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면 알 수 있는 것들 - 혼자 떠난 여자의 410일 사진일기
김상미 글.사진 / 책미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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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물을 고르려고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여행코너에서 봤던 책. 스치듯이 한번 훑어보고선 사진에  반해버렸었다. 여행에 대한 일정이나 짜임, 화려한 사진은 찾아볼 수 없지만,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화사한 꽃처럼 활짝 피어난 미소가 마음을 끌었다. 여자 혼자 하는 여행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불편함과 불안함 따위는 날려버릴듯한 사람들의 미소에 반해 구입한 책은 410일 간의 기록을 담은 사진 에세이 집이다.

 

 

 

  

행복하니?

정말 하고 싶은게 뭐니?

꼭 거창한 무엇이 아니어도 좋아, 그걸 네가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뭐니?

 

세상을 보고 싶었다.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세상의 풍경을 마주하고 싶었다. 갈수록 편협해지는 나를 넓은 세상에 흠뻑 담가보고 싶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앞을 향해 달려갈때, 한숨 돌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늦은 가을 세계 지도를 들고 떠났다. 정해진 루트도, 목적도, 기간도 없었다. p8~11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하나의 공식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성스러운 성지(聖地)를 찾아 떠나는 순례자들 처럼.  문득 열병처럼 스며든 삶에 대한 회의와 염증으로 부터 '자아'를 찾기위해  낯선 공기 가득한 공간으로 온전히 자신을 내몬다는것.

 

 

낯선 사람, 낯선 공기 모든게 낯선 공간에서 온전히 이방인이 되는 곳. 마치 양수에서 막 태어난 아이가 세상의 환한 빛에 익숙하지 않듯. 모든게 낯설고 어색한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서로 나라와 언어는 다르지만, 길 위에서 맺어진 끈끈한 동맹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태줄이 되어주고 국경을 초월한 형제가되어 오래도록 서로의 길위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고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면 마치 마법에 걸렸던 주문이 풀어지듯 서로의 공간으로 돌아가 살아간다는 사실이 때론 신기하고 아릿한 기분을 선사했다.

 

 

★ 여행은 낯선 길위의 만남과 이별의 기록이다.

 

 

사진 만큼이나 저자 김상미님은 미소가 참 이쁘다. 오래전 만닥 언니로부터 선물 받았던 낙타인형 험프리와  친구사이가 되었던 그녀는 낯선 길위에 설때면 오랜 친구 험프리와 수 많은 추억을 쌓고 있다고. 그래서 사진마다 험프리를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책엔  14개월동안 여행한 22개국의 나라들에 대한 시간의 기록을 '사진일기'라는 특징으로 묶어 놓은 책이다. 우연히 알게된 이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라면 그렇게 여행을 다녀온 후에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자신의 사진 일기를 만들어 주려고 자비로 책을 만들게 되었는데 훗날 이 사실을 알게된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를 하게 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책이 출간 되었다고 한다.

 

 

여행책을 즐겨 읽는 나로썬 여행지 사진들 보다도 길위에서 맺어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롭고 관심이 간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떠난 여행도 행복할 수 있었던건 우연과 우연이 만들어낸 만남들과 맺어진 인연 덕분 이였고, 낯선 이방인을 푸근하게 감싸 안아주던 사람들의 포근한 미소덕뿐이라 생각한다.

 

 

 

우연한 만남이 친구를, 뜻밖의 도움을, 새로운 앎을 내게 가져다 준다. p108

 

 

 

 

 

여행을 하면서 내 세상과 너무나 다른 세상과 그 세상의 사람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내 것에 더욱 감사하게 되고 그들에게 배우기도 한다p85

  이렇게 만난 사람 하나 하나 알고보면 아픔없는 사람이 없다. 차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보듬고 이겨나가는 것만이 있을 뿐이다.p181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등을 다니며 만나게 되는 여행객들은 서로 낯선 공간에 있다는 유대감이 형성되어 서로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모습들이 참 인상적이다. 나라. 언어, 피부, 성격 모든게 달라도 이야기가 통하던 그 공간의 이야기들이 무척 좋았다. 기나긴 여행으로 지쳐 외롭고 힘들어질때 거짓말 처럼 만나게되는 사람들로 인해 위기를 극복하게 되고  부족한 물품은 빌려주고 아파서 끙끙대는 친구에겐 걱정과 음식을 만들어주던 그들의 손길이 이방인을 친구로 만들어가던 그 시간의 기록들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아르헨티나를 가기위해 급하게 내린 버스에서 험프리를 창가에 두고 내렸던 날, 미친듯이 쫓아가 인형을 찾아달라며 울며 도움을 청했던 그녀와 친구가 되어준 앙헬. 후에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엄마를 모시고 살아가면서도 씩씩했던 그의 모습을 보며 느꼈던 시간들, 과테말라 여행길에서 만난 일본인 부부 사치코와 히데와 함께 보낸 시간들 덕분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머물며 일본 문화를 체험하던 시간들, 멕시코로 가는 비행기에서 짐을 몽땅 도둑 맞었던 펠리페와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건축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서 교감이 되었고 훗날 자신도 이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정을 품었던 시간, 그리고 반년후 너무 우연스럽게도 시드니 카페에서 펠리페를 다시 만나게된 순간들.

 

 

 

스페인에서 자신을 막내딸로 삼아주며 다정스럽게 받아준 스페인의 식구들. 동생이 아파서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때 스페인 엄마가 들려줬던 이야기 ' 네겐 바로셀로나에도 가족과 집이 있단다' 라던 메시지들, 오랜 친구 험프리를 잃어버리고 함께 헛헛함을 느낄때 거짓말처럼 보내준 만덕 언니의 선물 보따리 속 험프리를 다시 만나며( 동생의 험프리를 준것) 함께 애뜻해하고 기쁘기도 했다.(실은 나도 험프리 인형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중동에 다녀왔던 만덕언니가 선물로 사다준 인형이라는 사실을알고 실망하기도 했다) 이런 순간들이 너무나 훈훈했고 따스했던 시간이였다. 더불어 어느 공간에 있더라도 그리워한다면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 더없이 느껴지는 시간이였다.

 

 

 

★ 여행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만나는 시간.

 

 

 

 

 

 

왜 나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에 좌절하고, 반복된 고민을 하는데 소중한 시간을 소비해 왔는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건 노력으로 바꾸고, 되지 않는 것은 그대로 받아 들이는 사람이 되자 다짐해본다.p85

 

여행이란, 놀라운 풍경과 짜릿한 경험의 연속이라지만, 뭔가를 새로이 아는 것보다는 알고 있었지만 저 깊이 묻어 두고 있는 것들과 다시 만나는 시간에 가까운 것 아닐까. 잊고 지냈던 수많은 나와 마주치는 소중한 시간들은 여행이 주는 큰 선물이다.p164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는 것. 양질의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것 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양하게 경험해 나가며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나의 인생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본다. 여전히 난 내가 무엇을 할때 최고의 내가 될까? 진정 열망 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의 시간과 노동을 팔아 일상을 버티는 삶이 아닌, 진정 원하는 무언가를 하며 살고 싶다. 그처럼. j. 존경합니다. 진심으로 p54 

 


 

22개국의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그녀는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만남들 만큼이나 다양한 도전들로 시간을 채워갔다. 새로운 길, 새로운 음식, 새로운 체험들로 새겨진 시간.그중 일상에서 느끼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취해보지 못했던 행동들에 안타까워했고 덧없이 약해보이기만한 자신의 모습에 용기를내 다시 도전하던 모습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멕시코에서 배웠던 다이빙이 너무 힘들고 무서워서 포기할까도 했지만 다음날 다시 용기내어 성공 시켰을땐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용기와 도전에 함께 기쁘기도 했다.

 

 

 

기나긴 여행길로 몸살이 나고 슬럼프가 찾아올때마다 거짓말처럼 사람들로 채워지던 시간들. 여행은 결국 계획없이 훌쩍 떠나 길위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며 그녀가 전해준 메세지가 귓가에 울리는듯 하다. 카르페 디엠. 순간을 즐겨라. 다음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을 최선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순간'을 즐기는 것 뿐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스며들며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기다려 진다.

(책의 중간 중간에 소개된 책들이 있는데 따로 정리할 생각이라 이곳엔 기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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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4-23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번 희망도서 신청 목록에 올려야겠어요. 무척 궁금해지네요. ^^

해피북 2015-04-24 20:01   좋아요 0 | URL
저는 여행집 보다 에세이 쪽에 가까워 더 좋았던거 같아요 ㅋ 보슬비님께도 즐거운 이야기가 되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