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길에 두 번이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깐 눈을 붙였지만 섬에 들어오자 정신이 말똥말똥해지고 온전히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해변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칠흑같이 까만 길까지도 생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 P53
나중에 또다시 자고 싶다는 생각이 새로이 솟구쳤다 해도 그녀는 그 갈망과 싸우면서 고개를 숙이고 공책에 집중한 채 계속 써 내려갔다. 이미 그녀는 장소와 시간을 절개하여 기후를, 그리고 갈망을 집어넣었다. 여기에는 흙과 불과 물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와 인간의 외로움,실망이 있었다. 이 작업은 왠지 자연의 힘이 느껴지고 단순했다. - P80
"요즘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당신 또래의 남자 절반은 그냥 우리가 입 닥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길바란대 남자들은 제멋대로 살아서 뭐든 자기 마음대로 안되면 한심하게 군대." - P37
"안 주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우리한테 투표권을 주지말아야 한다고 믿든, 설거지를 돕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결국 파보면 다 같은 뿌리야." - P39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웃기다고 할 만한 소리가 들렸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저녁을 태우고 사랑이 식은 여자는 덜 익은 요리를 내놓는다는 말이있지 않았나? - P46
시간이 흐르면서 사빈이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그를 서서히 용서하는 듯했고, 두 사람이 같이 보내는 시간은 다시달콤해졌다. 첫 말다툼이라는 장애물을 넘었기에 평소보다더 달콤했을지도 몰랐다. - P28
그러자 갈증이 몰려와서 고개를 숙여 수돗물에 입을•대고 마셨다. 행복과 다르지 않은 감정이 입술을 살짝 스치더니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대학 때의 버릇이었다. 그는남동생과 친구 두 명과 같이 살던 스틸오건의 아파트에서더블린대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음수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셨는데, 물론 그때는 훨씬 젊었다. - P31
나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도 한 무리인 그들이 잡담을나누는 걸 보기 좋아한다. 그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편해진다. 그와 동시에 가슴 한가운데 총알 하나가 박힌 것 - P191
처럼 통증을 느낀다. 질투가 나서 죽을 것 같다. - P192
옷이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았는데 나는 몸을 더 많이 가리는 옷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옷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고집을 피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옷은 그만 입어. 너무 덥잖아. 넌 다리가 예뻐. 여기선 아무도 네게 뭐라 안 해. 넌 좀 더 편하게 입어야 해.‘ - 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