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만드는 남자 - 이천희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이천희 지음 / 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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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희씨 정말 멋지다아!! 책을 다 읽고 난 후 내 입에서 쉴새없이 튀어나온 말이다. 연예인이라는 천희씨도 물론 멋지지만 하이브로드의 공동 대표이자, 소유의 아빠이며, 혜진씨 남편으로써  험난한 지구상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 철학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내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면 '인생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나를 포함해서) 하루 하루 되는데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왜 지금의 일을 하고 있어요? 라고 물어보면 '직업이니까' 혹은 '할 일이 없으니까' 또는 '어떤 일을 해야할지 몰라서' 까지도 그나마 괜찮다.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 보다는.

 

 

그런데 천희씨는 연애인이라는 직업에서 부터 가구를 만들고, 캠핑과 서핑, 사진찍기까지 다양한 취미생활들이 참 인상적이며 놀랍다. 이렇게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이였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남들은 하나의 직장생활에 치여 삶을 돌아볼 여력조차 없다는 이 시기에 여러가지의 취미생활을 즐기며 자신만의 삶으로 디자인하며 살아간다.

 

 

연애인이라 돈도 잘벌고 회사에 얽매여 지내야 하는 사람들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으니까 취미생활을 갖는거 아니냐고 말한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게 내 생각이다. 주위 사람들 중에서 결혼 후 아파트 대출금과 두 자녀 양육으로 힘들어 하면서도 가고 싶은 여행은 빚을 내고서라도 떠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까 꼭 금전과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려는 의지와 실천하는 행동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 있어 천희씨는 멋진 행동가이자 인생의 설계자라 말하고 싶다.

 

  

어릴적 할아버지가 장난감을 만들어 주셨던 기억과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부터 아버지가 장난감을 만들어주셨던 기억이 오래도록 남았다는 천희씨는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 본 후 그 재미에 빠져 지금껏 만들어 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손재주가 좋으셨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의 영향력 때문인지 천희씨의 남동생 세희씨도 건축 일을 하다가 두 형제가 의기투합해 아버지의 작업실을 형제의 동선에 맞게 고쳐 작업실로 만들어  '하이브로우'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두 형제의 이름을 따 '희 브라더'라고 했다가 조금 부드럽게 고친것이 '하이브로우'가 되었다고 한다)

 

 

만들어진 곳은 편리 하지만 만들어 가는 곳은 편안하다. 

 결국은 어떤 '가치'를 선택 할 것인지 취사 선택의 문제 인거 같다 p108

 

버려진 가구에서 목재를 뜯어내 개성넘치는 테이블로 탄생시키고, 우유 급식때 쓰던 플라스틱 박스를 활용해 캐리어 테이블을 만드는가 하면, 무심히 흘려보내기 쉬운 주변의 물건에 가치를 더해 활용하고, 때론 사용자의 입장에서 물건을 만들기도 한다. 천희씨와 혜진씨의 예쁜 딸 소유를 위해 옷장을 만들때는 세련된 감각과 디자인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장난감 처럼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가 하면 아이가 누울 침대엔 엄마 아빠와 눈을 맞출 수 있는 높이로 디자인해서 잠자는 아이의 모습을 살뜰히 챙기는 그의 모습엔 영락없는 딸바보의 모습이 느껴지고 보람과 행복, 즐거움이 물씬 전해진다.

 

 

 

 

 

목공, 캠핑, 서핑, 여행, 사진 등 이것저것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나를 두고,

어떤 사람은 여유로워 좋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다재다능하다고 한다. 하

지만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이 남들보다 많아서도 아니고 재능이 많아서도 아니다. 그냥 좋으니까, 없는 시간을 쪼개고 즐기고 잘하지 못해도 계속 도전하는 것뿐이다. 시간이 없는데도 돈이 없는데도, 여러 제약 조건을 뛰어넘어 시도하니까 더욱 값지고 소중해지는 것이 아닐까 p131

  

 

너무 재밌으니까 관심이 생기고, 자꾸 하고 싶어진다는 이야기. 왜 논어 옹야편에도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것 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좋아하니까 관심이 생기고 그 관심이 하나의 재능처럼 커져 다재다능한 이천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참 인상적이다. 특히나 인생에 있어 여행이 중요하다는 그는 여행을 통해 삶을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역설적이게도 내 주변의 모두와 함께 하는 여행이 된다. 기막힌 경치와 마주하면,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 어느동네 슈퍼에서 만난 아저씨와 평상에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아저씨의 쓸쓸한 뒷 모습이 눈앞에 맴돈다. 말이 줄고,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 그간 네가 생각없이 건넸던 말에 상처 받았을 사람들이 기억나 애꿏은 머리를 쥐어 뜯기도 했다. 분명 혼자하는 여행에 수 많은 사람들이 동행한다. 부재는 늘 가장 큰 존재로 다가오는 법인가 보다. p187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돈도, 옷도, 집도 아니었다. 사람이고 관계였다. 낯선 곳이지만 그곳에도 사람이 있었고, 그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일을 소개 받고, 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라는 다소 심오한 질문에 대해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답을 구한 경험이었다.p239

 

여행이 좋아 자동차로 여행하다 보니 숙소가 마땅찮게되서 텐트를 구입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캠핑에 필요한 물품들이 늘어나 활용하다보니 어느샌가 자신을 '캠핑 마니아'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이야기. 하지만 자신은 '마니아'로 불릴 정도의 해박한 지식이 있는것도 아니고 단지 여행을 좋아하고 캠핑을 즐기는 것에 대해 '캠퍼'라고 정의하며 겸손함을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여행이 주는 또하나의 매력은 삶에 대한 '겸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카메라에 대한 단상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실적에 두달치 월급을 몽땅 털어 구입하셨다던 오래된 카메라를 좋아한다는 천희씨.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보다도 필름을 끼워 사용하는 아날로그적 카메라를 좋아한다고 했다. 여러 장면을 찍어 바로 선별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도 크지만,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는 한번 찍고 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인화할때 밀려오는 좌절감 혹은 기쁨이 몇배로 크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때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오롯이 담겨진 사진을 들여다볼 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천희씨의 이야기가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편리함에 길들여진 주변의 많은 것들. 혹은 조금만 불편해도 인상을 찌푸리게 되던 시간들을 생각해보며 그 '편리함' 속에서 나는 무얼 잃어버리진 않았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행복은 좋아하고 즐기는 것에서 부터 생겨난다는것. 그것은 그저 느낄 수 있는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에 대한 끝없는 '관심'에서 부터 생겨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까 말까 망설이느니, 그럴 시간에 실행하는데 쓰라던 니나 상코비치의 말 처럼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은 그져 무조건 실행해보며 정말 즐길 수 있는 일인지 느껴보자고 생각해보게 된다. 더불어 이십대의 청춘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뜨겁지만 어느곳에 열정을 쏟아야할지 막연해 방황하고 있는 남동생에게 이 자유와 행복의 메세지가 듬뿍 담긴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무한한 가능성 만큼 무한한 실패와 도전의 반복으로 삶의 궤도에 올라 훗날 '누나! 그 책 참 멋졌어!' 라고 말해준다면 내 인생은 그것만으로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노라 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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