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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자 공부 - 내 삶에 지혜와 통찰을 주는 교양한자 365 ㅣ 하루 한 공부
이인호 지음 / 유유 / 2014년 12월
평점 :

한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책을 읽다가 생기는 불편함 때문 이였다. 책을 놓고 사전을 뒤적이다 보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슬슬 찾아드는 귀찮음 때문에 그냥 대충 생각하고 넘어가버리는 일이 많아 지면서 한자의 필요성을 느꼈다.
처음 시작한 책은 『꼬불꼬불 한자 쉽게 끝내기』 이래현. 키출판사 였는데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통해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한 내용이 마음에 들어 한동안 한자를 열심히 익힌 기억이 난다. 그러나 공부를 하다보니 원리에 의한 풀이도 많았지만, 생긴 모양을 풀어 설명하는 부분이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일 못한 사람이 연장 탓 한다는 말처럼 암기가 힘들어진 탓을 해본건 지도 모르겠다.
무튼 그렇게 멀어졌던 한자 공부는 늘 마음 속 한켠에 남은 응어리 같았다. 한자만 술술 풀리게 된다면 내 앞에 놓일 무궁무진한 가능성들 (일본어, 중국어, 한시, 역사)을 생각해볼때 삼킬수도 뱉을수도 없는 미련이 늘 따라 다녔다고나 할까? 그러던중 유유 출판사에서 나온 『하루 한자 공부』를 서점에서 발견하고 쭉 훑어보고 왔는데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어원을 풀이한 부분이 머리 속에 맴돌면서 책을 사지 않았던 것이 좀 후회되었다.
'실-사(糸) 와 단 (彖)이 합했다. 단(彖)의 윗 부분은 '돼지머리- 계'(彑)이고, 그 아래는 '돼지- 시(豕)이다. 따라서 연(緣)은 끈으로 돼지를 묶은 모습인 것 같다. 다만 계(彑)의 초창기 글꼴이 돼지를 잡아 걸어 놓은 모습이므로 연(緣)의 본뜻은 '돼지를 잡아 끈으로 묶어 걸다'가 아닐까 추측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위 혹은 둘레를 묶거나 감싸다'는 뜻만 남았다. 이로부터 일정한 범위로 묶인 관계를 가리키게 되었다. 혈연(血緣),지연(地緣), 학연(學緣).... 등이 곧 그런 뜻으로 쓰인 것이다' 1월 26일 자. 緣 (가선- 연)

이 책의 특징은 한자가 형성된 원리에서 부터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는 연관된 한자들 까지 두루두루 살피는데 하루에 한 자씩 학습할 수 있도록 날짜별로 구성했다는 점과 눈으로만 익히고, 억지로 외워 한방에 끝내보려는 한탕주의 마음갖음을 경계하고, 눈으로 보며 입으로 익히고, 귀로 들으며 손으로 써보는 활동을 통해 즐겁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마도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의 내공에서 어울어진 가르침이 아닐런지 짐작해 보았다.
얼마전 책을 읽다보니 1월 3일자의 밸- 태 (台)라는 한자에 궁금증이 생겨 출판사에 문의한 적이 있다. 현재 사용되는 台(태)는 '별자리' 혹은 '기쁘다'라는 뜻으로 사용하는것에 반해 책에는 아이밸 - 태 라고 설명된 점이 궁금했던 것인데 뜻밖에도 친절한 답변을 얻을 수 있어 이곳에 잠깐 소개한다.
세심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밸-태'(台)는 '아이 밸-태'의 준말로 쓴 것입니다. 이 ‘태’(台)는 ‘아이 밸-태’(胎)의 초기 글꼴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별자리, 기쁘다, 태풍, 높고 평평한 누대(樓臺), 탁자 등등 다양한 뜻으로 확장되어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초창기 글꼴은 ‘여자가 아이를 밴 모습’(즉 태아)이기에 ‘아이 밸 태’, 편의상 줄여서 ‘밸-태’로 쓴 것이니 독자께서는 ‘아이 밸 태’로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한편 태(怠)는 산모가 아기를 낳으며 힘을 많이 쓴 탓에 지쳐서 축 늘어졌다는 뜻입니다. 에너지가 소진되었으니 당연히 힘이 없어지고, 힘이 없으니 허약(虛弱)해지고 행동마저 느려지는 것이죠. ‘약하다, 느리다, 지치다’의 뜻은 이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태만(怠慢)이라고 할 때는 ‘게으르다’의 뜻이지만, 나태(懶怠)라고 할 때는 ‘느리다’의 뜻입니다. 권태(倦怠)가 무슨 뜻인지 아시지요? 지쳐서 매사에 시들해지는 것이죠. 의욕이 약해지고 행동마저 느려지는 것입니다. 엄마가 아기를 낳은 후에 어떤 표정인지 youtube에서 한 번 찾아보세요. 갓난아기를 바라볼 때 기쁨과 안도감도 잠시이고 그간 힘을 쓰느라고 지쳐서 곧바로 나른해지며 단잠에 빠져듭니다. 바로 위의 그 태(怠)입니다. 한자 공부에 많은 발전 있으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답변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의 의미를 넘어 근원(뿌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발견하지 못한 재미를 찾을 수 있고, 술술 풀어주는 이야기 형식이라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 매력적이란 생각이다. 이왕 유유 출판사 이야기가 나왔으니 몇가지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더 있는데 그 하나는 유유 출판사의 책들이 재생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점으로 일단 눈이 덜 피곤하다는 점(안경을 착용한 사람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펄럭 일때마다 훅 끼쳐오는 종이 냄새 때문에 자주 손이 간다는점, 미니백에도 쏙 들어가는 사이즈라 휴대가 용이하다는 점 그리고 책 뒷 표지를 책갈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점이다. 그런면에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책갈피처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의 여백에 365개의 한자를 적어놓았더라면, 학습하는 입장에서는 자주 눈에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기는 셈이였는데 고 부분이 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튼 저자의 말처럼 작심 삼일로 끝나는 한자 학습이 아니라, 욕심 부리지 않고 하루에 한자씩 알뜰히 학습하여 배움에 진전이 있는 그런 한 해가 되길 노력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