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너무 지긋지긋한 기억의 출판사였는데, 누가 그 출판사랑 일한다고 하면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을 정도였는데, 그 이후에도 일을 했다는 것이 실화입니다. 일이란 게 감정 문제, 돈 문제를 떠나서 꼭•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때가 있다. 신기하게도 그 후에•작업할 때는 완전히 ‘우리 출판사가 달라졌어요‘ 버전이었다. 결제가 며칠 늦어지니 (전적이 있어서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그 ‘이사님‘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직접 문자까지 보냈다. 예전에 비하면 거의 칼 결제 수준이었다. - P52

꽃은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어야 꽃이 된다면, 오역은누군가가 까발려주어야 오역이 된다. 알고 오역을 하는사람은 없으니 지적받기 전까지는 바른 번역의 탈을 쓰고있다. 오욕의 오역은 번역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두려운것.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어디선가 좀비처럼 뒤어나온다. 생각만 해도 살 떨리네. - P89

앞뒤 설명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은대체로 전래동화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국자로 뺨을 맞았죠?" "국자가 아니라 주걱입니다." 이런 대화가 나온다면 우리는 놀부마누라에게 주걱으로 얻어맞은 흥부를 떠올리지만, 이 얘기를 모르는 외국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지 모른다. 역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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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너무 지긋지긋한 기억의 출판사였는데, 누가 그 출판사랑 일한다고 하면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을 정도였는데, 그 이후에도 일을 했다는 것이 실화입니다. 일이란 게 감정 문제, 돈 문제를 떠나서 꼭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때가 있다. 신기하게도 그 후에작업할 때는 완전히 ‘우리 출판사가 달라졌어요‘ 버전이었다.  - P52

그런데 이 방법으로 몇 권을 해보니 이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가 되지 않으면 손해를보는 방식이다. 최소 2~3만 부는 나가야 원래의 매절 번역료를 확보할 수 있는데 현실은 초판 3000부 나가는 것도 버거운 게 출판 시장. 그리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었다.
가장 좋은 것은 만병통치약, ‘케이스 바이 케이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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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딸이 엄마 같았으면 속 터졌겠지?"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진지하게 갸웃거린다.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행동 폭이 좁으니 어디 가서 사고 날까걱정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이것저것 넘보지 않고 한 가지 재주에 목매는 장점도 있다.
덕분에 외국어 좋아하고 글쓰기 즐기는 유일한 재주를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인 양 꼭 붙잡고 놓지 않아서 30년째번역을 하고 있지 않은가.  - P8

예전에는 ‘오늘은 열심히 일해야지‘ 하는 다짐 같은 것하지 않았다. 그런 다짐 하지 않아도 과로사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러나 그때보다 이렇게 농땡이 부리며 설렁설렁 사는 지금의 내가 좋다. 죽기 전까지 일을 하고 싶지만, 일만 하다 죽고 싶진 않다. 그렇게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본 뒤로, 적게 벌고 적게 쓰더라도 숨 좀 돌리고 여유 좀 갖고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 P19

어떤 사람들이 어떤 책을 쓰는지, 어떤 출판사에서 어떤 일본 번역물을 내는지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불빛 한 가닥없는 탄광에서 삽질하는 것처럼 막연하고 막막한 행위였다. 출판사의 연락처를 적어 와서 메일을(PC통신으로) 보내거나 전화를 걸곤 했다. 일 좀 주십시오, 하고. 노력은 대단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일은 들어오지 않았으니. 하지만 해봤자 안 될 거라고 방구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보다 낫다는 것은 지금의 나로 증명할 수 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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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영의 목표는 승춘이 첫돌이 되기 전에 마당이 있는 방 두 칸짜리 전셋집을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승희 모자와 한집에서 사는것이다. 마당에 꽃을 심고 강아지도 기를 것이다. 승춘이가 일어서서 뛰어놀기 시작하면 공놀이도 같이 할 것이다. 오늘 같은이런 여름 저녁쯤에는 승춘이를 안고 동네 산책을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승희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그리고 언젠가는승춘이를 제 호적에 올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모든 - P142

계획은 아직 만영의 바람일 뿐이다. 만영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나서 승희의 회사 숙소로 전화를 걸었다. - P143

만영은 아기를 안고 젖병을 물리다 그대로 잠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 강이 일어나 슬며시 젖병을 씻어 소독해놓고 우유배달을 나갔다. 승희가 퇴원하여 아기를 안고 제 자취방으로 가던날, 아기와 헤어지는 게 섭섭했던지 만강의 눈이 붉게 충혈되는것을 만영은 모른 체했다. 아마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승희와 승춘이를 데리고 만강이와 자신이 함께 사는 꿈을 꾸게 된 것은. 그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온몸에 전율이일었다. 그것은 용솟음쳐오르는 생(生)의 의지에 다름아니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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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회도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고 정신이도 서울 가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나만 집 안팎의 근심거리로 전락한 것만 같아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바로 그런 괴로운 순간에 이환이 떠올•봤다. 자신이 준 목각인형에 기뻐하는 나를 보고 행복한 미소를•짓던 환이. 나를 향해 미소지어주는 유일한 사람, 이환.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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