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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남자 편집자와의 미팅에서 여행 선물을 건네면 감사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여행 얘기로....
"안녕하세요"
"아... 이거.."
"아오모리 선물이에요~"
"고맙습니다"
여자의 편집자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선물 그 자체에 대한 대화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머!"
"아오모리 선물이예요!"
"와, 사과 캐러멜, 기뻐라~ 고맙습니다! 포장이 무척 귀엽네요!
살짝 뜯어볼까~ 아아 귀여워! 달콤한 냄새!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들어요"
" 아, 알겠다, 수학 여행 선물 같죠."
"맛있겠어요! 회사가서 일하면서 먹을게요~ 아오모리 어디로 다녀오셨어요?"
어린 시절부터 길러온 우리의 사교술인지도.....
p86~87
마다스 미리의 에세이집 『여자라는 생물』을 읽다보니, 우리와 언어는 달라도 남자라는 생물과 여자라는 생물의 특성은 어딜가나 똑같은 모양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남자가 하루동안 사용하는 언어의 수는 2천개에서 2만 5천개 사이이고. 여자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언어는 7천개에서 5만개 사이라고 하니 그 차이가 실로 어마무시하다 생각이 든다. 그만큼 성격도, 행동도, 표현도 달라도 너무 다른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
그녀의 그림을 보면서 문득 신랑과 나를 기준으로 도형으로 표현 할 수 있다면 어떤 도형으로 그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신랑은 동그라미, 나는 세모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떤 상황이든 동글 동글 둥글게 넘어가는 신랑과 어떤 상황이든 왜?라는 물음표를 부착하고 최대한 이해 될때까지 귀찮게 물어보는 나는 세모가 되지 않을까.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봐도 서로 다른 이야기,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느낌을 표현하는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 서로 다른 모양으로 생겼지만 그렇기때문에 이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보다고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꼭 남자와 여자만이 서로 다른 느낌을 갖는건 아닌것 같다. 예쁜 여자와 예쁘지 않은 여자. 아주머니와 아가씨. 귀여운 할머니와 할머니, 엄마와 딸 이라는 그 미묘한 관계속 암묵적인 생각들을 읽다 보면 남자라는 생물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만의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속옷 하나를 사도 지난 해와는 다른 신체적 변화를 체감하면서 급격한 우울감을 느끼고, 얼굴에 생기는 주근깨 하나에도 반색을 하게 되는 모습과 아가씨와 아주머니라는 그 미묘한 경계선의 호칭들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멀지 않은 내 미래의 고민들 같기도 했고, 나도 마다스 미리의 나이 정도가 된다면 이렇게 깊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큰 울림의 이야기들 이라기 보다 아주 소소하지만, 평소에 한번쯤 들어봤던 생각들을 엮어 놓은 에세이집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