 맞춰야하냐고 내게 질문했다. 나는 그분에게 되묻고 싶다. 그럼 그동안 남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은 왜 괜찮은거냐고? 왜 계속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거냐고? 그게 공정하냐고 말이다. 





국회에서 균형있게 이루어지지 못한 대의민주주의는 사회에 그대로 반영이 되고 있다. 여성의 권리가 국회에서 '과소대표'되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사회곳곳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겪는다. 사회에 있는 다양한 직군들이 국회에서 대의를 실현해야만 한다. 대학 교수출신보다는 실제로 사회에 더 많이 있는 교사출신들이 국회에 들어가고 육체노동자와 주부, 회사원도 국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만 한다. 30~40대가 충분히 국회에 들어가 그들의 대의를 실현해야만한다. 우리나라의 국회는 현재 법조인, 교수,언론인들이 과잉대표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거법을 바꿔야만한다. 최다득표자만 당선되는 지금의 소선거구제로는 국민의 뜻을 국회에 반영하기 어렵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내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투표방식이라고 한다. 



지난 20대 선거에서도 보다시피 '신념투표'를 할 수 없는 이러한 선거구조는 차악을 향한 투표로 국민을 내몰았고 이는 결국 정치혐오로 이어졌다. 거대 양당의 대결구도로 이루어진 이러한'차악투표'는 정치인들의 막말과 갈등조장으로 얼룩졌고 이런 선거로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힘들다는 것을 모두가 목격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누구보다 지식인들이 목소리를 내 주어야 한다. 소수 정치인들이 기만하며 왜곡하고 있는 사회현실을  지식인들이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더는 특권층만의 정치로 이 사회가 병들어 죽어가지 않도록 하는 '목소리'가 우리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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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3-21 2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구구절절 너무 명쾌해서 시원합니다.
노동을 교육하지 않고 제대로된 비판을 하지 않는 언론등 문제가 너무도 많지만 어떤 임계점으로 끝까지 치닿는 현재를 아무도 바꾸지 않는 구조적 한계만 볼뿐입니다.

선거때마다 개헌을 이슈몰이용으로만 여기고 철지나면 다시 요원한일이 되어 반복되는일 .

사람이 얼마나 죽고 얼마나 오래일해야 제대로 대우받는 시절이 올까요?

미미 2022-03-21 23:16   좋아요 7 | URL
맞아요!^^* 언론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죠. 그들은 신자본주의의 인형이되어 마치 굿이나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김누리교수는 노동자들이 해마다 이런 수준으로 죽어가는건 전쟁상태와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반복된 산업재해사망에 사회적으로 무감각해지는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cyrus 2022-03-21 21: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리 회사에 코로나 확진자 3명이나 나왔어요. 사장은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면서, 자가 격리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확진자와 같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어요. 이 어려운 시기를 돌파하자면서.. 우리 회사에는 코로나든 오미크론이든 걸리면 격리할 권리가 없어요. ㅎㅎㅎ

미미 2022-03-21 22:03   좋아요 5 | URL
헉...국가재난 상황인데 확진되었어도 자가격리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군요?! 사무실 분리라도 철저히 해주는건지 걱정스럽네요. 오미크론도 꽤 아프다던데 사이러스님 부디 조심하세요.^^*

페넬로페 2022-03-21 23:58   좋아요 3 | URL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정말 세니 사이러스님 조심하세요.
불편하시더라도 마스크 꼭 착용하시고요~~

새파랑 2022-03-21 2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국회의원이 시민을 대표한다고 보면 어느정도 계층과 성별 비율이 맞아야 하는데 아직 그게 안되는거 같아요. 그래서 반짝 공약만 하는거 같고~ 어느정도 균형이 맞춰지면 좋겠습니다 ㅋ 상생~!!

미미 2022-03-21 23:16   좋아요 7 | URL
네! 사회적 불평등이 특권층의 정치독점과 맞물려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별비율도 적용되고 다양한 세대,계층의 대의가 반영되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치가 되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2-03-21 23: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우리나라가 왜이리 되었을까요?
식민지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라지만 우리가 남의 나라 식민지로 살았고 전쟁을 겪었으면 뭔가 더 잘되어야 하지 않나요?
오늘 코로나 검사하러 병원에 갔다가 뉴스를 봤는데 대통령인수위원회 대변인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넘기겠다고 하더라고요.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 벌써부터 그런말을 해대고 청와대를 옮긴다고 하고~~
병원은 코로나 확진자로 꽉 차 있는데도요 ㅠㅠ

미미 2022-03-21 23:49   좋아요 9 | URL
우리나라에 제대로된 보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거기부터 잘못된거고 본래 보수의 장점인 역사인식이 꼬이고 교육이꼬이고 바른말하면 좌파,빨갱이 소릴듣다보니 반공교육받은 이들은 점점 목소리를 내지못하고요.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 보수인척 수구세력으로 자리잡아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는것같아요. 이걸 저항하고 바로잡아야하는데 그런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은 자신들이 이용당한다고는 꿈에도 생각못하고 악순환이죠ㅠㅠ

기억의집 2022-03-21 23: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 40프로가 소득세를 내지 않아요. 종소세의 환급이 아니고 딱 저 소득세 부분이요. 사십프로라는 말에 진짜 놀랬잖어요. 우리나라 일해서 내는 소득세3.3프로를 환급받는 퍼센트가 사십프로… 그 사십프로가 최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지요. 사십 프로면 놀랍지 않나요? 십프로 이십프로도 아니고 사십프로. 그래도 최저 임금 많다고 난리입니다. 일하는 사람 사십프로가 최저 임금 받는 나라에서 최저 임금이 많다고 난리니…

미미 2022-03-21 23:58   좋아요 6 | URL
어처구니가 없네요. 최저임금에 대한 공격처럼 아이러니한 것들 투성이죠. 기득권의 사고방식을 왜 기득권 아닌 사람들이 갖는지 ‘능력주의‘가 참 무섭습니다. 선거제도부터 바꿔야하는데 또 흐지부지 지나버릴까 걱정이예요. 이제 청년들의 무력감마저 악용하고 있으니 갈길이 더 멉니다.

희선 2022-03-22 0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국 불평등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군요 어느 나라든 지금은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 차이가 크겠지 했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니... 자살률도 1위라니... 좋은 것뿐 아니라 안 좋은 것도 잘 봐야 할 텐데 싶습니다


희선

미미 2022-03-22 10:17   좋아요 5 | URL
네! 참 가슴아픈 일이죠.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때문에 불평등을 개인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있다고해요. 그래서 기득권에 대한 선망이 있고 동시에 약자에 대한 공감은 없는거죠. 그런 의식이 모든 사회문제에 반영되어있더라구요. 차기정부도 성장만 강조한다면 변화가 없을것 같아요. 언론과 지식인들이 노력해서 시민들이 구조적문제에 눈뜨고 사회인식이 좀더 깨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희선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03-22 06: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양극화의 극단은 암이 뚜렷한 것 같습니다. 5년의 시간동안 더 극단으로 치달을 것 같아 암담해집니다.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기득권 배만 불리는 식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미미 2022-03-22 10:28   좋아요 5 | URL
그렇죠. 조금전 뉴스에서 당선자가 경제계인사들과의 ‘핫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답니다. 언제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요.
그러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급성장만이 답이라는식으로 이야기하네요. 헛웃음이 나옵니다. 결국 기득권을 위한 성장이겠죠. 암담하지만 이럴수록 기운내고 지켜봐야겠어요.

거리의화가님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2-03-22 18: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불평등에 사회적 박탈감이 크죠. 미미님 글에 마구마구 공감하며. 대의민주주의인데 나란 계층을 대표하는 이가 없다는 건 너무 속상한 일입니다. 약자들에게 잔인한 사회가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미미 2022-03-22 18:50   좋아요 6 | URL
네 미니님~^^♡ 정작 리뷰에 책 이야기를 많이 못했는데 가슴아픈 사례들이 너무 많았어요ㅠㅠ 노동현실이 불평등구조를 잘 드러내고 있는데 새로운 정부가 제대로 관심을 갖을지, 특권층과 대기업 챙기기에만 연연할지 지켜보려고요. 사회 가장 약자에게 어떤 처우를 하는지가 민주주의의 척도라는 말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scott 2022-03-22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을 국회로!~@@@

의원들 ,,,
결국 기득권층의 대변인들 ㅜ.ㅜ

미미 2022-03-23 08:41   좋아요 5 | URL
스콧님^^♡ 우리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법조인들이 국회에 다수 자리차지하고 있는게 늘 마음에 걸립니다. 그 자리에 선생님들이 있다면 훨 나을것 같은데 그걸 두려워하는지 보수들은 노동단체와 교직원단체를
늘 탄압하는것 같아요.ㅠㅠ

초란공 2022-03-23 08: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팡에서 야긴 근무하던 청년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 기억납니다. 야간 근무 시간마다 쉬지도 못하고 5만보를 걸으면서 일했더군요. 전 하루에 1만보 걷는 것도 힘든데... 검찰과 대기업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국가가 되겠군요.

미미 2022-03-23 09:00   좋아요 4 | URL
네 초란공님! 그러게 말입니다. 노동계에서는 대화하자고 길에 서 있는데 당선자는 경제계와 핫라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양극화를 해소하기위해 비약적 발전밖에 답이없다고 하네요. 앞으로도 저는 공포영화가 무섭지 않을것 같습니다.

이 책에도 우체국 집배원 과로사를 비롯해 믿기힘든 과노동의 사례가 상당수 담겨있습니다. 시민들이 깨어야하는 과로사회에 젊은세대까지 갈등으로 나뉘어 걱정입니다.

생각하는사람 2023-03-23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여기까지이고 우리 아이들이 여기까지 인것이 내탓, 내아이의 부족 때문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책을 읽고 사회구조가 문제인 것을 알았습니다. 국회 구성을 바꿔야 되겠네요.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 P67


온갖 유치한 표현이 대중가요에서 받아들여지고 온갖 어리석은 사랑이 문학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건 사랑이라는 속성이 그렇다는 걸 사람들이 한번쯤은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리라. 사랑이라는 화학작용에서는 더 반응하는 쪽이 약자일 수밖에 없다. 더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더 많이 상대를 기다리는 쪽이 아무래도 불리하다. 일단 상황이 시작되면 '유불리'를 따지는게 무의미하긴 하지만 '이성'이 완연할때는 불리한 위치에 있고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작가의 '자기고백'에 가깝다. '프랑스어'가 아주 유창하진 않은 한 외국인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던 그녀의 그를향한 기다림과 그녀의 삶을 가득채우던 '열정'에 관한 이야기다. 



2008년에 종영한 드라마 '불한당'에는 그런 상대의 마음을 이용해 돈을 벌던 한 남자가 진실한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담았다. 권오준(장혁)은 외모하나 믿고 여성들에게 접근해 투자를 빌미로 돈을 뜯어낸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하루이틀. 결국 그는 위험한 사채를 쓰고 빚을 지게 된다. 보름안에 3천만원을 갚지 않으면 장기라도 내놓아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차 접촉사고로 우연히 만난 진달래(이다해)에게 3천만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그녀를 유혹하려 접근하게 되는데 영 만만치 않다. 유혹하려다 의도치 않게 유혹당한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전형적'인 방식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 드라마가 당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는지 모른다. '진달래'는 히말라야 등반 후 사고로 돌아오지 못한 남편 때문에 싱글맘이 되었고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함께 살아간다. 권오준이 늘 하던 방식대로 그녀를 유혹하려 하지만 죽은 여동생을 닮았다고 눈물흘리는 그 앞에서 다른 여자들과 달리 못들은척 졸고 있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쉽게 감당할 수 없어 '명상'을 배웠고 아직 타인의 눈물을 받아줄수도 없는 상태다) 방법이 안통하자 뭐든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유혹하는 그에게 대형서점에 다니는 그녀는 '고객만족 응모함'에 자신의 이름을 써내달라 부탁한다. 


여러 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 P32


다른 사람에게는 늘 통하던 방법이 이것저것 통하지 않자 그는 그녀에게 온통 마음을 쓰게 된다. 결국 카페 투자로 3천만원을 받아내지만 채권자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그 돈을 되찾아 진달래에게 돌려준다. 가진것 없이 불행한 삶을 살던 그에게 평범하고 진실한'사랑'이란 일종의 사치에 가까웠다. 그래서 속아 넘어온 상대에게 때로 모진 말로 그들의 어리석음을 비난하기도 했던 그는 이제 새로운 삶을 꿈꾸려 한다. '사치스러운 사랑을'




대중적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대체로 이야기의 아름다운 '결말'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삶'이란 것이 그렇듯 '사랑'도 그 여정으로 이미 충만한 것일 수 있다. 아니 에르노가 자신의 '열정의 기호'들을 남긴 이유도 그런것이 아닐까? 조각가가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놓는 것도 경이롭지만 그 조각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이미 열정의 산물이다. 결말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가 없다. '그와 그녀가 어찌되었는지' 보다 동요를 일으키는 부분은' 그와 그녀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이다. 


그 사람과 함께 있던 어느 날 오후, 펄펄 끓는 물이 들어 있는 커피 포트를 잘못 내려놓는 바람에 거실의 카펫을 태워버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불에 탄 그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을 떠올릴수 있어서 행복했다.- P24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와 ‘어느 날‘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호들을 한데 모으면 나의 열정을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을 열거하거나 묘사하는 방식으로 쓰인 글에는 모순도 혼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글은 순간순간 겪은 것들을 음미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겪고 나서 그것들을 돌이켜보며 남들이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인 것이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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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21 00: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는 문장이 콕 박히네요. 그 제약과 기다림이 없다면 사랑도 그저 생활이 되는건 순간이지요. 그래서 그런 생활로서의 사랑은 열정이 없다 생각하기 쉽고요.
불륜이든 이루어질 수없는 사랑이든 그런 것들이 더 아름다워보이는건 바로 그 삶의 척박한 순간들을 같이 겪지 않음으로 해서 환상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ㅎㅎ

미미 2022-03-21 11:20   좋아요 2 | URL
맞는 말씀입니다.ㅎㅎ 그런 면에서 보부아르가 떠오릅니다. ‘결혼‘이란 제도가 있는 한 욕망을 꿈꾸는 소설,드라마,영화는 계속 주된 관심을 받을거란 생각도 들고요.^^*

scott 2022-03-21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불에 탄 그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 미미님은 감동 받은 구절에 붙여 놓은 플래그, 형형색색의 플래그를 볼때 마다 작품 속 그곳, 그 장면을 떠올리실것 같습니다! ㅎㅎ 장혁이 추노 이전의 모습인건가요? 풋풋함이 ㅋㅋㅋ

미미 2022-03-21 11:23   좋아요 3 | URL
네 스콧님! 사랑에 관한 솔직한 고백을 들은 기분이예요.ㅎㅎ 고백을 듣는 와중에도 참 설레고 좋았습니다. 추노 이전에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의외로 괜찮은 드라마였어요^^*

페넬로페 2022-03-21 0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엔 완벽한 균형은 없는것 같아요.
제목처럼 단순한 열정이 오히려 더 앞뒤 안 볼 수도 있고요^^
장혁, 이다해 배우가 불한당이란 드라마에도 같이 나왔군요.
사랑은 언제나 아이러니하지만 사랑 그 자체로 오케이입니다**

미미 2022-03-21 11:26   좋아요 3 | URL
‘사랑은 언제나 아이러니하지만 사랑 그 자체로 오케이‘!! 이 말 넘 좋은데요?!ㅎㅎ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드라마가 몇개나 되더라구요. 아이리스2,추노,이 드라마까지요. 웃다 울다 하며 참 재밌게 봤는데 이 책 읽고 떠올랐어요^^*

새파랑 2022-03-21 0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와 장혁과 김동률 조합이군요 ^^ 사랑도 약간 권력같은게 더 좋아할수록 더 아쉽게 되는거 같더라구요~ 이 책 얇은데 여운은 많이 두꺼운 책인거 같아요 ^^

미미 2022-03-21 11:30   좋아요 3 | URL
네! 새파랑님 이소라 언니도 같이 불렀습니다.ㅎㅎ 사랑에도 권력이 있다니 참 웃픈 현실입니다.ㅎ얇지만 말씀대로 여운은 정말 두껍네요. 출간되고 세간을 놀라게 했다니 재밌고 ‘그 남자‘가 누굴까 궁금했어요.^^*

책읽는나무 2022-03-21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정적인 순간들은 사랑 말고도 다른 곳에도 쏟을 수 있겠죠???^^
계속 처지고, 가라앉아 열정이 식어가는 이때, 김동률의 노래는 감미롭네요. 이소라 가수랑 분위기가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왜 물감님이 같이 떠오르는 걸까요???
이동욱스런 물감님ㅋㅋㅋㅋ
불한당이란 드라마가 있었군요?
장혁도 열정 빼면 시체일 것 같은 배우 중 한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다해도 열심히 하는 배우였던 것 같구요.
아...그러고 보니 두 배우 추노에도 함께 나왔었던???.....ㅋㅋㅋ

미미 2022-03-21 11:39   좋아요 3 | URL
그럼요! 나무님이 주신 댓글 읽을 땐 커피 마시면 안되겠어요ㅋㅋㅋㅋ저 또 쏟을 뻔ㅋ갑자기 출연하신 물감님ㅋㅋㅋㅋ김동률,이소라 목소리 조합이 꽤 드라마틱하네요? 흠뻑 빠져 듣고 있어요~♡ 이 드라마 6~7회 정도까진 꽤 볼만해요. 당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 드라마에 동시간대에 눌려 빛을 못봤대요. 후반부는 시청률이 낮아져서 그랬던건지 뭔가 배우들도, 각본도 조금 김이 새는 느낌을 받았어요.ㅠㅠ(장혁만 그대로?) 연기보고 감탄해서 바로 ‘검객‘이란 영화 봤는데 역시 훌륭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두 배우 3편정도 함께했어요.^^*

프레이야 2022-03-21 1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불한당이란 드라마가 있었단 말이에요? ㅎㅎ
장혁이 저때만 해도 풋풋하군요.
아니 에르노 넘 좋아요 미미 님.

미미 2022-03-21 20:57   좋아요 3 | URL
네! ㅎㅎ 웨이브에서 볼 수 있는데요 7화정도까진 지루할틈없이 아주 잘 만들었어요. 장혁 연기가 압권입니다. 아니 에르노의 글 매력있죠~^^♡

2022-03-21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1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03-22 0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 두 사람이 똑같이 좋아하는 일은 별로 없을까요 어느 한쪽이 더 좋아할지... 다시 생각하니 그럴 때가 더 많을 듯합니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좋을지도...


희선

미미 2022-03-22 09:53   좋아요 2 | URL
그럼요~♡ㅎㅎ 저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가 늘 그 사람을 기다리고 그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약자라고 써봤습니다. 헷

mini74 2022-03-22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불에 탄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을 떠올릴수 있어 행복하다는 구절이 저는 눈에 들어오네요. 그런 자국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면 사랑은 끝난거겠지요. ㅠㅠ 불한당과 에르노를 이렇게 잘 풀어내시다니 미미님 💕멋지십니다 ㅎㅎㅎ

2022-03-22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2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생은 어쩌면 '나'라는 우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이라는 우주를 이해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신을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관대하고 이해도가 높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이해 안가는 사람, 이해 안되는 생각, 이해 안되는 것들 투성인 사람은 우선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사람들은 유독 소설을 읽지 않습니다. 소설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마음껏 만나 경험하고 나를 반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도 거기에 그런 유익이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합니다. 또는 읽더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감흥이 없습니다.



사람 마음에는 판사가 한명씩 있습니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원고로 지지해주는 검사도 있고 타인을 위한 변호사도 존재합니다. 검사와 변호사의 다툼을 보고 판사는 결과를 내립니다. 이 재판이 늘 공정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이란 본래 자신에게 관대하기 때문입니다. 검사는 본인이기에 자료가 넘쳐 납니다. 나의 성장과정, 나의 기쁨과 슬픔, 상처, 성취같은 나의 역사를 모두 간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인을 위한 변호사는 나의 노력여하에 따라 자료가 충분할 수도 턱없이 부실할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노력, 또는 소설이란 도구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타인들의 세계에 대해 들여다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경험치가 쌓일수록 변호사의 자료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좋은 판결의 밑거름이 됩니다. 



주변에 이해할 수 없는 사람 투성이라면 내가 타인의 마음을 경청하는 인간인지, 또는 소설을 읽어 간접적인 경청을 하는 인간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타인에 대한 무지는 적극적인 무경청의 결과입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모르고 있는 이유는 대개 한 가지뿐입니다. 알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자기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지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의 결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알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한결같이 노력해온 결과가 바로 무지입니다. 무지는 나태의 결과가 아니라 근면의 성과입니다. p.7 푸코, 바르트, 라캉 쉽게 읽기





인간은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며, 자기 안에서만 타자를 인식하며, 그렇지만 그와 반대되는 말을 하면서 거짓말하는 존재이다.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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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17 15: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읽으니 얼마전 이현재 선생님의 책 <여성혐오, 그 후>의 내용이 생각나요. 주디스 버틀러의 책 <윤리적 폭력비판>에 나온 내용을 재인용한 부분입니다.

‘자아가 있고 타자가 자아 밖에 분리된 것이 아니다. 자아는 오히려 타자의 발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반복적으로 자신을 자기 밖에서 발견한다.˝ 이것은 자기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 자신을 생각할 때 언제나 나 자신의 타자이다. 어제의 나는 어제의 나를 바라보는 오늘의 나에게 낯설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타자이고 나 자신으로의 귀환이 일어나는 어떤 최종적인 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겪는 만남에 의해 항상 변형된다.˝ 따라서 나는 나를 알기 위해서라도 너를 물을 수밖에 없다. 나는 오직 ˝너는 누구인가˝를 물음으로써만 알아갈 수 있다‘

미미 2022-03-17 15:27   좋아요 2 | URL
아 제가 찾던 글이네요! 역시 나의 다락방님~♡.♡ 마침 어제 <윤리적 폭력비판>을 사두었습니다. 기대됩니다. 혐오의 몰이해, 무지에 대해 요즘 많이 생각합니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들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들의 역사를 공부하며 자신을 알아가는데, 안티들은 이해하려 노력조차 하지 않잖아요. 그것은 그들 스스로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근거라고 생각해요.

다락방 2022-03-17 15:40   좋아요 3 | URL
격렬한 혐오는 무지에서 오는 것 같아요. 저도 그 생각을 합니다. 얼마전 피디수첩에서 젊은 남성을 인터뷰한 장면을 SNS를 통해 보게되었는데요 ‘여성가족부는 말도 안되는 정책들을 내밀고 있으니 없어져야 한다‘고 해서 기자가 ‘말도 안되는 정책에는 어떤게 있느냐‘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어요‘ 라고 하더라고요. 모르는데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지? 싶지만 모르기 때문에 싫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싫어한 이상 굳이 알 필요도 없는거고요. ‘모르겠어요‘ 라고 답하는게 부끄러울 것 같은데, 그건 부끄럽지 않은가봐요. 그 부끄러움보다는 무조건 싫다는 감정이 우선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혐오는 무지에서 오지요.

미미 2022-03-17 15:47   좋아요 2 | URL
네! 그저 혐오를 만들어내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의 언어를 무비판적으로 되풀이 할 뿐이죠. 그걸 근거라고 생각하는듯 합니다. 제가 알기로 이 사회구조가 남녀모두에게 공정하다는 수치는 어디에도 없는데 그들은 이미 충분히 공정하다, 오히려 남성에게 불리하다고 말합니다. 조금만 찾아봐도 데이터가 나오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고 증오만 쌓고 있습니다. 그들이 회피하는것에 그들이 알아야할 것들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프레이야 2022-03-17 16: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위한 내 안의 변호사를 잘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극적인 무경청과 더불어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 적극적인 의지가 작용하는 것 같아요. 미미님 좋은 페이퍼 빗방울 촉촉하게 젖는 오후에 잘 읽었어요.

미미 2022-03-17 16:13   좋아요 3 | URL
프레이야님 ~^^♡ 읽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변호사를 잘 대우해 주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노력할수록 끊임없는 이 우주 여행의 여정이 더 즐겁고 만족스러울거라 믿어요.

새파랑 2022-03-17 16: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말 미미님이 쓰신 말인가요? 😆 완전 공감에 멋진 말입니다 ㅋ 타인에 대한 이해는 아무리 노력해도 다 알수는 없지만 어느정도는 알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 우주만큼 알기 어려운 타인 ~!!

미미 2022-03-17 16:53   좋아요 3 | URL
발췌문 두 개 빼고는요ㅋㅋㅋ 감사해요 새파랑님~♡ 새파랑님은 소설도 많이 읽으시고 또 리뷰를 보면 변호사가 능력좋은 이타적인 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페넬로페 2022-03-17 16: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타인에 대한 감정, 평가, 행동의 감시등에는 민감하고 시선을 많이 두는 반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쉽지도 않고 관대하기도 하지요. 미미님의 글에 완전 공감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해볼 기회가 생긴것 같아요.
제가 소설을 많이 읽는데 그나마 좋은 거네요^^

미미 2022-03-17 16:56   좋아요 5 | URL
실제 경청과 독서를 통한 경청이 참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소설은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장소,시대,사건,관계를 통해 적극적인 경청의 경험이기도 하고요. 페넬로페님도 앞으로의 우주 여행이 쭉 멋질거라 믿습니다.여정을 함께하고픈 분~^^♡

단발머리 2022-03-17 2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검사는 본인이기에 자료가 넘쳐 납니다.

너무 맞는 말씀이고 너무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자료가 넘쳐나기에 더 관대하겠지요. 전... 뭐랄까요. 이런 태도가 잘못된 것일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평생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이 혹은 그런 관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관계요. 안 만나는게 제일 좋겠죠 ㅎㅎㅎ
정치적인 면에서라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한다기 보다는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되 어느 것이 더 우월한 의견인지, 어느 것이 더 다수를 위한 것인지 끊임없이 경합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미님 페이퍼를 읽었더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네요. 좋은 글, 좋은 사유 감사합니다^^

미미 2022-03-17 21:15   좋아요 3 | URL
읽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평생 이해할 수 없는 타인. 있지요!ㅎㅎㅎㅎ
특히 이쪽에선 나름 관망하고 이해하려 해도 그 상대가 나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1도 안한다면 참 난감해지곤 합니다. 그래도 제 경우 곁에 두는 편이예요. 전혀 다른 관점사이에도 교차점이 있고 때로 배울점이 있더라구요.

정치적인 면에서의 경합!
멋진 표현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정치적 토론문화가 없어 많은 갈등이 붉어진다고 생각해요. 정치적인 경합,토론,열띤 논쟁만이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를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봐요. 적어도 이곳은 서로 입장차이가 있어도 욕을 할 수 없으니 논쟁적이어도 논리를 어느정도 갖추어야하는 장점도 있고요.

사실 정치인들보다, 이른바 전문가들보다 지식인들, 학자들, 시민들이 사회문제에 열띤토론을 주고받아야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갈등의 당사자들이 그런 기회를 얻는다면 더없이 좋겠죠.2030 남녀가 멸칭이나 욕설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론할 여건이 주어진다면 지금과 같은 분노와 혐오는 설자리를 잃게 될꺼라고 믿어요.
댓글로도 생각꺼리를 던져주신 단발머리님께 제가 더 감사해요♡.♡

희선 2022-03-18 0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먼저 자신을 잘 알아야 남도 조금 알지도 모를 텐데... 남을 다 알기 어렵겠지만 알려고 애쓰면 조금 낫겠지요 자기 말만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도 잘 들으면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을 넓힐 수도 있겠지요 어려운 거지만...


희선

미미 2022-03-18 10:15   좋아요 2 | URL
네! 희선님~♡ 쉽지 않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자기 말을 들어주길 원하기에 서로 노력한다면 좀더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요. 어떤 사람은 누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살맛난다고하더라고요.ㅎㅎ

오늘 공기가 맑아졌네요. 상쾌하고 유쾌한 하루 보내시길요😄

mini74 2022-03-18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몇 번을 읽었어요 미미님 *^^* 👍 미미님 글 넘 좋아요 ㅎㅎ 경청하며 공정한 잣대를 갖도록 , 타인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미미님 글 읽고 생각할 수 있어서 넘 좋아요 ~~

미미 2022-03-18 10:52   좋아요 2 | URL
미니님♡.♡ 몇번이나 읽어봐 주시고 감동입니다ㅎㅎ 저도 늘 부족하고 이 글과 달리 행동하고 후회할 때도 있지만 ‘지향‘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어차피 이 방면에 완벽이란 없으니 늘 수련인의 자세로 고고씽해야겠어요. 미니님은 이미 저보다 훨 잘하고 계실꺼란 느낌이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22-03-18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의 글을 읽으니 행복도 능력이다, 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능력이 있으려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미미 2022-03-18 10:57   좋아요 2 | URL
페크님이 읽어봐 주시고 격려도 해주시니 오늘 넘 기쁜날이네요~♡ ‘행복도 능력이다‘ 일리가 있네요.ㅎㅎ이 책을 읽다가 ‘나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결국 동일하다‘는 심리학자의 말이 생각나 적어봤어요. 함께 이런 생각을 나눌 수 있는것도 큰 행복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2-03-18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위의 다락방 님 댓글 읽다가 문득 며칠 전 여성가족부로 토 달던 알라디너 생각이 나네요. 정작 본인은 여성가족부와 여성할당제에 대해 전무한 지식의 소유자였다능....

미미 2022-03-18 11:37   좋아요 2 | URL
저도 바로 그 생각이 나더라구요. 아마 여성가족부나 여성할당제를 반대하는 분들 대부분이 그런식으로 실정을 모르고계실거예요. 관련기사 댓글을 봐도 근거는 보이지 않고 보수당에서 억지 부리는 말 그대로의 반복에 악플만 덧붙여져 있거든요. 남녀갈등이 이렇게 심각할때 언론사가 나서서 젊은 세대들이 이런 주제로 토론할 수 있는 프로를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죄다 기성세대, 정치 ‘전문가‘들 뜬구름잡는 공허한 이야기들 뿐입니다.

잉크냄새 2022-03-19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두뇌 구조 자체가 스스로를 바라볼 때는 인물보다 상황을 주로 보고 타자를 볼때는 상황보다 인물에 집중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스스로에 대하여는 ‘그때 상황이 어쩌구 저쩌구~~~‘하는 합리화가 자연스러운 반면 타자에 대하여는 ‘그 인간이 어쩌구 저쩌구~~~‘하는 비난이 자연스럽다고 하네요.

미미 2022-03-19 12:4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흥미롭네요. 그런면에서 소설은 인간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맞네요. 타인의 상황을 들여다볼 기회를 만들어주니까요. 심리학은 어렵긴한데 알아두면 여러가지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것 같아요.ㅎㅎ 잉크냄새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의사가 직접 사형선고를 내리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결국 누구나 모두 죽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에고귀하게 작별을 고하기 위해 죽음을 사색하는 자들을볼 수 있다.
- P142

때때로나는 아래를 보며 그것의 타오르는 고요한 시선과 마주쳤다.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느끼게 된 행복은 그것이 비밀이기에 더욱 강렬했다. 저녁식사 후 한 부인이 내게 말했다.
"외로움을 달래줄 동물을 키워보는 게 어떠세요? 당신은 너무 외롭잖아요."
나는 쥐고양이가 숨어 있는 소파 아래에 슬쩍 눈길을던지며 더듬거렸다.

"그러게요, 그러게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눈물이 터질 듯했다. 밤에 생각에 잠긴 채 그것의 털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마치포레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감미롭고 슬픈 감정이고독감을 더욱 부추겼다.
- P147

다음 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의미 없는 거리를 산책했고, 슬픈 만족감을 느끼며 친구들과 적들을보았다. 내 주변을 둘러쌌던 모든 무관심과 권태는 새들의 제왕의 우아함과 예언가의 슬픔을 띤 흰 쥐고양이가 나를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게 된 순간 사라졌다.
- P147

천재가 아닌 이들에게 만약 그들 밖의 세계와 안의 세계를 발견하도록 안내한 화가, 작곡가, 시인이 없었다면 삶은 얼마나 우울하고 단조로웠을 것인가!
바로 이것이 천재들이 우리를 도와주는 방식이다. 그들은 우리 영혼이 가진 재능, 미처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으나 사용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재능을 발견하게 한다.
- P160

나는 이해받지 못하는 섬세함의 요정이야. 모든이들, 네가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 그리고 네가 좋아하게 될 사람들은 특히 더 네게 고통을 안겨주게 될 거야.
사소한 비난들, 약간의 무관심이나 빈정거림조차도 너를 아프게 할 거고, 너는 그러한 것들이 너무나도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무기라고 여겨 나쁜 사람들에 대항해쓰는 것조차 거부할 거야. 너는 그러지 않으려 해도 상처받는 영혼과 재능을 그들에게 바치게 될 거야. 그 점에서 너는 무방비 상태가 되지. - P161

이러한 것들이 내가 너에게 주는 슬픈 재능들, 네게 가져다주지 않을 수도 없고,
네가 싫다고 거부할 수도 없는 재능들이야, 그것은 죽음에 이를 때까지 네 삶의 어두운 상징이 될 거야.
- P163

그것을 숭배하는 법을배우렴, 되돌려받길 기대하지 않으면서 줄 수 있다는것은 씁쓸하지만 분명 감미롭단다. 사람들이 네게 상냥하지 않아도 너는 그들을 상냥하게 대할 기회를 누릴것이고, 다른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자비를 품은 자의자부심을 느끼며 고통받는 자들의 지친 발에 신비하고도 놀라운 향기를 아낌없이 뿌리게 될 거야.
- P165

신은 그가 그렇게 되는 것을 내버려둘 수없었다. 신은 그에게 노래에 대한 재능을 주었던 것이고, 고통이 그를 파괴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더하여 신은 그의 발치에 매력적인 창조물들을 끌어다 놓고, 그에게도 충실한 연인이 되지 않을 것을 권했다. 신은 제비나 앨버트로스를 비롯하여 다른 노래하는 새들이 땅위에서 고통과 주위로 죽는 것을 허락지 않는 법이다.
자신이 속한 땅보다는 노래하고자 하는 마음에 더욱 충직한 그들만의 법칙을 위배하지 않도록 신은 추위가 찾아오면 그 새들의 가슴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자 하는욕망을 일으킨다.
- P176

"시도했다. 실패했다.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
- 사뮈엘 베케트, 「최악을 향하여!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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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3-17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79쪽.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그러다가 성공하면, 한 번에 성공한 것보다 기쁨이 배가되지요.

미미 2022-03-17 13:30   좋아요 2 | URL
네 페크님~^^♡ 중요한건 과정이기에 그런것도 같아요!

새파랑 2022-03-19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은 꼭 읽어야 할거 같아요. 문장들이 다 좋네요 😊 역시 미미님=프루스트~!!

미미 2022-03-19 10:22   좋아요 1 | URL
20대의 풋풋함탓에 앞쪽에 좀 지루한 스토리도 있었지만 역시 프루스트구나 하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었어요.
프루스트 넘 좋아요!!😄
 



그 꽃들의 시선은 힘없는 눈꺼풀 아래에서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했다. p.18




최근에 민음사에서 번역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1권을 아껴가며 읽고 있다. 총 13권으로 완간을 예정하고 있다는데 이런 속도라면 나머지 12권, 13권이 언제 다 번역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번역자에게 부담을 지우려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비교해 본 바로는 '잃.시.찾'의 민음사 번역이 가장 마음에 든다. 기다렸던 탓에 마음이 동요해서인지 또다시 곳곳에서 감탄하며 즐겁게 음미하고 있다. 그러면서 하게 된 생각은 만일 지구상에 모든 책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한 사람당 하나의 작품(한권또는 한 시리즈)만 간직할 수 있다면 나는 고민없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간직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괴로움이 드넓은 지평선 위를 더욱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고, 확장되고, 휴식을 취하고, 꽃을 따러 가고, 접시꽃과 분수와 기둥들과 함께 놀고, 오르세 구역을 떠나는 기병대 소속 군인들의 뒤를 쫒고, 센강의 물결을 따라가고, 창백한 하늘을 제비들과 함께 날아오르도록 내버려두었다. 그의 상냥한 편지가 그녀를 슬프게 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p.25



그런만큼 프루스트가 20대 초 중반에 썼다는 단편모음집 '밤이 오기 전에'가 현암사에서, 국내최초로 최근 발간된 것이 무척 기뻤다. 40대에 작가가 발표한 '잃,시,찾'은 그야말로 작가들이 사랑한 작품이 되었고 아직까지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논문과 비평서가 가장 많이 발표,출간되는 작가 중 하나) 다만 특유의 만연체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 작가들도 읽기를 포기하기도 하고 독자들도 1권을 넘기 힘든 경우의 고통을 적지않게 호소한다. 나도 두어차례 1권 읽기를 시도했다가 3분의 1지점에서 무너지곤 했었다. 그러다 10권부터 거꾸로 읽기를 해 도달한 1권은 전혀 다른 세계,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자신을 드러냈다. 삶의 순간순간을 사랑하고 주변 인물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졌던 프루스트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통찰력과 지적 깊이를 작품에 오롯이 담아냈다. 그런 그의 20대 풋풋했던 시절의 글을 읽는다는건 나에게 설레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안쪽에는 약간 정신없어 보이는 느릅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그 나무는 바람이 가져오는 별 대수롭지 않은 소식에도 얼마나 소란을 떠는지 끝이 나지 않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아무도 그 나무를 상관하지 않지요. 그냥 거기에 혼자 있습니다. 그 앞쪽에는 호수가 있습니다. 호수 안에 가지를 넣고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버드나무 한 그루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떨지 않고는 일 분도 버틸 수 없는 환자 같지요. p.102



프랑수아즈: 시적인 장소 같아요.


앙리: 소설적인 장소에 가깝지요. 


프랑수아즈: 그렇다면....(침묵)우리에게 잘 맞겠어요.                               p.103


반전의 묘미가 있는 단편도 있고, 결말이 분명하지 않게 끝나버린 미완성의 글도 있었다. 독특한 자신만의 음색이 있는 가수들이 노래에' 지문'을 남기듯, 프루스트의 '지문'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더러 보여서 좋았다. 뒤쪽에 있는 해설로 이 원고들이 프루스트 사후 1세기 뒤에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어떤 글은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는다면 프루스트 만의 섬세한 문장들을 여럿 건져올릴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치고 흘려버릴 수 있는 찰나를 영원의 문장으로 살려내는 힘을 지닌 마르셸 프루스트. 그가 살려낸 장소들을 거닐며 그곳에 부는 바람과 공기를 느끼고 호흡하면서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 또렷이 바라보고 새롭게 감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읽고 싶은 프루스트에 관한 연구서들


  





노래:TOY


사진출처:서울신문(영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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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3-16 13: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이 남기신 프루스트옹 작품속 지문들😍따숩
잃시찾 💃완독을 향해

미미 2022-03-16 13:07   좋아요 3 | URL
헤헷🥰 저도 이런 따뜻한 문장들 덕분에 읽는동안 포근했습니다. 읽시찾 완독 기대됩니다!! 🙆‍♀️👆

북깨비 2022-03-16 13: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만연체가 무슨 뜻인지 찾아봤어요. 만연체하니까 저는 머릿속에 박솔뫼 작가님이 바로 떠올랐어요.ㅎㅎ 저는 제 머릿속이 장황해서 그런지 만연체를 은근 좋아하는 부류에 속하는 것 같은데 잃시찾은 그 하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봐와서 왠지 어나더 레벨이 만연체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ㅎㅎㅎ 13권까지 나오면 한번 질러보렵니다.

미미 2022-03-16 13:20   좋아요 5 | URL
저도 같은 이유로 만연체를 좋아해요!ㅎㅎ 아직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 이해도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읽을수록 빠져들고 적응이 되면서 눈이 열리는 느낌이 좋더라구요. 책도 예뻐서 소장가치가 충분합니다. 내년까지는 완간이 되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mini74 2022-03-16 14: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르스트는 어렵지만 유희열은 좋아요 ㅎㅎ 이런 책 하나 내세요 미미님 ~ ㅎㅎ 미미님의 프루스트 이야기도 좋고 음악도 좋아요 *^**

미미 2022-03-16 15:07   좋아요 3 | URL
저도 그러고 싶어요 미니님~♡ 이런 재능이 있다면, 그걸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요?!ㅎㅎ 소설 읽는건 얼마든지 되는데 상상이 쉬운일이 아니네요. 게다가 <잃.시.찾 >같은 작품 읽으면 더 기가 죽어서 용기가 안나요ㅎㅎ😆

캐모마일 2022-03-16 1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저는 도전할 엄두가 안 나는 책이네요. 11권을 읽고 계시다니 그저 감탄에 감탄입니다. 덕분에 뜨거운 안녕 두 번 돌려들었습니다. 나른한 오후에 감성 충전했습니다.

미미 2022-03-16 17:33   좋아요 3 | URL
뭔가 리뷰쓰고나서 뿌듯하기도 했고 힐링이란 면에서 Toy를 골라봤는데 들으셨다니 기쁘네요!😄 <잃.시.찾>은 처음에 정방향으로 읽기가 정말 쉽지않았던 책이예요ㅎㅎ

책읽는나무 2022-03-16 18: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젠 다락방님 올려주신 일기예보 음악 듣고 멍~때렸는데 오늘은 미미님의 토이!!!
뜨거운 안녕, 좋은 사람등등 명곡들 다 모였군요ㅋㅋㅋ
유희열의 음악성 또 새삼 감탄,감탄 합니다.
잃시찾 번역본이 그리 늦게 출간된다 해도 저의 완독률보다 빠를지도 모르겠네요??
계속 구입만 하고 있는데 13 권이 끝인가요?
다시 구입에 박차를 가해야 겠어요ㅋㅋㅋ
11권까지 읽으신 미미님 🍑🍑👍👍

미미 2022-03-16 19:07   좋아요 4 | URL
이런 모듬세트같은 노래모음이 있더라구요?ㅋㅋㅋ안 어울리면 어쩌나 살짝 망설였었는데 나무님이 칭찬해주시니 으쓱으쓱입니다ㅋㅋㅋ😍 민음사 책이 소장용으로도 근사하죠!! 주석이 맨 뒤에있지 않고 페이지아래 있는점도 마음에 쏙 들어요. 야금야금 아껴 읽는데 단편모음이 나와서 재밌게 읽었어요. 나무님도 <읽.시.찾>의 세계에 함께 해주실날 기대됩니다~♡

새파랑 2022-03-16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프루스트로 논문하나 써주세요 ^^ 좋은 책 아껴보는 마음 뭔지 공감이 갑니다 ㅋ
토이 음악 오랜만에 들어야겠네요~! 전 <너의 바다에 머무네>를 좋아합니다 ^^

미미 2022-03-16 19:13   좋아요 3 | URL
미니님도 새파랑님도 오늘 저한테 왜이러시는거죠ㅋㅋㅋㅋ저는 능력치가 한참 안되는데요ㅋ저보다는 스콧님이 가능하실듯 합니다.😅 <너의 바다에 머무네>도 넘 좋죠! 어쩐지 이 책의 몇몇 스토리가 어우러지는 것 같아 올려봤어요.

건수하 2022-03-16 18: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잃시 국일미디어 판으로 읽었는데,
민음사 판 1권, 펭귄미디어 1권 같이 좀 봤었거든요.
민음사판이 좀더 산문같은 느낌이고, 국일미디어 판은 시인이 번역해서 그런가 상당히 시적이었어요 (그러나 주술관계가 호응이 매우 안되는).
읽을 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8295431 이 책이 좀 도움이 되었어요.
제가 읽었던 건 절판되었고 새로 개정이 되었네요 :)

참, 그리고 아트앤스터디에 고 김진영 선생님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강의가 있답니다 :)
(저는 안 들었...)

토이 저도 10-20대에 참 좋아했는데... (아이디에도 토이가 들어갔었..)

미미 2022-03-16 19:20   좋아요 4 | URL
국일미디어 판 번역자님이 워낙 유명하신분이라 저도 두권을 구입해 맛을 봤는데요. 확실히 민음사와 차이가 느껴졌어요. 시적이라 하시니 언제 다시 좀더 읽어봐야겠어요! 펭귄은 표지가 예뻐서 소장했고요ㅎㅎ

강의가 있다니 정보 감사해요~♡ 유튭에서도 찾아보곤 했는데 궁금하네요!

와 아이디까지?!! 토이는 가끔 다시 들어도 당시 감성이 바로 살아나서 기분이 묘해요😉

가필드 2022-03-16 20: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잃어버린 시간~”11권까지 열독 프루스트 단편집 찐팬 인정입니다

미미 2022-03-16 20:29   좋아요 4 | URL
프루스트 너무 사랑해요~♡ 관련책들 잔뜩 사서 쟁여두고 있는데 가필드님 찐팬이라 인정해주시니 조만간 제가 하나하나 클리어해 보겠습니다.헤헷😁

페넬로페 2022-03-16 2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단 한 권의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군요.
빨리 번역되어 완간되면 좋겠어요^^

미미 2022-03-16 21:08   좋아요 4 | URL
네~♡ 민음사 완간된 모습을 얼른 보고싶어요!! 다시 첨부터 읽을려고요.ㅎㅎ🥰

그레이스 2022-03-16 2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3권 까지군요
아직 읽지 않아서 11권이 마지막인가 했어요ㅠ
갈 길이 멀군요 ㅎ

미미 2022-03-16 22:34   좋아요 3 | URL
초반 진입 장벽이 있어 그렇지 넘어서면 나갈 수가 없어요~♡ 그레이스님은 분명 저보다 더 깊은 감동을 받으실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4-09 00: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미미 2022-04-09 06:41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새파랑 2022-04-09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프루스트 = 미미 님 한국의 프루스트 미미님 당선 축하드려요~!!

미미 2022-04-09 12:44   좋아요 1 | URL
에구구ㅋㅋㅋㅋ
감사해요~♡ 새파랑님^^*

그레이스 2022-04-09 0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 미미님~

미미 2022-04-09 12:44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mini74 2022-04-09 1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새파랑님 댓글 넘 귀엽습니다. 저도 미미님 축하드랴요. 기념으로 알라딘은 마들렌 한 박스를 보내달라!!!

미미 2022-04-09 12:48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그렇죠! 감사해요 미니님~♡ 마들렌 어서 보내롸!!!

2022-04-09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09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필드 2022-04-09 13: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 봄이라 벚꽃으로 마련해보았습니다 ^^

미미 2022-04-09 13:55   좋아요 4 | URL
가필드님~♡ 벚꽂 감사합니다ㅎㅎ향기가 좋네요🌸^^🌸

scott 2022-04-09 15: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 추카 기념으로 프루스트옹 애착이
요기 놓고 가여 !ㅎㅎ
(> ” ” <)
( =’o‘= )
-(,,)-(,,)-주말 햇살 가득 ^ㅅ^

미미 2022-04-09 15:44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스콧님! 애착이 고맙습니다~♡ 귀염상이네요^^*

페넬로페 2022-04-09 15: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축하드려요.
찐사랑이란 이런것이 아닐까 해요.
미미님의 프루스트 사랑은 넘사벽입니다**

미미 2022-04-09 15:45   좋아요 5 | URL
감사해요 페넬로페님^^♡ 프루스트는 역시 저의 찐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