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면 알 수 있는 것들 - 혼자 떠난 여자의 410일 사진일기
김상미 글.사진 / 책미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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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물을 고르려고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여행코너에서 봤던 책. 스치듯이 한번 훑어보고선 사진에  반해버렸었다. 여행에 대한 일정이나 짜임, 화려한 사진은 찾아볼 수 없지만,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화사한 꽃처럼 활짝 피어난 미소가 마음을 끌었다. 여자 혼자 하는 여행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불편함과 불안함 따위는 날려버릴듯한 사람들의 미소에 반해 구입한 책은 410일 간의 기록을 담은 사진 에세이 집이다.

 

 

 

  

행복하니?

정말 하고 싶은게 뭐니?

꼭 거창한 무엇이 아니어도 좋아, 그걸 네가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뭐니?

 

세상을 보고 싶었다.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세상의 풍경을 마주하고 싶었다. 갈수록 편협해지는 나를 넓은 세상에 흠뻑 담가보고 싶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앞을 향해 달려갈때, 한숨 돌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늦은 가을 세계 지도를 들고 떠났다. 정해진 루트도, 목적도, 기간도 없었다. p8~11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하나의 공식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성스러운 성지(聖地)를 찾아 떠나는 순례자들 처럼.  문득 열병처럼 스며든 삶에 대한 회의와 염증으로 부터 '자아'를 찾기위해  낯선 공기 가득한 공간으로 온전히 자신을 내몬다는것.

 

 

낯선 사람, 낯선 공기 모든게 낯선 공간에서 온전히 이방인이 되는 곳. 마치 양수에서 막 태어난 아이가 세상의 환한 빛에 익숙하지 않듯. 모든게 낯설고 어색한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서로 나라와 언어는 다르지만, 길 위에서 맺어진 끈끈한 동맹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태줄이 되어주고 국경을 초월한 형제가되어 오래도록 서로의 길위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고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면 마치 마법에 걸렸던 주문이 풀어지듯 서로의 공간으로 돌아가 살아간다는 사실이 때론 신기하고 아릿한 기분을 선사했다.

 

 

★ 여행은 낯선 길위의 만남과 이별의 기록이다.

 

 

사진 만큼이나 저자 김상미님은 미소가 참 이쁘다. 오래전 만닥 언니로부터 선물 받았던 낙타인형 험프리와  친구사이가 되었던 그녀는 낯선 길위에 설때면 오랜 친구 험프리와 수 많은 추억을 쌓고 있다고. 그래서 사진마다 험프리를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책엔  14개월동안 여행한 22개국의 나라들에 대한 시간의 기록을 '사진일기'라는 특징으로 묶어 놓은 책이다. 우연히 알게된 이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라면 그렇게 여행을 다녀온 후에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자신의 사진 일기를 만들어 주려고 자비로 책을 만들게 되었는데 훗날 이 사실을 알게된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를 하게 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책이 출간 되었다고 한다.

 

 

여행책을 즐겨 읽는 나로썬 여행지 사진들 보다도 길위에서 맺어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롭고 관심이 간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떠난 여행도 행복할 수 있었던건 우연과 우연이 만들어낸 만남들과 맺어진 인연 덕분 이였고, 낯선 이방인을 푸근하게 감싸 안아주던 사람들의 포근한 미소덕뿐이라 생각한다.

 

 

 

우연한 만남이 친구를, 뜻밖의 도움을, 새로운 앎을 내게 가져다 준다. p108

 

 

 

 

 

여행을 하면서 내 세상과 너무나 다른 세상과 그 세상의 사람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내 것에 더욱 감사하게 되고 그들에게 배우기도 한다p85

  이렇게 만난 사람 하나 하나 알고보면 아픔없는 사람이 없다. 차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보듬고 이겨나가는 것만이 있을 뿐이다.p181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등을 다니며 만나게 되는 여행객들은 서로 낯선 공간에 있다는 유대감이 형성되어 서로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모습들이 참 인상적이다. 나라. 언어, 피부, 성격 모든게 달라도 이야기가 통하던 그 공간의 이야기들이 무척 좋았다. 기나긴 여행으로 지쳐 외롭고 힘들어질때 거짓말 처럼 만나게되는 사람들로 인해 위기를 극복하게 되고  부족한 물품은 빌려주고 아파서 끙끙대는 친구에겐 걱정과 음식을 만들어주던 그들의 손길이 이방인을 친구로 만들어가던 그 시간의 기록들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아르헨티나를 가기위해 급하게 내린 버스에서 험프리를 창가에 두고 내렸던 날, 미친듯이 쫓아가 인형을 찾아달라며 울며 도움을 청했던 그녀와 친구가 되어준 앙헬. 후에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엄마를 모시고 살아가면서도 씩씩했던 그의 모습을 보며 느꼈던 시간들, 과테말라 여행길에서 만난 일본인 부부 사치코와 히데와 함께 보낸 시간들 덕분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머물며 일본 문화를 체험하던 시간들, 멕시코로 가는 비행기에서 짐을 몽땅 도둑 맞었던 펠리페와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건축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서 교감이 되었고 훗날 자신도 이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정을 품었던 시간, 그리고 반년후 너무 우연스럽게도 시드니 카페에서 펠리페를 다시 만나게된 순간들.

 

 

 

스페인에서 자신을 막내딸로 삼아주며 다정스럽게 받아준 스페인의 식구들. 동생이 아파서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때 스페인 엄마가 들려줬던 이야기 ' 네겐 바로셀로나에도 가족과 집이 있단다' 라던 메시지들, 오랜 친구 험프리를 잃어버리고 함께 헛헛함을 느낄때 거짓말처럼 보내준 만덕 언니의 선물 보따리 속 험프리를 다시 만나며( 동생의 험프리를 준것) 함께 애뜻해하고 기쁘기도 했다.(실은 나도 험프리 인형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중동에 다녀왔던 만덕언니가 선물로 사다준 인형이라는 사실을알고 실망하기도 했다) 이런 순간들이 너무나 훈훈했고 따스했던 시간이였다. 더불어 어느 공간에 있더라도 그리워한다면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 더없이 느껴지는 시간이였다.

 

 

 

★ 여행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만나는 시간.

 

 

 

 

 

 

왜 나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에 좌절하고, 반복된 고민을 하는데 소중한 시간을 소비해 왔는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건 노력으로 바꾸고, 되지 않는 것은 그대로 받아 들이는 사람이 되자 다짐해본다.p85

 

여행이란, 놀라운 풍경과 짜릿한 경험의 연속이라지만, 뭔가를 새로이 아는 것보다는 알고 있었지만 저 깊이 묻어 두고 있는 것들과 다시 만나는 시간에 가까운 것 아닐까. 잊고 지냈던 수많은 나와 마주치는 소중한 시간들은 여행이 주는 큰 선물이다.p164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는 것. 양질의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것 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양하게 경험해 나가며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나의 인생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본다. 여전히 난 내가 무엇을 할때 최고의 내가 될까? 진정 열망 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의 시간과 노동을 팔아 일상을 버티는 삶이 아닌, 진정 원하는 무언가를 하며 살고 싶다. 그처럼. j. 존경합니다. 진심으로 p54 

 


 

22개국의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그녀는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만남들 만큼이나 다양한 도전들로 시간을 채워갔다. 새로운 길, 새로운 음식, 새로운 체험들로 새겨진 시간.그중 일상에서 느끼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취해보지 못했던 행동들에 안타까워했고 덧없이 약해보이기만한 자신의 모습에 용기를내 다시 도전하던 모습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멕시코에서 배웠던 다이빙이 너무 힘들고 무서워서 포기할까도 했지만 다음날 다시 용기내어 성공 시켰을땐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용기와 도전에 함께 기쁘기도 했다.

 

 

 

기나긴 여행길로 몸살이 나고 슬럼프가 찾아올때마다 거짓말처럼 사람들로 채워지던 시간들. 여행은 결국 계획없이 훌쩍 떠나 길위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며 그녀가 전해준 메세지가 귓가에 울리는듯 하다. 카르페 디엠. 순간을 즐겨라. 다음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을 최선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순간'을 즐기는 것 뿐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스며들며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기다려 진다.

(책의 중간 중간에 소개된 책들이 있는데 따로 정리할 생각이라 이곳엔 기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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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4-23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번 희망도서 신청 목록에 올려야겠어요. 무척 궁금해지네요. ^^

해피북 2015-04-24 20:01   좋아요 0 | URL
저는 여행집 보다 에세이 쪽에 가까워 더 좋았던거 같아요 ㅋ 보슬비님께도 즐거운 이야기가 되면 좋겠어요 ^~^
 
푸른 하늘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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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가 유독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원한 바다를 안주삼아 맥주를 홀짝거릴거 같은 밀짚 모자의 남자.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자유로움이 퐁퐁 풍겨오는 이 그림에서 내가 좋아하는 만화 원피스의 루피가 떠오르기도 했다.

 

 

『푸른 하늘 맥주』는 모리사와 아키오 라는 저자의 이십대 청춘(여행)에 관한 에세이집이다. 푸른 바다와 강 그리고 맥주 라는 환상적인 궁합의 아이템을 장착하고선 여름이면 쉴새없이 달리고 달려 강과 바다를 향해 돌진했던 이야기들이 재밌게 담겼는데 그럼에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의해야할 사항이 있다.

 

하나★★★★★(매우중요). 식전과 식후에 읽지 말것 

                                 ( 가급적 충분히 소화시킨 후 읽을 것) 

 

둘.  첫번째 주의사항을 무시하며 굳이 읽어야 겠다면 충분한 각오가 필요함.

     ( 비위가 약한 사람들의 후일의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음)

 

셋. 심신 미약자( 금주령이 떨어진 사람들)는 읽지 말것 이라고나 할까.

 

그동안 쭉 책을 읽어오면서 노상 방뇨도 아니고 노상 방분에 관해 이렇게 리얼하게 이야기하는 작가를 처음 만났다는 신선함과 거기서 생겨나는 불쾌함 그럼에도 책을 덮지 못하는 유쾌함 때문에 괴로움에 빠져 읽었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었다.

 

 

태양이 자글자글 대는 여름이 찾아오면 친구들과 강으로 바다로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모리사와. 강가에서 보트를 타다가 보트가 찢어지는 해프닝을 겪는가 하면, 신나게 보트를 타고 내려오다가 폭포 소리에 놀래 급선회하며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기고보니 높이 1미터도 안되는 완만한 경사의 둑이였다는 해프닝들이 읽는 동안 유쾌함을 선사한다. 노천탕을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담, 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난 곳에서 우연찮게 만나게된 103세 귀여운 할머니, 바다 낚시터에서 만나게된 허풍쟁이와 열혈 신도들, 여행중에 묵게된 유스호스텔 주인장 아저씨의 묻지마 생략, 강둑밑 노숙인 아저씨의 생존전략법등 정말 유쾌하게 읽으면서 세상엔 각양각색의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 만큼의 세상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뜨거운 태양 아래서 꿀꺽꿀꺽 시원하게 즐기는 맥주 한병. 비록 한병으로 시작해 고주망태가 되어 버린 하루 일과였지만 그 무모한 열정이 있기에 오늘날의 모리사와가 있고 이렇게 유쾌한 이야기(추억)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특이한점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을 시기라는 점도 있지만, 술 안주로  산에 있는 나물을 뜯어다 튀거가나 물고기를 잡아다 먹을 생각을 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청춘들의 여행이라면 간편하고 간단한 음식물을 바리바리 싸들고가 즐기는 인스턴트식 여행이 대부분이라면 모리사와 저자의 여행은 풍부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노상방분도 했을테지. 이런 된장같으니라고..아..된장 ㅜㅅㅜ) 여행은 부족함을 알기위해 떠난다고 했다던 말이 떠오르면서도 청춘의 무모함은 이런거라고 그러면서 인생을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거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여행과 독서를 권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뒷면엔 고독한 여행이야 말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이야기와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들이 자신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풍성하게 가꿔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내 마음을 사로 잡으려고 했지만 그는 이미 늦었다...읽으면 읽을수록 등장하는 리얼 노상방분(1년에 100번을 했다나 어쨌다나!!)에 관한 중개는 100페이지 넘게 등장하며 우리집 식비 절약에 지대한 공을 세우게 되었다는.... (좋다는거야 싫다는거야! 아...내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무튼 이렇게 즐기게된 『푸른하늘 맥주』를 읽고 모리사와 아키오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100년동안 전통을 이어온 메밀국수집 '오모리 식당'에 관한 인연 이야기인 『쓰가루의 백년식당』이나, 죽은 아내가 보낸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된 가슴저린 남편의 여행이야기를 그린 『당신에게』 또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여 위로와 온기를 전하며 삶의 희망을 꿈꾸는 소설 『무지개 곶의 찻집』이 읽고 싶어졌다.(..에이 설마 또 그럴라구....그렇지? 아니겠지? 이 소설들은 안전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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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5-04-21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리사와 아키오의 소설은 잔잔하고 정겨운데, 수필은 제법 코믹하죠. 개인적으론 수필이 더 좋았어요. 통통 튀어 어디로 향할 지 모르는 좌충우돌 체험기에 유머가 몹시 깔렸기에...ㅎㅎ

해피북 2015-04-22 12:23   좋아요 0 | URL
옷! 맞아요 통통튀는 유머스러움이 재밌더라구요^~^ 잔잔한 소설 이라니 소설 쪽도 읽어봐야겠어요^~^

지금부터 시작이얌☆ 2015-04-2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을것같아요^^읽고싶어요~~

해피북 2015-04-22 12:24   좋아요 0 | URL
넷 재밌고 유쾌해요 ㅋㅋ 약간 좀 그렇긴하지만요 ^~^ 재밌게 읽으심 소식 전해주세용^~^

낭만인생 2015-04-2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책이군요. 급 땡기네요.

해피북 2015-04-24 20:02   좋아요 0 | URL
정말 유쾌한 책인거 같아요 ㅋ 좀 거북스런 이야기가 등장하지만요^~^
 
가구 만드는 남자 - 이천희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이천희 지음 / 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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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희씨 정말 멋지다아!! 책을 다 읽고 난 후 내 입에서 쉴새없이 튀어나온 말이다. 연예인이라는 천희씨도 물론 멋지지만 하이브로드의 공동 대표이자, 소유의 아빠이며, 혜진씨 남편으로써  험난한 지구상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 철학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내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면 '인생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나를 포함해서) 하루 하루 되는데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왜 지금의 일을 하고 있어요? 라고 물어보면 '직업이니까' 혹은 '할 일이 없으니까' 또는 '어떤 일을 해야할지 몰라서' 까지도 그나마 괜찮다.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 보다는.

 

 

그런데 천희씨는 연애인이라는 직업에서 부터 가구를 만들고, 캠핑과 서핑, 사진찍기까지 다양한 취미생활들이 참 인상적이며 놀랍다. 이렇게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이였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남들은 하나의 직장생활에 치여 삶을 돌아볼 여력조차 없다는 이 시기에 여러가지의 취미생활을 즐기며 자신만의 삶으로 디자인하며 살아간다.

 

 

연애인이라 돈도 잘벌고 회사에 얽매여 지내야 하는 사람들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으니까 취미생활을 갖는거 아니냐고 말한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게 내 생각이다. 주위 사람들 중에서 결혼 후 아파트 대출금과 두 자녀 양육으로 힘들어 하면서도 가고 싶은 여행은 빚을 내고서라도 떠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까 꼭 금전과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려는 의지와 실천하는 행동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 있어 천희씨는 멋진 행동가이자 인생의 설계자라 말하고 싶다.

 

  

어릴적 할아버지가 장난감을 만들어 주셨던 기억과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부터 아버지가 장난감을 만들어주셨던 기억이 오래도록 남았다는 천희씨는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 본 후 그 재미에 빠져 지금껏 만들어 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손재주가 좋으셨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의 영향력 때문인지 천희씨의 남동생 세희씨도 건축 일을 하다가 두 형제가 의기투합해 아버지의 작업실을 형제의 동선에 맞게 고쳐 작업실로 만들어  '하이브로우'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두 형제의 이름을 따 '희 브라더'라고 했다가 조금 부드럽게 고친것이 '하이브로우'가 되었다고 한다)

 

 

만들어진 곳은 편리 하지만 만들어 가는 곳은 편안하다. 

 결국은 어떤 '가치'를 선택 할 것인지 취사 선택의 문제 인거 같다 p108

 

버려진 가구에서 목재를 뜯어내 개성넘치는 테이블로 탄생시키고, 우유 급식때 쓰던 플라스틱 박스를 활용해 캐리어 테이블을 만드는가 하면, 무심히 흘려보내기 쉬운 주변의 물건에 가치를 더해 활용하고, 때론 사용자의 입장에서 물건을 만들기도 한다. 천희씨와 혜진씨의 예쁜 딸 소유를 위해 옷장을 만들때는 세련된 감각과 디자인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장난감 처럼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가 하면 아이가 누울 침대엔 엄마 아빠와 눈을 맞출 수 있는 높이로 디자인해서 잠자는 아이의 모습을 살뜰히 챙기는 그의 모습엔 영락없는 딸바보의 모습이 느껴지고 보람과 행복, 즐거움이 물씬 전해진다.

 

 

 

 

 

목공, 캠핑, 서핑, 여행, 사진 등 이것저것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나를 두고,

어떤 사람은 여유로워 좋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다재다능하다고 한다. 하

지만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이 남들보다 많아서도 아니고 재능이 많아서도 아니다. 그냥 좋으니까, 없는 시간을 쪼개고 즐기고 잘하지 못해도 계속 도전하는 것뿐이다. 시간이 없는데도 돈이 없는데도, 여러 제약 조건을 뛰어넘어 시도하니까 더욱 값지고 소중해지는 것이 아닐까 p131

  

 

너무 재밌으니까 관심이 생기고, 자꾸 하고 싶어진다는 이야기. 왜 논어 옹야편에도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것 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좋아하니까 관심이 생기고 그 관심이 하나의 재능처럼 커져 다재다능한 이천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참 인상적이다. 특히나 인생에 있어 여행이 중요하다는 그는 여행을 통해 삶을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역설적이게도 내 주변의 모두와 함께 하는 여행이 된다. 기막힌 경치와 마주하면,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 어느동네 슈퍼에서 만난 아저씨와 평상에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아저씨의 쓸쓸한 뒷 모습이 눈앞에 맴돈다. 말이 줄고,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 그간 네가 생각없이 건넸던 말에 상처 받았을 사람들이 기억나 애꿏은 머리를 쥐어 뜯기도 했다. 분명 혼자하는 여행에 수 많은 사람들이 동행한다. 부재는 늘 가장 큰 존재로 다가오는 법인가 보다. p187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돈도, 옷도, 집도 아니었다. 사람이고 관계였다. 낯선 곳이지만 그곳에도 사람이 있었고, 그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일을 소개 받고, 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라는 다소 심오한 질문에 대해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답을 구한 경험이었다.p239

 

여행이 좋아 자동차로 여행하다 보니 숙소가 마땅찮게되서 텐트를 구입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캠핑에 필요한 물품들이 늘어나 활용하다보니 어느샌가 자신을 '캠핑 마니아'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이야기. 하지만 자신은 '마니아'로 불릴 정도의 해박한 지식이 있는것도 아니고 단지 여행을 좋아하고 캠핑을 즐기는 것에 대해 '캠퍼'라고 정의하며 겸손함을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여행이 주는 또하나의 매력은 삶에 대한 '겸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카메라에 대한 단상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실적에 두달치 월급을 몽땅 털어 구입하셨다던 오래된 카메라를 좋아한다는 천희씨.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보다도 필름을 끼워 사용하는 아날로그적 카메라를 좋아한다고 했다. 여러 장면을 찍어 바로 선별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도 크지만,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는 한번 찍고 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인화할때 밀려오는 좌절감 혹은 기쁨이 몇배로 크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때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오롯이 담겨진 사진을 들여다볼 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천희씨의 이야기가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편리함에 길들여진 주변의 많은 것들. 혹은 조금만 불편해도 인상을 찌푸리게 되던 시간들을 생각해보며 그 '편리함' 속에서 나는 무얼 잃어버리진 않았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행복은 좋아하고 즐기는 것에서 부터 생겨난다는것. 그것은 그저 느낄 수 있는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에 대한 끝없는 '관심'에서 부터 생겨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까 말까 망설이느니, 그럴 시간에 실행하는데 쓰라던 니나 상코비치의 말 처럼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은 그져 무조건 실행해보며 정말 즐길 수 있는 일인지 느껴보자고 생각해보게 된다. 더불어 이십대의 청춘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뜨겁지만 어느곳에 열정을 쏟아야할지 막연해 방황하고 있는 남동생에게 이 자유와 행복의 메세지가 듬뿍 담긴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무한한 가능성 만큼 무한한 실패와 도전의 반복으로 삶의 궤도에 올라 훗날 '누나! 그 책 참 멋졌어!' 라고 말해준다면 내 인생은 그것만으로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노라 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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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 ThanksBook Vol.8 -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땡스기브 엮음 / 땡스기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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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두 달에 한 번 발행되는 땡스북8호를 이제서야 부랴 부랴 읽었다.(3월에 샀는데) 조만간 9호가 나올거 같은 불안한 기시감으로. 물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만큼 억지로 읽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 하루 읽고 싶은 책들에 밀려 잠시 잊혀진 책은 달이 바뀌고 나면 자연스런 압박감으로 조금 시달릴뿐.(그래도 나는 그런 압박감을 즐기는 변녀? 그런 책한권 더 있는데... 문학동네 봄호라는..무시무시하게 두꺼운 책!)

 

 

 

이번 8호 주제는 '기록'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내다보는 신통방통한 능력을 가진 기록이라는 주제엔 조선이라는 나라를 서양에 최초로 알린 <하멜 표류기>도 있고, '자신이 겪은 환란을 교훈으로 삼아 후일에 닥쳐올 우환을 경계토록 하기 위해' 쓰였다는 <징비록>도 보이며, 25대 조선의 왕조사를 사실에 기초하여 서술한 역사만화 <조선왕조 실록> 그리고 글로 담아내기도 미안한 416 세월호 참사에 관한 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란 책 등이 보였다.

 

 

평소엔 메모를 하거나 하루 일과를 적는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호를 읽으며 기록이 가진 엄청난 힘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정한 사람이 특정한 뜻을 품고 남기는 기록은 미래의 등불이 되고, 부모가 자식에게, 교사가 제자에게 남기는 기록은 자산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기록으로 남긴다고 해서 모두가 <징비록> 처럼 경계의 대상으로 삼아지진 않는다는 사실을 세월호 참사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이 역시도 역사에 길이 길이 남는 '기록'이란 점에서 참 중요하단 사실을 느낀다.

 

 

무엇보다 삼척발 독서편지를 보내신 권일하 선생님의 글에 푸근한 마음을 느꼈다. 22년째 교직 생활을 하시며 아이들과의 추억을 21권의 문집으로 만들어 오신 권일하 선생님.

 

추억은 과거에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이 기억을 공유하는 무대와 같다. 추억을 무대에 꺼내 놓으면 함께한 사람들은 따뜻하게 해준다. 누군가가 기억하면 추억이 되건만, 기억하지 못해서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사라진 아름다운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의 일기장을 꼼꼼히 보시며 답글을 적거나 문집 만드는 일에 정성을 쏟으신 다는 선생님의 제자들이 문득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자들 뿐만 아니라 가족신문, 여행문집을 만들어 가족과의 추억도 기록하신 다는 선생님은 기록은 기억을 왜곡시키지 않고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줌으로써 부족했던 순간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이야기를 통해 기록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셨다.

 

 

선생님의 마음 못지않게 부정(父情)을 느낄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바로 만화가 박재동님이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장을 찾아 읽게 되었고 그것을 묶은 책 『아버지의 일기장』이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길에는 저마다의 역사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굽이치는 물결처럼 사납고도 억센 지난 인생의 역사가 있다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았는데, 수십권의 일기를 쓰셨던 아버지의 일기장을 뒤늦게 발견하게된 아들의 심정과  아버지의 빈 자리에 앉아 아버지의 일기장을 읽으며 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리움 보다는 그 마음 다 헤아려드리지 못했던 시간들을 안타까움과 후회스러움으로 마음 아프진 않으셨을지. 그리고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된 박재동님도 자신의 모습을 비춰 후에 자식들에게 남길 일기를 쓰고 계시진 않을까 하는 여러 생각들을 해보게 되며 『아버지의 일기장』 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이번 8호에서 소개하는 10권의 책 중에 관심이 가는 책으로 첫번째는 『마크 트웨인 자서전』이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에서 읽었던 한 부분이 자서전을 통해 실제 있었던 실화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자서전을 읽어보는 일이 꽤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어 읽어보고 싶고, 두번째로 kbs 스페셜 제작팀이 시간 제약상 방송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인터뷰와 사진, 문헌등을 곁들여 재구성해 놓은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라는 저서다. 직접 씨를 뿌려 채소를 키우다보니 먹거리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대량 생산을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에서 품종을 개발하여 개량화 시키고 있는 이 씨앗이 과연 안전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면서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단한 고전 읽기 코너에서는 H,G 웰스의 『투명인간』의 투명인간 그리핀 이야기가 인상적이였다. 소셜네트워크 발달로 나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이웃과 이웃의 소통이 원활해졌건만 상대적인 빈곤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현 시대의 문제점을 소설을 통해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람들은 한 사람을 따돌릴 때 얼마나 잔인해지던가! 사람들은 투명인간의 발자국을 찾기위해 유리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투명인간은 잔인한 추적 끝에 숨을 거두고 자신의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소설은 마무리 된다. 어쩌면 『투명인간』의 줄거리는 아이들의 공상과학 만화에서도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외로움은 사라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며, 질문을 던진다.

 

SNS 통신의 발달로 과거에 몇 배나 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지만, 그런다고 우리의 외로움이 사라지던가? 아니면 소유가 많아지면 만족하게 되던가? 분명 이전보다 여유로워졌고, 굳이 백화점에 달려가지 않아도 필요한 물품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어느때보다도 상대적 빈곤감을 느낄 뿐이다.

 

내겐 어느때보다 반성이 많이 되는 시간이였다. 8호에서 소개된 책중에 가지고 있는 책들이 많았는데 이런 좋은 책들을 아직도 읽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면서 더 세밀한 계획을 세우며 읽어 가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점 하나를 꼽으라한다면, ' 도전장 이 한 권의 책'이란 코너에 소개된 『돈키호테』를 혼자 읽기 망설여진다면 땡스기브와 함께 읽자며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놨는데 홈페이지에 찾아가 아무리 찾아봐도 돈키호테 책에 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는 점과,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독자란이 없다는 점이 참 아쉽게 느껴진다. 그 부분들을  조금만 더 보완해주는 더 멋진 땡스북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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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4-19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덕분에 이 책 보고 있습니다^^

해피북 2015-04-19 09:37   좋아요 1 | URL
옷 그러셨군요^~^ 동지를 만난듯 기뻐요ㅎ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
 
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남자 편집자와의 미팅에서 여행 선물을 건네면 감사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여행 얘기로....

 

"안녕하세요"

"아... 이거.."

"아오모리 선물이에요~"

"고맙습니다"

 

 

 

여자의 편집자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선물 그 자체에 대한 대화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머!"

 

"아오모리 선물이예요!"

 

"와, 사과 캐러멜, 기뻐라~ 고맙습니다! 포장이 무척 귀엽네요!

살짝 뜯어볼까~ 아아 귀여워! 달콤한 냄새!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들어요"

 

" 아, 알겠다, 수학 여행 선물 같죠."

 

"맛있겠어요! 회사가서 일하면서 먹을게요~ 아오모리 어디로 다녀오셨어요?"

 

어린 시절부터 길러온 우리의 사교술인지도.....

p86~87

 

 

마다스 미리의 에세이집 『여자라는 생물』을 읽다보니, 우리와 언어는 달라도 남자라는 생물과 여자라는 생물의 특성은 어딜가나 똑같은 모양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남자가 하루동안 사용하는 언어의 수는 2천개에서 2만 5천개 사이이고. 여자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언어는 7천개에서 5만개 사이라고 하니 그 차이가 실로 어마무시하다 생각이 든다. 그만큼 성격도, 행동도, 표현도 달라도 너무 다른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

 

 

그녀의 그림을 보면서 문득 신랑과 나를 기준으로 도형으로 표현 할 수 있다면 어떤 도형으로 그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신랑은 동그라미, 나는 세모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떤 상황이든 동글 동글 둥글게 넘어가는 신랑과 어떤 상황이든 왜?라는 물음표를 부착하고 최대한 이해 될때까지  귀찮게 물어보는 나는 세모가 되지 않을까.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봐도 서로 다른 이야기,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느낌을 표현하는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 서로 다른 모양으로 생겼지만 그렇기때문에 이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보다고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꼭 남자와 여자만이 서로 다른 느낌을 갖는건 아닌것 같다. 예쁜 여자와 예쁘지 않은 여자. 아주머니와 아가씨. 귀여운 할머니와 할머니, 엄마와 딸 이라는 그 미묘한 관계속 암묵적인 생각들을 읽다 보면 남자라는 생물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만의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속옷 하나를 사도 지난 해와는 다른 신체적 변화를 체감하면서 급격한 우울감을 느끼고, 얼굴에 생기는 주근깨 하나에도 반색을 하게 되는 모습과 아가씨와 아주머니라는 그 미묘한 경계선의 호칭들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멀지 않은 내 미래의 고민들 같기도 했고, 나도 마다스 미리의 나이 정도가 된다면 이렇게 깊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큰 울림의 이야기들 이라기 보다 아주 소소하지만, 평소에 한번쯤 들어봤던 생각들을 엮어 놓은 에세이집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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