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이 좋은 인생을 만든다 -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질문의 힘 아우름 23
모기 겐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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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대개는 학창시절을 떠올린다. 선생님이 수업을 마칠 무렵이면 항상 하는 말씀, “질문 있는 사람” 하고 말하면 대부분의 경우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곤 했다. 성인이 되어 회사에서 각종 교육을 받게 될 때에도 어김없이 그런 풍경이 벌어진다. 일단 질문을 하면 ‘나는 잘 모른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질문하기를 주저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의 뇌 과학자이자 이학박사인 모기 겐이치로는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자기혁신을 이루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세상을 바꾸자, 하는 것을 목표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질문력이란 무엇인가,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 질문과 뇌의 영향, 질문력을 끌어올리는 8가지 행동,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질문의 기술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나온 데이터를 맹신하여 늦었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P99)

흔한 질문 중에 예를 들면, ‘영어는 몇 살부터 공부하는 게 좋은가?’라고 묻는다. 고정관념으로는 아주 어릴 적부터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환경이나 여건을 가질 수는 없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스무 살 이후에 처음 영어를 접하며 꽤 늦게 영어공부를 시작했지만, 영어로 소설을 쓰게 되었으며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인 『암흑의 핵심』은 영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정해진 통계 정보가 아닌 자신이 ‘배우겠다’고 결심한 시점이 적기라는 것이다.


 질문은 타인에게든 자신에게든 필요하다. 좋은 질문은 자신과 타인에게 신뢰감을 주며 성장으로 이끌어준다. 타인에게 질문할 때는 우선 상대방과 ‘같은 마음’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뇌가 타인의 마음을 생각하는 회로에는 ‘공감’과 ‘논리’의 질문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공감회로는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감정이고, 논리로 질문하는 것은 타인의 마음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타자의 마음을 추론하기 위해서는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감정이 풍부해진다고 한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마음 챙김 mindfulness'은 자신이 속한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상태를 말하며, 중요한 것은 ’좋다/나쁘다‘는 판단이 아니라 일어난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라 한다. 이렇게 즉시 판단하는 것을 멈추면, 뇌의 체험치가 높아져서 타인은 물론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지각하는 메타인지 능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는 나쁜 점을 필사적으로 감추려고 하지만 타인에게는 여실히 보인다’(P147)

우리는 우리의 약점을 감추려고 애쓴다. 하지만 자신감 없는 행동은 은연중에 모두 나타나게 된다. 자신에게 있는 문제를 감추지 말고 ‘그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인정해 두면 상대를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오히려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가 불안감을 떨치고 마음 편하게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것에 금세 익숙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거나 오래된 습관을 고수하는 것은 뇌의 발달을 저해하는 요소가 아닐까. 뇌에 관한 다른 책에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뇌를 활성화 시킨다고 했다. 질문력은 누구나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자신을 냉정히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다. 말하자면 현재 상황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결과적으로는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이나 행동과 사고를 이끌어내게 된다는 것이다.


 질문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 자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간다. 삶의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질문을 한다. 질문을 하며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질문을 멈추게 되면 그 삶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다. 질문에도 정답은 없다고 했다. 모두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조금씩 나아간다. 경쟁시대에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이기려고 하면 비교의식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기쁜 마음으로 노력을 지속할 수 없다. 어제의 나와 경쟁을 하라고 했던가. 어제의 나와 비교하여 조금씩 나아지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1년 후, 5년 후에는 전보다 한껏 성장한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질문이 뇌의 가능성을 확장해 준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질문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8가지 행동 중에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동료들끼리 모여 차를 마시면서 가벼운 담소를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단다. 일이 잘 안 풀려서 답답하거나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이에게 유용한 책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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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의 작은 도덕경 - 하루 한 장 나를 깨우는 지혜의 말
노자 지음, 오강남 옮김 / 현암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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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은 처음 만나게 된 책이다. 공자의 논어처럼 제목만 알고 있는 정도였다. 궁금해서 네이버 지식백과를 검색해 보니, ‘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로 노자편이 나와 있다. 어머니가 62년 동안 임신해 있던 상태였고, 그때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하며, 이미 태어날 때 늙어진 모습이어서 노자(老子)라고 불렸다고 나온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까 하면서 흥미로움이 생긴다. 전체 글은 5,00081장으로 되어 있다. 200자 원고지로 25매 정도라니 정말 짧은 글이다. 도덕경에 대해서는 흔히 도덕이나 윤리를 뜻하는 것으로 알았었는데, ‘도와 덕에 대한 경전이라고 한다. ‘는 우주의 궁극실재(窮極實在)’ 혹은 근본 원리(Principle)'를 말하고, ‘이란 도가 구체적인 인간이나 사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될 때 얻어지는 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우주의 기본 원리인 의 흐름을 체득하고, 그 흐름에 따라 살아감으로 참다운 자유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을 보라는 것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는 것이다.

 

 사실 사상가의 철학을 짧은 시간에 소화하기에는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오강남의 작은 도덕경>은 친절한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처럼 편안하다.  저자가 2010년 현암사의 <도덕경>에서 우리말 번역문과 한문 원문과 영어 번역문만을 따로 떼어서 모은 것이라 한다. 한 손 안에 들어올 정도로 앙증맞은 사이즈다. 잠들기 전이나 외출할 때에도 휴대하여 자주 볼 수 있는 이점이 있겠다. 경전이지만, 시처럼 느껴진다. <도덕경>은 번역하기 어려운 책으로 유명하단다. 그런데도 영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며, 헤겔이나 철학자의 거장인 하이데거, 대문호 톨스토이 같은 작가가 노자를 읽었다고 하니 <도덕경>의 어떤 내용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독자의 편의를 위해서 각 장마다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13장을 감상해 보자.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

-지도자의 요건, 자기 비움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하고,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기십시오.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한다 함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입니까?

낮아짐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수모를 당해도 신기한 것,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신기한 것,

이것을 일러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함이라 합니다.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긴다 함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입니까?

고난을 당하는 까닭은 내 몸이 있기 때문,

내 몸 없어진다면 무슨 고난이 있겠습니까?

 

내 몸 바쳐 세상을 귀히 여기는 사람

가히 세상을 맡을 수 있고,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

가히 세상을 떠맡을 수 있을 것입니다. (P52~53)

 

 부제로 지도자의 요건이라고 되어 있다. 남에게 수모를 겪었다고 해서 의기소침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좋아하고’ ‘귀하게여기라고 한다. 거만하지 않고 낮아짐으로 해서 겸손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고난을 당한다는 자체는 내 몸이 있기 때문이며 내 몸이 없다면 아무런 고난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살아있기 때문에 슬픔, 고통을 겪는다는 현대의 메시지나 다름없다. 마지막 연의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맡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을 바라다보면 어디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지도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가, 묻고 싶다. 지도자뿐만 아니다. 평범한 개인도 마찬가지다. 현실을 직시하고 수모와 고난을 단지 삶의 숨결처럼 느낄 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이 책의 본문이다.(한, 중, 영 세가지 언어로 표기되어 있다.)

 

 짧은 글이지만 읽을수록 여운이 느껴진다. 소리를 내어 시낭송을 하듯이 읽어보았다.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깊은 의미로 마음에 다가온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노자의 금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조금씩 느리게 읽어도 되고,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자주 반복적으로 읽다보면 심신(心身)을 다스리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피로와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울림과 편안한 안식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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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로 풀고 세기로 엮은 대세 세계사 2 - 14세기부터 21세기까지 대세 세계사 2
김용남 지음, 최준석 그림 / 로고폴리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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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대부분의 역사가 영웅을 위주로 서술되어 있으며 그에 유리하게 기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약소국가, 소수민족, 여성의 역사는 생략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왜곡되었거나, 묻혀버린 이들의 업적을 알리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여 그에 기준을 두고 서술하였음을 서문에서 엿볼 수 있었다.

 

 보통의 세계사는 한 나라의 왕조의 형성을 시작으로 어떤 시기에 전성기를 누렸고, 어느 나라의 침입으로 멸망에 이르렀다는 과정으로 나온다. 오래전 학창시절에도 왕조 이름에 노래곡을 붙여 순서를 외우는 방식의 수업이 생각난다. 이 책은 각 장을 세기별로 구성 하였다. 14세기부터 21세기 현재까지이다. 거기에 주요국의 동서양 역사를 통합하여 다루고 있는 점은 더욱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내용을 완전히 설명하는 형식의 지루한 방법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사의 전문가들의 대화 형식을 택하여 김경제, 이정치, 박문화, 사회자 이렇게 네 명의 인물을 등장시킨 점도 참신하다.

 

 역사에 흥미가 있는 사람은 물론, 잘 모르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각 장마다 <연표로 보는 세계사> 코너나 주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재미있는 일러스트도 들어있다. 각 장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연표를 먼저 훑어보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되겠다.

 

 ‘인간의 역사는 약탈로 시작되었다.’는 말을 최근에 어디선가 접하고 과연, 하고 공감했는데 이 책을 읽다가도 ‘호모사피엔스가 닿는 곳은 어김없이 살육이 일어난다.’는 문장을 만났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동물들을 무차별 사냥을 단행하는 인간의 잔혹함은 역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

 

 기존의 상식을 깨는 놀라움도 있었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최초의 인물은 콜럼버스라고 배웠지만, 이것은 원주민을 무시하는 유럽 중심의 관점이라고 한다. 오래전에 세계사 시간에 공부했던, 점점 잊혀져 조각조각 흩어졌던 역사적 사건의 단어들이 톡톡 튀어나온다. 아, 그런 사건들이 있었지 하고 반가움에 무릎을 치게 된다.

 

 역사만이 아니라, 문화, 생활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대화에 어느새 푹 빠지게 된다. 현재 멋쟁이 여성들의 신발인 하이힐은 오래전 프랑스 루이 14세가 신었고, 처음엔 남성의 신발이었다는 데서는 의아함과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또한 돌고 도는 역사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아이러니도 참 재미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유대인이 오스만제국의 도움으로 가장 많이 정착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이슬람 국가들과 갈등이 심하다는 점. 그 뿐이 아니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짓느라 빚은 계속 늘어나고 국민의 생활을 말 할 수 없이 피폐해진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늘리면 참다못한 시민들에 의해 혁명이나 전쟁으로 이어진다. 절대 권력을 위해 지은 그 궁전은 오늘날 세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가 되었으니 그것 또한 아이러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세계 최초’라는 역사적 사실에는 과장되거나 미화된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행기를 최초로 발명했다는 라이트 형제라든가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 등 수 많은 예가 그렇다. 그 이전부터 연구했던 업적을 점차 발전시켜 종합적으로 쌓아올린 결과로 후광을 입었다는 점이다. 통계학 교수 스티글러는 이것을 통계적으로 증명해 보였는데, 이를 스티글러 명명법칙(Stigler's Law of eponymy)이라고 한다. 이 주장 또한 최초가 아니라는 사실. 이렇게 고정화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일깨워 주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역사를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무척 유용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학생들은 세계사 과목의 성적을 높이는 결정적인 도구로 삼을 수 있고, 일반인에게는 거미줄처럼 엮인 지구촌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세계 역사에 대한 훌륭한 교양도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각국의 여행이나, 역사가 가미된 문학작품을 읽을 때도 이 책을 읽은 배경지식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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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한 지적인 수다
도코 고지 외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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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도코 고지外 13인의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한 대담을 엮은 것이다. 일본에서 작가, 번역가, 평론가로 살아가는 다양한 대담자가 모여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한 지적 수다를 떤다. 세계 8대 문학상은 노벨문학상, 맨부커상, 공쿠르상, 퓰리처상, 나오키상, 아쿠타가와상, 카프카상, 예루살렘상이다. 원래 ‘부커상’의 명칭이 영국의 맨 그룹(Man Group)이 후원사로 선정되면서 공식 명칭이 맨부커상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아마도 다수의 독자에게 널리 알려졌을 거라고 생각된다. 다른 문학상들의 거의 들어봤는데, 예루살렘상이 다소 생소한 느낌이었다. 일본에는 두 가지나 되는 점이 부럽기도 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아직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상이 없나 싶어 아쉽기도 하다. 저력 있는 작가들이 차후에라도 발굴되면서 점차 확대되다 보면 언젠가 인정받는 문학상이 나오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초반부를 읽어가다가, 실소 하게끔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본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하면 최고의 문학상인 것처럼 생각되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신인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라고 한다. 문학 업계의 ‘입사 시험’ 같은 의미라고 하는데, 천재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안정적으로 잘 팔리는 모양이다. 여하튼 문학상의 의미와 달리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상이며 ‘제일 잘 팔리는’ 신인상이라고 한다. 나오키상과 견주어 볼 때 오히려 나오키상에 예술적인 장치가 들어있는 것이 많고, 그 수상작품은 ‘재미’는 보장하는 것 같다.


 수상작이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작가가 수상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대화도 있었다.(작가 당사자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아무리 최고의 선정위원으로 구성된 팀이라도 전문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 점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심사위원이 거의 작가군이냐 다양한 직업군이냐에 따라 수상의 작품이 달라질 수 있음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노벨문학상은 유럽의 문학상이라 불릴 만큼 영어권 문학에 유리한 작용을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담자들의 대화를 통해서 그들이 문학작품을 얼마나 좋아하고, 깊이 이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의 분위기, 인물에 대한 평가의 대목에서 문학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구나, 하는 마음이 충분히 느껴진다. 마치 작품 속 인물이 살아 숨을 쉬는 느낌이다.


 맨부커상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각 선정위원이 1년 100권 이상 읽어야 하며, 선정위원의 직업도 아주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대학교수, 문예비평가, 은퇴한 정치인, 문학을 좋아하는 방송인 등으로 구성되기도 하며 선정위원이 매년 바뀌는 점이 공정한 평가로 이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상과 달리 한 작가가 여러 번 수상 할 수 있다고 한다. 작품으로 평가하는 문학상인 셈이다. 이 문학상은 ‘모두 재미있어서 어느 작품을 읽어도 손해 보는 일이 없다’더니, 전에 재미있게 읽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생각났다.


 잘 몰랐던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해당 문학상이 제정된 동기나 그 작품에 대한 밀도 있는 유쾌한 수다를 들으면서 각 문학상 수상작을 골고루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세계 문학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도 같다. 어느 한쪽 문화에 치우친 독서가 아닌, 다양한 문화권의 문학을 접할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좀 더 깊이, 그리고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맨부커상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원래는 ‘영국이나 영연방, 옛 영국 식민지의 작가에게 주는 상’(P132)이었다거나, ‘식민지 작가’, ‘식민지 감각’, ‘식민지 문학’등 ‘식민지’란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읽기에 좀 껄끄럽다. 다르게 완화시켜주는 단어는 없었을까. 


 문학에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는 독자라면, 그리고 수상작에 대한 책읽기를 고려하는 상황이라면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이 무슨무슨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면 귀를 쫑긋하고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출간되는 문학작품이 넘치는 상황에서 읽고 싶은 작품은 많으나, 시간 부족의 문제가 따른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문학상에 대한 좀 더 친숙한 계기를 만들어 주며, 각자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선택해서 읽을 수 있는 유익한 독서 가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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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리커버)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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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가, 유투브에서 ‘아베 마리아’를 들었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듣고, 그리고 조수미, 임형주의 음성,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음성으로 아베마리아를 듣는다. 호소력 짙은 감미로운 음성이다. 원어로 부르는데, 물론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 ‘아베 마리아(Ave Maria)'는 라틴어 ’Ave', ‘안녕하세요’의 뜻이며, ‘안녕하세요, 마리아’의 뜻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흔히 라틴어 전공자 외에는 낯선 언어로 고상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우리 삶의 주변에 가까이 밀착되어 있다는 것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비쿼터스, 비전, 아우디, 에쿠스, 아쿠아, 스텔라’ 등이 모두 라틴어이거나 라틴어에서 온 말들이라고 한다. 또, 담배 이름 에세(Esse)는 라틴어 에스트(est)의 동사 원형이며 이는 영어의 be동사에 해당하고, 그 어원은 산스크리트어라고 했다. 건강에 백해무익한 담배 이름에 고상한 라틴어 이름이라니, 상술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무엇보다 라틴어는 문법이 아주 복잡하고 매우 어렵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저술가로 라틴어의 대가로 불리는 키케로도 ‘지긋지긋한 라틴 문학’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로마 제국의 공용어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잘 배우지 못한 이유가 되기도 했을 법 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어려운 라틴어 공부가 평범한 두뇌를 공부에 최적화된 두뇌로 활성화시켜 사고 체계를 넓혀준다고 한다. 마치 자신의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거듭 읽다보면 소위 문리 터짐을 발견한다는데,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언어, 점점 잊어가는 언어인 줄 알았는데 유럽을 비롯한 서양의 교육에서는 오히려 오늘날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죽은 언어가 아닌 우리의 수능 영어나 국어에 해당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과목이라는 것이다.

 

 라틴어는 세계 언어 분포상 인도 유럽어계에 속한다고 했다. 북인도, 근동, 유럽 전 지역에 전파되어 있는 언어군(群)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예상 밖이었다.

‘언어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틀’이라고 하는데,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목적이 되어버린 상황이 안타깝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남에게 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왜,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인지 가끔씩 자신을 들여다보고 물어봐야 한다.

 

 중세의 교육에서의 장점은 젊은 세대가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면서 각자의 자신의 목표를 확립하도록 도와준 점이라고 한다. 여기서 요즘의 세태를 들여다 볼 때 너무 수동적이지 않나 싶다. 시키는 것은 잘 하는데, 창의력이 부족한 것도 이런 연유에 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고 유심히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좋아하는 것도 알고 어떤 것을 했을 때 즐거운지도 알아내어 목표를 세우지 않겠는가, 하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간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헌법상 기본권은 그 출발이 종교의 자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라틴어는 로마 제국이 패망한 뒤에도 근대 이후까지 교회의 공식 언어로 채택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종교차원을 넘어 언어와 문화, 종교와 사상 전반에 영향을 주었으므로 서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하였다.

 

 흔히 우리는 상황을 완벽하게 갖추어 놓은 상태에서 공부든 무엇이든 시작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완벽한 상황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여건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하자는 것이다. 하든 안하든 시간은 흐른다. 뭔가 하면서 그날을 맞이하자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렵다는 라틴어와 그와 관련 있는 로마의 역사, 문화, 로마인의 풍습도 알게 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B.C. 65~B.C.8)

 

'오늘 하루를 즐겨라‘라는 뜻으로 마치 쾌락주의 사조의 냄새가 풍기는 이 말의 참뜻은             

 ’매 순간 충만한 생의 의미를 느끼면서 살아가라‘는 경구이다.

 

처음 접하는 라틴어 강의인 만큼 필사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많이 알려진 명문장이지만 라틴어로 써 보는 문장은 감회도 새롭다.

 

 

 이 책은 저자가 2010년 2학기부터 2016년 1학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된 초중급 라틴어 수업 내용들을 정리한 내용이라고 한다. 소개된 제자들의 편지들을 보아도 얼마나 인기있는 강의였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라틴어만이 아니라 저자의 공부 내공이 모습을 갖추기까지 내면의 험난한 고통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선 모습은 자기계발의 동기 부여에도 충실한 역할을 해 주리라 믿는다. 라틴어를 비롯한 인문학 등을 포함한 그야말로 ‘통합 교양강좌’라고 할 수 있다.

 

 사춘기 시절 부모님을 향해 독설과 냉대를 서슴지 않았다는 저자의 진솔한 고백도 이 글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고,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평생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절감할 수 있었다. 우리의 교육 실정이나,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 등 개인적인 삶 전반에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책 한 권은 저자의 지식을 흡수 할 수 있는 아주 저렴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러한 경이로움을 잘 활용하여 ‘나의 삶에 대해(De mea vita, 데 메아 비타)’ 생각해 보는 시간도 매우 값진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In omnivus requiem quaesivl, et nusquam inveni nisi angulo cum libro.

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은 없더라. - 토마스 아 켐피스(1380~1471) 독일의 수도자이자 종교사상가.(P182)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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