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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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이후 두 번째 만남만에 헤르만 헤세에게 빠져버렸다.

모든 진짜 시인의 작품은 이와 같다. 마치 폭풍위에 휩쓸린듯 거기 귀를 기울이고, 바닷가에서 처럼 거기 눈길을 빼앗기고 자연의 힘이 홀린 듯 작품에 빠져들어 자신을 잊는다. 훨씬 나중에 두 번째 세 번째 다시 읽을 때에야 비로소 고요해진 감각으로 전체 구조와 각각의 부분에서 예술성을 찾아내고 즐거워하며, 점점 새로운 기쁨으로 수 많은 크고 작은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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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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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 중에 가장 먼저 구입한 책이 요 3권이였다. 내가 살아가는 지역권에 관한 답사 여행기라 관심도 많았고, 특히나 경주와 안동에 관한 이야기엔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즐겁게 구입했던 기억이난다. 그러나 즐거운 마음은 잠시뿐 읽고 싶던 그 순간에 읽어내지 못한 책은 다른 호기심에 밀리고 밀려 책장 안쪽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버렸고, 내 기억 속에서 잠시 잊혀지게 되었다.

 

 

올 해 연초 계획으로 한 달에 한 권씩 읽기로한 답사기는 3권에 접어들었고, 그렇게 책을 덮었을때쯤엔 허탈함과 아쉬움, 후회와 미련들이 떠돌아 깊은 한숨만 내쉬게 되었다. 지난번 다녀왔던 경주와 안동, 공주 여행은 내 미처 보지 못한 이야기들로 가득해 다시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크게 일었는데 함께 다녀왔던 일행들을 꼬시고 또 꼬셔봐도 '볼것없음'으로 일축하는 콧방귀에 깨달은바 있으니 '선 독서, 후 답사'라. 역시 유물의 내력을 알고 모름에 있어 유물을 제대로 느끼는데 큰 차이가 난다던 말씀이 이번처럼 절절히 느껴진적 없었던거 같다.

 

 

특히나 아쉬운 부분은 경주 여행인지라, 불국사의 내력을 읽고 또 읽으며 마음 속으로 새겨 보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문화유산을 볼라치면 눈 앞에 보이는 사물을 두고 평가하기에 이르는데, 여기를 봐도, 저기를봐도 똑같은 사찰과 탑으로만 보며 더 이상 '볼것없음'으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경주에 당도했을때 일행들과 둘러보며 조금이라도 뭔가 더 보려고 눈을 부리며 살폈지만, 일행들의 등살에 못이겨 그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그때 이 책을 읽고 그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더라면.

 

 

' 왕즉불 사상이 강했던 시대야. 왕이 곧 부처다 이말이지. 그러니 요 불국사가 웅장할 수 밖에. 천상의 세계로 오르는 길을 표현 한건데, 정상이 수미산으로 범영루를 의미하고 거기엔 108명이 앉을 수 있대.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 알지? 그걸 상징한다나봐. 천상으로 오르는 청운교와 백운교는 33계단으로 33天의 세계를 의미하고, 33天을 올라 자하문에 들어가면 석가모니와 부처를 모신 대웅전을 마주하고, 그 좌우로 석가탑과 다보탑을 만날 수 있어요. 옛날에 다보불이란 사람이 <법화경>에 대해 진리를 깨우친자있으면 그 자리에서 우뚝 솟아나리라 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석가여래가 법화경에 대해 진리를 깨친것을 말하자 그 자리에서 솟아오른게 다보탑 이라고해 그래서 두 탑이 마주 보고 있다고도 하지. 아니아니 질문은 받지 않아. 가서 봐야할 것들이 정말 많아. 계단에 새겨진 연화꽃연 꽃무늬, 대웅전 돌계단의 소맷돌, 그랭이기법으로 만든 석축들, 다보탑의 돌사자 까지 모두 봐야한다고, 이래도 볼 것없다고 할꺼야?' 라고.

 

 

하지만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한 번 다녀온곳을 다시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 법. 내 다시 이와같은 후회하지 않기위해서라도 열심히 읽고 또 읽어야할 이유를 찾게 되었다. 아쉬운 부분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갔을적에 안동댐 근처의 까치구멍집에서 헛제사 밥을 먹으며 식당에서 처음 경험하던 찬 음식들을 두고 훗날 다녀온분과 이야기 나눈적 있었다. 그때 그분과 나의 합의점은 '그 음식들을 사 먹느니, 차라리 자기가 한 음식을 먹으러 와라'는 다분히 낯 뜨거운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뿌리깊은 유교사상을 가지고 있는 안동 사람들에겐 제사는 하나의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제사를 지내고 밤참으로 먹었다는 제사밥을 향토음식이 되면서 '헛'으로 먹는다고 하여 헛제사밥이 되어 나왔을적에 우리와 제사음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폈더라면, 고등어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내륙지방인 안동에서는 고등어를 먹기위해선 소금에 푹 절인 생선이 운반 되었던 것이 유래가 되어 '안동 고등어' 가 유명세를 타게되었는데 그 고등어를 제사상에 올리는 사연을 살폈더라면 그들의 문화를 조금 더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하회마을에 도착해 '여기 사람이 살까 안살까?'와 같은 영양가 없는 내기를 하는대신 팔작, 우진각, 맞배 지붕중 어느 모양을 띄고 있는지, 마당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물동이동을 품고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조금 더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싶은 아쉬운 마음이 크게 들었다. 그런데 교수님의 말씀처럼  안동 하회마을에도 변화가 일어 21세기 놀이기구들이 어울리지 않는 그림으로 다가온다. 하회마을의 전통을 생각한다면 그런 놀이기구는 좀 멀리 설치하는게 좋지 않을까.

 

 

무튼 곧 다가올 봄철을 맞아 아직 아쉬워만 하기엔 이르다. 가보지 못한 구례의 연곡사 사리탑과 꼭 닮은 현각선사탑이나, 모방이 아니라 변주로 계승했다는 소요대사탑도 봐야한다. 해의 각도에 따라 얼굴이 달리 보인다는 서산 마애불은 어떠하며, 한낮과 저녁의 물결이 달리 보인다는 섬진강의 모습은 어떠한가. 익산의 미륵사터 석탑과 복원된 미륵사탑의 허망함도 느껴보고, 공주와 부여의 고분과 박물관을 다녀와야 한다. 그때는 꼭 '볼것없다'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살뜰히 아주 감질 맛나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우리 문화 유산은 ' 검이불루, 화이불치. 소중현대 (儉而不陋 華而不侈, 小中現大)속에 있다는 것을.(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으며 작은것 속에 큰 것이 다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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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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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학자의 독서편력.

 

내가 한참 독서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을 당시만 해도 조선시대의 독서가를 다룬 책이 참 많았다. 어렵사리 구하게된 한 권의 책은 집안의 신주단지가 되어 필사하고 또 필사했던 이야기가 많았고 거기서 전해지는 애뜻함과 경건함,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자주 찾아 읽곤 했다. 그외 기억나는 것은  한 권의 책을 통해 삶의 변화를 그린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잭캔필드.리더스북  . 2 007. 들이 제법 관심받기 시작했던 때였다.

 

 

그런데 오늘날엔  애서가와 장서가들을 다룬 책들이 참 많다. 한 편으론 초고속으로 변해가는 사회 현상에 대한 반증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다른 한 편으론 자신을 책에 관한 쇼핑 중독자라고 밝힌 빨책 이동진씨처럼( 1만권의 장서를 보유한 일화는 유명하다 (『밤은 책이다』예담.2011) ) 이것도 하나의 사회병리현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뿐아니라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에서도 볼 수 있다. 『고양이의 서재』 저자 장샤오 위안은 레일 책장을 겸비한 3만권의 장서로 꽤나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과학사학자, 천문학자, 성(性)학자, 번역가, 편집자, 서평가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그의 책을 읽다 보니 책에 대한 사랑 내지, 집착과 소유욕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인간사엔 빼놓을 수 없는 문화사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유년기시절부터 책과 함께한 저자의 독서편력을 다룬 이야긴데, 특이점은 독서를 통해 삶을 확장하고 즐기는 삶속에서  게으른 고양이가 되어 3만권의 장서 사이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꿈꾸는 엉뚱함에 있다.

 

 

저자의 책에 대한 사랑은 문혁(문화대혁명기)시절 금서에서 시작되었다. 주변에  책이라고는 마오쩌둥과 루쉰 뿐이였던때 우연한 계기에로 읽게된 『서유기』와 『삼국지연의』를 통해  책을 읽는 짜릿한 즐거움을 깨닫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고전과 인문서를 탐스럽게 읽기 시작했다. 책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인 만큼 친구들 사이에서 책의 통로가된 저자는 들판을 달리는 한 마리의 말과 같이 거침없이 읽고 또 읽었다. 세익스피어, 톨스토이, 『서상기』등 고전 문학에 심취하여 격률을 짓는가 하면, 전기 기사 시절엔 남몰래 읽은 『매화보』에 빠져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대국을 연구하는 모습으로 그가 전형적인 책벌레임을 알게한다. 사상기 해방기에 맞은 대학시절엔 전공분야외의 책을 탐스럽게 읽어 친구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하지만, 훗날 그의 독서편력은 그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정말 특이하게도 저자가 읽었던 책들 다수가 중국어 문화권의 책이라 알수 없음에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건 한 뿌리에서 오는 익숙함인가 싶어 웃어보기도 했다.

 

 

유희록(遊戱錄).

 

 

내게 독서의 유희를 맛보게 해준 이는 조선의 18세기 실학자 이덕무였다. 평소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탓에 사람들은 그를 가르켜 간서치(看書痴). 책만 보는 바보라고 놀렸지만, 그는 이 별명을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서자 출신에 변변한 직업이 없었던 그가 방의 삼면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의지해 책을 읽었던 일화로 책에 대한 애뜻함을 선사했지만, 일찍이 그가 깨달은 '책을 읽으면 유익한 네 가지'는 책이 깊고 풍부한 지혜의 산물을 넘어 희노애락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첫째. 조금 배고플 때 책을 읽으면 소리가 두 배로 낭랑해져서 책속에 담긴 이치와 취지를 잘 맛보게 되니 배고픔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둘째, 조금 추울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소리를 따라 몸 안으로 흘러 들어와 편안해져 추위도 잊을 수 있게 된다. 셋째, 근심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은 글자와 함께 하나가 되고 마음은 이치와 더불어 모이게 되니, 천만 가지 생각이 일시에 사라져버린다. 넷째, 기침이 심할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통하여 막히는 것이 없게 되니 기침 소리가 순식간에 그쳐버린다.『책에 미친 바보』이덕무산문선. 미다스북스.2004

 

여기서 더 나아가 장샤오 위엔의 독서 유희는 부제 '어느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읽고, 쓰고 만드는' 완전함에 있다. 루시, 장칭디, 인옌량, 거거 선생님의 만남으로 동서고금의 책을 읽는 기쁨을 만들었고, 필요한 책이 있으면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발견하여 읽는 기쁨으로 애뜻함을 느껴보기도 했다. 여유 시간이면 서재에 앉아 읽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꺼내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삶이야 말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저자가 호기심에 이끌려 성학자가 되어 글을 쓰게되고, 그게 인연이 되어 서평가 이자 편집자, 저술가 등의 다양한 활동 영역으로 넓힐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으로 빚게된 결과는 아니라는걸 깨닫게 한다. 인상적인것은 우리나라에서 찾았다는 최남선의 『삼국유사』인데 책을 찾게된 경로만 짧게 언급되어 있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내게 18세기의 실학자 이덕무가 부족하며 절제된 읽기의 유희를 선사했다면, 21세기의 학자 장샤오 위엔의 읽기는 인연을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배우고 익히며 쓰는 삶이야 말로 완전한 독서의 유희임을 일깨워 주었다. 

 

 

책이라는 문. 독자라는 열쇠.

 

가끔 책에 답이 있나요? 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이에 대한 나의 답은 책에는 분명 답이 있다는 것이다. 장샤오위엔이 독서를 통해 자신의 삶을 확장했던 것도 책이라는 문을 열수 있었던 것인데 중요한 것은 장샤오위엔이라는 열쇠가 자신의 문을 제대로 찾았다는 점이다. 일례로 신문사에서 근무하던 박시백 저자는 역사서의 부족함을 깨닫고 『조선왕조실록』을 편찬을 할 수 있었던것도,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유홍준 교수님이 기나긴 시간동안 『나의문화유산답사기』시리즈를 편찬한것도 모두 자신에게 맞는 문을 찾아 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책은 하나의 문이며, 독자는 하나의 열쇠가 되는 셈이다.  장샤오위엔은 누구나 갖을 수 있는 호기심을 무기로 독서를 통해 끊임없는 사유를 할때 비로소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 문을 찾을 수 있으며 학습을 통할때 비로소 문이 열리고 자신에게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유유 출판사의 책은 언제나 그렇듯 아담한 사이즈에 재생용지를 사용한 점이 참 좋은데 이 책엔 눈에 띄는 점이 몇가지 있다. 바로 표지에 깜찍한 고양이의 그림, 낱장마다 고양이의 손톱자국 그리고 책의 뒷 표지에 앙증맞은 물고기를 그려넣은 세심함이다. 요즘처럼 표지를 획일화 시켜 독자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참 많은때에 낱장까지 살피는 세심함으로 독자에게 성큼 다가서는 모습이 좋아 여기에 몇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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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03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시작해요 해피북님~^^
 
하루 한자 공부 - 내 삶에 지혜와 통찰을 주는 교양한자 365 하루 한 공부
이인호 지음 / 유유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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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책을 읽다가 생기는 불편함 때문 이였다. 책을 놓고 사전을 뒤적이다 보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슬슬 찾아드는 귀찮음 때문에 그냥 대충 생각하고 넘어가버리는 일이 많아 지면서 한자의 필요성을 느꼈다.

 

 

처음 시작한 책은 『꼬불꼬불 한자 쉽게 끝내기』 이래현. 키출판사 였는데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통해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한 내용이 마음에 들어 한동안 한자를 열심히 익힌 기억이 난다. 그러나 공부를 하다보니 원리에 의한 풀이도 많았지만, 생긴 모양을 풀어 설명하는 부분이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일 못한 사람이 연장 탓 한다는 말처럼 암기가 힘들어진 탓을 해본건 지도 모르겠다.

 

 

무튼 그렇게 멀어졌던 한자 공부는 늘 마음 속 한켠에 남은 응어리 같았다. 한자만 술술 풀리게 된다면 내 앞에 놓일 무궁무진한 가능성들 (일본어, 중국어, 한시, 역사)을 생각해볼때 삼킬수도 뱉을수도 없는 미련이 늘 따라 다녔다고나 할까? 그러던중 유유 출판사에서 나온 『하루 한자 공부』를 서점에서 발견하고 쭉 훑어보고 왔는데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어원을 풀이한 부분이 머리 속에 맴돌면서 책을 사지 않았던 것이 좀 후회되었다.

 

'실-사() 와 단 (彖)이 합했다. 단(彖)의 윗 부분은 '돼지머리- 계'()이고, 그 아래는 '돼지- (豕)이다. 따라서 연(緣)은 끈으로 돼지를 묶은 모습인 것 같다. 다만 계()의 초창기 글꼴이 돼지를 잡아 걸어 놓은 모습이므로 ()의 본뜻은 '돼지를 잡아 끈으로 묶어 걸다'가 아닐까 추측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위 혹은 둘레를 묶거나 감싸다'는 뜻만 남았다. 이로부터 일정한 범위로 묶인 관계를 가리키게 되었다. 혈연(血緣),지연(地緣), 학연(學緣).... 등이 곧 그런 뜻으로 쓰인 것이다' 1월 26일 자. 緣 (가선- 연)

 

 

이 책의 특징은 한자가 형성된 원리에서 부터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는 연관된 한자들 까지 두루두루 살피는데  하루에 한 자씩 학습할 수 있도록 날짜별로 구성했다는 점과 눈으로만 익히고, 억지로 외워 한방에 끝내보려는 한탕주의 마음갖음을 경계하고, 눈으로 보며 입으로 익히고, 귀로 들으며 손으로 써보는 활동을 통해  즐겁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마도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의 내공에서 어울어진 가르침이 아닐런지 짐작해 보았다.

 

 

얼마전 책을 읽다보니 1월 3일자의 밸- 태 (台)라는 한자에 궁금증이 생겨 출판사에 문의한 적이 있다. 현재 사용되는 台(태)는 '별자리' 혹은 '기쁘다'라는 뜻으로 사용하는것에 반해 책에는 아이밸 - 태 라고 설명된 점이 궁금했던 것인데 뜻밖에도 친절한 답변을 얻을 수 있어 이곳에 잠깐 소개한다.

 

세심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밸-태'(台)는 '아이 밸-태'의 준말로 쓴 것입니다. 이 ‘태’(台)는 ‘아이 밸-태’(胎)의 초기 글꼴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별자리, 기쁘다, 태풍, 높고 평평한 누대(樓臺), 탁자 등등 다양한 뜻으로 확장되어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초창기 글꼴은 ‘여자가 아이를 밴 모습’(즉 태아)이기에 ‘아이 밸 태’, 편의상 줄여서 ‘밸-태’로 쓴 것이니 독자께서는 ‘아이 밸 태’로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한편 태(怠)는 산모가 아기를 낳으며 힘을 많이 쓴 탓에 지쳐서 축 늘어졌다는 뜻입니다. 에너지가 소진되었으니 당연히 힘이 없어지고, 힘이 없으니 허약(虛弱)해지고 행동마저 느려지는 것이죠. ‘약하다, 느리다, 지치다’의 뜻은 이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태만(怠慢)이라고 할 때는 ‘게으르다’의 뜻이지만, 나태(懶怠)라고 할 때는 ‘느리다’의 뜻입니다. 권태(倦怠)가 무슨 뜻인지 아시지요? 지쳐서 매사에 시들해지는 것이죠. 의욕이 약해지고 행동마저 느려지는 것입니다. 엄마가 아기를 낳은 후에 어떤 표정인지 youtube에서 한 번 찾아보세요. 갓난아기를 바라볼 때 기쁨과 안도감도 잠시이고 그간 힘을 쓰느라고 지쳐서 곧바로 나른해지며 단잠에 빠져듭니다. 바로 위의 그 태(怠)입니다. 한자 공부에 많은 발전 있으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답변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의 의미를 넘어 근원(뿌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발견하지 못한 재미를 찾을 수 있고, 술술 풀어주는 이야기 형식이라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 매력적이란 생각이다. 이왕 유유 출판사 이야기가 나왔으니 몇가지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더 있는데 그 하나는 유유 출판사의 책들이 재생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점으로 일단 눈이 덜 피곤하다는 점(안경을 착용한 사람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펄럭 일때마다 훅 끼쳐오는 종이 냄새 때문에 자주 손이 간다는점, 미니백에도 쏙 들어가는 사이즈라 휴대가 용이하다는 점 그리고 책 뒷 표지를 책갈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점이다. 그런면에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책갈피처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의 여백에 365개의 한자를 적어놓았더라면, 학습하는 입장에서는 자주 눈에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기는 셈이였는데 고 부분이 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튼 저자의 말처럼 작심 삼일로 끝나는 한자 학습이 아니라, 욕심 부리지 않고 하루에 한자씩 알뜰히 학습하여 배움에 진전이 있는 그런 한 해가 되길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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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7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력서에 스팩 하나 더 채우려고 한자검정시험을 공부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그쪽에 시간을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신문에 나오는 한문을 이해하기 위해서 3, 4급 한자까지 알면 충분할 것 같아요. 요즘 해피북님은 유유출판사 책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주변에 이런 좋은 출판사를 알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고양이의 서재>라는 책도 나왔더군요. ^^

해피북 2015-01-27 21:52   좋아요 1 | URL
맞아요 3급 정도만되두 불편함이없을텐데 ㅋ 부지런히 노력해야 겠어요ㅋ 그리구 고양이서재는 오늘 도착했다는ㅋ알라딘에서 어제부터 판매 시작해서 오늘 받았는데 유유출판사가 좋아 책을 구입하는것 보다 책이 좋아 사다보니 유유 출판사가 많아지는것 같아요^~^ 특히 사이즈 냄새 그리구 다루고 있는 분야가 제 관심사랑 겹쳐서 ㅋ 고양이 서재 역시 애서가의 책이야기라 냉큼 구입했답니다 ㅋ

봄덕 2015-01-28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자 공부, 급수시험에 저도 딱 한 번 도전 한 적이 있어요.
취미로라도 꾸준히 공부한다면 언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예전 책들을 조금씩 들춰보고 있답니다.암튼 파이팅입니다!!^^

해피북 2015-01-30 01: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ㅋ 저도 여러번 시험 보려고 했는데 자신이 없어서 잘 안되더라구요ㅎ 올 해는 요 365개라도 마스터를 ^~^ㅎㅎ

수이 2015-01-28 0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자 너무 몰라서 뒤늦게라도 서서히 공부하고 있는데 마땅한 책을 못 찾고 있어서 무식하게 그저 쓰고 외우고 있었어요. 지금이라도 이 책 알게 되어 감사한걸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해피북님 :) 꼬불꼬불 한자 쉽게 끝내기_부터 시작해야겠어요.

해피북 2015-01-30 01:30   좋아요 0 | URL
옷 야나님도 한자 공부를 ㅎㅎ 꼭 올해 야나님도 한자를 마스터하시길 바래요 ㅋ
 
키다리 아저씨 클래식 보물창고 2
진 웹스터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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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와 로맨스 그 절묘한 만남.

 

한때 복고풍문화를 선보였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빠져 열광 한 적이 있다. 벌써 21년 전이 되어버린 그 시절.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겐 꽤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였는데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주인공 ‘성나정’의 신랑은 누구일까 라는 추리적 소재를 가미하여 드라마가 종영할 때 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정우라는 인물로 밝혀지면서 까마득했던 청춘에 대한 기억과 첫 사랑에 대한 향수로 즐겁게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읽으며 이 시대에서 선보이는 추리와 로맨스의 모티브가 바로

 

 이책에서 시작되었음을 짐작하게 되었다. 소설은 19세기를 배경으로 존 그리어 고아원

 

에서 성장한 17살의 소녀 주디(제루샤 애벗의 애칭)가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 대학에 입

 

학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성장소설인데, 소설의 소재를 살펴보면 곳곳에

 

숨어든 재미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을 ‘존 스미스’라고 밝힌 후견인이 후원을 빌

 

미로 매달 편지를 요구하면서서도 여자아이를 싫어한다는 핑계로 편지의 답장을 바라

 

거나 , 자신의 볼 수 있을꺼란 기대를 하지 말라는 엄포를 놓는다는 점이다. 이런 요소

 

들은  독자로 하여금 후견인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며 감수성이 풍부한 주디의

 

시선으로 부터 레임과 기쁨을 느끼게 해 추리와 로맨스 그 절묘한 만남에서 오는 

 

즐거움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소설이다.

 

 

 

 

 

후원인의 요청에 따라 편지를 보내게 된 주디는 ' 존 스미스'라는 무미건조한 이름에서 '키다리 아저씨' 라는 애칭을 만드는 센스를 보이고, 그동안  억눌렸던 자유의 빗장을 풀며 학업에 대한 욕구, 사회생활에 대한 적응기를 재치 있게 그려낸다. 소재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는 것은 '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로 행복' p157 이라는 주디를 통해 저자가 일상의 변화를 관찰하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사실 이였다. 편지 곳곳에 그려놓은 그림과, 동물, 곤충, 친구의 모습을 캐치해내는 부분들이 매일 단조로울 수 있는 편지를 소녀만의 재치와 유머스러움, 발라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런 매력적인 소녀의 모습에 때문에 처음 도도하기만 했던 후견인의 모습은 점차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으로 바뀌며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귀여운 모습 볼수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매일이 권태로울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삶에도 이런 작은 변화를 캐치하여 행복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일상이 얼마나 유쾌할까! 그러니 이 소설이 1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었음에도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사실인거 같다. 그래서 이 책을 검색해보면 오랜 세월부터 사랑받고 있는 고전답게 다양한 출판사에서 발행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번에 구입한 책은 저자의 재치를 표지에서부터 만날 수 있는 보물 창고의 클래식 시리즈다. 생기 있어 보이는 노란 바탕의 키다리 아저씨도 좋았지만, 앙증맞은 저자의 그림을 뒷 표지로 사용한 센스가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가 마크 트웨인의 출판 동업인 이었고, 어머니가 마크 트웨인의 조카였기에 지은이 진 웹스터는 아주 유복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진취적인 사고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저자는 불우한 환경의 고아원이나, 비행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환경 개선 운동에 적극 참여 했다고 하는데 그런 관심 속에서 태어난 소설이라서 그런지 소설 속에는 고아원에 대한 불만이 재치 있게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이 글랜포드 메키니 라는 유부남 이였다는 사실이 좀 의아스럽다. 그녀의 사회적 행보로 볼 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랑을 했다는 것인데, 열병처럼 생겨난 사랑으로 이성이 마비되었던 것일까? 주인공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를 궁금해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곁에 있던 저빗 펜들턴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던것 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결혼 후 1년만에 아이를 낳고 죽었다는 소식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더 오래 살아서 작품 활동을 했다면 더 많은 주디가 탄생하여 세상에 빛을 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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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an 2015-01-27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다락방에서 보던 키다리 아저씨가 떠올랐어요~ 같은 삽화였는데... 그때가 생각나서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해피북 2015-01-27 21:55   좋아요 0 | URL
새벽누나님은 어린 시절을 알차게 보내셨군요^~^ 저는 이제야 이 책을 읽고 매력에 퐁당 빠져버렸답니다 ! 유년기에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되면서 말이죠ㅎ 시간 되시면 꼭 다시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