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북 ThanksBook Vol.8 -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땡스기브 엮음 / 땡스기브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두 달에 한 번 발행되는 땡스북8호를 이제서야 부랴 부랴 읽었다.(3월에 샀는데) 조만간 9호가 나올거 같은 불안한 기시감으로. 물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만큼 억지로 읽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 하루 읽고 싶은 책들에 밀려 잠시 잊혀진 책은 달이 바뀌고 나면 자연스런 압박감으로 조금 시달릴뿐.(그래도 나는 그런 압박감을 즐기는 변녀? 그런 책한권 더 있는데... 문학동네 봄호라는..무시무시하게 두꺼운 책!)

 

 

 

이번 8호 주제는 '기록'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내다보는 신통방통한 능력을 가진 기록이라는 주제엔 조선이라는 나라를 서양에 최초로 알린 <하멜 표류기>도 있고, '자신이 겪은 환란을 교훈으로 삼아 후일에 닥쳐올 우환을 경계토록 하기 위해' 쓰였다는 <징비록>도 보이며, 25대 조선의 왕조사를 사실에 기초하여 서술한 역사만화 <조선왕조 실록> 그리고 글로 담아내기도 미안한 416 세월호 참사에 관한 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란 책 등이 보였다.

 

 

평소엔 메모를 하거나 하루 일과를 적는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호를 읽으며 기록이 가진 엄청난 힘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정한 사람이 특정한 뜻을 품고 남기는 기록은 미래의 등불이 되고, 부모가 자식에게, 교사가 제자에게 남기는 기록은 자산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기록으로 남긴다고 해서 모두가 <징비록> 처럼 경계의 대상으로 삼아지진 않는다는 사실을 세월호 참사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이 역시도 역사에 길이 길이 남는 '기록'이란 점에서 참 중요하단 사실을 느낀다.

 

 

무엇보다 삼척발 독서편지를 보내신 권일하 선생님의 글에 푸근한 마음을 느꼈다. 22년째 교직 생활을 하시며 아이들과의 추억을 21권의 문집으로 만들어 오신 권일하 선생님.

 

추억은 과거에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이 기억을 공유하는 무대와 같다. 추억을 무대에 꺼내 놓으면 함께한 사람들은 따뜻하게 해준다. 누군가가 기억하면 추억이 되건만, 기억하지 못해서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사라진 아름다운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의 일기장을 꼼꼼히 보시며 답글을 적거나 문집 만드는 일에 정성을 쏟으신 다는 선생님의 제자들이 문득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자들 뿐만 아니라 가족신문, 여행문집을 만들어 가족과의 추억도 기록하신 다는 선생님은 기록은 기억을 왜곡시키지 않고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줌으로써 부족했던 순간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이야기를 통해 기록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셨다.

 

 

선생님의 마음 못지않게 부정(父情)을 느낄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바로 만화가 박재동님이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장을 찾아 읽게 되었고 그것을 묶은 책 『아버지의 일기장』이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길에는 저마다의 역사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굽이치는 물결처럼 사납고도 억센 지난 인생의 역사가 있다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았는데, 수십권의 일기를 쓰셨던 아버지의 일기장을 뒤늦게 발견하게된 아들의 심정과  아버지의 빈 자리에 앉아 아버지의 일기장을 읽으며 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리움 보다는 그 마음 다 헤아려드리지 못했던 시간들을 안타까움과 후회스러움으로 마음 아프진 않으셨을지. 그리고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된 박재동님도 자신의 모습을 비춰 후에 자식들에게 남길 일기를 쓰고 계시진 않을까 하는 여러 생각들을 해보게 되며 『아버지의 일기장』 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이번 8호에서 소개하는 10권의 책 중에 관심이 가는 책으로 첫번째는 『마크 트웨인 자서전』이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에서 읽었던 한 부분이 자서전을 통해 실제 있었던 실화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자서전을 읽어보는 일이 꽤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어 읽어보고 싶고, 두번째로 kbs 스페셜 제작팀이 시간 제약상 방송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인터뷰와 사진, 문헌등을 곁들여 재구성해 놓은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라는 저서다. 직접 씨를 뿌려 채소를 키우다보니 먹거리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대량 생산을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에서 품종을 개발하여 개량화 시키고 있는 이 씨앗이 과연 안전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면서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단한 고전 읽기 코너에서는 H,G 웰스의 『투명인간』의 투명인간 그리핀 이야기가 인상적이였다. 소셜네트워크 발달로 나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이웃과 이웃의 소통이 원활해졌건만 상대적인 빈곤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현 시대의 문제점을 소설을 통해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람들은 한 사람을 따돌릴 때 얼마나 잔인해지던가! 사람들은 투명인간의 발자국을 찾기위해 유리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투명인간은 잔인한 추적 끝에 숨을 거두고 자신의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소설은 마무리 된다. 어쩌면 『투명인간』의 줄거리는 아이들의 공상과학 만화에서도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외로움은 사라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며, 질문을 던진다.

 

SNS 통신의 발달로 과거에 몇 배나 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지만, 그런다고 우리의 외로움이 사라지던가? 아니면 소유가 많아지면 만족하게 되던가? 분명 이전보다 여유로워졌고, 굳이 백화점에 달려가지 않아도 필요한 물품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어느때보다도 상대적 빈곤감을 느낄 뿐이다.

 

내겐 어느때보다 반성이 많이 되는 시간이였다. 8호에서 소개된 책중에 가지고 있는 책들이 많았는데 이런 좋은 책들을 아직도 읽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면서 더 세밀한 계획을 세우며 읽어 가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점 하나를 꼽으라한다면, ' 도전장 이 한 권의 책'이란 코너에 소개된 『돈키호테』를 혼자 읽기 망설여진다면 땡스기브와 함께 읽자며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놨는데 홈페이지에 찾아가 아무리 찾아봐도 돈키호테 책에 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는 점과,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독자란이 없다는 점이 참 아쉽게 느껴진다. 그 부분들을  조금만 더 보완해주는 더 멋진 땡스북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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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4-19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덕분에 이 책 보고 있습니다^^

해피북 2015-04-19 09:37   좋아요 1 | URL
옷 그러셨군요^~^ 동지를 만난듯 기뻐요ㅎ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