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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너란 여자는 도대체가.. 알 수가 없어 신기해~'
요즘 신랑이 장난스레 내게 자주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근래의 내 기분은 장마철의 소나기 처럼 들쭉 날쭉했다. 깔깔거리고 웃다가도 울컥 눈물을 쏟아내고 미소 짓다가도 벌컥 짜증을 부리는 모습. 누가봐도 제정신은 아니라고 할 듯 싶다.
이런 기분 상태가 우울증이라는건 작년에 깨닫게 되었다. 결혼 초부터 이뤘어야할 과업을 완성하지 못한 나에 대한 실망감은 점차 불안감으로 또한 죄스런 마음으로 발전하더니 근래에는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쏟아내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마음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을 내가 알면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강상중 저자의 『마음의 힘』을 꼼꼼히 읽고 싶었다. 도대체가 눈 앞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때문에 하루에 수십번 신랑에게 즐거움(고통)을 선사하는 광대같은 모습을 이제 그만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애비의 썩은 마음은 십리길에도 맡을 수 있다고 했던가(영화 『괴물』).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의 심정을 절절히 표현하는 강상중 저자의 공허했던 마음이 절실히 다가왔다. 비통했던 심정과 몸과 영혼이 분리된 괴리 속에서 마음의 고통을 깨닫고 자신과 비슷한 심정의 사람들에게 마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저자는 마음의 병의 원인이 개인에게 있는게 아니라, 급속한 사회변화와 부추기는 경쟁심으로 인한 개인주의, 사회와의 단절, 대안없는 삶에 있고 이 불확실한 시대의 거친 풍랑을 헤쳐나갈 저항력이 우리에겐 없다고 했다. 그런 문제의 시작을 알려 준 이가 바로 나쓰미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두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들 마음에 가깝게 다가가는 길이 아니겠냐고 했다
저자는 두 책의 주인공들을 현 시대로 불러내 책에서 다 하지 못했던 뒷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와데 이쿠로(<마음>에서 강상중 저자가 임의로 붙인 이름, 책을 다 읽은 후 가와데 이쿠로는 강상중 저자 자신이기도 했다는걸 느꼈다)와 한스 카스로토프( <마의 산>의 주인공)의 만남은 마음이 상실되었던 시대를 마주하며, 소설 속 수수께끼로 남았던 공허한 마음, 풀지 못한 의혹에 다가가기 위한 모습을 그려놓았다.
그러나 저자가 밝힌것 처럼 이 책은 명쾌한 해법을 내세우진 않는다. 다만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의 힘은, 마음의 근본적인 병에 직접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할때 생길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니 어찌하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의혹을 풀기 위해선 미쳐 읽지 못한 『마의 산』에 나도 올라야 하는것을. 힘겹게 오를 그 산위에서 보지 못했던 역사의 아픔을, 다양한 인간군상의 속내를 스스로 느끼며 텃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토록 우울하고 힘겨운 마음의 풍랑 속에서도 매몰되지 않을 수 있었던건 내겐 조금이나마 풍랑을 이겨낼 수 있는 텃밭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텃밭은 강상중 저자의 텃밭과도 같은 '책'이였다는 사실로 오늘도 더욱 책에 기댄 하루를 보낸다.
시절은 쉼 없이 흐르고 한때 좋다고 여겨지던 가치관 역시 변합니다. 영속적인 것도 있지만 일시적인 유행도 적지 않습니다. 그 속에서 가장 가치 있는 최적의 것을 찾아내기란 마치 뱃사공이 폭풍우가 지나간 직후의 거친 탁류에 맞서서 어떻게든 배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강을 건너려는 것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을 만큼의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인생의 어느 한 시간동안 `마의 산`같은 곳에서 마음을 키우며 지내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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