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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표지가 유독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원한 바다를 안주삼아 맥주를 홀짝거릴거 같은 밀짚 모자의 남자.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자유로움이 퐁퐁 풍겨오는 이 그림에서 내가 좋아하는 만화 원피스의 루피가 떠오르기도 했다.

『푸른 하늘 맥주』는 모리사와 아키오 라는 저자의 이십대 청춘(여행)에 관한 에세이집이다. 푸른 바다와 강 그리고 맥주 라는 환상적인 궁합의 아이템을 장착하고선 여름이면 쉴새없이 달리고 달려 강과 바다를 향해 돌진했던 이야기들이 재밌게 담겼는데 그럼에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의해야할 사항이 있다.
하나★★★★★(매우중요). 식전과 식후에 읽지 말것
( 가급적 충분히 소화시킨 후 읽을 것)
둘. 첫번째 주의사항을 무시하며 굳이 읽어야 겠다면 충분한 각오가 필요함.
( 비위가 약한 사람들의 후일의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음)
셋. 심신 미약자( 금주령이 떨어진 사람들)는 읽지 말것 이라고나 할까.
그동안 쭉 책을 읽어오면서 노상 방뇨도 아니고 노상 방분에 관해 이렇게 리얼하게 이야기하는 작가를 처음 만났다는 신선함과 거기서 생겨나는 불쾌함 그럼에도 책을 덮지 못하는 유쾌함 때문에 괴로움에 빠져 읽었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었다.
태양이 자글자글 대는 여름이 찾아오면 친구들과 강으로 바다로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모리사와. 강가에서 보트를 타다가 보트가 찢어지는 해프닝을 겪는가 하면, 신나게 보트를 타고 내려오다가 폭포 소리에 놀래 급선회하며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기고보니 높이 1미터도 안되는 완만한 경사의 둑이였다는 해프닝들이 읽는 동안 유쾌함을 선사한다. 노천탕을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담, 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난 곳에서 우연찮게 만나게된 103세 귀여운 할머니, 바다 낚시터에서 만나게된 허풍쟁이와 열혈 신도들, 여행중에 묵게된 유스호스텔 주인장 아저씨의 묻지마 생략, 강둑밑 노숙인 아저씨의 생존전략법등 정말 유쾌하게 읽으면서 세상엔 각양각색의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 만큼의 세상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뜨거운 태양 아래서 꿀꺽꿀꺽 시원하게 즐기는 맥주 한병. 비록 한병으로 시작해 고주망태가 되어 버린 하루 일과였지만 그 무모한 열정이 있기에 오늘날의 모리사와가 있고 이렇게 유쾌한 이야기(추억)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특이한점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을 시기라는 점도 있지만, 술 안주로 산에 있는 나물을 뜯어다 튀거가나 물고기를 잡아다 먹을 생각을 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청춘들의 여행이라면 간편하고 간단한 음식물을 바리바리 싸들고가 즐기는 인스턴트식 여행이 대부분이라면 모리사와 저자의 여행은 풍부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노상방분도 했을테지. 이런 된장같으니라고..아..된장 ㅜㅅㅜ) 여행은 부족함을 알기위해 떠난다고 했다던 말이 떠오르면서도 청춘의 무모함은 이런거라고 그러면서 인생을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거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여행과 독서를 권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뒷면엔 고독한 여행이야 말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이야기와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들이 자신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풍성하게 가꿔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내 마음을 사로 잡으려고 했지만 그는 이미 늦었다...읽으면 읽을수록 등장하는 리얼 노상방분(1년에 100번을 했다나 어쨌다나!!)에 관한 중개는 100페이지 넘게 등장하며 우리집 식비 절약에 지대한 공을 세우게 되었다는.... (좋다는거야 싫다는거야! 아...내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무튼 이렇게 즐기게된 『푸른하늘 맥주』를 읽고 모리사와 아키오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100년동안 전통을 이어온 메밀국수집 '오모리 식당'에 관한 인연 이야기인 『쓰가루의 백년식당』이나, 죽은 아내가 보낸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된 가슴저린 남편의 여행이야기를 그린 『당신에게』 또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여 위로와 온기를 전하며 삶의 희망을 꿈꾸는 소설 『무지개 곶의 찻집』이 읽고 싶어졌다.(..에이 설마 또 그럴라구....그렇지? 아니겠지? 이 소설들은 안전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