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페이퍼'라고 물에 젖지 않는 미네랄 페이퍼로 만들었다는 워터 프루프 시리즈 중 한 권을 읽었다. 조지 엘리엇의 '벗겨진 베일'.  처음에 이 책 소개에서 책이 담긴 투명 파우치를 보고 당연히 저 파우치가 방수가 되니 워터 프루프라고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웃님이 워터프루프 책 어떠냐고 물어봐주셔서 소개글을 자세히 찾아 읽어보니 대충 하는 소리가 아니었던 것. 진짜루 종이 재질이 물에 젖지 않는다. 희망도서로 도서관에 신청한 책이었는데 파우치는 기본, 예쁜 북마크도 준다고. (북마크 누가 가져갔니...신청자 줘야하는 거 아님?!!)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한 나는 거의 다 마신 보리차에 새끼손가락을 살짝 담궜다가 이 워터프루프 책 종이에 한방울 톡 떨어뜨려봤다. 와우....신기했다. 수영을 할 줄 안다면 나는 분명 가까운 곳에 있는(15분 거리에 내겐 그림의 떡같은 수영장이 있다.용돈 벌려고 한 달 알바도 다녔었음) 수영장에 다닐것이고 이 책을 들고가 물 속에서 읽어볼텐데ㅎㅎ 이런 생각만해도 즐겁다. 더구나 저탄소 제품이라고? 그래서 다음 주문때 이디스 워튼의 '밤의 승리'를 구매해볼까 고민중이다. 박쥐모양의 북마크가 좀 많이 귀엽다.(항상 부족한 북마크. 북마크에 약한 나...) 이 시리즈 중 메리 셀리의 '보이지 않는 소녀'는 이미 품절이다. 후기가 올라온건 한 번도 못 봤는데 메리 셀리의 유명세보다는 유령 모양의 북마크때문이라고 나는 감히 짐작하고 있다. 그래도 '벗겨진 베일'을 읽고보니 다른 작품들도 웬만큼 재밌을것 같다.







      


벗겨진 베일 줄거리: 주인공 래티머는 스스로 일컫기로 '저주받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고 예지력도 있는것. 언뜻 생각하기에 이런 재능이 있으면 흥미진진한 삶을 살 수 있을것 같고 잘만 활용하면 여러모로 이득일 듯 하지만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까지 들리니 그에게는 소음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와중에 그에게 형의 약혼녀 버사가 나타난다. 유일하게 그가 읽어낼 수 없는 그녀의 생각, 즉 베일에 가려진 비밀이 벗어날 수 없는 매력으로 그를 사로잡고. 예지력으로 인해 그녀와의 결말이 안 좋을 거라 짐작하게된다. 그러나 그런 불안함 속에서도 애써 이를 무시한채 형을 질투하며 혼자서 사랑을 키워나간다. 래티머와 버사의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길! 전반적으로 스스로의 재능을 비탄속에 경험하는 래티머의 시각이 어둡게 읽히지만 때때로 명민한 통찰력을 담은 생각들이 읽기에 좋았다. 마치 철학책을 읽은 것처럼.


버사는 예지력이라는 끔찍한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신비한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나는 내가 겪는 질병에 대해서다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딱 한 번만 제외하고는함부로 말이나 행동을 앞서 나가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느 날인가, 앨프리드에게(형) 살짝 화가 난 상태에서, 그가 머릿속으로 고민한 끝에 젠체하며 논평하려던 말을 나도 모르게 먼저 입밖으로 꺼내고 말았다. 앨프리드는 종종 말을 하기 전에 잠깐 휴지를 두는 경향이 있었는데, 다음 말을 이어 나가기 전 잠시 할 말을 고르는 동안, 내가 조급함과 질투심을 이기지 못하고 형이 하려던 말을 마치 기계적으로, 함께 연습이라도 한것처럼 말해 버렸다. 형은 깜짝 놀라 얼굴을 붉혔고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 했다.  - P35


흔히 인간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계약을 할 때 자신의피로써 서명을 한다고 전해진다. 이는 그 계약의 효과가 나중에야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인간 곁에는 언제나 어두운그림자가 존재하므로 야만성을 이기지 못하고 영혼의 갈증을해소하기 위해서 충동적으로 악마의 잔을 들이켜고 만다. 현명함을 얻는 데에는 지름길도, 전용 선로도 없다. 그래서 그오랜 세월 내내같은실수를반복했음에도 결국 인간의 영혼은 가시로 가득한 황야를 피와 도움을 간청하는 눈물로 물들이며 걸어가야 한다 - P40


사람들은 직접적인 대화와 눈빛, 표정. 그리고 무의식적 몸짓에서 나오는 의미들을 종합해 상대방을 이해하곤한다. 하지만 그러한 의사전달조차 완벽하지 않아 때때로 오해하고 반목하는 등 갈등이 빚어진다. 그뿐인가?


'말하고 쓰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말의 의미가 달라지고 이것이 곧 권력과 지식의 문제로 이어지는 일상적 사례'  P.57, 정희진,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들이 있다. 그런 면에서 경험치가 쌓여야 그나마 제대로 된 이해에 더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상대방에 대한 이해, 진의 읽기, 판단은 때로 생존과 직결되기도 한다. 


이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인물을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인물 읽기를 실행하여 그 방면의 기술을 조금이라도 얻지 않고는 단 한 해도 무사히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결혼과 우정이 거기 달려 있고, 우리 사업도 대폭 그에 의거해 있으며, 나날이 일어나는 문제들도 그 도움이 있어야만 해결됩니다. P.66 ,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해력,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타인의 진심을 늘 정확히 읽을 수는 없지 않을까. 많은 사람의 생각은 늘 변화무쌍해 스스로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래티머는 이런 과정들,노력들 없이도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이런 재능때문에 사람들에게 환멸 비슷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사람들을 멀리하고 외톨이가 되었다. 래티머의 상황을 읽으며 소통이 부재한 통찰력이란 어쩌면 무용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거기다 자신의 죽음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삶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우리 영혼은 인생의 호흡과도 같은 의구심과 희망, 노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무언가 감추어지고 불확실한 것을 반드시 요구하기 마련이다. 만약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래가 완전히 벌거벗겨져 드러나게 된다면 인류의 관심사는 오늘과 미래 사이에 펼쳐진 시간에 오롯이 집중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아침과 오후의 불확실성에만 주의를 기울이게 될테고, 마지막으로 남은 투기, 성공, 실망의 가능성을 좇아 온갖 거래소로 죽어라 달려갈 것이다. 스물네 시간 이내에 위기가 닥칠지 닥치지 않을지를 두고 무수한 정치적 예언이 터져나오리라. 여름날이 저물 무렵에야 모든 것이 자명하게 드러나게 된다는 사실 하나만을 제외하고 그사이에 갖가지 주제나 가설, 논쟁들이 명백해진다고 가정해 보면 어떨까? 해가지면 그 즐거움 또한 끝나리라는 것을 알기에 벌들이 꿀로 가득한 꽃으로 모여들듯 예술과 철학, 문학과 과학으로 다들 몰려들게 될 터다. 이제 인간의 충동과 정신 활동은 허망한 미래와 심장 박동, 근육의 과민함에 더는 자신을 맞추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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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22 2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통이 부재한 통찰력, 자신의 죽음을 아는 삶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의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와요 미미님. 미미님 글은 갈수록 깊이와 통찰력을 갖추는 듯 합니다 ㅎㅎ 유령 모양 북마크라니 진심 궁금합니다 ㅎㅎ

미미 2022-08-22 23:07   좋아요 4 | URL
미니님! 미니님의 읽기의 폭과 깊이에 늘 감탄하는 저에게 너무나 과분한 칭찬입니다ㅎㅎ감사해요^^* 재밌었어요! 별 5개 주고 싶었는데 재독하고 결정하려고 비워뒀습니다.
유령 북마크 저도 궁금하고 너무 갖고싶어요~♡

Yeagene 2022-08-22 23: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ㅎㅎ 요즘 에어컨이 고장난 직장에서 일하는 중이거든요.
근데 워터프루프라니...정말 신기합니다!

미미 2022-08-22 23:12   좋아요 4 | URL
저도 나름 책구매 열심인데 다른 분들 왜이리 발빠르신지 품절이라뇨ㅎㅎ
아니 예진님 이렇게 더운 요즘 에어컨 고장이라니 제가 다 속상합니다 얼른 더위가 누그러짐 좋겠어요. 예진님 파이팅!! ^^♡

파이버 2022-08-22 2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전에 민음사에서 나온 다른 워터프루프 시리즈를 구입해봤는데 책 질감이 신기하더라구요. 다만 소심해서 물에 젹서보진 못했습니다 ㅎㅎ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도 행복하지만은 않네요... 책표지도 거울 속 여인의 모습이 으스스합니다...

미미 2022-08-23 00:18   좋아요 5 | URL
저도 소심한 편인데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서 더 궁금하더라구요? 그래서 살짝쿵 해봤어요ㅎㅎ 조만간 바닷가 갈 예정인데 그때 가져가서 적셔볼까 싶습니다. 리뷰는 이렇게 썼지만 한편으론 일주일이라도 이런 능력을 가져봤음 좋겠어요.ㅎㅎ 표지 무섭죠! ^^*

2022-08-23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3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2-08-23 06: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을 준비 하시는 건가요? <벗겨진 베일>!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이름도 버사!!!!! ㅎㅎㅎ

미미 2022-08-23 06:12   좋아요 2 | URL
빌레트는 사두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고 이 책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연결되는 줄 모르고 전에 유부만두님 글 보고 읽게된거예요^^*
난티나무님 이 책 읽을만 합니다. ㅎㅎ 버사는 로체스터의 부인 말씀이시겠죠? 미리 읽을 책들 더 찾아봐야겠어요!!ㅎㅎ

바람돌이 2022-08-23 0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어릴때 목욕용 책은 사봤는데 어른용으로도 이런 책이 나오는군요. 신기방기!!!!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으려면 읽어야 될 책들이 많더라구요. 그 중에 제대로 읽은게 저는 하나도 없어서리.... 모두 다 그런 책 있잖아요.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안 읽은 이런 뭐 제인에어라던가... ㅠㅠ

미미 2022-08-23 08:32   좋아요 2 | URL
맞아요!!ㅎㅎㅎ 프랑켄슈타인도 제겐 읽은듯한 안읽은 책이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낯선 세계가 있더라구요ㅎㅎ
오~아이들용 워터프루프 책 이미 있었군요?! 돌로 만들었다는데 실제로 바다같은 곳에 푹 담그면 어떨지 너무 궁금합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곧 올텐데 저도 미리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 마음이 급해요 ^^*

거리의화가 2022-08-23 09: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벗겨진 베일 민음사 버전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게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생각한 거지만요^^; 오히려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도 있어야 하는 것 같고 내가 상대의 마음을 절대로 다 알 수 없고 틈이 존재해야 더 끌리는 것 같기도 해서요^^
워터프루프 책 실제로 접해본 적은 없는데 신기하군요~ㅎㅎㅎ 저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 때문에 관련 작품들 읽어야 하는데 저에게는 문학이 왜 더 어려울까요. 이번 달 가기 전에 한 작품 정도는 짧은 걸로 하나 읽어봐야겠습니다.

미미 2022-08-23 11:05   좋아요 4 | URL
네! ㅎㅎ 저도 화가님이 말씀하신 부분들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새로운 인간관계의 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 리뷰 봤을 때도, 읽으면서도 일본의 <사토라레>란 영화가 자주 떠올랐어요. 아실지 모르겠는데 래티머와 반대로 주인공의 생각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 들리거든요. 너무 끔찍할것 같은데 재밌게 만든 영화같아요. ㅎㅎ

<다락방의 미친여자> 대비 읽을 책이 잔뜩이네요. 화가님 참고로 이 책 78페이지 짜리입니다*^^*

페넬로페 2022-08-23 0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에서 조지 엘리엇 작가가 많이 언급되어 저도 한번 읽고 싶어요.
통찰력과 예지력도 좋지만 왠지 삶이 피곤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워터 프루프, 책 휴가가서 물 속에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미미 2022-08-23 11:11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어떤 책 읽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네! 래티머가 굉장히 피로를 느끼고 늘 그 능력으로 지쳐하고 힘들어 해요. 그래서 마음을 읽을 수 없는 버사에게 오히려 더 끌렸나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고 표현하기까지 하니까요ㅎㅎ 이 책 휴가가서 튜브 위에서 물에 젖을 걱정없이 읽을 수 있겠죠? ^^*

건수하 2022-08-23 1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워터 프루프 북이라니.. 신기하네요 ^^ 책갈피 구경하러 가봐야겠어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나오는 책이군요.
찾아보니 제가 갖고있는 절판된 책에서는 <걷어 올린 베일>이라고 나와 있네요 :)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기 시작...

미미 2022-08-23 11:15   좋아요 3 | URL
수하님 이거 신기하죠?!! 너무 신기해서 저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ㅎㅎ 위에 바람돌이님은 아이들용으로도(목욕용) 있다고 하시네요.*^^*

<다락방의 미친여자>오래 기다렸는데 이제 임박하고 나니 읽어야 할 책들이 줄줄이...지금 읽다만 책들도 잔뜩인데 몇 권이라도 읽고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ㅎㅎ

희선 2022-08-24 02: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워터 프루프 책 신기하네요 그런 책이라는 말 보기만 하고 그냥 겉에 물이 안 묻는 건가 했는데, 종이 자체가 물에 젖지 않는 거군요 종이는 물이 가장 큰 적이죠 세상에는 신기한 게 많네요

사람은 다른 사람 마음을 모르기에 그걸 알려고 애쓰기도 하는데, 애쓰지 않아도 그걸 안다니 그 사람은 그게 싫을지 몰라도 저는 부럽네요


희선

미미 2022-08-24 08:45   좋아요 3 | URL
저도 너무 신기하더라구요ㅎㅎ
돌로 만들었다는점도요. 한 방울 정도 실험은 해봤지만 다 젖는다면 페이지마다 묻은 물은 털어내나 어쩌나 풀리지않은 의문들이 아직 있어요

이야기 전반에 걸쳐 주인공이 이 능력에 힘겨워하는데 그럼에도 저도 희선님처럼 호기심,부러운 마음이 있어요*^^*

새파랑 2022-08-26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주받더라도 저런 예지력이 하루만 있어봤으면 좋겠네요 ㅋ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 궁금할때가 있습니다 ~!!

저번에도 봤는데 스톤페이퍼 신기하네요. 좋아하는 작품이 스톤페이퍼로 나오면 바로 구매할거 같아요 ^^

미미 2022-08-26 16:53   좋아요 2 | URL
네!ㅋㅋㅋ저도 그렇습니다. 전 특히 궁금한 사람들 만나서 파악해야하니 일주일은 필요해요ㅋ

여름 휴가철에 바닷가나 계곡가서 물에 들어가 읽기에 딱일듯해요*^^*
 



       






355ml 텀블러에 오늘 4잔째인 커피를 가득담아 모니터 앞에 앉았다. 조금전에 꽤 읽을만한 글을 읽었고 덕분에 나도 덩달아 뭐라도 쓰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기 때문이다. 뭘 써야할지도 모르면서.......한동안 장마만큼이나 우울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었다. 여기에는 그런 이야기는 쓰지 않았지만 사실 쓰고 싶은 내용들은 한가득이었다. 오프라인 상으로는 고민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본래는 잘 이야기하고 들어주기도 잘했는데 그 과정에서 종종 실망과 허탈함이 혹떼려다 혹붙인 사람처럼 되려 들러붙는다는걸 알았다. 들어주는 과정에서 나도 상대에게 무심결에 혹을 붙여줄까봐 듣는것도 이제 되도록 삼가한다.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건 역시 아주아주 친한 사람만. 사람들은 대부분 아픔보다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하는것 같다. 꼭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는 더 캐묻지도 않다보니 나도 그편이 속이 편하다는걸 알았다. 그래도 이렇게 글로 쓰는건 갈수록 주저하지 않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해소하고 싶은 갈망같은게 나도 있나보다. (글을 읽는건 듣는 것보다 적극적이고 더 귀찮은 일이라서 나랑 안맞으면 읽다 말면 그만이니 누구에게 혹 붙이는 일도 훨 덜 할거란 계산도 좀 있다.)



모든 경청 행위는 '반응해야 한다'는 부채감이 따른다. 질병, 빈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땐 특히 그렇다.(중략) 듣는 이는 자신이 해결사라는 착각과 부담 때문에 불가능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말하는 이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일깨워준다'.p.77정희진.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노견이 된 츄츄가 많이 안좋았다. 또다시 안락사 이야기가 부부 사이에 화두에 올랐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내게 잔뜩 사랑을 주고 위로를 주던 친구인데 나이들고 여기저기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인위적으로 떠나보내기는 싫었다. 자연사하기를 바랐다. 욕심이었을까 이기심이었을까. 아직도 나는 답을 모른다. 가장 큰 문제는 짖음과 끙끙거리는 소리인데 어쩔때는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방에가서 숨어버리거나 도서관으로 피신을 간다. 읽고 있던 책과 죄책감을 한아름 안고서. 인지장애도 조금 있고 치매도 있고 뒷다리에 힘이 없어 자주 주저앉는데 일으켜 달라고 또 마구 짖어댄다. 일으키면 또 주저앉고 그럼 또 울고 심할땐 1분간격으로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얼마전에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책을 읽으려고 해도 너무 시끄러워서 집중할 수 없어서. 갇혀있지 않아도 어딘가 묶여있고 갇힌 기분이어서. 한번씩 울음이 터져나왔다. 항암을 무사히 끝낸 뒤 엄마가 활동적이시고 쭉 잘 지내셔서 다행이지 엄마에게 암이 재발하거나 어딘가 불편해지셨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남편이 결국 애견 휠체어를 구해왔다. 요즘은 반려종 키우는 분들이 많아 그런지 관련 제품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온다. 각진 구조물 안쪽으로 앞발과 뒷발을 끼워넣는 공간이 있어 츄츄를 그 안에 맞춰 세우면 다리 힘이 약해도 서 있을 수 있고 아직은 쓸만한 앞다리로 걸어나갈수도 있다. 아침 저녁으로 틈날때마다 해주니 뒷다리에도 힘이 좀 붙는지 전보다 잘 일어서고 걷는 것도 나아졌다. 짖거나 칭얼대는 것도 조금 줄었다. 다만 노견들은 잠을 많이 잔다는데 인지장애 탓인지 얘는 밤에 잠을 자지 않아 고민거리였다. 나는 식욕은 잘 참을 수 있는데 수면에는 예민하다. 그래서 자는데 깨우면 굉장히 화를 낸다. 깊은수면 중 깨어날때마다 수명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본 뒤로는 더 분노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맥주는 절대 끊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츄츄가 모진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새벽 2~3시면 어김없이 깨어 제자리 돌기를 하고 그러다 다리힘이 풀려 넘어지면 울고 짖기를 반복...사료로 달래고 미운 마음에 쥐어박기도 했지만 그런다고 고쳐질리도 없었다. 결국 심할때는 처방받은 진정제를 먹인다. 언제까지 진정제에 의존할 수는 없지만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 




츄츄가 노견이 된 후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나의 한계에 대해서도 더 자주 들여다 보게 된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얼마만큼 진심인지,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 아이도 낳지 않았는데 동물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걸까. 츄츄가 인간이라면 이런 부분을 이야기나누고 너가 원하는 마지막은 어떤 거냐고 물어볼 수 있을텐데. 나에게 심각한 상황이 온다면 연명치료는 받고 싶지 않고 되도록 건강한 부위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되도록 많이 기증하고 떠나고 싶다. 나를 사랑해주었던 외삼촌은 4명에게 장기기증을 했었다.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삼촌은 그렇게 누군가의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괴로워한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안녕 위를 맴도는 영속적인 위협으로 야기될지 모를 고통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고통이 세 방향에서 유래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자연의 월등한 힘, 우리 자신의 나약한 신체, 다른 인간이 바로 그것이다.p.175. 레오니다스 돈스키스. 도덕적 불감증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에서만이 아니다. 인생에 대한 태도 자체가 바뀌었다. 책의 대부분에서 그녀는, 자신도 불행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 각별한 동정심을 지니고 있는, 하지만 마지막까지 말없이 지켜보아야만 하는 한 여성의 눈을 통해 인생을 바라본다. p.139. 버지니아 울프, 집안의 천사 죽이기










우리 사이에-곽진언


그대 눈 속에 바다가 있는 것 같아
아무리 도망쳐 봐도 그대 품 안에 그대 품 안에
우리 사이에 넓은 강이 있는 것 같아
아무리 헤엄쳐봐도 그대는 저 멀리 떠나고
그대를 따라가다가 더 깊이 가라앉아서
그대를 향한 사랑이 빛을 잃어가요
그대여 어디 있든지 내 생각해주오
우리 사이에 넓은 강이 있는 것 같아
아무리 헤엄쳐봐도 그대는 저 멀리 떠나고
그대를 따라가다가 더 깊이 가라앉아서
그대를 향한 사랑이 빛을 잃어가요
그대여 어디 있던지 내 생각해주오
내 생각해주오
내 생각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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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2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8-22 16: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떠나보낼 준비를 잘하는 것은 누구에게든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런 저런 상황을 항상 상상해보지만 막상 현실에 닥치면 그런 상상들은 다 쓸데없는게 되는거 같아요. 나의 고통은 항상 생각보다 더 무겁고, 상대에 대한 배려는 너무 가벼워지는 듯한 죄책감같은거요. 그럼에도 상대와 나 사이에 쌓인 애정이 그 또한 견디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리라 믿습니다. 해드릴 수 있는게 없어서 죄송한 마음으로 그저 힘내세요 한마디 보냅니다.

미미 2022-08-22 16:32   좋아요 4 | URL
이래서 여기에 한번씩 마음속 이야기들을 풀게되나 봅니다.ㅎㅎ 바람돌이님 위로해주시는 댓글이 생각하시는것보다 더 힘이된다고 꼭 말씀드리고싶어요.^^*

막상 닥치고 내 일이 되면 무게감이 확실히 달라지더라구요. 현실은 늘 벅차고 제 수준을 확연히 체감하게 해주네요. 응원감사해요!

2022-08-22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8-22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반려견을 키워보질 않아 제 마음이 100% 공감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친구가 반려견 두 마리를 간호해 주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지켜본 적 있어서 미미님의 고생하시는 모습도, 반려견의 고통도 느껴지네요ㅜㅜ
친구도 한 마리는 자궁암이었다고 하던데 한 몇 달은 밤에 잠도 잘 못자고 간호해 주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고 그때 처음으로 반려견을 키우는 건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구나! 생각했었어요.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드시겠습니다ㅜㅜ
반려견 곁에서 지켜준다는 건, 사람을 간호하며 느끼게 되는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순간 순간 느끼게 되어 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암튼 힘드시겠지만, 힘 내시라는 말만...^^;;;;;
츄츄도 많이 안아프길...

미미 2022-08-22 17:00   좋아요 4 | URL
제 친구 둘도 작년, 재작년에 연달아 키우던 강아지들를 병으로 떠나 보냈어요ㅜㅜ

반려견들의 시간은 사람보다 몇배 빠르게 흘러가잖아요? 더 오래 함께하고 싶은데,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눈빛으로 몸의 접촉으로 소통하던게 늘 감동이고 행복이었는데 서글프게 느껴져요.

엄마 간병할때도 새벽에 깨우시면 제가 참 못나게 굴었는데 츄츄에게는 더했어요^^;; 얼마나 더 살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조금이라도 즐겁게 살다가길 바라고있어요 감사해요 나무님^^*

거리의화가 2022-08-22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이 너무 먹먹합니다. 미미님~ㅠㅠ 얼마나 걱정이 많으실까 생각이 들어... 저는 반려견을 키워본 적도 없고 경험도 없지만 가까이 있는 이가 곁을 떠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떤 존재든 슬픔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덜 아프기를 기원할게요.
어머님께서 항암 치료 받으신 적이 있군요. 그래도 예후가 좋으셔서 다행입니다. 저도 부모님 두분 다 아프셨던 경험이 있어서... 미미님 힘내세요!

미미 2022-08-22 17:07   좋아요 2 | URL
다른 이웃님이 댓글로 책순이란 표현을 해주셨는데 저도 책순이라 그런지 말보다 이런 댓글이 더 위로가 되나봐요.
공감해주시는 댓글들보며 눈물나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ㅜㅜ 곁에서 아픈걸 보면 두렵고 힘들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 나에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엄마가 요즘 컨디션이 좋으셔서 되려 제가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화가님 댓글 감사해요^^*

2022-08-22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2-08-22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옆지기와 당근에 혼술
하기 싫어, 술친구를 구하는
글에 대해 이야기했답니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고민상담
들어주는 것도 굉장한 스트레
스라는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왠지 글에서도 언급해 주신
것 같은 능력도 안되는 해결사
가 되려고 해서일까요?

반려동물과의 애증의 관계가
절절하게 느껴지네요.
다른 사람/동물을 배려하기란
정말 어려운 미션이 아닌가 싶
습니다...

미미 2022-08-22 17:28   좋아요 3 | URL
이웃분 글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보고 댓글에 남겼었는데요. 그래서 택시기사님께 상담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네요.

어떤 분은 기사님께 하루치
일당을 드리고 바닷가 같은데라도 달리자고. 대신 이야기좀 들어달라고 한대요.

실제로 정신과 상담비가 더 비싸다고. 의외로 기사님들 운전하시며 경험치가 상당하셔서
잘들어주시는데 그렇게 실컷 토로 하는것만으로도 상당히 해소가 된다고요.

애증이 츄츄 나이만큼 차곡차곡 쌓였습니다ㅎㅎ 아직까진 애정이 더 깊어
힘들지만 짠하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햇살과함께 2022-08-22 17: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많이 힘드시겠어요..
저희 집에도 여행 간 조카네 강아지가 며칠 와 있는데,
몇 달에 한 번 씩 볼 때마다 그 녀석 늙어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강아지 무서워하던 저에게 강아지 사랑을 알게 해준 녀석이라 저도 참 애틋해요.
힘드시면 언제든 여기에 얘기해 주세요. 힘내세요!

미미 2022-08-22 17:55   좋아요 3 | URL
가끔씩 보면 늙어가는 모습이 더 확연히 보일것 같아요. 짠하죠?ㅠㅠ 더구나 햇살님 강아지 무서워 하셨었다니 더 특별할것 같네요. 죽마고우고 재밌는 친구가 있는데 강아지 보면 무섭다고 자기가 먼저 짖는답니다.ㅎㅎ
글로 쓰는게 은근 힐링이 되네요. 햇살님 읽어봐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독서괭 2022-08-22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많이 힘드시죠 ㅜㅜ 츄츄가 안쓰럽고 내가 더 잘 봐줘야지 하면서도 잠도 잘 못자고 책도 못 읽게 하면 화가 나고 또 이런 내가 미안해지고.. 그러실 거라고 섣부른 짐작을 해봅니다. 제가 요즘 애들이 떼를 많이 써서 그런 감정의 순환이거든요^^;; 부디 죄책감은 갖지 않으시면 좋겠고, 츄츄도 미미님 마음 잘 알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미미 2022-08-22 18:39   좋아요 4 | URL
안그래도 츄츄가 노견이 되어 제가 밤잠을 설치면서 아이 키우는 분들의 고충을 조금은 실감하고 있어요. 한 친구(저보다 어린 동생)는 둘째가 4살인데 요즘 부쩍 말을 안들어 힘들다고 한번씩 토로합니다. 진정제 덕분이지만 요즘 밤에 잠을 푹 잘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ㅎㅎ 츄츄가 제 진심을 알고 있겠죠? 괭님 다정한 말씀 감사해요^^*

2022-08-22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2-08-22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ㅠㅠ
이런저런 말을 구구절절 썼다가 다 지웠습니다.저도 2년전에 두 아이들 떠나보내고 지금 한 아이만 기르고 있거든요.이 아이도 벌써 15살이라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미미님 힘내셨음 좋겠어요!♡

미미 2022-08-22 20:01   좋아요 3 | URL
예진님ㅠ.ㅠ 왜 지우셨어요. 어떤 이야기해주셨었을까요... 둘을 보내셨군요! 귀염둥이들의 시간은 왜이리 빨리 지나가는걸까요. 얘네들은 고통을 너무 잘 참아서 뭐든 조기 발견도 어렵다는게 안쓰러워요. 그래도 좋은 의사를 만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예진님도 힘내세요!!*^^*

coolcat329 2022-08-22 1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힘드실까요...이런 글은 반려견을 가벼운 마음으로 키우려는 분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미님 힘든 시기 잘 버텨내시길 바랍니다.

미미 2022-08-22 20:06   좋아요 4 | URL
맞아요!! 저도 예전에는 뭣모르고 싱글인 친구에게 반려동물 키우라고 권하고 그랬거든요. 그 친구가 적적할까봐요. 요즘에는 키우려는 사람에게 신중하라고 합니다. 끝까지 책임져야 하고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뒤늦게 깨달았네요. 오늘 기대이상으로 위로받아 마음통장이 꽉찬 기분입니다. 쿨캣님 말씀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2-08-22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커피 많이 드시면 저처럼 습관성 식도염 옵니다. 마음이 안 좋을때는 더 그래요. 힘드시겠어요. ㅠ

미미 2022-08-22 22:51   좋아요 3 | URL
식도염오나요?!! 안그래도 저 너무 많이 마시는것 같아서 한번씩 밀크티로 대체할 때도 있어요.ㅎㅎ 더 줄이도록 신경써 볼께요~♡ 그레이스님 편안한 밤 되세요*^^*

건수하 2022-08-23 0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줄어서 미미님 건강이 안 좋은가 했었는데 츄츄가 아프군요.
유한한 존재에게 꼭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게 내 일이 되면 마음도 몸도 힘들더란..
뭔가 말하고 싶지만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저도 제 마음을 설명하는게 더 힘들어서 말을 안하고 지나갈 때가 많아요.
그럴 땐 그냥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는게 오히려 위로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미미님께 책이 있어, 알라딘 서재가 있어 다행입니다..

+ 카모마일 티가 마음의 진정과 숙면에 도움이 되더군요

미미 2022-08-23 10:54   좋아요 4 | URL
뭐든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작은 생명이지만 노견이 되니 기존보다 훨 손이 많아가서 저도 어느새 몸이 많이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우울증도 좀 오고요. 이 글 써 올리는데도 몇 번을 고쳐쓰고 지웠는지...많이 망설였어요. 우리는 얼굴 드러낼 필요가 없는데도 왜이리 치부를 들키는 것 같아 사적인 이야기는 삼가하게 되는지 신기해요.

저도 쓰는 것보다는 읽는게 훨 편했는데 때로 쓰지 않고는 못 베기는 순간들이 있더군요. 이렇게 댓글로 소통할 수 있어서 더 그런것도 같습니다. 이 서재가 있어, 수하님처럼 다정한 이웃분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캐모마일 마셔볼께요 수하님~♡

2022-08-23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3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3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3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22-08-23 1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고양이, 나비 8살, 벌써부터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 서로의 시간이 다르기에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미미 2022-08-23 11:23   좋아요 2 | URL
집 고양이 8살이면 사람나이로는 48살 정도라고 나오네요? 어릴때 저도 고양이를 키워보긴 했었는데 노묘의 시간도 노견과 비슷하겠죠? 나비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잉크님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산책하면 저희 츄츄를 사람들이 할아버지라고 놀리기도 하는데 제 눈에는 아직도 너무 귀엽고 애틋합니다.*^^*

청년 2022-08-23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회자정리일까요 - 생명에 대한 책임 쉽지 않더라구요 기운 내세요

미미 2022-08-23 23:46   좋아요 2 | URL
나름 이 시기를 준비한다고 했는데 막상 닥치니 정말 쉽지 않네요. 말씀 감사해요 청년님*^^*

희선 2022-08-24 02: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람도 그렇지만 개도 나이를 먹으면 많이 아프기도 해서 그걸 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겠습니다 어딘가 아프지 않고 살다가 가면 좋을 텐데... 아픈 모습 보면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마음이 아프겠습니다 미미 님이 지금 츄츄와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희선

미미 2022-08-24 08:50   좋아요 2 | URL
집 바로옆이 산이고 공원인데요 츄츄가 산책하는걸 무척 좋아했었어요 물론 많은 강아지들이 그렇지만 얘는 꽤 많이 걸어도 지치질 않았죠
그런 녀석이라 뒷다리 힘이 빠지니 얼마나 답답할까 괴로울까 안쓰럽습니다 사람처럼 인공관절이라도 할 수 있음 좋겠다 별의별 생각 다 해봐요

나중에 후회없도록 이 시간을 보내야겠죠. 희선님 말씀 감사해요*^^*

새파랑 2022-08-25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츄츄 어떻하나요 ㅜㅜ 저도 어릴때 강아지 노년때까지 계속 키웠는데 갈수록 안타깝더라구요 ㅜㅜ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건 정말 쉽지가 않더라구요. 저는 한번도 속마음을 이야기해본적이 없는거 같아요 ㅋ 그나마 글이 좀 편한거 같긴 합니다~!!

미미 2022-08-25 11:19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반갑습니다!!! 이번달도 많이 바쁘신것 같아요 노견을 키워보셨군요? 저는 이번이 처음이라ㅜㅜ

속 이야기 꺼내기 힘들죠. 용기내서 꺼낸다고해도 찜찜할때도 있고요. 저도 글이 더 편해요! 글을 읽는것도 마음에 평온을 주는거 같아요. 새파랑님 독서 시간 좀 늘어나실 날을 고대합니다*^^*

2022-08-25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역사가 잘못 흘러가고 있을 때 중립을 지키는 것은 그 잘못에 동조하는 행위입니다!” ㅡ하워드 진


"여성들이 경험한 피해자성과 분노는 모두 현실이고 현실적인 원천이 있다. 그 원천은 우리가 사는 곳곳에 존재하고 사회와 언어와 사고 구조로 스며든다."-에이드리언 리치



흑인에게 더 정확하게는 유색인들에게 인종차별을 하는 백인들. 그런 그들을 향해 시위하고 반발하는 흑인들

유대인을 학살했던 나치들
그런 나치들을 찾아내어 응징한 모사드

장애인 이동권에 손놓고 있는 정치인들, 그것에 무관심하고 침묵하는 비장애인들. 이런 이들의 이동을 훼방놓는 장애인들

근로자를 좀더 착취해 이익을 늘리려 갖가지 불리한 (노동자에게)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고용자들.(하청에 하청 또는 하청에 하청에 하청까지)그런구조, 임금과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 그 과정에서의 업무방해와 각종 불법


꾸준한 학대와 괴롭힘을 못견뎌 가해자를 살해한 아내, 자신을 괴롭히고 모욕한 가해학생을 때린 피해학생(이런일은 아직까지 들어본적도 없지만)


이들중 이성적이지 않은 쪽은 누구인가?이들중 자연스럽지 않은 쪽은 어느쪽인가 이들중 그만 멈춰야하는 쪽은 어느쪽인가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것도 폭력이다? 폭력에 대응한 폭력은 해결책이 될 수 없지만 그것만이 해결책인것처럼 만든것은 누구인가? 폭력앞에 침묵하면, 이성적으로 대응하면 폭력은 저절로 멈춰지나? 폭력과 혐오에 대응해 가장 좋은 반응은 무엇인가? 그걸 판단하는건 누구인가??지금 누구에게 그 권능이 있나?


밟으면 꿈틀하는것은 밟는 행위보다 내가 볼때 훨씬 자연스럽다. 밟는 모습을 보면 두렵다. 나도 밟힐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밟히기보다 밟을 수 있는 사람들은 암만 중립적인 척해봐야 결국 밟는 쪽. 그들이 밟다가 오히려 할큄 당하고 찔리고 피흘리면 밟는 쪽에 감정이입하기가 쉽다. 나는 밟히고 나서 꿈틀하거나 때로 밟은 자를 물고 할퀴는 등 저항하는 모습을 보면 폭력적이라기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감정이입이된다. 앞의 폭력과 뒤이은 폭력은 결코같지 않다. 폭력은 옳지않다고 한다. 하지만 둘 중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한다면 나는 후자의 편을 들것이다.



현실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가능하기나 한가? 다윗과 골리앗이 100미터 달리기에 동일한 출발선상에 서서 출발하는것이 평등인가? 다윗은 그걸 바래야하나? 골리앗이 다윗을 먼저 때렸는데 폭력은 나쁜거니까 다윗은 말로 타이르는게 올바름인가? 정작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 그들은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나? 올바름은 대체 누가 결정하고 있나



불법인 사람은 없다. 불법한 행위를 했다고 해서 사람마저 불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람이 어떻게 불법일 수 있는가? ㅡ엘리 위젤,노벨 평화상 수상자,홀로코스트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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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2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맹자 공부하면서 중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중도라는 게 양쪽의 딱 정중앙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상황에 따라 양쪽을 왔다갔다하는 유연함이라고 했는데 무릎을 쳤습니다! 정중앙만을 고수한다면 그것도 양 극단을 고수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 결국 고집이죠. 참 공감이 됐어요.
비단 학문이나 도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중도의 태도를 잘 사용하고 눈여겨봐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워드 진 정말 제가 좋아하는 역사가예요^^ 인용문도 참 좋네요.

미미 2022-08-12 16:49   좋아요 4 | URL
화가님 너무나 적절한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맹자를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특히 유연함!!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보이는게 다르다는 말을 요즘 실감해요. 공부할수록 제가 서 있는 위치가 선명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하워드 진은 다른 책도 다 읽어보고 싶은만큼 좋은데 위 책은 읽다가 그의 행동하는 지성에 눈물났었어요.

거리의화가 2022-08-12 16:46   좋아요 3 | URL
저도 하워드진 행동하는 지성인이라 좋아합니다. 민중의 역사에 귀기울인 점도 좋구요. 우리나라도 이런 역사가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적절한 예시라고 해주셔서 부끄럽습니다. 저는 특히 가면 갈수록 우리나라 정치가 너무 딱딱하고 극단에 매몰되어 있어서 유연함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정치인이 너무 없어요ㅠㅠ

미미 2022-08-12 17:47   좋아요 4 | URL
저도 화가님 말씀에 너무나 공감합니다. 그래서 조금만 그래보이는 정치인들만 나와도 환호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소외된 이들에게 진심인 정치인들, 유연한 정치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필요해보입니다.

얄라알라 2022-08-15 01:26   좋아요 2 | URL
˝중도˝!!!
8월 14-15일 현재까지 새로 입력된 많은 정보 중에서 가장 확 들어온 내용이 ˝중도가 딱 정중앙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네요. 이제까지 중도를 고정된 포지션으로 생각해왔는데 유연성이군요!

mini74 2022-08-12 17: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금 연쇄살인범 관련 책을 읽고있는데 그들이 그렇게 말해요.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온 피해자들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피해자가 하필 자기옆으로 지나가는 바람에 자신 또한 충동을 참지 못했으니 피해자 잘못이라고. ㅠㅠ 강자들은 언제나 그런식이었던거 같아요. 피해자탓이야. 자신들의 칼은 등뒤로 숨기고 말이지요 ㅠㅠ

미미 2022-08-12 17:51   좋아요 3 | URL
그러네요! 어쩜 그렇게 가해자들의 태도도 일관성 있는지... 미니님 말씀에 생각났는데 ‘완전범죄‘란 말 자체도 지극히 가해자중심의 말이라고 하더라구요. 주된 논의들이 알게모르게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중심이란 생각이 듭니다.ㅠㅠ

바람돌이 2022-08-12 17: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었던 책에서도 에이드리언 리치가 인용되는걸 보고 아무래도 에이드리언 리치책을 읽어야겠다 싶었는데 오늘 또 미미님이 저에게 뽐뿌해주시네요. 오래 전에 읽은 하워드 진의 책도 반갑고요.
저는 중립 객관적 얘기 많이 하는 사람 안 믿습니다. 그런 사람 대부분이 그렇게 얘기하는거 잘 들여다보면 그게 자기 기득권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에요. 또 대부분이 많이 가진쪽이 자기꺼 손톱만큼도 안 내놓으려고 떠벌리는 수사들이구요.

미미 2022-08-12 17:55   좋아요 5 | URL
바람돌이님은 역시 그런 점들을 간파하고 계셨군요!! 저는 뒤늦게 하나하나 알아가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저도 마침 에이드리언 리치의 말들이 요즘 자꾸 눈에 들어와 책을 주문했거든요. 배송이 늦는다길래 아쉬운마음에 발췌문 찾아 일단 넣어봤습니다. 책뽐뿌는 이곳의 미덕이지요^^*

독서괭 2022-08-12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내가 당하지 않기 위해 마주 싸워야만 했던 경우도 ‘쌍방폭행‘이 되어 처벌받는 처지가 되곤 하지요.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해결책인 것처럼 만든 것은 누구인가?라는 지적에 공감이 가네요. 이론적으로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해결해야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요..

미미 2022-08-12 18:00   좋아요 3 | URL
네!! 법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음은 물론 피의자의 권력, 위치, 사회적 파장등 많은 것들로 인해 처벌이 달라지니 논쟁적일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요즘 오염된 ‘공정‘이란 말도 들을 때마나 기운 빠지게 만드네요....ㅠㅠ

프레이야 2022-08-12 1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치적 이야기는 사적인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자자… 그런 이야기 그만하자며 말을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아예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분노할 뻔했는데 분위기 망칠까봐 겨우 참았어요. 일반인들이 많이 이야기해야 됩니다. 맛집에서 한 시간 기다려 밥을 먹을 때든 뷰 좋은 카페를 굳이 찾아가 커피를 마실 때에도.
하워드 진의 저 말은 너무 훌륭하고 맞는 말입니다. 억압받고 소외된 자들의 반대편에 서는 것입니다 침묵과 중립은. 우리는 중립이라는 말을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죠. 무관심과 외면의 다른말로.

미미 2022-08-12 18:09   좋아요 4 | URL
프레이야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도 많이 하는 생각인데요. 한국 사회는 서열의식이 팽배한 이유도 있고 정치적담론이 정작 시민사회에서 턱없이 부족하다고요. 일반인들의 토론 문화가 부재한 자리에 미디어의 이른바 전문가란 사람들, 정치인들이 나와 그들의 생각,판단을 주입하는 식이니 사실상 자유로운 사상이 자라날 공간이 없습니다. 우선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을 쏟아냈으면 합니다.

페넬로페 2022-08-12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윗과 골리앗까지 안 가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을 때, 피해자는 어떻게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참 어려운 문제예요.
유대인이나 모사드처럼 힘을 가진 그룹은 어쨌든 자신의 권리를 찾지만 대다수의 피해자는 그냥 당할 수밖에요 ㅠㅠ
근데 모사드와 시오니스트들의 악날함도 나치 못지 않고요~~
시스템을 만들고 재정비하는 작업도 어렵고 복잡하죠^^
미미님을 국회로 보내고 싶어요♡♡♡

미미 2022-08-12 22:52   좋아요 3 | URL
그렇죠!! 우리나라는 사법체계가 유독 가해자에게 관대하게 느껴지기도하구요. 또 범죄 피해자들은 대부분 취약계층이나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데 국가가 법으로나마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지 않을때는 이중으로 절망할꺼라고 생각해요. 저는 다락방님이 국회로 가심 좋겠는데 그게 현실이되면 곁에서 힘닿는데까지 돕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감사해요 페넬로페님~^^*♡♡♡

새파랑 2022-08-13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침묵도 어쩌면 방조이기 때문에 잘못된거라 생각합니다. 또 누구든 피해자가 될수 있기 때문에 더 그런거 같아요. 그런데 갑자기 침묵 하니까 슈사쿠의 <침묵> 생각도 나네요 😅

미미 2022-08-13 12:53   좋아요 3 | URL
저도 예전에는 침묵이 중용이라 생각했어요. 지금도 많이들 그렇게 믿는 분들이 계실거예요. 침묵의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만 봐도 그것 역시 강력한 하나의 선택이라는 걸 알 수 있는것 같습니다. 침묵하면 역시 슈사쿠의 <침묵>이죠!!ㅎㅎㅎ 새파랑님은 늘 옳습니다.😆

단발머리 2022-08-13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애인 이동권에 침묵...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투쟁이 더 외로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번달에 엄마 모시고 병원 가려고 어느 역에 내렸는데 여러 분들이 모여서 시위하고 계시더라구요. 그 주위에는 경찰들이 모여 있고요.
그 분들의 투쟁으로 오히려 우리의 ‘이동권‘이 확대되고 있는데... 미안한 마음입니다.
용기 내어 올려주시는 미미님의 이런 글도, 그런 투쟁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

미미 2022-08-13 16:03   좋아요 3 | URL
장애인들의 당연한 권리를 위한 투쟁,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쉽사리 종북몰이로, 불법으로 치부되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페미니스트들을 포함해 힘없는 이들이 할 수 있는건 공부하고 연대하고 투쟁하는것밖에는 없다는 사실도요. 친구 끊길거 각오하고 올려봤습니다. 이런 글에 있어서 저보다 더 용기있는 단발머리님이 용기있다 말씀해주시니 부끄럽고 감사해요.*^^*

모나리자 2022-08-14 1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중용이란 단어는 좋은 말인데 이런 상황에 중립을 지키는 건 잘못에 동조하는 거군요.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네요. 아직고 수정되어야 할 게 많은 세상이지만....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네요. 그래야 희망이 있으니까요. 미미님 화이팅!!^^

미미 2022-08-14 13:31   좋아요 4 | URL
그럼요! 중용이란 단어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ㅎㅎ
모나리자님처럼 세상이 나아지길 믿고 바라고 또 행동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요!! 남은 연휴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래요*^^*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는 미국인,캐나다인들 중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경우를 여럿 봐왔다.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간 한 캐나다인 친구는 몇년간 한국의 영어학원,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왔음에도 ,심지어 아내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잘 몰랐다. 그는 영어를 구사할때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아내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한국어를 못하는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국어도 아닌 외국어 구사에 자신이 없어 부끄러웠던 건 그의 아내와 나였다. '그래도 우리는 2개국어를 하는건데 너는 네 모국어밖에 못하지 않냐'고 목구멍까지 말이 차올랐지만 참았다. 그들은 한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 배우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의 언어는 기존의 가부장제 언어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는(beyond, overview) 것이기 때문에 ‘이길 수밖에 없다. 한국인과 미국인의 관계처럼 남성은 남성의 언어만 알지만, 여성은 남성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남성의 언어와 여성입장에서의 언어를 모두 구사해야 한다. 여성들이 이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개의 영화들은 여성에게서 언어를 뺏거나, 말하는 여성을 죽이거나, 남성의 언어를 대신 말하게 한다. - P49


주류가 아닌 목소리, 배제된 정체성은 생존을 위해 목소리 내기가 필수다. 그래서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발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주류, 다수들 중 일부는 이런 '다름'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자신들만이 옳고, 질서라는 착각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름'의 소리가 커질때 쉽게 위협을 느낀다.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알아야할 '필요'를 못느끼기 때문이다. 들어주는 것 자체에 특권의식을 가지기도한다. 그 증거는 '~~는 해도 된다. 하지만 ~~는 안된다.'식의 말하기다. 이쪽은 살기위해, 함께 공존하기 위한 외침을 멈출수가 없는데 어디서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 자유로운 것은 정작 누구일까를 생각해본다. 시야가 좁은 사람이 더 자유로울 수는 없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기안에 감옥을 지어 그 안에 살고 있는 것과 같다. 물론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서 권력이 드러난다. 하지만 사회가 다름에 관대해질때 이 권력은 한곳에 집중되지 않고 개개인에게 분배될 수 있다. 나도 이런 문제에 있어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나 역시 어떤 면들에 있어서는 특권인식을 가졌기 때문에 시야가 한정적이라는 것을 한번씩 느낀다. 적어도 시야를 넓히기 위해 뭘 해야하는지는 알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여성에게 유일한 무기는 언어밖에 없다. 우리가 총칼로 싸우겠는가. '미러링'이라는 이름의 욕설로 싸우겠는가. 우리는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는 한 해방은 없다. 여기서 공부의 첫 단계는 이론을 적용하지 말고 '지금 여기 자신'의 위치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이다. P.49




그녀는 날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들을 만들었고, 날마다 다른 사람들의 편견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그리고 또 날마다 ㅡ그녀는 현학자도 냉정한 이론가도 아니었으므로ㅡ그녀 안에서는 자신들의 원칙들을 밀어내고 그것들을 새롭게 만들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무엇인가가 태어났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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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1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번 제 시야가 좁다는 것을 절감하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여성의 유일한 무기가 언어이니 읽고 쓰는 게 그나마 지금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미 2022-08-11 11:52   좋아요 2 | URL
화가님은 리뷰 쓰시는걸 읽어보면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이 노력하시는게 느껴집니다 ^^* 네! 읽고 쓰면서 다양하게 읽고 경험하고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또 어디로 갈지 길이 열리겠지요.

2022-08-11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못하고 참았다는 것.
왜? 왜 앞에서 그 말을 못하고 지금까지 되새기고 있을까? 왜 앞에서 그 말을 못하고 이런 도서 리뷰에서 곱씹고 있을까?

전혀 상관없는 남의 얘기지만 궁금해진다. 의외로 할 말을 삼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니, 내가 볼 때는 ‘해야할‘ 말을...

미미 2022-08-11 11:57   좋아요 4 | URL
불청객님은 하고 싶은 말, 해야할 말을 잘 하시는 분일듯 하네요.

책을 읽으며 저는 저의 현재와 과거를 자주 들여다봅니다. 그러다보면 후회도 하고 지금의 제가 얼만큼 달라졌는지 가늠이 되기도하고요. 그렇게 더디지만 성장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네! 그때와는 달라진 지금 만일 그런일이 있었다면 목구멍에서 삼키진 않았을거예요.

페넬로페 2022-08-11 1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러네요.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들 앞에서는 손짓, 발짓 하며 안되는 영어 한마디라도 해보려고 하는데 정작 그들은 배울 생각조차도 안하는군요.
시야를 넓히고 나의 언어의 영역을 더 깊게 해야하는데 저 역시 매번 절감합니다~~

미미 2022-08-11 12:13   좋아요 2 | URL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영어에 우리를 맞추는듯한 느낌이 들죠.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외국인들에게도 프랑스어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는 그런줄 모르고 영어를 못하나? 어리둥절 했었어요ㅎㅎ

잉크냄새 2022-08-11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부심‘이라 표현할 수 있겠네요.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듯이 언어와 자신도 동일시하나 봅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전부는 아니지만 중국 회사에 근무하는 일본인은 중국어가 유창해도 중국인 앞에서 왠만해선 중국어로 말하지 않더군요. 의사소통에 문제없어도 회사에 항상 중국어 통역을 두고 직원들에게도 통역을 사용하더군요. 아직도 인간과 문화를 우성과 열성으로 구분하는 작태인데, 대동아공영의 기치를 아직도 펄럭이고 있답니다.

미미 2022-08-11 12:18   좋아요 3 | URL
‘언부심‘ 적절한 표현입니다^^*
그 일본인은 흥미롭네요. 중국어가 유창하다면 번거롭게 통역을 쓸 필요가 없을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많은 일본의 기성세대들이 (특히 정치인들) 과거에 얽매여 살고 있는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2-08-11 15: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정작 영어까지 할 줄 알면서도 이것이 제대로 말하거나 듣는 것이 아닐까봐 겁내하고 있는 자신을 한국인들은 보게 되죠. 상대는 한국말을 전혀 못해도 말예요. 저도 이 책 오늘 주문했어요! 미미님은 벌써 읽고 계시네요. 다만,

미러링에 대한 부분은 좀 갸웃하게 되네요. 저는 미러링이 남자들의 언어를 빼앗아 오는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희진 선생님은 일전에 강연에서도 미러링은 한국 남자들에게 너무 고차원적인 방법이었다 라는 뉘앙스의 말씀을 하신 적도 있는데, 제가 정희진 선생님 존경하면서도 어느 지점에서 갈라질 수밖에 없는 걸 느꼈던 지점이기도 해요. 아, 이건 제가 나중에 읽고 페이퍼로 쓸 부분이네요.

내일 저도 정희진 쌤 신간 두 권이 도착합니다. 다른 책 여덟권과 함께요... (닥쳐!!) ㅜㅜ

잠자냥 2022-08-11 15:14   좋아요 2 | URL
오호라, 8권?! 얼른 올리세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11 15:15   좋아요 3 | URL
미쳤나봐... 라고 오늘 주문해놓고 후회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문취소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흠흠.

미미 2022-08-11 15:22   좋아요 3 | URL
미러링에 관한 다락방님의 페이퍼가 벌써부터 읽고싶어집니다^^*
저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공부가 되어있진 않지만 미러링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꼭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무례한 상대에게 대처하는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유용하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그리고 페미니즘 안에서도 다른 의견들은 늘 더 필요하고 서로에게 동기부여와 자극, 에너지가 된다고 믿습니다.

저도 오늘 이미 주문을 쎄게?ㅋㅋㅋㅋ 했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 내일 또 할겁니다. ㅜㅜ 아...그래도 뭘 공부할지 보이고 공부할것, 읽을꺼리가 넘쳐 알라딘하며 너무너무 행복합니다ㅋ

2022-08-11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댓글에 기분 상하셨다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2022-08-11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미러링이 효과적인 도구인지 구경꾼인 저는 회의적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러링은 여성 혐오의 합리화 수단인것 같습니다. 험오자들의 무기.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미러링의 기능은 현재는 자기 만족밖에 없는걸로 보입니다.

지나가다 무례하게 끼어들고 참견해서 죄송합니다. 제 오지랖을 용서하세요.

미미 2022-08-11 16:58   좋아요 3 | URL
글쎄요. 미러링은 제가 알기로 잘못된 행동을 거울로 비추어 문제를 스스로 알게끔 하는건데요.
과격해지는 경우가 있긴하지만 그런 경우라 할지라도 남성들의 여성혐오와는 그 본질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효과도 다르고요.

수천년간 여성억압의 역사를 등에업은 젊은 여성들의 분노와 그 대척점에 있는 남성들의 입장이 다르듯이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을지 모르나 여성들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표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미러링을 하게끔 만드는 여성혐오를 오히려 서둘러 연구하고 해결점을 찾아야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불청객님 언제든 의견 주셔도 됩니다. 다만 페이퍼를 쓴 저의 의도를 존중해주시고 이야기 나누었으면 합니다. 의견은 누구나 다를 수 밖에 없겠으나 원활한 대화를 위한 기본적인 것들이 선행되었으면합니다. ^^*

2022-08-12 01:33   좋아요 1 | URL
예, 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미러링의 전술적 효과입니다.

제 생각에는 양성평등을 위해서는 많은 남성들의 협조나 동의나 필수인것 같은데, 미러링은 양성 평등에 무관심한 남성들을 적대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고, 또한 많은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러링은 그 목적을 생각하면, 목적에 반하는,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제가 악의는 없지만, 본래 그렇게 불편한 인간입니다^^;
불쾌함 털어버리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08-11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생각나네요.다름과 틀림은 구별해야 할거 같아요~!!

미미 2022-08-11 17:03   좋아요 4 | URL
네!! 새파랑님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것 같습니다.^^* 만년필은 특히나 강한것 같습니다(요즘 만년필에 푹 빠진 사람ㅋㅋㅋ)

난티나무 2022-08-11 1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부합시다!!!!
저도 이 책 샀지만 받아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관계로 올려주시는 부분들 미리 읽어보네요.^^

미미 2022-08-11 19:29   좋아요 2 | URL
넵!!!! 둘다 구입은 했는데 다른 책은 좀 어렵다고들 하시네요? 그래도 힘겨웠던 1~2권 보다는 낫겠지 생각하고 있어요^^* 요 책은 술술 읽힙니다ㅎㅎㅎ

난티나무 2022-08-11 19:31   좋아요 2 | URL
앗 미미님 제가 책을 잘못 봤네요.^^;;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를 샀어요, 저는. ㅎㅎㅎ
이 책도 궁금한데…. 일단 보관함에 담아둔 것으로 만족하고 기회를 보아야 겠습니다.^^

미미 2022-08-11 19:33   좋아요 2 | URL
아! 그러셨군요ㅎㅎㅎ
표지가 다 어딘가 비슷비슷해서 헷갈리셨나봐요^^*

scott 2022-08-11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은 영어를 사용하는 백인에게 너무 관대 하고
이들은 한국을 우습게 알죠

미미님의 언어(목소리)는 유툽에서 들을 수 있죠!

담달 유툽에서 울프여사님과 정희진님 책 낭독!
부탁 합니다 ^^

미미 2022-08-11 22:59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꽤 오래 그게 당연한 줄로만 알았는데 이상하더군요

울프와 정희진님 낭독!(ㅋ.ㅋ) 목소리가 참..자신이 없지만
스콧님이 요청해주셨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

mini74 2022-08-12 15: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어에 대한 선민의식이 너무 큰거 같아요. 어릴적부터 죽어라 배우는 영어, 영어에 쏟아붓는 돈들.
영어 잘 하는 사람에 대한 선망..ㅎㅎㅎ
모국어 잘한다고 뻐길 수 있다니 ㅎㅎㅎ
미미님 말씀 너무 좋아요.
편견의 감옥, 좁은 시야!!
저도 스콧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미미님의 정희진님 책 낭독 기대기대합니다~~~

미미 2022-08-12 16:03   좋아요 3 | URL
미니님!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면 우린 참 편할텐데 말입니다.ㅎㅎ 그 친구한테 발음 지적도 막 하고요ㅎㅎㅎ 이번에도 정희진님 책 너무 와닿는 내용 투성입니다. 최근 정치상황까지 다루어져있어 통쾌하고 후련해요. 편견에서 깨어나는 해독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네요

희선 2022-08-13 0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어 몰라도 살지만, 몰라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군요 그러면서도 영어를 쓰면 좀 쉬운 말로 하지,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영어가 편해서 그러는 사람도 있을 것 같기는 해요 여러 나라 말을 알면 이 말 저 말 쓸지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안 될 텐데, 그럴 때가 더 많기도 하네요


희선

미미 2022-08-13 12:47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저 말은 그냥 우리 단어로 써도 되는데 굳이?‘ 외래어를 너무 남발하는 미디어의 영향도 있을테고요 반면 순우리말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건 저도 딱히 잘하고 있지 않아 부끄럽습니다.

이곳은 또 비가 오네요. 희선님 주말 건강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2-08-17 1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하는 게
당연한데도, 전혀 한국말을 배우지
않고 자기네 나라 말로 소통을 하
려고 한다는 점이 참 그렇더라구요.

미미 2022-08-17 14:37   좋아요 3 | URL
네! 한국에서 한동안 지내려면 한국어는 필수적일텐데 영어만 으로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그 상황도 참 이상합니다.^^* 간판들, 제품명들도 그렇고 영어에 너무 잠식당해 사는건 아닌지 종종 의문이 들어요.
 

여성의 언어는 기존의 가부장제 언어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는(beyond, overview) 것이기 때문에 ‘이길 수밖에 없다. 한국인과 미국인의 관계처럼 남성은 남성의 언어만 알지만, 여성은 남성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남성의 언어와 여성입장에서의 언어를 모두 구사해야 한다. 여성들이 이길 수밖에없다. 그래서 대개의 영화들은 여성에게서 언어를 뺏거나, 말하는 여성을 죽이거나, 남성의 언어를 대신 말하게 한다. - P49

젠더는 다른 사회적 모순(계급, 나이, 지역, 종교, 인종·····…)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그때그때마다 필요한 사유가 다르다. 본디 원칙이 없는 사람이 원칙적인법이다. 후자의 ‘원칙‘은 아무 쓸모가 없다. 맥락적 판단을 연습하다 보면 똑똑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 - P51

최근 작고한 철학자 장춘익은 그의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주 인용하게 된다. "오래가는 항의는 아무튼 짜증나는 거야. 내가 잘 돌보고 싶은 아이도 자꾸 울면 짜증나는데, 별로동의해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자꾸 하면 정말 짜증이 안 나겠어? 항의는 내가,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을 이야기하는것이고, 같은 항의가 오래 반복된다는 것은 그렇게 오랫동안 결핍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항의 기간이 길어지면저쪽은 짜증나고 이쪽은 초라하고 비참한 거야. 네가 세상에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흡수하는 것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야. 페미니즘(다른 입장도 마찬가지다 ㅡ필자)이 네 주장의 설득력을 보증해주는 것이아니라,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는 것이야. 페미니즘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네 페미니즘도 신뢰한단다.‘
- P53

수 세기 동안 여성은 남성 사회가 켠 가스등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부정당해 왔다. ‘미친 여자‘는 오로지 남성의 경험에 의해판정되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바로 우리 자신에게 미스터리였다니!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보살필 의무가 있다. 여성의 인식과 자신감을 믿자, 서로에게 가스등을 켜지말자. - 에이드리언 리치 - P54

‘여성‘이 알면 안 되는 진실이 있고, 민초들이 자각하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페미니즘과 마르크스주의가 왜 그토록 미움을받았겠는가. 이것이 인간의 역사다. 말할 것도 없이 권력자들은 비밀을 통제하고 관리한다. 그래서 피억압자들에게 앎, 깨달음은 해방이기도 하고 기꺼운 고통의 시작이기도 하다. 만일 여성들이 밥하는 일이 여자의 ‘운명‘(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남자들은 삼시 세끼 준비 스트레스로 평생을 전전긍긍하느라 역사를 창조하지 못했으리라.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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