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고양이 학자의 독서편력.

 

내가 한참 독서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을 당시만 해도 조선시대의 독서가를 다룬 책이 참 많았다. 어렵사리 구하게된 한 권의 책은 집안의 신주단지가 되어 필사하고 또 필사했던 이야기가 많았고 거기서 전해지는 애뜻함과 경건함,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자주 찾아 읽곤 했다. 그외 기억나는 것은  한 권의 책을 통해 삶의 변화를 그린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잭캔필드.리더스북  . 2 007. 들이 제법 관심받기 시작했던 때였다.

 

 

그런데 오늘날엔  애서가와 장서가들을 다룬 책들이 참 많다. 한 편으론 초고속으로 변해가는 사회 현상에 대한 반증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다른 한 편으론 자신을 책에 관한 쇼핑 중독자라고 밝힌 빨책 이동진씨처럼( 1만권의 장서를 보유한 일화는 유명하다 (『밤은 책이다』예담.2011) ) 이것도 하나의 사회병리현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뿐아니라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에서도 볼 수 있다. 『고양이의 서재』 저자 장샤오 위안은 레일 책장을 겸비한 3만권의 장서로 꽤나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과학사학자, 천문학자, 성(性)학자, 번역가, 편집자, 서평가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그의 책을 읽다 보니 책에 대한 사랑 내지, 집착과 소유욕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인간사엔 빼놓을 수 없는 문화사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유년기시절부터 책과 함께한 저자의 독서편력을 다룬 이야긴데, 특이점은 독서를 통해 삶을 확장하고 즐기는 삶속에서  게으른 고양이가 되어 3만권의 장서 사이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꿈꾸는 엉뚱함에 있다.

 

 

저자의 책에 대한 사랑은 문혁(문화대혁명기)시절 금서에서 시작되었다. 주변에  책이라고는 마오쩌둥과 루쉰 뿐이였던때 우연한 계기에로 읽게된 『서유기』와 『삼국지연의』를 통해  책을 읽는 짜릿한 즐거움을 깨닫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고전과 인문서를 탐스럽게 읽기 시작했다. 책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인 만큼 친구들 사이에서 책의 통로가된 저자는 들판을 달리는 한 마리의 말과 같이 거침없이 읽고 또 읽었다. 세익스피어, 톨스토이, 『서상기』등 고전 문학에 심취하여 격률을 짓는가 하면, 전기 기사 시절엔 남몰래 읽은 『매화보』에 빠져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대국을 연구하는 모습으로 그가 전형적인 책벌레임을 알게한다. 사상기 해방기에 맞은 대학시절엔 전공분야외의 책을 탐스럽게 읽어 친구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하지만, 훗날 그의 독서편력은 그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정말 특이하게도 저자가 읽었던 책들 다수가 중국어 문화권의 책이라 알수 없음에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건 한 뿌리에서 오는 익숙함인가 싶어 웃어보기도 했다.

 

 

유희록(遊戱錄).

 

 

내게 독서의 유희를 맛보게 해준 이는 조선의 18세기 실학자 이덕무였다. 평소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탓에 사람들은 그를 가르켜 간서치(看書痴). 책만 보는 바보라고 놀렸지만, 그는 이 별명을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서자 출신에 변변한 직업이 없었던 그가 방의 삼면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의지해 책을 읽었던 일화로 책에 대한 애뜻함을 선사했지만, 일찍이 그가 깨달은 '책을 읽으면 유익한 네 가지'는 책이 깊고 풍부한 지혜의 산물을 넘어 희노애락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첫째. 조금 배고플 때 책을 읽으면 소리가 두 배로 낭랑해져서 책속에 담긴 이치와 취지를 잘 맛보게 되니 배고픔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둘째, 조금 추울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소리를 따라 몸 안으로 흘러 들어와 편안해져 추위도 잊을 수 있게 된다. 셋째, 근심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은 글자와 함께 하나가 되고 마음은 이치와 더불어 모이게 되니, 천만 가지 생각이 일시에 사라져버린다. 넷째, 기침이 심할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통하여 막히는 것이 없게 되니 기침 소리가 순식간에 그쳐버린다.『책에 미친 바보』이덕무산문선. 미다스북스.2004

 

여기서 더 나아가 장샤오 위엔의 독서 유희는 부제 '어느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읽고, 쓰고 만드는' 완전함에 있다. 루시, 장칭디, 인옌량, 거거 선생님의 만남으로 동서고금의 책을 읽는 기쁨을 만들었고, 필요한 책이 있으면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발견하여 읽는 기쁨으로 애뜻함을 느껴보기도 했다. 여유 시간이면 서재에 앉아 읽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꺼내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삶이야 말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저자가 호기심에 이끌려 성학자가 되어 글을 쓰게되고, 그게 인연이 되어 서평가 이자 편집자, 저술가 등의 다양한 활동 영역으로 넓힐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으로 빚게된 결과는 아니라는걸 깨닫게 한다. 인상적인것은 우리나라에서 찾았다는 최남선의 『삼국유사』인데 책을 찾게된 경로만 짧게 언급되어 있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내게 18세기의 실학자 이덕무가 부족하며 절제된 읽기의 유희를 선사했다면, 21세기의 학자 장샤오 위엔의 읽기는 인연을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배우고 익히며 쓰는 삶이야 말로 완전한 독서의 유희임을 일깨워 주었다. 

 

 

책이라는 문. 독자라는 열쇠.

 

가끔 책에 답이 있나요? 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이에 대한 나의 답은 책에는 분명 답이 있다는 것이다. 장샤오위엔이 독서를 통해 자신의 삶을 확장했던 것도 책이라는 문을 열수 있었던 것인데 중요한 것은 장샤오위엔이라는 열쇠가 자신의 문을 제대로 찾았다는 점이다. 일례로 신문사에서 근무하던 박시백 저자는 역사서의 부족함을 깨닫고 『조선왕조실록』을 편찬을 할 수 있었던것도,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유홍준 교수님이 기나긴 시간동안 『나의문화유산답사기』시리즈를 편찬한것도 모두 자신에게 맞는 문을 찾아 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책은 하나의 문이며, 독자는 하나의 열쇠가 되는 셈이다.  장샤오위엔은 누구나 갖을 수 있는 호기심을 무기로 독서를 통해 끊임없는 사유를 할때 비로소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 문을 찾을 수 있으며 학습을 통할때 비로소 문이 열리고 자신에게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유유 출판사의 책은 언제나 그렇듯 아담한 사이즈에 재생용지를 사용한 점이 참 좋은데 이 책엔 눈에 띄는 점이 몇가지 있다. 바로 표지에 깜찍한 고양이의 그림, 낱장마다 고양이의 손톱자국 그리고 책의 뒷 표지에 앙증맞은 물고기를 그려넣은 세심함이다. 요즘처럼 표지를 획일화 시켜 독자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참 많은때에 낱장까지 살피는 세심함으로 독자에게 성큼 다가서는 모습이 좋아 여기에 몇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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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03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시작해요 해피북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