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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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란 여자는 도대체가.. 알 수가 없어 신기해~'

요즘 신랑이 장난스레 내게 자주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근래의 내 기분은 장마철의 소나기 처럼 들쭉 날쭉했다. 깔깔거리고 웃다가도 울컥 눈물을 쏟아내고 미소 짓다가도 벌컥 짜증을 부리는 모습. 누가봐도 제정신은 아니라고 할 듯 싶다.

 

이런 기분 상태가 우울증이라는건 작년에 깨닫게 되었다. 결혼 초부터 이뤘어야할 과업을 완성하지 못한 나에 대한 실망감은 점차 불안감으로 또한 죄스런 마음으로 발전하더니 근래에는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쏟아내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마음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을 내가 알면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강상중 저자의 『마음의 힘』을 꼼꼼히 읽고 싶었다. 도대체가 눈 앞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때문에 하루에 수십번 신랑에게 즐거움(고통)을 선사하는 광대같은 모습을 이제 그만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애비의 썩은 마음은 십리길에도 맡을 수 있다고 했던가(영화 『괴물』).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의 심정을 절절히 표현하는 강상중 저자의 공허했던 마음이 절실히 다가왔다. 비통했던 심정과 몸과 영혼이 분리된 괴리 속에서 마음의 고통을 깨닫고 자신과 비슷한 심정의 사람들에게 마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저자는 마음의 병의 원인이 개인에게 있는게 아니라, 급속한 사회변화와 부추기는 경쟁심으로 인한 개인주의, 사회와의 단절, 대안없는 삶에 있고 이 불확실한 시대의  거친 풍랑을 헤쳐나갈 저항력이 우리에겐 없다고 했다. 그런 문제의 시작을 알려 준 이가 바로 나쓰미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두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들 마음에 가깝게 다가가는 길이 아니겠냐고 했다

 

 

저자는 두 책의 주인공들을 현 시대로 불러내 책에서 다 하지 못했던 뒷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와데 이쿠로(<마음>에서 강상중 저자가 임의로 붙인 이름, 책을 다 읽은 후 가와데 이쿠로는 강상중 저자 자신이기도 했다는걸 느꼈다)와 한스 카스로토프( <마의 산>의 주인공)의 만남은 마음이 상실되었던 시대를 마주하며, 소설 속 수수께끼로 남았던 공허한 마음, 풀지 못한 의혹에 다가가기 위한 모습을 그려놓았다.

 

 

그러나 저자가 밝힌것 처럼 이 책은 명쾌한 해법을 내세우진 않는다. 다만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의 힘은, 마음의 근본적인 병에 직접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할때 생길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니 어찌하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의혹을 풀기 위해선 미쳐 읽지 못한 『마의 산』에 나도 올라야 하는것을. 힘겹게 오를 그 산위에서 보지 못했던 역사의 아픔을, 다양한 인간군상의 속내를 스스로 느끼며 텃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토록 우울하고 힘겨운 마음의 풍랑 속에서도 매몰되지 않을 수 있었던건 내겐 조금이나마 풍랑을 이겨낼 수 있는 텃밭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텃밭은 강상중 저자의 텃밭과도 같은 '책'이였다는 사실로 오늘도 더욱 책에 기댄 하루를 보낸다.

시절은 쉼 없이 흐르고 한때 좋다고 여겨지던 가치관 역시 변합니다. 영속적인 것도 있지만 일시적인 유행도 적지 않습니다. 그 속에서 가장 가치 있는 최적의 것을 찾아내기란 마치 뱃사공이 폭풍우가 지나간 직후의 거친 탁류에 맞서서 어떻게든 배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강을 건너려는 것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을 만큼의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인생의 어느 한 시간동안 `마의 산`같은 곳에서 마음을 키우며 지내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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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0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애비의 썩은 마음은 십리길에도 맡을 수 있다고 했던가.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의 심정을 절절히 표현하는 강상중 저자의 공허했던 마음이 절실히 다가왔다. 비통했던 심정과 몸과 영혼이 분리된 괴리 속에서 마음의 고통을 깨닫고 자신과 비슷한 심정의 사람들에게 마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저자는 마음의 병의 원인이 개인에게 있는게 아니라, 급속한 사회변화와 부추기는 경쟁심으로 인한 개인주의, 사회와의 단절, 대안없는 삶에 있고 이 불확실한 시대의 거친 풍랑을 헤쳐나갈 저항력이 우리에겐 없다고 했다. 그런 문제의 시작을 알려 준 이가 바로 나쓰미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두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 일이야 말로 마음에 가깝게 다가가는 길이 아니겠냐고 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의 힘은, 마음의 근본적인 병에 직접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할때 생길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니 어찌하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의혹을 풀기 위해선 미쳐 읽지 못한 『마의 산』에 나도 올라야 하는것을. 힘겹게 오를 그 산위에서 보지 못했던 역사의 아픔을, 다양한 인간군상의 속내를 스스로 느끼며 텃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비로그인 2015-06-0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들이 더 어렸을때 이런 기분이 든 적이 있었는데 정말 힘들고 우울하고 외롭더라구요.

해피북 2015-06-02 21:33   좋아요 0 | URL
아이가 어릴적에는 의사소통이 안되 울적한 기분도 많이 느끼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고 들었어요. 아리님께서도 그런 힘겨운 시간을 보내셨군요. 대단하세요. 그 힘든 시기를 잘 견디셔서 지금은 지훈이 지은이라는 이쁜 아이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가득한 추억 만들어 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고 멋지세요 앞으로도 예쁜 모습 응원하겠습니다^0^~~

비로그인 2015-06-0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이 가는 리뷰예요.
해피북님 힘내세요.

해피북 2015-06-02 21:3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에 힘이 났어요 정말^^
언제나 응원해주시구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리님!!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ㅎㅎ

cyrus 2015-06-02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기 힘들고 팍팍할 때 강상중 교수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상중 교수의 글은 조금은 어려우면서도 무거운 게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마음의 병을 아주 솔직하게 바라보면서 이를 넘어서기 위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여요. 그래서 저는 강상중 교수의 글이 좋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힘들 때 김난도 교수나 멘토라고 불리는 저자들의 책을 찾는데 강상중 교수의 책을 읽은 젊은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워요. 강상중 교수의 팬으로써 그런 상황이 좀 아쉽습니다.

해피북 2015-06-02 21:36   좋아요 0 | URL
오! 저는 처음 알게된 저자 였는데 cyrus님이 팬이시라니 이해가 됩니다. 어떤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으며 이렇게 하면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깊은 내면을 스스로 되돌아 볼 줄 아는 힘을 키우기 위한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앞으로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싶어지는 저자입니다. 감사해요^^

큐트도우 2015-06-0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책이 마음을 다스리는데에 도움이 될때가 참 많죵

해피북 2015-06-11 15:40   좋아요 0 | URL
앗..고맙습니다~^^ 큐트도우님 글 덕분이 힘이 불끈 솟네요 맞아요 책에 위로받고 힘을 얻을때 참 많은거 같아요 앞으로 더 열심히 읽어야 겠어요^~^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 1
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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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시민 저자의 책 『글쓰기 특강』에서 소개되어 읽게 된 책이다.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라는 제목 만큼이나 문학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들이 흘러 넘쳐난다. 그리고 꽤 놀랐다. 190페이지 라는 얇은 책임에도 내용은 참으로 묵직했다. 읽은 부분을 다시 되돌아와 곱씹을 정도로.

 

책의 화두는 단 하나. '문학이란 무엇인가' 다. 문학이 무엇이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해 유용한 생각을 갖게 한다.

 

" 문학은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 상식과 진실이 일치되지 않을 때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것이 당시 제가 떠안은 지상의 질문이였습니다"p17

 

예전에 읽었던 책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작가란 삶속에서 발생된 문제를 날카롭고 세밀하게 그려낼 줄 알아야 한다고. 김형수 저자 역시 5.18을 경험하며 자신이 보았던 생생한 장면들을 글안에 녹임으로써 문학이 하나의 계몽적 가치를 띄며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학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문학이란 우리 삶과 멀지 않은 학문 다시말해 문학은 '우리네 삶의 한 부분이며 인생의 찰라다' 라고 말할 수 있다.

 

" 문학이 시작되는 지점은 ' 살아있는 실존 현상'에 대해 어떠한 과학도, 또 어떠한 종교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문학이라는 것이 출현해서 발전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문학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인간 문제를 다룬 다는것. 인간의 삶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p60"

 

" 인간의 삶에는 이렇게 선이 유죄가 되고 악이 무죄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난감한 존재의 어둠을 소명하는것p65.

 

 

그러면에서 문학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입에서 쏟아내는 모든 언어가 숭고해 보일 만큼의 설득력 있는 삶을 살고, 피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것을  삶속에서 송두리째 끌어안고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길이 최선임을 이야기 하며 문학과 삶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 했다.

 

 

내게 가장 인상 깊은 소설을 꼽으라고 한다면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그리고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다.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스트릭 랜드는 화가라는 꿈을 위해 가족을 버린 비정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뿐만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일말에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는 냉정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 읽는동안 깊은 분노심을 일게 했던 작품이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캐서린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광적인 집착과 사랑이 결국은 죽음으로 몰고간 과정과 성격에 진져리가 쳐저 오래도록 기억속에 각인된것 같다. 이 두 작품을 보면 꿈. 이상, 사랑, 집착 이라는 소재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고 이 소재들은 우리네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소설속 인물들이 삶속에 가깝게 느껴질때야 말로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문학과 삶이 다르지 않은것 처럼 문학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고, 그 인물들을 통해 인간 사회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해나갈때 문학이 갖는 진정한 의미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이로써 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 못지 않게 문학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시각도 트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문학을 줄거리 위주로 이해하거나, 성격 결함을 갖은 등장 인물에 대한 분노를 느끼느라 전체를 맛보지 못하는 부분들이 꽤 많았는데 그런 인물들을 이해하고 삶속에 적용할 때, 진정 문학을 맛볼 수 있고,  삶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강의 내용을 묶어놓은 것이라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눈에 조금 띄였지만 문학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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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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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저자의 『마음의 힘』을 읽기 위해 먼저 읽어본 책이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다. 이 소설은 1914년 아사히 신문에 연재된 글을 묶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3개의 장으로 나뉘어 <선생님과 나><부모님과 나><선생님의 유서>를 담고 있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시작과 함께 결말을 이야기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자신이 존경했던 선생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앞 부분에서 언급 하므로써 소설이 사건 중심의 내용이 아님을 짐작케 했다. 헤르만의 『데미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유사한 구성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것같다.

 

화자로 등장하는 이십대 대학생 청년인 '나'는 어느날 우연히 만나게된 선생님을 쫓아  그분의 삶을 동경한다. 다른 지식인들과는 다르게 자신을 낮춰 이야기하며 세상앞에 나서길 꺼리는 모습이 청년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님의 생각에 다가갈 수 록 청년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해주지 못한 어떤 비밀이 있음을 직감하고 그 비밀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선생님의 죽음이라는 결정적 사건과 함께 장문의 편지가 도착하고 선생님의 비밀스럽던 '마음'에 대해 알게 된다.

 

어릴적 갑작스레 겪어야 했던 부모의 죽음과 부모가 죽음으로써 드러난 가족간의 배신 그리고 홀로 세상에 떨어진 외로움으로 고통속에 있던 시간때에 들어간 하숙집에서 받은 환대로 선생님은 조금씩 안정을 찾고 하숙집의 아리따운 딸에게 반해 버린다. 

 

어느날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친구를 돕기 위해 자신의 하숙집에서 함께 생활할 것을 제안하고 친구와 함께 생활하던 중  친구 역시 하숙집 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비겁한 수법으로 그녀의 마음을 얻어낸다. 그 사실을 알게된 친구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는 충격과 자신의 선했던 마음이 어떤 특정한 사건과 만나 악한 부분으로 변화하며 보여준 이기심에 자책하고 평생을 죄책감으로 시달리다가 끝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책을 읽으며 선과 악은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사람은 선과 악이라는 기로에 서서 선택하게 된다는. 그러니 모두다 선하다고 할 수 없고 또 모두다 악하다고만 할 수 없다는 그런 복잡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모두다 어떤 환경이 온다고 해서 선을 택하기만 하는것도 아니고 악을 선택하는것만도 아니다. 모두 개인의 가치 기준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되는것이 아닐까. 그러니 중요한 사실은 개인의 가치 기준을 어떻게 삼고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소설은 『데미안』처럼 주제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고 인간의 미묘한 심리묘사만을 중점으로 그려놓은 작품이라 내겐 크게 와닿진 않았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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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해도 될까요?
노하라 히로코 글.그림,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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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공감 만화하면 마다스 미리의 책들을 떠올렸는데, 세상엔 마다스 미리만 있는게 아니라는 진리를 일깨워준 책이 노하라 히로코에 『이혼해도 될까요?』다.

 

 

책 제목을 보고 오해하지 마시길. 다소 자극적인 문구이긴 하지만 이 책은 주인공 시호를 통해 결혼과 노년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들로 여성이라면 공감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책이다. 그러니 이혼의 진리를 일깨워주는 책을 기대했다면 이 책은 잘못된 선택임을 말해주고 싶다.

 

 

34살의 시호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 생활을 하는 워킹맘이다. 그래서 아침 일상은 늘 분주하다. 아침밥을 챙겨야하고, 아이들의 준비물을 챙기고 겨우 자신의 일터로 나간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하면 다시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을을 하는 반복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니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왜 신랑은 도와주지 않는거지? 와 같은 의문은 미움으로 분노로 발전할 수 밖에.

 

 

거기에 더해 시호의 남편은 가시돋친 말을 참 쉽게도 내뱉는다. '집에 있으면서 이런것도 못해' 라는 표현으로 시호의 마음에 시퍼런 멍을 만든다. 출근전이나 퇴근후 컴퓨터를 하느라 말 한마디 걸지못하게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을 귀찮아한다. 마지못해 가끔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시호의 남편을 자상한 사람으로 보는게 속상하기만 하다. 시호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자면 이 남편은 빵점짜리인데. 내가봐도 남편으로써 솔직히 자격이 없는데..가족이라는 공동체 생활에 대한 예의도 도리도 의무도 갖지 않는 못된 사람이다.

 

 

 

그래서 책을 읽을 수 록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이 남자와 함께 노년을 보내야 하느냐고. 이게 자기가 바란 결혼생활이더냐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남편의 삐툴어진 성격이 자신을 짓누르고 억압하는것만 같아 매일 같이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고. 그런데 이혼을 결심하기엔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고. 어떤 결정적인 한계. 시호가 두번다시 참지 못할  한계. 그 한계가 따로 있어야 이혼하는게 아닐까 하는 고민들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함께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단 하나 시호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남편에 대한 이해. 남편이 왜 자꾸 짜증만 내는지 살펴봤더라면 조금은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시호의 남편은 인원감축이라는 기로에 서서 내심 불안했던 모양이다. 회사를 그만두게되면 시골집으로 내려가 아버지 일이나 도와야 할것 같다는 마음을 내비쳤을때 그런 부분을 공감하고 이해했더라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나도 결혼 초반엔 이게 결혼생활일까 하는 회의가 들었던 때가 있었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것 같고, 밉고 분노하고 싸우던때. 결혼하면 행복이 두배가 될것 같았는데 현실은 그와 반대로 흘러갈때 들던 생각들. 마치 잘못하길 바라는 사람처럼 기다리며 으르렁거리고 작은 실수에도 분노할때.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할때 상대방도 그 마음을 이해하고 차츰 행동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내가 먼저 이해해야해? 라는 생각을 품고 살아간다면 끝끝내 평행선만 그리는 삶을 살아갈 뿐. 먼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이해와 공감으로 상대를 끌어안으려고 노력할 때. 그때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느낀 이후부터 지금까지 다투는일 없이 지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니 시호도 신랑의 못된 행동이지만 그런 행동을 하게된 배경들을 이해했더라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노하라 히로코 저자의 마지막 메세지가 인상적이다.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제는 이혼해야 행복해 질거라는 생각이 과연 옳은것일까 하는 물음.  결혼이라는 울타리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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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5-31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의 입장에서 나를 생각하지 못하고 나의 입장에서 그를 생각하니 분란나는 경우가 많더군요

해피북 2015-05-31 22: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무래도 서로의 입장을 생각할때 직접 느꼈거나 보지 못한 부분까진 이해하기 힘들어 그런 마찰이 생기는거 같아요 그러니 서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꼭 필요한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흐흐^~^
 
아델의 색깔있는 양말인형
정현아 지음 / 팜파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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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인형을 참 좋아했다. 스물을 지나 서른을 넘고 마흔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인형에 대한 애착은 여전하다. 혹시 피터팬 증후군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봤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역시 좋아하는 일에는 나이하고는 상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으흐흐~~!

 

『떠나면 알 수 있는 것들』의 김상미 저자도 인형을 좋아했다. 험프리라는 낙타인형이 사진 곳곳에 흔적을 남길만큼. 그러고보면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형을 천이나 헝겊의 일부로 보지않고 마치 자신의 친구인듯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손안에 감겨지는 촉감으로도 위안과 안정을 느끼는 것.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게 아닐까 싶은데. 물론 내 생각뿐일테지만.

 

이런 인형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다는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다. 인형 만들기 책들이 요 한권만 있는것도 아닌데 라고 말한다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양말'을 가지고 아담한 크기의 인형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때문 이라고 말하는게 좋겠다.

 

 

 ★★★★ 책의 구성

 

 태양이 자글자글 거리는 요즘같은 날씨에 만들기 딱 좋을 바닷가재가 눈에 띈다. 왼편에는 완성된 모습이 오른쪽 페이지엔 필요한 준비물과 도안, 그리고 컷을 나눠 세밀하게 설명한 구성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바느질도 서툴고 사진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으면 하다가 막혀버리기 일쑤인 탓에 상세하게 구성된 책을 선호하는데. 이 책에는 책에서 사용하는 바느질법 예를 들어 홈질, 공그르기,박음질 ,반 박음질,감침질,새틴스티치(면을 채우는 스티치),아플리케(원단을 던뎃 바느질법), 구만들기까지 컷을 나눠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저자의 세심함과 정성이 돋보여 보자마자 반해 버린 책이다.

 

 

 

 

 

 

다시 바닷가재의 만들기 부분을 살펴보면, 각 부위별 도안을 그리고 도안을 홈질하여 모양을 만들어 잘라내 솜을 채워주는 방법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충분히 따라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완성된 사진을 보니 그냥 왕눈이 가재도 귀엽지만 선글라스를 착용한 가재의 모습도 멋져보인다.

아 그런데 나는 도안 그리는것부터가 힘겹다. 크기를 얼마나 잡아야할지 모르겠다 싶어하는 초보자들을 위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실물 도안도 수록하고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시길! 

 

 

핸드메이드 인형 작가이자 동화 작가라는 저자의 이색적인 이력만큼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책 곳곳에 숨어있어 책을 넘기면 널길수록 귀엽다는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우람 고릴라도, 방울 모자를 쓴 인형도, 책의 표지에서 매력 발산중인 토끼 커플인형도 너무너무 귀여워 인형을 빨리 만들어봐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치솟는다. 책에는 숲속친구, 바다 친구, 마을친구(생쥐 양, 코알라 타조 토끼 고릴라) 사람, 특별한 날(크리스마스 장식품과  눈사람, 장갑친구( 장갑으로 만드는 개구리 사자 거북이 토끼 코끼리)를 아기자기 하게 만날 수 있다.

 

 

만들어보겠다고 서랍속에 깊이 넣어둔 십자수통도 꺼내고 아끼던 양말도 꺼내봤다. 색상이 파스텔톤 핑크라 만들면 귀여울것 같다는 생각이긴 한데... 언제 만들지는 미지수... 만들면 다시 책 이야기와 함께 페이퍼에 올려야겠다는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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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5-31 1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핑크 양말 귀여워요. 저는 이쁜 양말 없는데...ㅎㅎ
언제 만들지 미지수라지만 만들게 되시면 페이퍼 올려주세요. 이쁜 인형 기다릴께요.^^

해피북 2015-05-31 22:12   좋아요 1 | URL
저희집 양말두 거의 안예쁜 회색 양말이 많아요ㅋ 겨우 저거 한개 있다는 ㅋㅋ 예쁜 인형 만들게 되면 소문내볼께요 으흐흐 소문이 언제쯤 나려나 ㅡㅡ;;;;

둘리마미 2015-05-31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쁘네요 딸인형이 아니라 제인형을 만들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해피북 2015-05-31 22:14   좋아요 1 | URL
그쵸 그쵸 이쁘구 귀엽구 흐흐 저두 빨리 만들어보고 싶어요 ㅋㅂ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